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조 볼은 복잡한 선수입니다
론조 볼을 한 마디로 표현하지만 mixed player입니다. 극도의 complexity를 가진 선수죠.
론조 볼이 슈팅이 좋은 선수일까요? 물론 슈팅 성공률이 여러 모로 나쁩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슈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볼은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일까요? 네, 매우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운동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라이브 능력은 어떨까요? 주전 가드 중에선 꽤나 하위권입니다.
우선 볼은 지난 시즌부터 30, 33%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분명히 좋은 성공률이 절대 아니지만 36분당 6개 가까이 시도하는 3점슛 성공률이 33%라면 완전히 버릴 수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선수의 자유투 성공률은 41.7%에 불과하단 말이죠. 이 성공률은 벤 월러스나 샤킬 오닐보다 낮은겁니다.
볼의 슈팅 능력을 자유투 성공률로 판단하자면 분명히 샤킬 오닐보다도 슛을 못 던지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볼의 실제 외곽슛 능력은 좀 나쁜 편이긴 하지만 NBA 가드급입니다. 샤킬 오닐보고 3점 던지라고 하면 절대 볼 처럼 던지지는 못할겁니다.
그렇다면 볼의 대학때 슈팅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UCLA에서 3점 성공률은 41.2%였고 자유투 성공률은 67.3%였습니다. 3점은 라인 자체가 다르니까 그렇다고 쳐도 자유투 성공률에선 40%대는 아닙니다. 론조 볼의 고등학교 4학년때 자유투 성공률을 보면 80%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연습때는 드와잇 하워드도 80% 성공률을 기록하니까 고등학교, 대학, 프로의 성공률을 똑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드라마틱한 하락을 겪는 케이스가 흔하진 않죠.
저는 이걸 '미완성'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볼은 고등학교 시니어 시즌에 35경기를 뛰면서 자유투 130개를 시도했습니다. UCLA 프레쉬맨 시즌때는 36경기 동안 98개를 시도했죠. 그런데 프로 두 시즌 동안 99경기에서 자유투를 119개 시도하는데 그칩니다. 경기당 갯수로 따지면 3.7개-2.7개-1.2개입니다. 자유투를 경기당 1.2개 던졌다는 얘기는 어떤 경기는 아예 자유투를 던지지 않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한 번 파울을 당해 자유투라인에 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가끔 자유투라인에 서게 되면 그 거리감이 몸에 익숙치 않게 되고, 슛이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생기게 되죠. 그렇다고 볼이 그 거리에서 경기 중에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도 아니니까요. 물론 어느정도 프로레벨에서 완성도 있는 슈팅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갑작스러운 자유투 기회가 온다고 해서 슛이 안들어가지는 않습니다. 3경기에서 1개를 던지든, 4경기에서 1개를 던지든 평상시처럼 슈팅해서 넣을 수 있죠. 볼의 33% 3점 성공률과 40% 자유투는 분명히 모순된 관계고, 이러한 모습은 프로가 아닌 '아마츄어 레벨'에서 볼 수 있는 완성도입니다.
저는 론조 볼의 슈팅 재능 만큼은 대단히 높게 보는 편입니다. 손끝 감각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미완성 수준의 슈팅 스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CAA 레벨에서는 전혀 부족함을 보이지 않았고, 현재에도 NBA 레벨로 뛰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볼이 대단한 포텐셜이 없다는걸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현재 NBA 레벨에서 뛸 만한 선수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볼은 'got big shoes to fill'이라는 표현이 대단히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부분이 특출난 대신에 미숙한 부분은 거의 아마츄어 수준으로 미숙하기 때문이죠.
볼의 드라이브 스피드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친 스피드로 거세게 드라이브인을 할 때 볼의 문제는 볼이 손에서 자주 빠진다는 점, 그리고 다 뚫어놓고 이지 피니쉬를 놓친다는 점, 앞에 블락이 뻔히 보이는데 거기다 아주 쉽게 볼을 들이민다는 점입니다. 역시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말도 안되는 드라이브 스피드, 수비를 제쳐내는 페이크, 스핀무브 등에 비해 마무리나 기본적인 볼핸들링 문제(평상시의 드리블 escape나 ball guard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유독 빠른 드리블 드라이브 시의 볼 컨트롤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등의 모습은 너무나 미숙한 아마츄어 수준이 연상된다는겁니다.
볼이 뛰어난 부분은 현 세대가 아닌 이전 세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수하지만, 반대로 미숙한 부분은 프로 레벨 아래를 언급할 정도로 많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거죠. 그래서 볼이 '복잡한 선수'라는 거고 더불어 앞으로 그러한 부분이 평범한 수준으로만 채워져도 지금보다 훨씬 큰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거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프로 레벨에서 2년간 확인한 부분들을 분명히 프로의 스카우트들도 대학때 어느정도 확인했을겁니다. (물론 제가 본 표본이 그들에 비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신을 가졌을 수는 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은 탑3 프로스펙트로 분류된 선수고 그건 볼이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높게 여겨진 선수라는 얘기일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볼의 재능만큼은 높게 평가하는 관계자들이 많은걸로 보이는데 이제 고작 두 시즌을 치른게 커리어의 전부인 선수니 앞으로 10년 15년을 단 두 시즌으로 단정짓긴 어려울겁니다.
아직 볼의 선수 레벨은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볼이 제 응원팀에 몸담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미래를 소망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선수가 보통의 잣대로 평가하기엔 특이한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 선수를 보다 더 길게 보고 신중하게 평가해야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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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낀바와 비슷하네요
볼의 패스타이밍이나 센스를 보면
제이슨키드, 내쉬가 생각날정도로 번뜩입니다. 하드웨어도 좋구요. 노력을하면 좋아질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부족하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이상 갖기 힘든 재능들은 타고났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