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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깍아내리고 헐뜯는 것이 자연스러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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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1:35:27
전 특수교육을 공부했습니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학부 때 한 교수님이 저희한테 내줬던 과제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너희들 자기 칭찬할 거리를 100가지 써오라는 것 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바른 칭찬을 해와- 라는 과제였어요. 왜냐하면 초보 교사는 우리 아이들을 칭찬할 거리들을 찾는게 쉽지가 않거든요. 

 "와, 너 양말 신은 것을 보니까 진짜 색깔을 잘 맞춘다. 세련되었어." 
 "와, 너 말 진짜 많이 하는데.. 그것 때문에 좀 재밌어. 너 덕분에 유쾌하다."

 교회학교에서 교사를 하면서 수업을 시작할 때 늘 인사와 함께 하는 활동이 옆에 앉은 친구 칭찬/격려하는 말 건내는 것 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정해놓은 공부는 드럽게 잘하는데, 정말 못하는 것이 '칭찬'과 '격려', 또 가능성을 열어주는 따듯한 이야기들 같아요. 서로 만난지 3-4개월이 지나도 못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일단 원치 않는 경쟁에 너무 익숙한 것 같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공부는 일단(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지나치게) 해야하고, 거기서 등수가 갈리는데, 내가 올라갈 방법은 찾기 힘드니 조금 더 쉬운 남을 잡아 내리는 방법들을 택하는 것 같아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근데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이들의 능력 밖이다보니 내 주변에 불똥이 튑니다. 애들이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 칭찬이나 격려할 거리를 찾아보는 기회조차 제공하지도 못한 것 같아요. 참 속상합니다. TV를 켜도 늘 우리내 모습을 반영하니, 남을 깍아내리고 헐뜯는 것이 늘 재미있는 놀이죠.. 뭐, 문제를 따지자면 끝도 없지만 뭐..

 근데 조금씩 희망을 보는 것이 아이들도 서서히 변해가더라구요. 어제 처음으로 아무런 따듯한 말 건내지 못하던 친구가 입을 열었답니다. 물론 글로 적을 수 없는 표정이나, 태도의 변화도 있었죠. 별 것 아닌데, 괜한 감동입니다. 근데 그거 아시죠? 아이들이 그런거 다 이 어른들 때문인거. 교사나 성인들의 행동 뿐이 아니라 기대까지도 아이들은 고스란히 반영해요. 아래에 글 읽다가 댓글들이 무서워서 짧게 적어봤네요. 눈팅까지 포함해서 오랫동안 지켜보는데, 매니아도 점점 따듯해지는 것 같아서 5년 10년 후가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다들 불완전하고 부족하지만, 좀 격려하고 서로 매꿔주고, 채워주는 따듯한 매니아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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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5-10-12 11:57:51

정말 좋은 글이네요..

 

요즘은 사랑하고 사랑받는게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걸 잊어가는 사회죠.

진지함이나 공감능력이 비웃음받는 세상이 어떤식으로 치닫을지 두려울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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