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터스 시리즈에서 필리의 1번 수비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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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0 10:48:51
2019 플레이오프
필리 팬으로써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을 보면서 새삼스레 느낀 점은 브라운 감독의 1번 수비 컨셉이 정말 좋았구나 라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가 버틀러였죠. 버틀러는 2차전부터 공수 모두 1번 롤을 소화했습니다. 공격에서 1번을 소화한 건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라우리와 매치업되었습니다.
또한 2 가드의 핵심 선수였던 밴블릿을 상대로 필리는 레딕을 기본 매치업시키면서 에니스를 적극 활용해 밴블릿을 괴롭혔습니다. 에니스가 카와이 수비수로 빠진 6차전 이전까지 밴블릿의 주요 매치업 수비수는 에니스였죠.
즉, 필리의 컨셉은 포지션 상관없이 상대 1번을 사이즈와 힘이 좋은 수비수로 괴롭히는 전략이었던 건데요.
필리의 랩터스 수비 관건은 카와이 수비를 어찌 하느냐 였죠. 이에 필리는 시몬스와 카와이가 1 : 1 매치업되는 비중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허나 시몬스 만으로 카와이를 제어하기 쉽지 않으니, 엠비드와 1 번 수비수가 도와주는 방식을 선택했죠.
즉, 필리의 카와이 수비는 시몬스의 1 : 1 + 엠비드&1번 수비수의 헬프가 기본 컨셉이었던 겁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해보면,
1) 시몬스 1 : 1 매치업
2) 카와이가 골 밑으로 들어오면 엠비드가 헬프
3) 카와이가 시몬스에게서 벗어나면 더블 팀(버틀러)
4) 외곽에선 가끔 기습적인 헷지(토비)
이런 컨셉을 가져간 거죠. 6차전부터 시몬스를 에니스로 교체했지만, 컨셉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게 1번 수비수입니다. 1번 수비수는 엠비드의 헬프 디펜스로 인한 틈을 메우면서, 스위치 상황에 카와이를 막을 수 있는 중책을 맡아야만 했기 때문에 필리는 이 자리에 버틀러를 놓았죠.
그리고 이 노림수는 완벽히 적중했습니다. 버틀러 쉴 때(밴블릿 나섰을 때)는 이 자리를 에니스가 대체했습니다. 또한 라우리-밴블릿이 같이 나서면 밴블릿 수비수로 레딕-에니스를 활용하면서 버틀러가 1번을 수비하는 기조를 어떻게든 유지했죠.
레딕은 돌파 위주의 선수에겐 다소 약하지만 keep in front가 좋아서 슈터는 꽤 잘 막는 편입니다. 정면각을 줄이는 수비를 잘해서 밴블릿 상대로 시리즈 내내 괜찮은 수비를 보여줬죠. 그리고 에니스는 버틀러-라우리 구도처럼 밴블릿을 사이즈&힘으로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앞서 시리즈 리뷰에서 이번 시리즈 브라운의 최고 노림수였던 시아캄-엠비드 구도 만큼이나 훌륭했던 노림수가 라우리-버틀러 구도 였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는데요.
실제로 필리가 엠비드의 부진에도 랩터스 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상대의 핵심 선수인 라우리를 버틀러가 괴롭혔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상대 1번들을 사이즈-힘이 좋은 수비수로 괴롭히는 전략이 정말 잘 먹혔던 건데요.
랩터스 시리즈는 브라운 감독의 positionless basketball이 어느 때보다 잘 구현된 시리즈였고, 버틀러-라우리 & 시아캄-엠비드 구도가 브라운표 positionless basketball의 핵심이었던 것이죠.
* 라우리-밴블릿의 필리-벅스 시리즈 기록변화
라우리
필리: 13.1 득점, 40.2% 야투율, 25.6% 3점 성공률(5.6개 시도),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 28.6%(3.0개 시도), 5.1 리바운드, 6.0 어시스트, 1.9 턴 오버
벅스: 19.2 득점, 50.7% 야투율, 46.5% 3점 성공률(7.2개 시도),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 39.1%(3.8개 시도), 5.5 리바운드, 5.2 어시스트, 1.8 턴 오버
밴블릿
필리: 2.0 득점, 12.5% 야투율, 7.1% 3점 성공률(2.0개 시도),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 14.3%(1.0개 시도), 1.6 리바운드, 1.1 어시스트, 0.4 턴 오버
벅스: 9.7 득점, 46.7% 야투율, 57.1% 3점 성공률(4.7개 시도), 와이드오픈 3점 성공률 55.6%(3.0개 시도), 1.0 리바운드, 3.2 어시스트, 0.8 턴 오버
기록에서 드러나듯이 양 시리즈에서 두 선수의 가장 큰 차이는 야투율 & 3점 성공률입니다. 버틀러-에니스를 상대해야 했던 필리 시리즈 대비 벅스 시리즈에서 두 선수의 슛감이 완벽히 살아난 것이 시리즈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실제로 매치업 기록을 살펴봐도 이 차이는 극명합니다.
* 매치업 기록 변화
라우리
필리:
1) 지미 버틀러 34.3 포제션 매치업, 5.0 득점, 28.3% 야투율, 16.0% 3점 성공률(3.6개 시도)
2) 벤 시몬스 11.6 포제션 매치업, 0.9 득점, 25.0% 야투율, 33.3% 3점 성공률(0.9개 시도)
벅스:
1) 에릭 블랫소 28.8 포제션 매치업, 5.0 득점, 45.5% 야투율, 43.8% 3점 성공률(2.7개 시도)
2) 조지 힐 24.3 포제션, 5.5 득점, 44.4% 야투율, 50.0% 3점 성공률(2.3개 시도)
밴블릿
필리:
1) JJ 레딕 11.3 포제션, 0.7 득점, 28.6% 야투율, 25.0% 3점 성공률(0.6개 시도)
2) 에니스 5.9 포제션, 0.3 득점, 0% 야투율, 0% 3점 성공률(0.4개 시도)
3) 버틀러 3.9 포제션, 0.3 득점, 0% 야투율, 0% 3점 성공률(0.3개 시도)
벅스:
1) 블랫소 12.0 포제션, 2.5 득점, 45.5% 야투율, 62.5% 3점 성공률(1.3개 시도)
2) 조지 힐 12.0 포제션, 1.0 득점, 22.2% 야투율, 50.0% 3점 성공률(0.7개 시도)
라우리는 필리 시리즈에서도 슛감 안좋았던 것만 빼고는 정말 대단한 팀 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숨은 수훈갑으로 꼽았을 정도로 그의 플레이는 대단했죠.
그랬던 라우리가 벅스 시리즈에서는 슛감까지 살아났습니다. 또한 밴블릿은 슛감에 따라 플레이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입니다. 이에 필리 시리즈에서 브라운 감독은 밴블릿의 슛감 제어를 위해 에니스를 적극 활용했었죠.
버틀러와 에니스의 활약상이 좋았다는 것이 이런 수비 지표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전 동부 컨파를 보면서 새삼스레 필리는 버틀러-에니스와의 재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는데요. 과연 두 선수가 필리에 남아줄 지 정말 궁금하네요.
버틀러-에니스는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필리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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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필라는 중요하겠네요... 버틀러는 꼭 필라에서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