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스 승리의 키는 드로잔도 아니고 알드리지도 아니고 라일스?! (스퍼스의 승리한 경기와 패한 경기 스탯 분석)
들어가기에 앞서...
스퍼스 팬을 한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이번 시즌 처음으로 NBA 리그 패스(정확히는 스퍼스 팀 패스)를 사서 스퍼스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십년만에 처음으로 스퍼스가 플레이오프에 못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번 시즌에요. 부디 제가 챙겨봐서 스퍼스 성적이 안좋은건 아니길 바랍니다.
이 글은 1월 17일 (미국 시간) 아틀랜타와의 경기까지 2019-2020 시즌 첫 40 경기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글로서, 간략히 스퍼스가 승리한 경기들과 패배한 경기들 간에 선수들의 (advanced) 스탯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스퍼스의 어떤 선수가 (패배한 경기들에 비해서) 특히 승리한 경기들에서(만) 잘 했는지?"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자 쓰는 글입니다.
여담으로 (미국 시간) 1월 4일 밀워키에 스퍼스가 찾아와서, 올해도 스퍼스-벅스 전 직관을 갈 수 있었는데,
그 때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점과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밀워키가 이긴 경기입니다.)
그 날은 머레이-포브스 대신 '화이트-워커-드로잔-라일스-알드리지'의 라인업으로 선발이 짜여졌던 경기였는데, 초반 알드리지와 쿰보의 3점 대결로 시작해서 막상막하로 흘러갔지만,
스퍼스 팬분들이 가장 싫어하시는(?) 밀스-포브스-벨리넬리 라인업이 일야소바와 (동생) 로페즈를 중심으로 한 밀워키의 빅 벤치 라인업에 밀리면서 결국 밀워키가 118 대 127 로 이겼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초반에 느낀 점이 '오늘 경기는 정말 이기기 쉽지 않겠다'는거였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거의 모든 슈팅 시 반칙 상황에서 And-1 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자유투 2구만을 던졌던 것.
두번째, 라일스가 초반 좋은 노마크 3점 슈팅 기회를 두 번(?) 다 놓친 것.
실제로 제가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낀게, 라일스가 공격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면 그 경기는 이겼던 것 같고, 이렇게 노마크 슈팅을 못넣곤 했던 경기는 졌던 것 같아서, 그게 단순한 제 느낌인지, 스탯으로 봤을 때도 그러한지 알고 싶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라일스는 누구?
솔직히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라일스라는 선수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심지어 지난 시즌 스퍼스의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덴버에서 뛰었는데도 말이죠.
오프 시즌동안 보스턴 있었던 마커스 모리스를 데려오기 위해서 베르탄스를 워싱턴으로 보냈지만,
일이 틀어지면서 급하게 수혈한 4번 자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프로필을 보니까 2015년 1라운드 12번째로 지명되어 유타에서 두 시즌, 덴버에서 두 시즌을 뛰고 이번 시즌 스퍼스로 온 선수인데, 첫번째 시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벤치에서 나와서 경기 당 16-19분 정도를 뛰어왔네요.
스퍼스에서는 총 40경기 중 스타팅으로 30경기, 벤치에서 10경기 나왔구요.
제가 보는 이 선수의 장점은 리바운드입니다. 알드리지라는, 골밑보다는 미들이나 3점 라인에서 공격을 주로 하는 빅맨과 함께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게임 당 6개에 가까운 리바운드 (5.9개; 오펜스 리바운드 1.3개, 디펜스 리바운드 4.6개 -팀 에이스들이 보통 한 경기에 36분을 뛴다고 봤을 때 36분 환산으로 12.2개의 리바운드입니다-)를 해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경기 이해도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공격적으로는 드로잔이 돌파하다가 3점 라인에 있는 선수에게 빼줘야 할 때 그 자리에 미리 가서 있어주고, 알드리지가 더블팀을 당한다든가 할 때 빈 자리를 찾아가는 움직임도 좋습니다. 수비적으로도 박스 아웃을 잘 해주고 스위치 상황에서의 로테이션도 무난하게 잘 해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슛터치가 정말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선수의 통산 필드골 성공률, 3점 성공률을 보면서 '슛터치가 좋다고 슛이 다 잘 들어가는건 아니구나'라는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커리어 통산 필드골 성공률이 42.8%, 3점 성공률이 33.0% 입니다.
스퍼스 선수들의 승리한 경기 vs 진 경기 스탯 차이
현재까지 스퍼스는 17승 23패로 서부 9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다시 처음에 적었었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스퍼스가 이긴 열일곱 경기들과 진 스물 세 경기들의 선수들 스탯을 보면서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들의 스탯에는 위에 적은 필드골 성공률 같은 여러 지표가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경기에서 선수의 공격과 수비 활약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 Off-Rtg (Offensive rating; 공격), Def-Rtg (Defensive rating), 그리고 이 둘의 차이인 Net-Rtg (Net rating)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지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기사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http://www.dailysportshankoo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0559
- Off-Rtg
우선 오펜시브 레이팅입니다.
스퍼스 선수들 중 거의 출전 시간이 없는 선수들 (캐롤, 유뱅크스 등등)은 제외했습니다.
바깥의 주황색 선이 이긴 경기들의 선수들의 오펜시브 레이팅이고, 안쪽 파랑색 선이 진 경기들의 선수들별 오펜시브 레이팅입니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주황색과 파랑색 선 사이의 간격이 좁을수록 해당 선수가 이긴 경기와 진 경기 간 오펜시브 레이팅이 비슷했다, 즉 공격에 있어서의 활약도가 비슷했다고 볼 수 있고, 간격이 넓을수록 이긴 경기의 공격 활약도는 좋았지만 진 경기들 공격 활약도는 안좋았다는 말이 됩니다.
합계 : OffRtg | Win/Lose | ||
Player | Lose | Win | Difference |
Trey Lyles | 104 | 117 | 13 |
Rudy Gay | 105.7 | 111.2 | 5.5 |
Patty Mills | 106.1 | 118.6 | 12.5 |
Marco Belinelli | 106.9 | 114.4 | 7.5 |
Lonnie Walker IV | 102.5 | 109.3 | 6.8 |
LaMarcus Aldridge | 105.7 | 115.2 | 9.5 |
Jakob Poeltl | 109.1 | 115.4 | 6.3 |
Derrick White | 106.7 | 110.3 | 3.6 |
DeMar DeRozan | 106.3 | 116.1 | 9.8 |
Dejounte Murray | 101.4 | 115.8 | 14.4 |
Bryn Forbes | 105.1 | 112.4 | 7.3 |
세부적으로 보면 이긴 경기들과 진 경기들 사이에서 공격활약도가 가장 차이가 나는 선수는 머레이, 그 다음은 라일스, 그리고 패티 밀스 순이 되겠네요. 반면 화이트의 경우는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공격에 있어서의 활약도는 비슷했구요.
- Def-Rtg
흔히들 공격은 기복이 있지만 수비는 꾸준하다고 하는데, 위의 오펜시브 레이팅 차트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대부분의 선수가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수비 활약도는 비슷하네요. 퍼들과 (의외로) 루디 게이가 이긴 경기 진 경기 상관없이 꾸준한 수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팀 내에서 수비활약도가 가장 좋은 선수는 로니 워커입니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표본 숫자가 적은 선수이기도 하다는 점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합계 : DefRtg | Win/Lose | ||
Player | Lose | Win | Difference |
Trey Lyles | 121.8 | 103.3 | 18.5 |
Rudy Gay | 107.2 | 102.7 | 4.5 |
Patty Mills | 112 | 100 | 12 |
Marco Belinelli | 113.3 | 99.6 | 13.7 |
Lonnie Walker IV | 104.6 | 99 | 5.6 |
LaMarcus Aldridge | 118.7 | 106.7 | 12 |
Jakob Poeltl | 110 | 104.4 | 5.6 |
Derrick White | 111.6 | 102.3 | 9.3 |
DeMar DeRozan | 119.4 | 106.8 | 12.6 |
Dejounte Murray | 118.6 | 106.8 | 11.8 |
Bryn Forbes | 117.7 | 110.7 | 7 |
세세하게 살펴보면 루키 시즌에 디펜시브 팀에 들었던 머레이는 그 때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포브스는 유일하게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수비활약도가 110을 넘는 선수네요.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퍼들도 수비적으로는 팀 내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이고, 이긴 경기들에서 밀스와 벨리넬리의 수비활약도가 100 이하라는게 신기하네요. 라일스의 경우는 121.8 vs 103.3으로 팀 내에서 그 차이가 가장 큽니다.
- Net-Rtg
마지막으로 넷 레이팅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공+수" 활약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차트로 보기가 좀 애매한 것 같아서 표로 보겠습니다.
합계 : NetRtg | Win/Lose | ||
Player | Lose | Win | Difference |
Trey Lyles | -17.8 | 13.6 | 31.4 |
Rudy Gay | -1.6 | 8.5 | 10.1 |
Patty Mills | -5.9 | 18.6 | 24.5 |
Marco Belinelli | -6.3 | 14.8 | 21.1 |
Lonnie Walker IV | -2.1 | 10.4 | 12.5 |
LaMarcus Aldridge | -13 | 8.5 | 21.5 |
Jakob Poeltl | -0.9 | 11 | 11.9 |
Derrick White | -4.8 | 8 | 12.8 |
DeMar DeRozan | -13.1 | 9.4 | 22.5 |
Dejounte Murray | -17.2 | 9 | 26.2 |
Bryn Forbes | -12.5 | 1.7 | 14.2 |
스퍼스가 이긴 경기들에서 넷 레이팅이 가장 좋았던 선수들은,
1. 패티 밀즈, 2. 마르코 벨리넬리, 3. 트레이 라일스,
가장 안좋았던 선수들은,
1. 포브스, (격차가 좀 있고) 2. 데릭 화이트, 3. 루디 게이, 알드리지
스퍼스가 진 경기들에서 넷 레이팅이 가장 좋았던 선수들은,
1. 야곱 퍼들, 2. 루디 게이, 3. 로니 워커,
가장 안좋았던 선수들은,
1. 트레이 라일스, 2. 드존테 머레이, 3. 드로잔 이네요.
이긴 경기와 진 경기의 차이를 보면,
라일스가 무려 31.4로 가장 넷 레이팅이 널뛰기하는 선수이고, 다음이 머레이, 그 다음이 밀스입니다.
다만 밀스의 경우는 진 경기들의 넷 레이팅이 -5.9로 팀 내에서 좋은 편이기 때문에 질 때도 공수에서 팀 내 평균은 해주지만 이길 때는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고 결론낼 수 있겠네요.
결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스퍼스의 어떤 선수가 (패배한 경기들에 비해서) 특히 승리한 경기들에서(만) 잘 했는지?"를 살펴보면,
승리한 경기들에서'만' 잘 했던, 하지만 패한 경기들에서는 공수에서 매우 안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는 트레이 라일스와 드존테 머레이가 있겠고,
승리한 경기들에서 '특히' 잘 했던 선수는 패티 밀스가 될 것 같습니다.
루디 게이, 로니 워커, 화이트, 퍼들 같은 선수들은 승리한 경기이든 패배한 경기이든 크게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지는 않구요.
결론적으로 다른 선수들을 상수라고 봤을 때,
라일스(+ 머레이)가 얼마나 잘 해주는지가 올 시즌 스퍼스가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을지를 결정 짓는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공격에 있어서 라일스가 (좋은 쪽으로) 기복을 줄인다면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이 이어지는 것도 헛된 상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 알드리지가 3점 슈터(?)로 변신하면서 드로잔의 공격도 좋아지는 요즘, 라일스가 드로잔이나 알드리지가 빼주는 노마크 3점을 조금만 더 꾸준히 넣어준다면 말이죠.
Go Spur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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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제가 리뷰에서 몇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데
라일스가 잘되는 날은 팀도 잘풀린다고...
팀의 간판이거나 경기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선수는 아닌데 제가 생각하는 이 선수가 스퍼스 승리와 매우 연관성이 높은 이유는..
1. 공격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선수가 잘되면 그날은 오펜스가 잘 돌아간다
3점 바깥에서 스페이싱을 해주기때문에 3점을 터뜨리면 코트가 더 넓어지기도 하고
잘되는 날은 3점라인에서 페이크 이후 돌파..그 이후 무리하지 않고 패스든 슛이든 연결하면서 오펜스의 기름칠을 잘 쳐줍니다
2. 3점이 전염성이 있다
은근히 연속 3점을 잘넣기도 하고..올시즌 스퍼스가 기복없이 3점을 넣어주는 선수는 거의 밀스(밀스도 사실 기복이 있는 편이긴 하죠..그나마라고 하는 게 정확할 듯) 밖에 없는 데 이 선수가 3점을 넣는 날은 3점이 좀 까리한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폭발하는 걸 좀 봤습니다
아무래도 상대 수비가 포브스 등만 집중적으로 막지 않고 견제가 분산돼서 그런듯 합니다(작년 벤치타임때 밀스 베르탕스 벨리넬리가 딱 그런 시너지가 있었죠)
3. 로테이션이 잘 된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이 선수가 망가지면 루디게이가 바로 투입되는데..이상하리 만치 라일스가 망가져서 조기투입된 게이는 그날 덩달아 부진하며(아무래도 공격에선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 알드로잔과 같이 뛰다보니 더 그런듯하며..수비에서도 퍼들이 기동력이 좋아 골밑 사수가 되어 게이의 단점을 가려주는데 비해 알드리지와 같이 뛰는 게이는 로테이션이든 기동력이든 답이 없죠)
거기에 게이가 주전과 오래뛰다보니 정작 벤치타임에서는 4가드를 돌리는 등 무리수가 많이 따르게 되어 로테이션이 다 망가지는 걸 많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