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길거리 농구와 한국 길거리 농구의 차이 (추가 수정)
안녕하세요. 저는 농구로 꽤 유명한 (?) 중국 남쪽 도시에서 꽤 오랜 기간 거주하며 길거리 농구를 하며 느낀점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비교적 잘 관리되어있는 길거리 코트
저희 동네는 농구가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전 중국이 다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농구코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큰 아파트 단지 내에도 적어도 풀코트 1개 이상에 코트는 항상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공원에는 풀코트로 2개 혹은 4개까지도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프로 체육관 앞은 6개의 풀코트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레탄이 대부분이고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은 관리도 잘 되어있어 미끄럽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경험을 못했습니다. 또 물빠짐 설계가 잘 되어있는지 비가 오더라도 그친 후 약 2시간 뒤면 농구를 할 수 있을정도로 잘 마릅니다. 접근성이 좋은 코트는 저녁시간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적어도 코트 당 4팀에서 5팀은 대기하고 있습니다.
2. 볼의 소유권이 없음
처음 중국 와서 놀랐던게 코트에서 연습한다고 슛을 던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와서 리바운드하고 제 공 가지고 슛을 던집니다. (물론 익숙해지고 나서는 저도 다른사람 공 리바운드 하면 그걸로 쏩니다.) 사람들이 양해를 구하지도, 자기 볼 가지고 논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고 같이 연습합니다.
3. 길거리 농구는 무조건 4대4
중국에서 2대2나 3대3을 하는 경우는 거의 못봤습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대기팀이 없으면 사람이 모자라서 그냥 3대3을 하는건 봤는데 사람 많으면 무조건 4대4 입니다.
4. 팀 편성은 평등하게
한국에서는 팀 맞춰가지 않으면 게임 뛰기 힘든 경우를 많이 경험했었는데, 여긴 그런거 없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나 두명이 오고, 그런사람들 리쿠르팅해서 바로 다음게임에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뜁니다. 그 코트에 자주가서 사람들과 안면 트면 코트가서 바로 픽업게임 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가서 앉아만 있어도 사람들이 와서 농구할거지? 같이 한게임 뛰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5. 수비는 무조건 맨투맨
4대4 경기에서 한국은 절반이상은 지역방어를 썼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중국은 반코트에서는 지역방어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엄청 치열합니다. 자기가 못막겠싶으면 파울로 끊어버리고, 수비를 바꿔버리거나 헬프수비, 더블팀 등 수비에 열정적입니다. 단, 대기팀이 없으면 엄청 루즈합니다.
6. 점수는 5점 내기
한국에서는 대부분 7,8이나 11점 밀어내기를 했었는데 여긴 모두 1점 카운트하고 5점입니다. 자유투 없구요. 조금만 방심해도 5점 순식간이기 때문에 약팀이건 강팀이건 봐주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한번 지면 꽤 오래 기다려야해서 다들 필사적입니다. 이긴팀은 남고 또 골 넣으면 넣은팀이 공격이지만 시합 끝나고 다음 시합땐 새로 들어온팀 선공으로 진행됩니다. 아예 코트 내 최초 게임 시작시엔 딱히 선공 개념 없이 빨리 팀 구성했던 팀 볼로 시작됩니다. 자유투로 정하지 않습니다.
7. 파울콜은 공격자가 주로
대부분의 파울콜은 공격자가 부릅니다. 이 상황에서 수비자와 언쟁도 엄청 많습니다. 그러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판정해주고 경기 진행합니다. 서로 말싸움하다가도 라인 아웃이나 바이얼레이션도 애매한건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그 사람들이 직접 이야기해주면 그대로 진행합니다.
8. 자기만에 무기가 꼭 하나씩은 있음
암묵적으로 코트마다 1코트 2코트 이런 개념이 있습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1코트에 몰리고 덜 잘하는 사람은 2코트에서 하는 식입니다. 1코트에서 하는 사람들은 정말 자기만에 무기가 꼭 있습니다. 폼이 정말 이상하고 딱봐도 농구 초보자 스킬을 가진 것 같은 사람인데도, 말도 안되는 슛폼과 슛 타이밍으로 꾸역 꾸역 어떻게든 집어넣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두골 넣으면 그 게임 진다고 봐야됩니다. (5점 내기라서..) 이런 사람들이 제일 막기 힘듭니다. 전혀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9. 어떻게 보면 미국과 흡사한 스타일
패스와 팀웍 그리고 볼호그를 싫어하는 한국과는 달리, 골 그리고 승리를 최우선시하여 어떻게든 우겨넣는 농구 스타일은 미국과 비슷합니다. 수비도 맨투맨, 치열함, 자기 공격 위주에 수평적인 농구문화는 미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넣고 이기면 장땡이라고 할까요?
10. 볼호그와 거친 수비에 관하여
사실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한데, 중국인과에 농구를 떠올리면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거칠게 수비하면서 파울 아니라고 우기고 볼호그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확실히 북방쪽에서 내려온 친구들은 그런 경향이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근데 남방쪽 분위기 자체가 거친 수비는 자제하는 편이고 파울콜도 공격자가 부르면 대부분은 따르는 편입니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피지컬하게 게임하긴 합니다. 볼호그는 골 잘 넣으면 모든게 용서되는 영웅이고 못넣으면 패스를 안줘버립니다. 그렇지만 너무 다양한 스타일들의 사람이 있어 한쪽으로 몰아갈 수는 없네요. 팀웍을 중시하며 투맨게임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픽 서줘도 비키라고 하며 아이솔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대기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필사적이고 거칠게 수비합니다만 그렇다고 위험한 파울을 하진 않습니다. 단, 한국에서처럼 암묵적인 매너플레이 같은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레이업할때 앞으로 지나가면 안된다던지, 상대가 슛 쏠때 착지하면서 발을 밟고 다칠 정도로 가까이 컨택하면 안된다던지 등등..
추가 수정:
11. 농구장 문화
중국사람들은 흡연에 굉장히 관대하고 또 자유롭습니다. 코트 어디에서든 담배 피우는것은 물론 어떤 사람은 담배 물고 슛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또 친구라고 생각하면 담배도 니것 내것 없이 권하고 같이 피웁니다. 처음엔 매너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들의 문화려니 하고 이해합니다. 신기한건 체육관 안에서도 담배를 스스럼 없이 피우고 또 사이드라인 밖에 재떨이까지 준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건 공과 담배는 스스럼없이 나누면서 물과 음료는 굉장히 엄격해요. 한번도 허락없이 다른사람 물을 마시는걸 못봤고 또 그들도 남의 물을 마시는걸 꺼려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 마시면 안 마셨지 남의 물을? 하는 느낌이요. 다들 1.5페트 물통을 들고오는데 자기만에 표식을 합니다. 물통 겉 비닐 포장지를 뜯어버린다던디 페트를 찌그러트려 놓는다던지.. 그리고 다 마신 물은 그대로 두고 갑니다. 코트 내에 청소부와 관리인이 항상 남은 물페트나 쓰레기를 수거해 갑니다. 아마 고물상 같은 곳에 되파는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날이 덥다보니 슛 연습할땐 상의를 탈의하고 연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할땐 또 꼭 착용합니다. 그리고 게임 끝나면 상의를 벗어서 빨래짜듯 쭉 짜냅니다. 옷에 머금어져있던 땀이 엄청나게 쏟아지죠. 그런데 생각보다 땀냄새나는 중국인은 적습니다. 여러가지 문화가 한국에 80~90년대 수준 같으면서도 또 여러가지로 다른것이 참 신기합니다. 중국인 농구하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에 "농구하면 모두 형제" 같은 정이 있는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돈 앞에선 칼 같은 면도 있습니다.
총평: 체육관 문화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있고 (한국처럼 마루바닥 체육관 거의 못봤고 대부분 길거리 코트에 지붕 씌워놨거나 실내체육관도 우레탄 같은 장판을 깔아놓은 경우가 대부분.. 그마저도 돈을 내야되서 특별한 경우 (ex.장마철 혹은 동호회 시합) 아니면 거의 안갑니다. 북방쪽은 체육관이 많다던데 아시는분은 알려주세요.) 길거리에서 즐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치 한국의 2000년대 초중반 같은 느낌이랄까요. 체육관이 적고 길거리농구가 대부분이었던 그때처럼.. 재밌긴 정말 재밌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고 같이 운동하면서 친해지고..
궁금하신점은 댓글 달아주시면 또 아는 범위내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반응 좋으면 중국 동호회 풀코트 농구에 대해서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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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5점이라니- 매우 치열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