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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밝히는데 이 아저씨는 코비브라이언트의 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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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8 00:59:29


농구는 하나의 공을 다수의 인원이 공유하며 경쟁하는 스포츠입니다. 축구, 야구 등 한국에 평범한 사람들이 접했을 법한 비슷한 종목 중 가장 팀 인원이 적은 스포츠입니다.
이는 농구가 하나의 공을 공유하는 팀스포츠 중 개인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스포츠란 이야기입니다. 또 역사가 짧은 만큼 최근 룰을 포함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는 길거리에서 농구하는 일반인에게서 시작되기도 하고, 프로 선수에게서 시작되기도 하고, 팀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프로 스포츠로써 리그와 연맹 차원에서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리그에서 이런 변화를 만들었던 선수이자 후배들의 맨토, 전 세계에 love me or hate me라며 좋든 싫든 영감을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코비브라이언트였습니다.

그가 들려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한 30대 아저씨는 오늘 그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분명히 밝히는데 이 아저씨는 코비브라이언트의 팬이 아닙니다.

코비의 전성기 경기들은 한국에서 접하기 힘들었으며, 리핏 당시는 5:5 농구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저 길거리 농구에 빠져 노틱과 엔드원을 좋아하는 학생이였죠. 특별히 응원하는 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NBA의 승패도 상관없었죠. NBA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는 하이라이트를 보는걸 좋아하는 라이트 팬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슈퍼스타인 코비의 플레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청년 눈에 코비의 플레이는 억지를 부리는 어른처럼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아저씨가 NBA에 관심이 많아지고 좀 더 깊은 팬이 될 무렵에 그는 이미 많은 부상과 시간의 흐름에 힘들어하는 약팀의 노쇠한 슈퍼스타였습니다.

 

사실 아직도 그가 은퇴 경기에서까지 보여줬던 맘바멘탈리티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가 보여준 과정과 결과물들을 떠나서 말이죠.
NBA는 누군가에게 한번 그 코트를 밟는 것 이 일생일대의 소원인 꿈의 무대이자, 치열하게 승리를 위해 팀의 모두가 힘을 모으는 세계 최고의 리그입니다. 그런 NBA에서 코비의 그토록 이기적인 고집과 집착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비록 그것이 5번 우승을 만들고 MVP를 따낸 역대급 위대한 선수의 동기일지라도 말이죠.

그런데 오늘 그의 죽음에 칠칠맞은 아저씨는 꽤 많이 울었고 지금도 울면서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저씨가 코비보다 좋아했던 다른 슈퍼스타의 부고를 접했어도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절대로 좋아하는 대상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상실감이 아닙니다. 코비브라이언트라는 생명의 죽음과 함께 실제 자신의 감정 어느 부분이 동일시 되어 도려지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매우 간단한 이유일겁니다.
이 아저씨는 농구를 많이 좋아합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크거나 작거나 농구를 좋아하실겁니다.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제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 분명히 농구를 사랑했습니다. 그의 농구에 대한 사랑은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지독하게 순수하며 위대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는 코비브라이언트의 팬이 아닙니다.

단지 농구를 즐기고 좋아하는 팬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농구를 좋아하는 만큼 코비를 깊이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농구를 사랑하는 방식과 방법에 대해서요.

많은 분들의 바램과 같이 그가 하늘에 있다면 영원히 농구를 사랑할 것이 확실합니다. 여전히 코트 위에서 자신이 모두 짊어지길 바라며 슛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땅에서는 그에게 영감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농구를 사랑해줄겁니다.

물론 코비브라이언트가 보여줬던 방식과 수준의 사랑을 다시 보는건 힘든 일이겠죠.

그의 은퇴에도 잠시 느꼈지만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야 확실히 느껴지네요.
제가 농구의 팬이 되어버린 순간, 어쩔수 없이 팬으로써 코비브라이언트와 경쟁할수 밖에 없었고, 어쩔수 없이 그의 팬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걸요.
이젠 그가 땅에 없는 만큼 그와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농구를 좋아해야겠습니다.

hate you and love you. R.I.P K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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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28 00:52:55

농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저희는 코비를 더 가까이 느끼는거겠죠..

 

그래서 조던이나 르브론이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충격적일거 같지는 않습니다.

 

참 농구선수 그 이상을 보여주었어요.

WR
2020-01-28 01:07:23
농구를 좋아하는 모두에게는 선수이기전에 가장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은연 중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를 미워했던건 제가 가지지 못한 방식으로 농구를 사랑하는 모습에 느껴진 질투였네요.
그를 열성적으로 미워한적도 없고 열성적으로 좋아한적도 없지만 이런 감정을 느낄지 전혀 몰랐습니다.
2020-01-28 08:46:39

조던. 르브론이 죽는다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데요..;

2020-01-28 10:08:43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그런 예를 들었습니다.

2020-01-28 01:01:42

코비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몇년만에 공몇번 허공에 던지고 왔네요ㅜㅜ

WR
Updated at 2020-01-28 01:32:55
저도 코트에서 농구하는 어린 친구들 멍하니 쳐다보다가 왔습니다.
막상 오늘 공을 잡을 엄두는 안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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