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이 큰 요즘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닉 밴 엑셀을 좋아하면서 시작했던 레이커스 응원이 벌써 25년째입니다. 르브런 제임스라는 선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레이커스로 오면서 선택의 여지 없이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응원”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스포츠 선수로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길 기대하며 지지할 것”이라는 의미라면요.
개인적으로 여러 스포츠를 보면서 단 한번도 선수나 팀을 응원하면서 그 이유가 “정치적으로 올바름”인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겁니다. 개인적으로 레이커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번째로 좋아하는 팀인 한국 프로야구의 기아 타이거즈 주장이었던 이범호 선수가 전두환을 존경한다고 했을 때도 “내가 당신 정치적 view나 식견 때문에 응원하는건 아니니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패륜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언행 혹은 범죄를 저지르는건 얘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한동안 레이커스 경기 혹은 이야기에서 르브런 제임스에 대한 경기외적 이야기는 수없이 반복될겁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싫어해왔지만 선수로서는 현재 싫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응원하는 팀의 핵심 전력이고 빼놓을 수 없는 일부입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제임스를 싫어할 이유는 차고 넘쳤습니다. 하지만 싫은거랑 선수로 지지, 응원하는거랑은 별개일 수 있는 상황도 있더군요.
저 뿐만 아니라 레이커스의 구성원들도 제임스 덕분에 끊임없는 사상검증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제임스가 말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될거고 말을 하든, 하지 않든 처하지 않아도 될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제임스는 자기 입조심 못한 값을 자기가 치르는걸로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선수들이나 코치, 관계자들은 잘못 없이 불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더불어 팬인 저희들도 그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의 스트레스를 감수해야할테니 일종의 정신적 고통이라고 봐도 될지도요. 그러한 맥락에서 솔직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대럴 모리가 매우 원망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각팀마다 새 시즌의 청사진과 흥분이 가득해야 할 게시판이 홍콩의 인권탄압과 더불어 터키에서 온 상남자 스토리로 메워지고 있는 광경은 이곳에 단지 미국 농구리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방문하는 (심지어 최근 몇년 간 다른 게시판은 거의 클릭하지도 않습니다) 저같은 사람한테는 이 게시판의 상황 자체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입니다. 저는 여기서 그냥 농구 얘기만 보고 싶습니다. 정치적 얘기는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제가 보고 싶을 때 제 마음에 맞춰서 볼 수 있거든요. 저는 농구 얘기를 보고 싶어서 이 게시판에 오는건데 여기에 채워지는 얘기는 현재 대부분 농구랑 상관 없는 얘기들입니다.
물론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여기가 그런 게시판이 아니예요”라고 하고 치울 수 있는 문제였으면 답답한 마음이 들지도 않았을겁니다. 지금은 오만하고 어리석은 제임스와 그를 비웃는 터키 사나이, 고통받는 홍콩 얘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형이라는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한거죠. 도대체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갈까 싶어서요. 어떤 저널리스트가 제임스보고 “shut up and dribble”이라고 했다죠? 저도 그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저는 NBA를 보면서 그들이 사회에 공헌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어디서도 보기 힘든 고차원의 멋진 공놀이”를 보여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회적으로 잘 교육되고 올바른 식견을 가진 사람의 주장은 다른데서 얼마든지 보고 들을 수 있어요. 저는 그런걸 바라고 농구를 보고 있는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을 갈라서 상대방 골대에 공을 넣는 게임을 하고, 그 게임으로 인해 돈을 버는 구조에서 경기 외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는건 이상에 불과하다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한 순간이라도 그 경기 외적인 부분이 경기 내적 부분을 넘어 “주”가 되는 상황은 그 어떤 순간에도 피하고 싶은게 제 마음이네요.
그냥 상황이 답답해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불편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그냥 답답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앞으로 조용히 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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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다들 모리의 발언으로 고통 받는 NBA관계자들과 선수들을 생각하지만 또 그 반대로 선수들의 발언 때문에 고통 받을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이나 주위 사람들 생각을 못 했네요. 어쨋든 참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과 의견이 있기 때문에 더 시끄러워지는 것 같아요.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는 발언이나 퍼기경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옳고 그르고와 진실성을 떠나서 참 피곤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