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의 문제가 드러난 경기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 중에 워크래프트3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인데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유닛과 차별되는 영웅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이 영웅은 전투의 흐름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닛 보조 없이 영웅만 가지고 되는 게임도 아니죠.

여기서 오크와 나엘이라는 종족이 있는데 한때 오크가 나엘에게 죽 쓰던 시절이 있습니다. 나엘이 영웅으로 몸빵을 하고 마법 유닛들로 오크 영웅들에게 CC기를 걸면 오크가 녹아내렸죠. 고인물 게임이다보니 이런 양상은 몇년 지속되었고, 이에 오크가 꺼내든 해법은 상대 영웅만 공격해서 본진으로 돌려보내자였습니다. 전투를 할때마다 영웅을 공격하느라 유닛을 야금야금 잃어서 오크가 불리한것처럼 보이지만, 나엘이 영웅 체력을 채우느라 본진에 웅크려 있는동안 사냥을 해서 영웅 레벨과 자원으로 한타에선 오크가 승리하는 구도였죠.

느닷없이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최근 휴스턴에 대한 수비를 보면 오크와 나엘전이 생각납니다. 골든스테이트부터 레이커스까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수비가 '하든에 디나이와 더블팀으로 공을 빼주게 강제한다 -> 러셀에게 가면 3점은 셰깅한다. 드라이브 하면 페인트존에서 컨테스트 -> 다른 선수에게 가면 점프샷 말고는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좋지 못하다 -> 3점 맞으면 아쉽. 하지만 휴스턴 오펜스는 죽어버림'으로 다시말해 '하든 외의 선수에게 플레이메이킹을 강제한다'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1. 하든이 초인적 능력으로 2명을 제쳐버리거나 2. 서버럭이 서커스샷 or 미드레인지를 성공시키거나 3. 롤플레이어들의 3점이 터져야 합니다. 오늘 레이커스와의 후반전에서는 위 3개가 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었죠. (후반전 3점 성공률 10% 미만) 

레이커스 같은 경우엔 르브론과 AD가 집중 견제를 받을 경우 그린이 디시전 메이킹을 잘 해주는 모습을 보이는데 휴스턴의 맥클모어, 카펠라 등은 그런 면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하든을 집중 견제해서 전투는 지더라도 전쟁은 이긴다는 건데 휴스턴이 롤플레이어들의 슛감 폭발 외에는 딱히 해결책을 못 찾고 있습니다. 그나마 러스가 빠른 트렌지션으로 적립하는 기본 점수로 비등비등한 경기를 가져가는데...

그리고 스위칭 디펜스를 즐겨 하는것도 수비 균열을 최소화 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상대가 샷클락 소모 없이 너무 쉽게 매치업 골라먹기에 공략 당하네요. 레이커스가 미스매치 만들기를 위한 세팅시간이 오래 걸리는 팀인데 거기에 대한 부담이 너무 없습니다. (AD가 있었다면 더 심했을지도) 거기다 카펠라가 샷블락 능력은 좋은데 수비 스위칭이나 위치 선정이 발전이 없어 맥기를 떠올리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스몰라인업에서 5번을 봐야하는 터커옹이 코트에 오래 서 있을 수 밖에 없더라고요. 챈들러는 냉정하게 너무 느립니다.

저는 현 상황이 댄토니 감독 문제보다 로스터의 한계라는 생각이 큽니다. 하든과 서버럭이 샐러리를 많이 잡아먹는 상황에서 폴,서버럭 트레이드에서 자원을 많이 소모한 상황이라 극단적 3 & freethrow 스페이싱을 위한 롤플레이어들을 모아 놓은 상태에서 거액을 안겨준 카펠라가 생각만큼 성장해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주어진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긴 한데, 현재로서는 그린이 부상에서 돌아와 주거나 롤플레이어 중 한명이 브레이크 아웃 시즌을 보내는거죠. 러셀의 3점이 들어가거나...

어짜피 하든이나 러셀이나 한번 터지면 더블팀이고 뭐고 통하지 않는 선수라 플레이오프 가면 다른 변수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시즌을 나기 위해선 윙 뿐 아니라 빅맨 보강도 필요해 보입니다. 워낙 전술 분석 잘하는 괴물들이 많은 NBA라 어떻게든 해법을 들고 나오겠지만 그때까지 팬분들은 답답할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