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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1) 내가 사랑하는 두 선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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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8-28 20:35:32

프롤로그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2000년부터 스타리그를 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선수들을 접했고, 그들이 펼치는 수많은 명경기들을 보았죠.

주변에서 스타리그가 언제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면

저는 늘 올드게이머들이 있었을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답합니다.


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중학생~고등학생 시절이어서 그럴수도 있고

케이블TV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때라 어렵게 경기를 보아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개성이 게임 안에서 살아있어서 그럴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많은 청년들이 어려운 환경과 기성세대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하고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고 나서도 숱한 실패에 불구, 기죽지 않고 꿈을 이뤄내는 모습이

무엇보다 팬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팬들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그들 스스로와 팬들을 위해 서투르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서 아닐까요?


올드게이머들의 경기와 택뱅리쌍 세대 선수들의 경기를 비교하면

확실히 택뱅리쌍 세대 선수들이 더 잘합니다.

기본기도 더 뛰어나고, 컨트롤도 더 섬세하죠.

그런데, 개성이 없습니다.

물량과 빌드가 강조되면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비슷비슷합니다.


정명훈과 송병구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플레이 자체가 올드게이머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정명훈의 벌쳐나 레이스 컨트롤을 보면 임요환의 그것이 가끔 떠오릅니다.
(물론 클래스 차이가 나지만요.)

송병구의 느린 손놀림과 섬세한 유닛 컨트롤, 그리고 캐리어를 보면

올드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플레이가 겹쳐집니다.


둘은 수많은 실패를 겪었기도 합니다.

정명훈은 준우승만 4번, 그것도 마지막 대회에서는 전승준을 달성했지요.

스타1 커리어 내내 이영호에 치여 2인자 취급을 받았고

T1시절에는 김택용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으며 

T1팬들에게는 임요환, 최연성과 비교당하며 늘 모자라다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딱히 T1팬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네요.)

스타2에서는 개인리그는 늘 광탈, 프로리그에서도 대부분 벤치를 지켰으며

결국 계약만료로 T1을 떠나게 됩니다.

송병구는 2004년 신3대 토스라 불리며 데뷔하였지만

2006년 와우에 빠져 한해를 날렸으며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에게 줄줄이 우승을 내주며 콩라인에 가입하였습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 개인리그에서 실적이 없었으며

오랜만에 결승에 진출한 박카스 스타리그에서는 정명훈에게 3대0으로 셧아웃을 당했지요.

프로리그에서도 택리쌍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았으며

멘탈이 약한터라 기복도 심했지요.

때문에 택뱅리쌍에서 뱅은 빼야하는거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송병구는 택뱅리쌍 중 상대적으로 무시를 많이 당합니다.

염보성같은 애가 그런 소릴 해서 문제지.)

남탓만 한다고 커리어 내내 까인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이에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다는 공통점 또한 있죠.

정명훈은 끝내 우승을 차지하였고 끝내는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이영호를 셧아웃시켰습니다.

팀에서 방출된 후에도 아프리카의 유혹을 뿌리치고 해외팀에 입단

기량을 끌어올려 양대 개인리그 본선에 진출, 활약 중입니다.

송병구 역시 끝내 우승을 차지하였고 현재 플레잉코치와 감독을 병행하면서도

개인리그에 꾸준히 출전, GSL 코드S에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12년째, 세대로는 3세대에 걸쳐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두 선수의 커리어는 분명 처집니다.

이영호와 이제동이 커리어 깡패에 상대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박살내는 맛이 있고

김택용이 커리어는 둘에 비해 처지지만 번뜩이는 천재성과 센스가 돋보인다면 

정명훈과 송병구는 넘어졌다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 일어나는

그런 절실함과 아스트랄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서 정명훈과 송병구가 좋습니다.

실력이 처지고, 커리어가 처지고, 무엇보다 수많은 실패를 했을지언정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그걸 통해 좀 더 나아지고

느리지만 한발 한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둔하고, 실수가 잦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가족들한테도 무시당하던 저는

이 두 선수를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으니까요.


얼마전 송병구가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은퇴한 게이머들이 아프리카 방송을 하는 건 좋지만

몇몇 게이머들이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고 말이죠.

프로게이머들이 본인의 직업에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마무리지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 게이머의 아프리카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별풍선을 쏘지 않는 시청자들을 건빵이라 부르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것을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져 방송을 나간 기억이 납니다.

그 일을 겪은 후로 아프리카 방송하는 프로게이머들을 볼때마다 거부감이 생기더군요.

(스베누 스타리그를 안보는 것도 이 사건의 영향이 큽니다.)

염보성이나 철구같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요즘 유행하는 롤도 게이머들의 인성 문제 때문에 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래요. 사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건 그들 자유입니다.

그만큼 제가 그들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도 제 자유겠지요.


지금도 많은 분들께서 프로게이머들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벗겨냄으로써 E스포츠판을 조금이나마 살리는 것은

프로게이머들, 그리고 E스포츠 종사자들, 그리고 E스포츠 팬들의 몫이 아닐까요?


안경낀 어리버리한 소년이던 정명훈도 이제 9년차 프로게이머입니다.

송병구는 12년차고요. 두 선수 모두 이제 뛸 날이 얼마 안남은 노장들입니다.

그리고...두 선수 모두...국방의 의무를 언젠가는 수행해야겠죠.


정명훈과 송병구.

두 선수 모두 지금까지 해온것처럼 성실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스타2 리턴매치를 통해 멋지게 은퇴경기를 치루고(1번 이기고 1번 졌으니 이번엔 승부를 내야죠.)

후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멋지게 은퇴하길

이 글을 통해 바래봅니다.


두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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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08-28 21:04:38

택뱅리쌍중에서 송병구를 가장 좋아하는데.. 송병구가 택뱅리쌍급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었군요.

전 항상 송병구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저한테 프로토스 No.2는 언제나 송병구입니다.

2015-08-28 21:24:47

저도 송병구 선수 그 인터뷰를 보고 많이 동감했습니다.
2000년대 스타1 프로게이머들은 분명히 팬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빚을 아프리카 개인방송으로 갚는건 아니죠.
가끔 어떤 전 프로게이머들이 자기들도 마레기에 의한 피해자 인척 하는거 같던데, 그렇게 프로 생활 접고 개인방송통해 별풍선으로 돈 버는거..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아마도 그 시절 프로게이머들이 팬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것 같네요

2015-08-28 22:26:54

뭐, 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정해진건 없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스타2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송병구나 정명훈에게 정이 가긴 합니다.
2015-08-28 22:53:16

송병구 선수와 그리 멀지않은 혈연관곈데 저희 조부님댁이 큰집이라 명절에 모두 저희쪽으로 옵니다. 그런데 바쁜지 지금까지 한번밖에 못봤네요...

 시간 남을 때 혼자와서 조카들 주라고 싸인이나 증명사진같은 것들은 많이 해놓고 가서 친구들한테 인기 좀 끌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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