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프랜차이져에 대한 제 철학, 그리고 오프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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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12:10:19
제가 예전부터 NBA 볼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철학이 한 가지 있습니다.
'프랜차이져 없는 우승은 없으며, 왕조는 위대한 프랜차이져로부터 시작된다.'
이 것이 제 철학인데요. 조금 더 상세히 얘기해보면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없는(최소 올스타 급 이상) 우승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전 리빌딩할 때도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유무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프랜차이져 슈퍼스타 중심의 리빌딩은 불의의 부상이 없다면 10년 이상이 보장되지만, 프랜차이져 없는 리빌딩은 수명이 매우 짧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보니 힝키식 리빌딩도 초창기에 그다지 좋아한 편은 아니었습니다(올스타 급인 즈루와 스타터 급인 테디 영을 떠나보냈다는 측면에서요, 물론 테디 영은 힝키는 남기려 했으나 선수 본인이 떠나고 싶어했다 하죠).
다행히도 필리는 힝키가 애지중지한 엠비드가 재활에 성공하면서 확실한 프랜차이져와 함께 리빌딩이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지만요.
-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유무와 우승의 상관관계
실제로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유무가 우승에 중요하다는 건 역사도 증명합니다.
1980년대 이후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없는 팀이 우승한 경우는 단 두 차례 2003-04 피스톤스와 이번시즌 우승팀인 랩터스 뿐이었습니다.
랩터스도 프랜차이져는 아니지만 팀의 터줏대감인 라우리(랩터스에서 7년 활약)가 있었고, 3년차 프랜차이져 시아캄이 플옵 내내 올스타급 활약을 펼쳐줬죠(19.0 득점, 7.1 리바운드).
랩터스는 라우리라는 스타를 위시해 이미 팀컬러가 정립된 팀에 카와이가 온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 생각합니다. 때마침 시아캄이 약속의 3년차에 훌륭히 성장해줬고, 유지리 단장이 팀컬러 유지를 위해 코치인 닉 널스를 감독으로 선임한 선택도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팀이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죠.
피스톤스만이 저 공식(프랜차이져 슈퍼스타 없이 우승은 힘들다는)에서 예외적인 팀으로 볼 수 있는데, 이 팀은 래리 브라운의 전술이 스타없던 팀의 역량을 극대화시킨 독특한 컨셉의 팀이었습니다(파이널 상대팀은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있던 레이커스였구요).
또한 벤 월러스가 중심을 잘 잡아주기도 했고, 애초에 피스톤스는 슈퍼스타가 없어 샐러리 문제가 없는 특이 구성이기도 했죠.
이처럼 대부분의 경우에서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유무는 팀의 리빌딩, 그리고 우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곤 했습니다.
특히 리핏 이상, 쓰리핏을 노리는 팀은 프랜차이져 슈퍼스타를 보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위 도표에서 빨간 표시한 팀을 확인해보시면 매직-버드 시대 이후 리핏 이상을 해낸 팀에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없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왕조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있는 팀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프랜차이져 중심의 팀컬러 확립이 팀의 정체성을 빠르게 확립시켜줌
2. 프랜차이져 존재로 인해 락커룸 분위기가 정립됨 -> 확고한 팀스피릿과 로얄티가 확립됨
3. 샐러리캡 이익을 볼 수 있음
전 이 세 가지를 이유로 보고 있는 데요. 각 항목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보겠습니다.
1. 프랜차이져 중심의 팀컬러 확립이 팀의 정체성을 빠르게 확립시켜줌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리빌딩하면 팀이 성장하는 동안 팀컬러도 확실하게 정립되기 마련입니다. 정립된 팀컬러는 빠른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주게 되죠.
프랜차이져가 슈퍼스타 급이라면 팀의 성장이 어중간한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미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명확히 잡힌 채 FA 영입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변화로 전력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실제로 최근 워리어스의 듀란트 영입은 기존 팀컬러가 듀란트라는 탑 FA 영입으로 바뀐 게 아니라 극대화된 케이스죠(기존 팀컬러가 가지는 약점을 보완한 경우).
또한, 뛰어난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이미 팀컬러가 정립된 팀의 경우 새로 추가되는 루키들이 빨리 팀에 적응함으로써 신인들이 연속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팀컬러가 정립안된 팀은 상위픽 루키들이 추가된다 해도 상대적으로 실패확률이 높은 편이죠(상위픽인 것을 감안할 때).
그래서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팀컬러를 빠르게 정립하는 것은 팀전력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반면, 탑 FA 영입으로부터 팀을 변화시켜나갈 경우의 가장 큰 문제는 FA 영입시점부터 팀컬러를 재정립시켜야만 한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영입한 FA는 전성기인데 팀은 전성기에 돌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 것이 우승도전을 힘들게 하죠.
대체로 탑 FA 영입 이후 감독 교체가 많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능합니다. 팀컬러를 재정립해나가는 와중에 감독을 교체하면서 보다 빠른 전력향상을 도모하는 것이죠.
허나 아무리 빠르게 전력향상을 도모한다 해도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이미 팀컬러가 정립된 팀의 발전속도에 미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힘겹게 우승전력이 된다 해도 그때는 이미 영입한 FA들이 전성기가 지나면서 그 전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게 되곤 하죠.
2. 프랜차이져 존재로 인해 락커룸 분위기가 정립됨 -> 팀스피릿과 로얄티가 확립됨
또한 프랜차이져와 함께 성장해나간 팀은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락커룸 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팀에서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주장을 맡게 되며, 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팀의 분위기를 주도해나가게 되죠.
락커룸 문화가 완전히 정립되고 이미 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50승 전후)을 거둔 상태에서 탑 FA가 영입되면, 대체로 뛰어난 FA라 해도 이미 형성된 락커룸 문화에 녹아들기 마련입니다.
일례로 현재 요키치 중심으로 서부 2위까지 올랐던 너겟츠에 당장 탑 FA가 영입된다고 팀의 중심이 요키치가 아니게 될까요?
그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힘이며, 프랜차이져 중심으로 충분히 성과를 낸 팀이라면 이미 형성된 팀스피릿과 로얄티 만으로도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무리없이 포용할 수 있죠.
탑 FA가 합류하자마자 팀 분위기에 적응하고, 바로 자신의 역량을 100%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탑 FA의 전성기 기량을 최대한 빠르게 팀에 녹이는 것이니까요.
반면, 탑 FA 합류로부터 락커룸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에는 팀컬러 정립과 맞물려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로 인해 그만큼 팀전력이 극대화되는 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겠죠.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에고가 강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융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이 때 중심을 잡아줄 선수의 유무는 정말 중요합니다.
게다가 자칫 잘못해서 탑 FA와 기존 선수들이 융화에 실패라도 하게 된다면 팀전력 향상은 큰 난관에 빠지게 될 겁니다. 새로운 빅 FA 영입도 힘들어질테구요.
또한 새로 영입된 선수일지라도 이미 팀에 형성된 락커룸 분위기에 물들어 로얄티를 갖게 된다면 추후 연장계약도 다소 수월해질 여지가 생깁니다.
외부 영입 선수가 빠르게 팀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되는 거죠. 우리는 이런 예시를 이미 많은 FA 계약사례에서 접한 바 있습니다.
3. 샐러리캡 이익을 볼 수 있음
프랜차이져 슈퍼스타 보유는 샐러리 캡에도 극명한 영향을 미칩니다.
프랜차이져는 루키 연장계약까지 가는 경우가 일반적인 데, 이 때 외부 영입과 달리 맥시멈 계약금액과 기간에서 이익을 볼 수 있죠. 이렇게 본 이익덕분에 빅 FA 영입 + 벤치 멤버 구성이 쉬워집니다.
프랜차이져가 루키 계약 도중에 슈퍼스타로 발돋움해나가면서 연장계약을 하게 된다 해도 결국 이 선수들의 맥스 계약은 25%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연장계약 전에 All-NBA team에 진입하거나 MVP, DPOY를 획득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예외적인 맥스 계약을 체결할 확률은 극도로 낮죠.
일례로 이번 시즌 팀을 서부 2위로 이끈 요키치의 연봉이 21-22 시즌까지 고작 평균 29 밀에 묶여 있습니다. 허나 만약 요키치가 리그 7년차에 돌입한 후 외부 FA로 그를 영입했다면 현 샐러리 기준으로 4년간 평균 34.5 밀(5년이 아니라)을 줘야만 해요.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와 연차 낮을 때 싼 금액에 맥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이로 인해 얻게되는 샐러리 이득이 고스란히 팀전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루키 연장계약은 5년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루키 맥스급 연장계약을 맺는 선수들 중 기량이 폭등하는 선수들은 대체로 3-5년차 때 기량이 폭등하며(요키치 현재 4년차 - All-NBA 1st team, 엠비드 2년차(+부상 2년 휴식) - All-NBA 2nd team, KAT 3년차 All-NBA 3rd team, 쿤보 6년차 MVP), 전성기 돌입시점에 루키 연장계약으로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입니다.
워리어스가 듀란트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계약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구요.
NBA는 샐러리 캡이 존재하는 리그 입니다. 그렇기에 샐러리 운용을 얼마나 잘하느냐, 그리고 유동성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전력 향상 및 유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프랜차이져 슈퍼스타의 유무는 팀 샐러리 운용에 있어서도 정말 큰 영향을 주곤 합니다.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급 선수가 1명 이상 있을 때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시키는 것과 모든 전력 향상을 외부 영입으로 일궈내는 건 정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연차에 따라 재계약 금액이 큰 폭으로 달라지는 NBA에서 5년 계약자 한 명 없이 모든 슈퍼스타를 4년으로 영입한다는 건 기간과 금액 측면에서 큰 손해죠.
더욱이 버드 룰로 샐러리캡 예외조항의 혜택을 받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므로 외부 영입이 주는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재계약만 버드 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처럼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면 결국 벤치 멤버 구성에서부터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전력향상의 한계로 이어집니다.
연장계약 만이 가지는 5년이라는 기간의 메리트, 그리고 전성기 돌입 기간에 싸게 장기간 팀에 묶어놓을 수 있다는 것, 버드 룰로 샐러리 캡 예외가 적용된다는 것이 주는 이점은 고스란히 팀 구성원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게 되죠.
농구는 2-3 명 만으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는 특히 플옵에서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있어야 왕조 건설' 이라는 공식을 깨는 팀이 나올까?
위와 같은 경우들에 비춰볼 때 이번 오프시즌은 정말 특이하고 재밌는 요소가 많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총알과 과녁이 넘쳐나는 오프시즌' 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단한 슈퍼스타들이 FA로 쏟아져나오는만큼(트레이드된 AD 포함), 어쩌면 프랜차이져 슈퍼스타 없이도 우승, 나아가 왕조 건설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팀들이 만들어질 확률이 높은 오프시즌이라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듀란트와 탐슨이 부상으로 타격을 입었다 해도 두 선수는 성공적으로 재활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기에 두 선수를 포함한다면 올스타 급 이상만,
카와이 레너드,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 켐바 워커, 지미 버틀러, 디안젤로 러셀, 클레이 탐슨, 크리스 미들턴, 토비아스 해리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니콜라 부세비치, 드마커스 커즌스, 줄리어스 랜들, 알 호포드, 마크 가솔(옵트 인), 보얀 보그다노비치, 브룩 로페즈, 디안드레 조던, 말콤 브록던, 폴 밀샙
으로 무려 20명에 달합니다(순서는 hoopshype에서 제공하는 top FA 순입니다). All-NBA 급 선수만 5명을 가볍게 넘기는 대단한 명단인데요.
여기에 대니 그린, JJ 레딕, 해리슨 반즈, 미로티치, 마커스 모리스, 발렌슈나스, 테디 영, 루디 게이, 리키 루비오, 데릭 로즈, 아미누, WCS, 칸터, 테렌스 로즈, 테리 로지어, 페이튼, 베벌리, 아리자, 콜리슨, 자바리 파커, 우브레까지
준주전급도 무려 21명이나 나오죠(순서는 hoopshype에서 제공하는 top FA 순입니다).
팀의 운명을 바꿀만한 탑 FA만 20명에 팀의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준주전급 FA도 20명이 넘는 오프시즌이라니. 21세기에 이 정도의 FA들이 쏟아져 나온 시즌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많은 팀들이 미리 샐러리를 비운 다음에 스타 영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스타헌팅의 시대가 열린 건데요. 현재 리그 캡 스페이스는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많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레이커스는 르브론이라는 슈퍼스타에 이어 AD를 영입해 슈퍼스타 듀오를 결성했으며,
탄탄한 전력을 가진 클리퍼스와 넷츠가 슈퍼스타 FA를 다수 영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탑 마켓인 닉스도 2 맥스 영입이 가능하며, 킹스, 식서스, 매버릭스, 페이서스, 셀틱스도 샐러리 조정에 따라 맥스 영입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플옵권 강팀들이 선수 영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어쩌면 수많은 FA의 이동으로 인해 프랜차이져 슈퍼스타 없는 슈퍼팀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인건데요.
1980년대 이후 총 9회의 리핏/쓰리핏 달성 팀들은 모두 프랜차이져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새롭게 탄생할 슈퍼팀이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없다면, 그 팀이 왕조건설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프랜차이져 슈퍼스타가 없는 팀이 왕조건설을 해낸다면 그건 근래에는 볼수 없었던(1980년대 이후)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겁니다. 이 부분은 새로운 시즌을 관전하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오프시즌은 그 시작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재밌는 오프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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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랩터스는 정말 기이한 케이스입니다.
스퍼스 입장에서는 랩터스에서 플옵 성과 문제로 포기한 에이스를 받고 북쪽으로, 원하지 않는 팀으로 보낸 셈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이라는 엔딩이 나왔으니까요.
히트 빅3도 웨이드까지 짐싸서 딴 팀에서 모였다면 프랜차이즈 없는 우승이 될 뻔 하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