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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ense initiator, participator, fin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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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6 01:44:32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가 좀 나오길래, 그동안 생각해왔던 거 잠깐 풀어봅니다.

 

현대 농구에서 기존의 5포지션 분류가 의미 없어졌다는 건 다들 동감하실 겁니다. 이제 5포지션 분류는 키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역할의 중요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가장 역할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포가 역할, 1번의 플레이 등등의 표현이 많이 나오지만, 포가 슈가 구분도 무의미해진데다가 포가 역할을 스몰포워드(피펜, 르브론)가 맡는 경우가 나타나더니 이제 아예 빅맨(디그린, 요키치)이 맡기도 해서 포가 역할이라는 표현이 의미가 없어졌죠.

 

그래서 대신 나타난 분류가 볼 핸들러입니다. 공격력 좋은 선수가 아예 하프코트 넘어올 때부터 볼을 쥐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듀얼가드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르브론 같은 포워드 핸들러가 등장하면서 이들을 볼 핸들러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윙, 빅맨을 더해 3포지션으로 분류를 하곤 하죠. 

 

하지만, 이 분류도 한계에 부딪힙니다. 요키치와 디그린 같은 선수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디그린은 팀내 볼 터치 수는 2~3위를 오가지만 포제션 타임은 3~5위를 오가며, 단위시간당으로는 퀸 쿡 같은 벤치멤버보다도 작았습니다. 볼 핸들러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디그린은 자신이 찬스를 만들기보다, 커듀가 크랙을 만들어서 수비 로테이션이 붕괴되었을 때 생긴 찬스를 발견해서 이어주는 패스를 잘했습니다.

 

요키치는 디그린과는 다릅니다. 포제션도 좀더 많은 편이지만 드리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그보다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건네 받은 다음에 공격 작업을 시작해서 직접 찬스를 만듭니다. 공격 작업을 주도하지만 볼 핸들러라고 하기는 역시 애매합니다.

 

그래서 스카우팅 리포트 등에서 쓰는 initiator, participator, finisher 분류를 써보면 어떨까 합니다. 흔히 과거 포가, 또는 볼 핸들러로 불렸던 역할은 initiator로 분류하면 좀더 명확해집니다. 가드인 하든, 포워드인 르브론, 센터인 요키치, 셋이 저마다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셋다 다수의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 작업을 이끌죠. 이 셋은 initiator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격형 듀얼가드인 릴라드와 패스 퍼스트인 루비오, 그 중간인 라우리 셋다 initiator로 분류됩니다. initiator는 수비의 빈틈을 만들어냅니다. 그 빈틈에서 자신이 직접 득점을 올리기도 하지만, 패스 퍼스트도 가능합니다. 흔히 말하는 공격 작업을 주도하는 선수입니다.

 

finisher는 만들어진 찬스에서 골을 넣는 선수입니다. 탐슨이 대표적이죠. 캐치앤슛 뿐 아니라 골밑 득점도 주로 컷인으로 만들어냅니다. finisher가 풍부한 팀은 한두 명의 탁월한 initiator로 급격하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participator는 일반적으로 어떤 선수든 해당이 될 수 있지만, 여기에 독특한 선수가 하나 있으니 바로 디그린입니다. 디그린은 initiator가 아니면서도 매우 높은 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 그 비결은 paricipator 역할을 너무나 잘한다는 것입니다. 리그에 디그린처럼 participator에 특화된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participator는 보통 선수 분류로 쓰이기보다는 전술적인 설명에만 쓰이는데, 디그린의 등장 이후에 이런 역할에 특화된 선수가 또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분류할 경우, 좋은 팀이 되려면 일단 좋은 finisher는 기본적으로 많이 갖춰져야 합니다. 하지만 finisher가 한 명 는다고 해서 팀이 갑자기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initiator가 필요하죠. 좋은 initiator 한 명은 팀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반면, initiator가 많은데, finisher 타입이 없거나, initiator 스스로 finisher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면(루비오, 론도 등) 또 팀 전력이 크게 오르지는 않구요. 토론토처럼 선수 전원이 initiator와 finisher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전술적 유연성이 매우 높아지죠.

 

이런 관점에서 아래에 올라온 몇 개의 글에 대한 의견을 붙이자면, 조던은 5포지션 분류로는 설명이 안되서 스윙맨이라는 분류로 보통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조던은 볼 핸들러 - 윙 - 빅맨 분류로도 뭔가 안 맞죠. 메인 볼 핸들러는 피펜이 맡는 경우가 많았고, 윙은 캐치앤샷이나 컷인 중심의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서 스윙맨하고는 약간 다른 느낌입니다. 그런데, initiator로 분류하면 딱 들어맞습니다. 그리고 피펜은 initiator, participator, finisher 세 역할 모두를 잘했구요.

 

피닉스가 강해진 것도 루비오가 그냥 좋은 포인트가드라서, 좋은 볼 핸들러라서로 설명하기보다 좋은 initiator이고, 또 팀내에 좋은 initiator이자 finisher인 부커가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루비오가 득점이 낮고 어시스트가 많으니 그냥 패스 퍼스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수비에 크랙을 꽤 잘 만드는 initiator입니다. 스스로 득점하기 좋은 크랙보다는 수비 로테이션을 깨는 크랙을 많이 만드는 것 뿐이죠.

 

돈치치는 포인트가드로 분류하기는 요즘 기준으로는 좀 애매하고 볼 핸들러로 분류하는 것은 꽤 잘 들어맞습니다. 그리고 역시 initiator로 분류해도 잘 맞구요.

 

멜로는 이제 스스로 initiator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finisher로서의 역량에 집중해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패스 받으면 잽스탭 하지 말고 그냥 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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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9-11-16 01:51:11

제일런 로즈가 그랬죠. 저 선수가 슈가냐 스포냐 따지는 건 전혀 의미 없고 그 선수가 맡은 롤과 매치업이 중요한거라고. 팀 상황에 따라 같은 롤이라도 A팀에선 키 작은 선수가 맡는 것을 B팀에선 키 큰 선수가 맡을 수도 있죠.

Updated at 2019-11-16 02:19:20

토론토처럼 선수 전원이 initiator와 finisher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선발출전 명단이나 팀 프로필에 전원 initiator와 finisher로 기입 되는건가요?

음.. 오히려 혼란 스럽지 않을까요..? 팀과 선수를 잘 모를경우 누가 장신으로 골밑 수비를 맡아줄 선수인지, 누가 드리블을 맡아줄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데요...

 

몇몇 선수들을 구분 짓는데 혼란스럽긴 하지만, 통념적으로 롤을 배정 받는 기준으로 키는 아직 많이 중요하다고 보고, 5포지션 구분법이 의미가 없어졌다는데 동의하기가 어렵군요. 많은 선수들을 구분 짓는데 과거나 현재나 충분히 용이하다고 봅니다.

 

5포지션(역할) + initiator, participator, finisher(수행 능력) 정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WR
2019-11-16 02:39:35

포지션 공식 용어를 바꾸자는 뜻이 아닙니다. 전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할 때 “포가 역할”, “볼 핸들러” 대신에 initiator를 쓰면 좀더 정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거죠.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좁게 말하면 “포가 역할”이란 표현에 대한 저격인 셈입니다.

Updated at 2019-11-16 02:59:10

저도 5포지션(역할) + initiator, participator, finisher(수행 능력)을 겸해서 사용하는건 좋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요키치 처럼 센터(역할)을 맡고 initiator(수행 능력)로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 또는 포가 역할을 맡고 finisher로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 이렇게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5포지션 공식 용어에 내포된 통념적인 피지컬 정보를 바탕으로 선수 수행능력을 이야기 한다면 좀 더 선수 장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2019-11-16 02:37:23

작은애, 큰애, 엄청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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