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왔나부터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제가 한때 운영진의 일원으로 몸 담았던 사람이란 걸 말씀 드립니다. 알고 있던 분도 계실테지만, 모르고 있다가 "알고 보니 전 운영진이었네? 끄나풀이네?" 하실 분들이 계실까봐 말씀 드립니다.
본문을 통해 이번 투표 제도의 변화(가중치 반영)의 옳고 그름에 대한 의견을 길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의구심이 드는 내용이지만, 운영진의 결정이라면 일단 믿고 따라 가보자" 정도의 생각입니다. 그간 매니아 운영진들이 보여준 모습이라면 우선은 어떤 그림이 나올지 지켜보는게 순서 아닌가 싶어서 입니다.
새로운 룰의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은 매니아 운영진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같이 생각해보고, 그 다음에 제도 개편이 좋다 싫다 이야기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민주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멋대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으려고" , "손 안대고 코풀려고' 등등 무례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억지스러운 접근 논리를 통해 운영진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게 안타까웠습니다.
제 생각에 운영진들이 이번 변화의 결정을 내린 이유는 절대 민주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같은, 소위 말해 "있어 보이고 싶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진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매니아 회원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니아의 운영 방식에 대한 회원들의 피드백과 그에 따른 운영방식의 변화 흐름을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 운영진 직접 처리 체제
본디 매니아는 각종 신고가 접수될 경우 운영진들이 하나하나 해당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회의를 거쳐 징계/게시글 삭제 여부 등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굉장히 노멀한 방식이죠. 운영진이 존재하고, 그들이 룰을 만들어서, 직접 실행한다.
허나 매니아 회원들은 너무나 평범한 이 시스템에 반발했습니다. 운영진이 보여준 하나의 액션을 두고서 릅퀴다 코빠다 하는 말도 안 되는 비판/비난이 이어졌죠.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만한 표현들도 쏟아졌습니다. 니들이 뭔데 니들 마음대로 내 글을 지우냐, 니들이 뭔데 니들 맘대로 징계를 주느냐... 너무나 평범한 시스템을 두고 큰 문제가 있다는 듯 반응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솔직히 이때 강경대응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훨씬 깔끔하게 정리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허나 매니아 운영진들은 어떻게든 설명해보려 노력했고, 이해 시키려 노력했고, 그나마도 안되면 양해라도 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지금껏 많은 커뮤니티를 경험했지만, 징계 관련해서 그렇게나 장문의 안내 메시지를 (심지어 매크로도 아닌 메시지를) 한 명 한 명에게 보내는 커뮤니티는 매니아가 유일합니다.
그만큼 나름 노력을 했으나 회원 분들은 조금도 양보하거나 이해할 줄 몰랐죠. 결국 운영진을 믿을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해당 인원들을 분탕종자들로 분류하고 잘라버렸겠지만, 매니아 운영진들은 전혀 다른 시도를 진행합니다. 그게 바로 투표 제도의 도입이었죠.
2> 투표 제도 도입
이처럼 투표 제도의 도입 배경은 간단했습니다. 여러분이 운영진을 믿을 수 없다면,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시라는 거였죠. 물론 권한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었습니다만(우리가 직접 누군가를 징계하고 강퇴시키진 못했으니까요), 사실 이 이상의 권한을 달라는 건 걍 사이트 내놓으라는 소리죠.
어쨌거나, 운영진이 투표제도를 도입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 구축을 위해서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걍 여러분들이 운영진 못 믿는다고 하니까, 그럼 신뢰 할 수 없는 운영진 말고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보라며 권한을 내어준겁니다. 그 뿐입니다. 이 과정의 어디에서 민주주의적인척 하고 싶어 한다거나, 운영진 마음대로 행동하는거 들키지 않으려고, 혹은 있어 보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못 믿겠다고 해서 운영진의 권한을 내어줬더니 이젠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형 팬덤의 힘이 너무 막강해서 그들에게 휘둘리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운영진이 신고 내용 확인하고 처리하는게 좋을 거 같다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의견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운영진들에게 누적된 피드백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니들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 걸 신뢰할 수 없다. (니들 특정 팬덤 세력이잖아)
둘. 하지만 우리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도 신뢰할 수 없다. (내 뜻이 대세가 아닐 경우, 화력이 딸려서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셋. 해결해라
3> 가중치 도입
솔직히 저는 투표제도 도입하기 전에 운영진의 결정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강경대응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깔끔했을 겁니다. 하지만 운영진은 어떻게든 회원들의 입맛에 맞춰보려 노력하다 찬스를 날렸죠.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형 팬덤에 휘둘리니 어쩌니 해도 그냥 무시하고 기존 투표제도 강행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럼 깔끔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찬스를 날렸죠. 피드백에 반응해보려다가.
자, 운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매니아 분들입니다. 그래서 투표제 도입했죠.
그렇게 직접 결정하게 해주니 이젠 특정 팬덤의 화력에 커뮤니티가 휘둘린다고 뭐라 합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다시 운영진이 일 하랍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이제사 다시 운영진이 예전처럼 하나하나 신고 건들을 확인하고 처리한다? 물리적으로 너무 힘든 일일 뿐더러, 투표 제도 도입되는 순간 이미 운영진 분들은 팔다리 잘려나간 꼴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봐야 그림 뻔하죠. 릅퀴매니아 코빠매니아. 끝나지 않는 쳇바퀴를 돌릴 뿐입니다. 현행 강행 혹은 새로운 제도 도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과거로 돌아가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결국 외통수에 몰린 운영진의 고민 방향은 일방통행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진 않지만
우리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 것 같은 결과를 내는 방법 찾기.
말도 안 되는 미션이죠? 근데 매니아 회원들의 요구가 이거였습니다.
투표 가중치 도입이란 새로운 룰은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한 것입니다. 단순합니다. 매니아 회원들이 불만이라고 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입니다. 무슨 민주적인척 어쩌고 하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하도 뭐라고 하니까 이렇게도 고민해보고 저렇게도 고민해본 끝에 나온 결과물이란 거죠.
새로운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매니아 운영진들은 단 한 순간도 여러분의 마음에 든 적이 없습니다. 매일매일 누군가의 불만과 욕을 듣고 있으니까요. 서두에 언급했지만, 저 역시 "일단 믿고 가보자"는거지 가중치 부여라는 제도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아직 운영진이었다면 "재고해보시죠?"라고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간에
운영진들이 새로운 제도를 내어놓은 이유가 '있어 보이려고' '민주적인척 하려고' '손 안대고 코 풀어 보려고' 같은 말도 안 되는 지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건 인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것들을 어떻게든 소화해보려고 노력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니,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그들이 우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아냈을 고민과 노력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박수 쳐주면서, 그 다음에 새로운 룰의 문제점에 대해 함께 의견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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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매니아 운영진들이 보여준 모습이라면 우선은 어떤 그림이 나올지 지켜보는게 순서 아닌가 싶어서 입니다" 라는 문구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운영공론장에서조차도 원색적인 비난을 보다보면 당장은 나의 생각, 가치관과 맞지 않더라도 운영진들을 믿고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