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잡담 - 19/20 시즌 전망
분명 로스터 절반 이상을 갈아엎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분들이 블레이저스의 전력이 유지되거나, 혹은 크게 바뀌지 않은걸로 알고 계시더군요.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이라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공을 이뤘지만, 어떻게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번 오프시즌을 보낸 후 블레이저스는 팀 전력의 90%라 할 수 있는 릴라드, 맥컬럼, 너키치를 제외하면 2년 전 멤버 중 어느 누구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릴라드-맥컬럼-하클리스-아미누-너키치 라인으로 약 3년 간 승부를 봤고, 결국 이번 오프시즌에 대규모 로스터 물갈이를 결정했네요.
저는 악성계약으로 분류되던 만기 3인방 (터너, 하클리스, 레너드) 셋 모두 안고 가고 샐캡이 그나마 좀 풀리게 될 내년 여름을 그 타이밍으로 잡지 않을까 했는데, 베이즈모어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화이트사이드까지. 정말 예상외의 타이밍에 속전속결로 끝내버렸습니다;
과장 좀 보태면 다른 팀이 된 것 같습니다. 로드니 후드도 사실상 작년 후반기에 들어온 선수고요. 이번 오프시즌 블레이저스의 무브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n : 베이즈모어, 헤조냐, 톨리버, 화이트사이드, 리틀(루키), 호드(루키)
out : 커리, 터너, 레이먼, 하클리스, 아미누, 칸터, 레너드
내부 FA가 5명이였습니다. 커리, 후드, 레이먼, 아미누, 그리고 칸터.
정규시즌 높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플옵에서 쏠쏠한 활약을 한 커리, 그리고 덴버와의 시리즈부터 출전시간이 눈에띄게 급락한 아미누. 이 두 선수는 블레이저스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고, 나머지 세 명은 잔류할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저 5명 중 한 명밖에 못 잡았습니다. 그래도 팀 니즈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잡아서 다행이네요.
이처럼 로테이션 멤버 7명이 나가고, 루키 두 명을 제외하면 새로운 로테이션 멤버 4명이 들어왔습니다. 걱정은 됩니다만 잘 헤쳐나갈거라 믿습니다.
어쨌거나.. 차기 시즌 블레이저스의 키 포인트 다섯 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릴라드 & 화이트사이드
(매니아진에 올라와있는 애틀+LG님의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십니다) 데미안 릴라드가 리그 최고 레벨의 픽앤롤 플레이어라는데 있어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죠.. 드리블 치며 왼쪽으로 가속하면서 선택지를 가져가는 릴라드 본인의 플레이 특성이, 스크린을 동반하면서 그 위력이 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상당한 너키치와의 호흡이 무시무시했죠. 너키치 스크린이 정말 끝내주는 수준인데, 새로 들어온 화이트사이드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관심도 없고, 열정도 없는 선수인지라 걱정이 되네요. 자기 공격 욕심도 많은 선수고, 원체 멘탈이 약한지라.. 근데 뭐 너키치도 덴버 있을 때 멘탈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였죠. 모두가 극찬하는 릴라드 리더쉽이라면 화싸도 잘 갱생시킬 수 있을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는 중입니다. 너키치가 최소 2월까지 아웃이라는데.. 일단 저는 올해 너키치는 전력외 자원으로 보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해줘야 합니다.
● 이제 백업 PG는 누가?
포인트가드라고 보기는 좀.. 애매하지만 어쨌든 지난 시즌은 세스 커리가 벤치에서 대부분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모든 포틀랜드 팬들에게 욕을 3년간 한바가지로 먹었지만, 어쨌든 에반 터너가 서브 볼핸들러로서 벤치에서 그래도 볼셔틀 역할은 열심히 해주긴 했죠. 지금 그 두 명 마저 로스터에서 이탈한 상태입니다. “맥컬럼을 시켜서 리딩 부담을 덜게 하고 서브 볼핸들러로서의 시간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못합니다. 많이 시켜봤는데 리딩이나 볼운반에는 재능이 없어요..
일단 추가 영입이 없는 이상, 2년차 앤퍼니 사이먼스가 그 자리를 넘겨받긴 할겁니다. 출전시간 보장은 모르겠으나, 작년 마지막 경기 37점을 몰아넣고 올해 서머리그 두 경기만 뛰고도 세컨드팀에 뽑힐 정도로 잠재력이 괜찮은 녀석입니다. 사심 좀 붙이면 엄청난 스틸픽이 될 겁니다. 릴라드 맥컬럼 짬뽕시킨거처럼 플레이합니다.
● 극과 극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포워드 자원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엇갈립니다.
주전이였던 하클리스, 아미누는 수비력은 준수하지만 공격 기술이 아예 없는 선수들입니다. 드리블도 못 치고 슛은 와이드 오픈에서만 쏘는데 그마저도 안정적이진 않죠.
재밌는게 새로 들어온 베이즈모어, 헤조냐, 톨리버가 이들의 완전한 대칭점에 있다는 겁니다. 드리블 칠 줄 알고, 돌파할 줄 알고, 3점 쏠쏠하게 넣어주는 선수들이죠. 하클리스와 아미누에게 기대걸 수 있는 영역들이 아니였어요.그렇다고 세 선수가 수비가 아주 나쁜 선수들도 아니고요.
하클리스, 아미누가 썬더 시리즈에서는 잘 했는데 이후 덴버, 골스 시리즈에서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거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썬더 시리즈에서는 폴 조지라는 특급 스윙맨을 수비에서 훌륭하게 막아냈고, 그렇기 때문에 코트에 서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득점도 두 자리수씩 올리고 그랬는데 상대적으로 위력이 약한 덴버, 골스의 프론트코트를 만나서는 그들의 최고 장점을 발휘할 수가 없으니 자연스레 출전시간도 줄어들었고 경기력도 뚝 떨어졌습니다. (특히 아미누가요)
그래서 블레이저스는 덴버와의 시리즈 후반(Game 6~), 골스 시리즈 내내 두 선수를 거의 기용하지 않고 대신 로드니 후드, 잭 콜린스를 중용했죠,
● 스타팅 PF
좁은 팬덤 안에서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팅 파포는 누군데?’
후보는 세 명입니다. 잭 콜린스, 앤써니 톨리버, 마리오 헤조냐.
아무래도 그림상으로, 그리고 약속의 3년차라는 기대감 때문에 콜린스가 나오는 게 가장 보편적인 예측일텐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콜린스를 그렇게 높게 보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뭐랄까 잭 콜린스는 블레이저스 팬들 사이에서 고평가 되는 느낌이 있어요. 잘 모를 수도 있는 타팀 팬들이야 “수비 잘하고 외곽 던지니까 크게 기대해볼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들 얘기하실 수 있는데 2년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판단했을 때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생긴거랑 달리 깡따구 있고 허슬, 수비는 분명 좋아요. 좋습니다.그렇지만 기본적인 미스들이 너무 많은 선수입니다. 이지샷 놓치는 경우가 태반이고, 무엇보다 리그 탑레벨 파울 머신이라 선발로 나오면 금방 파울트러블에 걸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콜린스가 스타팅 파포로 나오게 되면, 백업 센터로 나올 선수가 마땅치 않습니다. 라비시에는 여전히 못 미덥고, 톨리버를 세울 수도 없을 노릇이죠. 콜린스가 4번처럼 플레이하고 또 그걸 선호하는 것 같지만, 저는 콜린스는 내츄럴 5번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벤치 자리가 더 적합할 것 같네요.
제 예상으로는 헤조냐가 스타팅으로 나올거같고, 실제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리그 추세가 가드-쓰리윙-센터 라인업을 선호하고있기도 하고, 작년 제이크 레이먼을 기용한 것과 비슷하게 써먹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신 사이즈나, 가진 툴은 좀 더 많고요.
● 향후 로스터 변동 가능성
현재 로스터에 13명이 등록되어있기 때문에, 블레이저스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최소 한 명은 무조건 계약해야 합니다. 뭐 투-웨이로 채울 수도 있지만, 서머리그를 봤을때는 인상적인 선수는 없더군요.
어쨌거나 팀 니즈는 두 가지입니다. 백업 포인트가드와 빅맨. 아마 두 포지션 중 하나를 보강하려고 할 겁니다. 남아있는 FA 자원들 중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선수들은 션 리빙스턴, 요나스 예렙코, 네네, 조아킴 노아 정도네요.
리빙스턴같은 경험 풍부한 베테랑 포가가 릴라드 뒤에서 10여분 정도 노련하게 리딩해준다면 꽤 안정적인 옵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리딩도 괜찮은 선수니까요.
예렙코의 정확한 외곽, 허슬, 그리고 네네와 노아의 먹을대로 먹은 짬도 꽤나 유혹적인 옵션입니다.
남은 한 자리를 저 선수들 중 하나로 채울 수 있기를 희망입니다.
그리고 시즌 중후반, 만기인 베이즈모어나 화이트사이드를 트레이드 칩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너키치가 좋은 몸상태로 복귀할 거란 자신이 들면 화이트사이드로 포워드 자원을 트레이드해올 수도 있겠죠. (현지 팬들은 케빈 러브 케빈 러브하면서 벌써부터 김칫국..)
Ps. 참 재밌습니다.
포틀팬으로서는 시즌 전 플레이오프 진출 예측을 할 때 우리 팀이 항상 뒤처지는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뭐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타팀들에 비해 밀려보이기는 하니까요.
5-8-3-3. 릴라드 ERA를 시작한 후 블레이저스의 네 시즌동안의 순위입니다.
8등 한 시절 빼고는 (전년도 플옵 2라 진출 후, 악성계약 파티한 시즌) 그 어느 매체, 그 어느 팬들도 포틀랜드를 저 순위에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항상 플옵 경쟁권, 혹은 탈락권으로 분류했죠. 제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년도 3위 해놓고 플옵에서 뉴올리언스에게 처참히 무너지는 바람에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죠. 오죽하면 릴맥 해체설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런데도 기어코 다시 3등을 찍었습니다. 이번에는 50+승을 기록하면서까지 말이죠.
포틀랜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몇 시즌 동안이나 저평가를 계속해서 깨왔죠. 상위시드는커녕 플옵 진출도 힘들거라고 하는 이들에게 두 시즌 연속 헬 서부에서 3위를 기록하며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고, 기어코 컨파까지 갔습니다.
릴라드가 정말 좋은 선수이자 동시에 팀을 하나로 만드는 능력이 정말 탁월한 선수란 걸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5-16시즌 이후 처음으로 대폭 물갈이된 19-20 포틀랜드의 성적도 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거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포틀랜드를 서부 탈락 11위로 놓는 매체를 보고 (탈락 예상하는 곳이 그 밖에도 더 있더군요) 우리가 뭐 얼마나 더 보여줘야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포틀랜드를 플옵 탈락권으로 놓거나, 6~8위권에서 경쟁하는 경쟁권으로 분류하는 매체나 팬분들의 의견이 틀렸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블레이저스가 올해도 또 저평가를 깨고, 시즌이 끝날 때즈음은 또 어느새 조용히 상위시드에 안착해있을거라 꽤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포틀랜드가 팀 스피릿, 그리고 리더의 존재만으로도 기타 경쟁팀 (유타, 덴버, 클리퍼스, 레이커스, 휴스턴등) 에 밀릴 게 없다고 봅니다.
계속 그래왔고, 매체들의 기대, 예측보다 훨씬 좋은 팀입니다.
비록 서부 컨퍼런스의 많은 팀들이 유의미한 전력보강을 했지만, 포틀랜드가 관성의 법칙, 그리고 후반기부터 이어지는 좀비모드로 차기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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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장군이 건재한 포틀 플옵탈락은 상상이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