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게시판 폐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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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3-17 03:37:30
안녕하세요 매니아 가족 여러분,
운영진 연연입니다.
오늘은 정말 마음이 무겁지만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공지사항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운영진으로서 썼던 다른 어떤 글보다도 가장 긴 글이 될 것 같네요.
안타깝게도 매니아의 정치게시판은 일주일 후인 1월 20일, 무기한 폐쇄됨과 동시에 NBA Mania 전체에서 정치관련 포스팅은 금지됩니다.
정치게시판은 그간 운영진에게 깨물지 않아도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뉴얼 이후 매니아의 일부가 된 정치게시판은 운영진에게 언제나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만큼 더 많은 신경을 쓰게하는 게시판이었거든요. 정치에 대한 논의는 아시다시피 많은 경우 서로의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논쟁 중 타협점은 커녕 서로의 다름조차 인정하기 쉽지 않고, 또 서로에게 민감한 부분까지도 언급, 접촉하게 되는만큼 감정적인 논쟁들 또한 굉장히 잦았습니다.
이 때문에 리뉴얼 이전에도 이후에도 게시판을 반영구적으로 폐쇄하자는 논의가 있어왔으나, 저희 운영진에게는 나름의 야망이 있었습니다. 팬심이 서로 부딪히지 않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니아만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NBA 섹션처럼, 정치이야기 게시판도 그 이슈의 민감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게시판으로 가꾸어 나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정치게시판에 대해서는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 근래, 정치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나 마찬가지인 저에게 더 깊은 소양을 가지신 다른 매니아 분들이 특정 정책에 대해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한줄기 빛 같았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이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야기, 4대강 산업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렇게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감정적 싸움이나 한쪽 진영만의 동어반복이 아닌, 양쪽 진영의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을 볼 수 있는 곳이 매니아 정치게시판 외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구요.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선거철에는 정치인들과 언론들부터가 네거티브 보도로 일관하는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정책이나 정치철학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보다는 각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와 감정적 공격이 게시판의 주를 이루게 되면서 정치게시판의 모습은 저희 운영진의 야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지난 시간동안 쌓인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정치게시판 운영원칙을 개혁하고 좀 더 체계화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으나 화제가 되는 주제들이 주제들인지라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그간 정치게시판을 운영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점은 정치에 대해서 화제가 되는 주제는 많은 경우 감정적 소모적 논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NBA로 치면 매일매일 화제가 되는 주제가 전술, 드래프트, 팀의 나아갈 방향 등이 아니라 가넷 트래쉬톡, 르브론 리얼월드, 월드피스 관중폭행 같은 이슈들이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갈까요? 물론 그러한 주제들에서도 의미 있는 논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소모적 논쟁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간 매니아를 지켜봐오신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정치 이야기에서는 그런데 그렇게 소위 "파이어"될만한 주제들이 매일 같이 터지게 된다는 것이 저희 운영진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치와 같은 민감한 논쟁의 특성상, 또 네거티브 논쟁의 특성상, 정치게시판은 매니아 내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자주 매니아답지 못한 유일한 공간이 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게시판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저희 운영진은 다른 게시판들은 버려두다시피한 채 정치게시판 관리에 몰두해야 했고요.
그래도 대선만 끝나고 나면 정치게시판이 정상화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큰 사건 하나가 지나가고 나면 매니아 특유의 자정작용으로 게시판에서 다시 존중과 배려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저희 운영진은 그간 정치게시판으로 인한 심각한 업무의 과중에도 꿋꿋이 참고 버텼던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였냐면 저희 운영진이 사소하게 건강에 탈이 날 때마다 정치게시판으로 인한 스트레스성이라며 농담처럼 이야기할 정도였어요.
대선만 끝나면.
대선만 끝난다면.
대선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합"이란 말이 요원한 대한민국의 정치상황 때문일까요? 대선이 끝나고 약 한달가량이 지난 현재, 정치게시판에는 여전히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일주일간의 시간동안 올라온 약 30개의 게시물 중 5개나 되는 게시물이 삭제가 되었고 3개의 게시물이 논의중지가 되었습니다. 게시물 네개 중 한 개 이상에 운영진의 제재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더 수치화해서 말씀 드리자면 지난 1년간 매니아 총 페이지뷰의 0.5%를 차지했던 (대선 특수로 상당히 늘어 최근 한달동안은 2.5%였습니다) 정치게시판에서 발생하는 신고건수는 전체 신고건수의 40%에 달합니다. 비교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통상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NBA-Talk 게시판의 경우, 매니아 총 페이지 뷰의 40%를 차지하지만 발생한 신고건수는 정치게시판의 반 수준인 25% 정도입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운영의 부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게시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매니아답지 못한 공간이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정치 이야기라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보니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한발 물러서서 먼저 양보하는 것이훨씬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나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 정치 논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게시판을 이용하시는 회원 분들 또한 게시판 운영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고요.
조금 더 부연하자면 저희 운영진 대부분이 정치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맥락을 알아야 신고처리를 할텐데 NBA와 달리 정치에 대한 배경지식이 굉장히 얕은 저희 운영진의 입장에서는 신고처리를 하기위해 정치공부까지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나서도 사안을 "공정하게"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 운영진은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실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주제가 아니라면 판단의 기준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으나, 정치라는 주제의 특성상 이 점 또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드리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정치게시판 업무인데 뾰족한 방법 없이 더 많은 공부와 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못하니 운영진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었던 점은 정치게시판 관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게 되어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해주시는 컨텐츠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NBA 섹션에 저희가 정치게시판에 정신이 팔려 한발 늦게 대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운영진 내부의 반성 또한 있었습니다.
저희 운영진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더 이상은 정치게시판의 업무 때문에 NBA 매니아의 더 주된 컨텐츠에 관리가 소홀해지는 현상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긴 시간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라는 주제에서 과연 "매니아다운" 논의가 원천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논의를 거치는 중에도 일어나는 정치게시판의 수많은 해프닝에 저희의 의문을 더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 각종 극처방과 대안에도 불구하고 정치 관련 이슈는 배려와 존중이 깃든 토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주제였다는 점
- 정치게시판의 과중한 업무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정말 긴 시간을 논의하고 논의했습니다. 정치게시판에 저희 운영진이 쏟아부운 노력만큼, 저희 운영진이 정치게시판에 가지는 미련과 애착도 컸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게시판을 폐지하는 것이 전례에 없었던 일인만큼, 또 매니아 내에서 특정 주제를 금지한다는 것이 회원 여러분들의 "소통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저희 운영진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긴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은 정치와 같이 근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잡아보겠다는 미련으로 매니아의 더 크고 주된 부분을 이용하시는 더 많은 회원 분들에게 피해를 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매니아의 0.5%를 차지하는 컨텐츠 때문에 매니아의 40%를 차지하는 컨텐츠에 소홀해지는 것은 안될 말이라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정치게시판 운영을 더 소홀히 하여 저희의 운영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기에는 이미 통제가 쉽지 않은 공간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었고요. 저희 운영진의 결벽증이라 하실지도 모르지만 저희 운영진은 매니아의 현재 모습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매니아 내 공간이라면 매니아의 존중과 배려의 원칙이 반드시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1월 20일부로, 저희 운영진은 만장일치로 정치게시판을 폐쇄함과 동시에 전 게시판에서의 정치 게시물의 포스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서버 사고 이후로 정게에서 일어난 모든 신고건과 징계는 이 공지가 올라감과 함께 무효화됩니다. 그간 정치게시판에서 작성하셨던 글들을 보관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꼭 따로 백업을 해두셨으면 합니다.
Free-Talk를 포함한 전 게시판에서의 정치 게시물은 여전히 삭제 대상입니다.
-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의견이 나뉘는 주제
- 정치인, 정치단체 및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제
- 그 외 정치 및 특정 정치인/단체에 관련된 논의가 필수불가결한 주제
등 기존에 정치게시판으로 이동되었던 모든 게시물은 작성을 금지합니다.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어기시는 경우 징계가 논의됩니다.
정치게시판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희 운영진도 저희 운영진 나름대로 총선이나 대선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이 이상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에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다른 컨텐츠를 서포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약속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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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지금 운영진 인원에 비해 정치게시판에서의 신고처리가 너무 많아보여서 폐쇄가 낫지 않겠냐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