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힐드 vs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예상보다 일찍 선택해야 할 지도?
오랜만이네요. 오프시즌 킹스는 바쁘게 전력 강화했습니다. 감독을 교체했고, 반즈 연장계약했고, 조셉, 아리자, 데드먼, 홈즈로 약점이던 곳을 거의 모두 채운우고, 2라운더 세 명(저스틴 제임스, 카일 가이, 바냐)을 추가했죠. 시즌 개막 일주일이 남은 시점이라, 이제 이 젊은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과연 올해는 드디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을지.를 두근거리며 응원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예상보다 빠르게 계약 이슈가 터져나오네요. 그것도 같은 슈팅 가드 포지션에서 말이죠.
보그다노비치는 4년 50밀 맥스 연장을 일단 거절했습니다. 시즌 후 FA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버디 힐드는 4년 110밀을 원했으나, 팀에서 4년 90밀을 제안 받았고, 이에 감정이 꽤 상한 느낌입니다. 힐드는 시즌 후 RFA가 될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일장일단이 있지만 좋은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킹스 구단의 입장은 '두 선수 모두 잡고 싶다'에 가까운 것 같지만, 두 선수 모두 "싸게는 안 돼요."라는 입장인 거죠.
언뜻 보면 공통점도 많은 두 선수입니다. 둘 다 92년생이고, 슈팅 가드 포지션이 가장 잘 맞고, 각각 대학/ 세르비아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지금껏 기량 대비 꽤 저렴하게 뛰어왔고, 나이가 적지 않은 탓에, 이번에 맺을 계약이 커리어에서 최고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마저 같습니다.
하지만, 기량이나 스킬을 놓고 보면 서로 꽤 다른 선수입니다.
힐드는 3점슛 하나만큼은 리그에서 S급에 속하는 선수입니다. 성공률과 시도 수 모두 최상위권이죠. 오프볼 움직임이 굉장히 좋기도 하고, (여전히 핸들링이 약한 편이긴 해서) 온볼보다는 오프볼에서 위력이 있습니다. 공 소유 시간이 아주 짧은 3점 스페셜리스트. 현대 농구에서 정말 좋은 선수죠.
반면, 힐드의 약점도 뚜렷한 편입니다. 일단 너무 아쉽게도 키가 좀 작죠. 게다가 여전히 핸들링이 최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온볼로 찢고 들어가는 건 주된 옵션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장신 스윙맨이 붙어서 오버가드하며 공을 못 받게 하면 꽤 힘들어합니다. 마찬가지로 수비도 좀 아쉽죠. 열심히 하긴 하는데, 좋은 수비수라고 보기는 어렵고, 키가 크지 않다 보니, 상대쪽 2번이 장신이면 미스매치가 나게 되고, 이를 다른 선수들이 커버해줘야 합니다.
힐드의 키워드가 '3점 전문'이라면, 보그다노비치는 '다재다능'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핸들링이 상당히 좋은 편이고(메인 핸들러로는 살짝 아쉽지만, 세컨드 핸들러로는 호사스러울 정도죠), 온볼/오프볼 그때 그때 잘 해냅니다. 물론 보그다노비치도 피지컬 괴물은 아니라서 찢고 들어가는 쪽은 아닌데, 핸들링이 되다 보니 1:1 상황에서 상대를 요령껏 벗겨내는 일을 잘해요. 3점도 꽤 날카로운 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빅맨과 2:2 게임을 정말 잘합니다. 특히 운동 능력 좋은데, 스킬이 떨어져 혼자 공격 풀어가기 어려운 빅맨들을 기가 막히게 잘 살려냅니다. 지난 시즌 WCS를 그렇게 잘 써먹었고, 이번 시즌 시범 경기에서는 손발 맞춘 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홈즈에게 부스터를 달아줍니다.
물론, 보그다노비치도 약점이 있습니다. 힐드에 비하면 3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고요. 기복이 좀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은 너무 많은 역할을 많아서 그런지 시즌 후반에 퍼져버린 모습도 있었고요. 센스가 무척 좋은데, 피지컬은 그냥 준수한 정도라서, 수비 구멍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수비수는 아닙니다.
사실, 위에 적은 것도 그렇고, 스탯을 비교해보시면, '보그다노비치가 좋은 선수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힐드에게 비빌 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분도 많을 텐데요. 여긴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저는 보그다노비치의 가능성을 좀 더 믿는 쪽이라 실드를 쳐보겠습니다.)
지난 시즌, 보그다노비치는 시즌 내내 이런저런 땜빵을 하며 많은 역할을 강요받았다는 겁니다. 반즈 들어오기 전까지, 킹스의 3번은 매우 약했고, 그래서 셤퍼트와 함께 보그다노비치가 3번을 보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몸이 탄탄한 편이긴 한데, 보그다노비치는 가드지 스윙맨이 아니고요. 3번 수비는 절대 무리였죠. 이런 곳에서 체력을 꽤 소진했던 것 같아요. 더불어, 팍스 아웃일 때는 거의 메인 핸들러까지 봐야 했습니다. 보그다노비치의 리딩은 꽤 좋은 편이지만, 풀타임 PG를 보기는 좀 아쉬울 때가 있고요. 게다가 수비 때는 3번, 공격 때는 1번이라는 이런 역할은 여러모로 보그다노비치에게 과부하를 줬죠.
어떻게든 힐드-보그다노비치를 공존시켜보기 위해, 지난 시즌 보그다노비치 3번을 많이 써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실험이라고 봅니다. 보그다노비치는 2번 슬롯에 있을 때 가장 위력적이에요. 실제로 리그의 주전 2번을 맡을 기량이 된다고 보고요.
그래서, 사실 1년 전쯤 제 생각은, 가진 스킬셋으로 보면, '보그다노비치를 주전 2번으로 놓고, 힐드를 식스맨으로 두면 딱 맞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전전 시즌만 해도, 팍스는 루키였고, 힐드는 핸들링이 너무 안 좋았고, 그래서 사실상 에이스는 보그다노비치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보그다노비치가 무릎 부상 및 회복으로 지난 시즌 첫 몇 경기를 결장했고, 그 사이에 힐드가 너-무- 잘해버린 겁니다. 이제는 보그다노비치를 주전으로 올리고, 힐드를 식스맨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킹스는 '언젠가'는 힐드와 보그다노비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같은 포지션에 동시에 세울 수 없는 두 선수인데, 백업 SG에 돈을 많이 쓸 수는 없으니까요.
둘 중 누가 낫냐.라고 하면 일단은 힐드입니다.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아무리 보그다노비치가 세르비아 국대에서 날고 기었어도 어쩔 수 없어요. NBA 리그에서는 힐드가 훨씬 더 많은 것을 검증했고, 보그다노비치가 올 A라고 해도 S는 없는 반면, 힐드는 3점 슛에 S를 찍은 선수죠.
하지만, 둘 중 누가 앞으로 팀에 잘 맞을까.라고 질문을 바꿔보면 조금 미묘해집니다.
이 질문을 팍스-반즈-배글리와 누가 더 잘 맞을까.라고 바꾸면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되죠.
힐드가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힐드는 오프볼 움직임이 좋고, 공 소유도 그리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팍스, 배글리가 파고 들 때, 밖에서 자리 잡고 있는 3점 전문가는 상대 팀에게 큰 위협이 될 겁니다. 워리어스의 탐슨이 그렇죠. 다만 아쉬운 건 탐슨이 상당히 뛰어난 수비수인 반면, 힐드는 그렇지 않아서 다른 멤버들이 힐드를 좀 도와줘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3점 매우 뛰어나긴 하지만, 찢고 들어가는 건 약해서 혼자서 상대 팀을 털지는 못하는 선수'에게 4년 110밀은 약간 미묘하긴 합니다. 반즈와 시원하게 연장 계약한 것에 비해, 힐드와 머뭇거리는 건 이런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보그다노비치가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온볼이든 오프볼이든 공격적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주전 라인업에서 팍스 외에도 배글리를 살려줄 수 있는 세컨드 핸들러가 있다는 게 유용할 거고요. 3점이 힐드보다야 약하지만, 그래도 무시못할 정도의 위력입니다. 다만, 보그다노비치는 힐드에 비해 보여준 게 적고 'if'가 많다는 게 문제죠. 보그다노비치가 풀타임 2번으로 뛰면 체력 문제 없이 잔부상 없이 과부하 없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는 건 세르비아 국대 모습을 빼면, 그냥 제 소망에 가깝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구단으로서는 생각보다 선택을 빨리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힐드가 연장 계약 안 됐다고 태업할 선수는 아니지만, 팀에 언해피 뜬 선수를 데리고 있는 건 쉽지 않죠. 다음 FA 시즌은 꽤 선수층이 얇은 편이고, 그렇다면 힐드에게 지를 구단이 많을 텐데, 매치하기가 쉽지 않을 거에요.
보그다노비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FA 들어갔는데, 힐드를 놓친 상황이라면, 킹스로서 대안은 보그다노비치 밖에 없게 되고, 그럼 예상보다 꽤 세게 불러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20-30경기 정도 치른 다음에 이 얘기가 나오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나와서 여러 모로 난감하네요.
구단이 알아서 잘 하려니... 하고 믿어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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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애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