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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소개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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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10-04 20:06:54

나이는 30대 중반입니다. 


아는 분이 공무원이신데 본인 밑에 직원을 해 주셨네요... 소개 받은 여자 나이는 저와 같습니다. 번호를 받고 카톡을 보니 사진이 한장도 없고 배경도 없는 그냥 가입만 된 상황이었습니다. 순간 직감했습니다. '공무원이고 직업도 괜찮은 여자가 지금 것 솔로인게 외모적인 부분이겠구나....' 
하지만 지난 수 많은 세월의 깨달음 상, 사람은 외모가 아니다고 생각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저의 현재 상황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얼마전까지 저는 아버지 사업채에서 후계자로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는 아니었고, 아버지가 제가 27에 시작한 사업이 고난 끝에 궤도에 올라서면서 저도 30대 부터는 같이 합류해서 같이 일구어 낸 가업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태조 이성계면 저는 이방원 쯤 되겠네요... 저는 형제도 없고요... 아버지 사업에 동참하기 전까지는 광고영상제작일을 했었구요... 전공은 디자인을 했고 학교도 나름 그 방면 제일의 학교를 졸업하고 업계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력서를 써본적도 없고 스펙도 쌓아 본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관리자 기획자의 위치에서 남에게 지시하며 살았던, 돌아보면 철없던 금수저였습니다. 여자도 언제나 외모로 평가를 했고 소개 들어오면 사진부터 보면서 서류심사 하곤 했죠...

하지만 신이 그런 저를 보고 계셨는지... 잘 나갈 줄 알았던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아버지와 저는 모든 지분을 타 사에 매각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사업이 망한게 아니라 기업 정치적으로 망명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혼하려고 만나던 여인은 그렇게 된 저를 버리고 해어지게 되었습니다. 미래가 창창 할 줄 알았던 후천적 금수저는 졸지에 원래 있었던 흙수저의 생활로 다시 회기하게 된 거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또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사업하고 돈벌고 성공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개팅 자리에 나온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예전의 저의 눈은 여전히 '역시나...' 하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시련을 겪으면 성숙해진다더니... 속에 마음의 눈이 트이면서 외모가 아니라 속 사람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그런 저의 모습에 의외라는 눈치더군요... 본인도 소개팅 나가보면 단 몇 초만에 싸늘해지는 남자들의 시선과 반응을 평생 겪었을테니까요... 전 그녀를 외모와 관계없이 사람 대 사람, 인격 대 인격으로 대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받아야 합당한 모든 매너를 소개팅 내내 제공했고요... 내면 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서 대화해보니 대화도 잘 되더군요... 육신의 껍대기를 벗어버리고 사람의 영혼 대 영혼으로 관계를 하니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아직 그녀에겐 자신감이 부족한 부분이 보이긴 한데... 제가 최대한 배려해 주고 대화를 해주니 점점 편해지는 눈치였습니다... 

외모도 솔직히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평범한데... 매력은 있다고 말은 못 할 정도 입니다. 그럴 떄 마다 외모외적인 것 외의 수 많은 부분들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공무원 9년차에 안정 된 직업.... 사회생활 9년차에 빛나는 사회지식과 이해... 공주병, 된장끼, 김치끼 등등... 단 1%도  그런 면이 없는 근면성실하고 실용적이고 생활력 강한...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관용까지... 운전도 할 줄 알고... 심지어 SNS에 자랑질도 안하는 그런 여자... 남자 된 입장에서 느껴지는 이 안락함과 편안함...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저를 이해해주고 사람이 사회에서 먹고 살고 사업하며 살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아주 잘 안다는 것과 거기서 사람이 진정 행복한게 무엇인지 저와 완전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저를 버린 그녀는 직장도 제대로 다녀 본 경험도 없고, 눈만 높아서 이것 저것 준비만 한다며 이름 있는 곳만 들어가려는 백조였거든요... 항상 자기가 백조인것과 사회가 자신을 인정 안 해주는 것에 대한 불만과 제가 일 얘기 사업 얘기하면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얼룩져서 맨날 저와 싸우고... 제가 일에 지쳐서 피곤해 하면 자기에게 정성이 없다고 징징대고... 지방 공장에서 평일에 일하다가 주말에 서울로 올라와서 맨난 그녀 집 앞까지 가서 만나고... 밥값도 맨날 제가 내고... 한주 일이 있어서 거르면... 불평하고... 그래서 하루는 제가 "비교적 일이 적은 너가 이번엔 나를 좀 만나러 와주면 안 되겠니?" 했다가 "지금 내게 백수라는 거야? 나도 준비하느라 얼마나 하는 공부가 많은 줄 알아?" 하면서 대판 삐지고 싸운적도 있지요... 그러면서 솔직히 김태희 급으로 예쁘기나 하면 제가 말도 안 합니다. 꾸미고 가공한 모든 것을 벗겨내면 솔직히... 흠.... 

그러다가 제가 회사에 사건이 터지면서 벼량 끝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쫓겨 다닐 때 까지도그녀는 한번도 저를 먼저 찾아와 준 적도 없습니다.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정말 가까운 사람이라면 찾아가 주는 게 도리지요... 근데 그녀는 그 때 까지도 자기 집에서 만남을 상납 받더군요... 결국 제가 마치 현상수배범처럼 일 해결하러 돌아다니다가 그녀 집 근처에서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불러내어서 만났는데... 싸늘한 그녀의 모습에서 이미 제가 그녀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구나를 느끼며 그날로 제가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나쁜여자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인생의 훈련과 성숙이 안 되었을 뿐인거죠... 나라 경제가 지금과 달랐다면... 그녀도 20대 초반부터 취업이 잘 되고 사회생활을 지금 것 잘 해왔다면 그녀도 달랐을 것입니다. 저는 그녀도 그저 이 시대의 안타까운 젊은이들 중 한명으로 생각하고 속으로 용서했습니다....

어쨌든 소개팅 후기가 좀 그러네요...;;;;; 

암튼 잘 될 것 같습니다.... 사람도 계속 보다 보니 외모는 점점 안 보이네요.... 그 안에 든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NBA 시즌 시작입니다...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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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10-04 16:42:43
3
2015-10-04 16:48:10

필력이...
보다가 빠져들어서 어느세
마지막까지 금방 읽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글이 아닌 잘 정돈되고 담담한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글을 쓰는 스킬도 있으시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적으시니 더욱 흡입력이 있네요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글 평가를 길게 했네요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89년생이라 어리다면 어리지만
저도 나름 커가면서 사람을 보는 잣대가 좀 더 성숙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성의 외모가 감각적으로 확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보니,
이전보단 덜 하긴 해도 아직도 좀 따지게 되더군요
거기다 곁에 있는 이성의 외모가 제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평가 받고, 그게 저의 평가로도 이어지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글쓴이님의 글 잘 보고 갑니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충전 및 스트래스 잘 해소하셔서
활기차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2015-10-04 16:50:28

소개팅글이라 별것아닌줄 알았는데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Updated at 2015-10-04 17:05:43

멋진 어른이시네요 사람의 내면이 훨씬중요한걸 알면서도 쉽지않은데... 사교육계에 있으면서 처음엔 직업듣고 무시하다 제 연봉듣고 눈빛변하는 여자들을 많이 겪으면서도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2015-10-04 17:10:12

좋은 결과 있길요

2015-10-04 17:11:29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셨군요...


좋은 결과있으시길 바랍니다...
2015-10-04 17:22:02

마지막까지 몰입하며 잘 읽었습니다!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여자분도 글쓴이분도 모두!
2015-10-04 17:37:27
아픈 경험이 있었지만 더 좋은분이 되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저도 되돌아보게 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5-10-04 17:45:20

제대로 결혼(생활)준비가 되신것 같으시네요.

좋은 만남 계속 이어가시면서 좋은 결실 맺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2015-10-04 17:46:54

재밌게 읽었습니다. 몰입력이.. 끝까지 한번도 안뤼고 바로 읽었어요.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기를 바랄께요

3
Updated at 2015-10-04 18:04:16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15-10-04 18:05:47

적어도 상대분과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받은 글이었습니다.


꼭 지금 그 분과 좋은 결과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2015-10-04 18:21:56

정말멋지시네요 감명 많이 받았습니다

2015-10-04 18:25:55

멋있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015-10-04 18:50:04

이 글을 읽은 제가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네요. 부디 잘 만나시길....

2015-10-04 19:12:52

글을 보니 저도 행복지네요. 아름다운 사랑 하시길

2015-10-04 19:45:17

읽는제가 다 행복하네요

좋은인연 가꿔나가시길 바랄게요
2015-10-04 19:48:52

그렇다고 책상을 피해가실 순 없습니다.


2015-10-04 20:06:54

남 소개팅 얘기를 이렇게 정독 하면서 읽게 되는 좋은 글입니다 잘 읽고 앞날에 행운이ㅜ가득 하길 빌겠습니다 하지만.... 매니아 에서 이런게 예의라고 배웠습니다

2015-10-04 21:43:14

매니아엔 이렇게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계속 찾게 됩니다. 저도 언젠간 이런 필력을 꼭 가지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5-10-04 22:50:01

화이팅 입니다! 좋은 분과 멋진 만남 오래오래 잘 이어가시라고 남는 책상 하나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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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4 23:53:12

훌륭하다..책상이없는글이겠지 하고 믿은제가바보네요.

2015-10-05 14:34:25

30대 중반의 동감을 얻으셨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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