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볼 무브의 체력소모와 오해들
저는 온볼 플레이가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농구는 맨투맨과 지역방어를 섞어쓰기 때문에 오프볼 플레이어는 지역방어를 상대할 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팀세팅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 막 아무렇게나 지속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체력이 남아돌아 더 움직이고 싶어도, 힘들어서 움직이기 싫어도 볼핸들러를 보고 패턴에 맞춰 움직여야 하죠. 그런데 힘들어 죽을 때도 움직여야 할 정도로 오프볼 무브에 그렇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체력 갉아먹기는 오히려 헤비 볼핸들러에게 종종 생기는 일이죠.
볼핸들러는 쉬면서 템포조절하니까 체력관리가 편하다?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스틸에 대한 방어는 쉴 수가 없죠. 비슷하게 오프볼 플레이를 할 때, 코너에서 대기?하면서 쉴 수가 있습니다. 두 플레이만 놓고보면 코너에서 자리잡는 쪽이 비교적 체력소모가 적죠.
몸싸움 강도를 비교하더라도 오프볼 무브는 스크린 타고 들어갈 때나 스크린을 설 때 상대선수와 몸싸움이 집중된다면, 볼핸들러는 골대와 가까워질수록 몸싸움이 더 거세집니다. 오프볼 플레이를 할 때는 공을 잡기 전까지 두명의 수비수가 붙는 경우는 없죠. 볼핸들러는 항상 더블팀을 신경써야 하구요.
볼핸들러가 움직이는 거리는 오프볼 무브를 하는 선수보다 짧습니다.
이것이 오프볼 무브가 볼핸들러보다 체력소모가 크다는 근거로 쓰이죠. 공이 없는 대신 더 빠르게 달리고 양쪽 코너를 왕복하고 트렌지션 플레이할 때 먼저 달려나가던가, 트레일러로 볼핸들러를 따라붙기 때문인데요. 누가 댓글로 달아줬더군요. 하든은 36분을 뛰고 커리는 33분을 뛰는데도 움직이는 거리는 커리가 더 많았다고...
저도 인정합니다. 더 많은 거리를 뛰었었으니 그만큼 체력소모가 많겠죠.
그럼에도 저는 볼핸들러가 더 체력소모가 심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같은 거리를 움직여도, 아니 덜 움직여도 받게 되는 부하량이 다르다고 생각하니까요.
기사나 칼럼을 보더라도
공을 쥐고 공격전개를 담당하는 하든이나 카와이 같은 에이스들의 플레이 오프에서 겪는 체력고갈 문제는 항상 걱정거리이지만... 카일 코버나 JJ레딕 같은 오프볼 무브 위주의 선수들의 체력 걱정을 하는 기자나 전문가는 못봤거든요. 그 부분이 제 생각을 바꾸지 않게 하네요. 커리의 체력부담 이야기는 주로 스위칭으로 수비 공략 당하는 것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구요.
그런데 제가 오프볼 무브는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다고 말하니까 이걸 커리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평가를 못 받는다고... 평가절하된다고? 왜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죠? 체력소모가 큰 움직임이 좋은 평가대상이고 팀 기여도가 높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간결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커리의 플레이스타일이 오프볼 비중이 커지면서 체력소모를 줄였으니 슛 기복도 더욱 줄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커리가 3, 4쿼터에 폭발하는 원동력도 볼핸들링을 그린과 듀란트에 맡겨서 그런 것도 있을 거라고...
제발 오해는 하지맙시다. (이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
(추가) 커리, 탐슨, 레딕, 전성기 코버의 이동거리를 알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솔직히 경기를 봐도 커리만 특별히 많이 움직인다고 생각은 못했거든요. 커리나 탐슨이나 비슷한 것 같고... 레딕도 그들 못지않게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치를 보고 싶은데요. 다른 오프볼 무브를 하는 선수와 커리의 '시간당 이동거리'가 비슷하다면... 그게 다른 오프볼 선수들의 체력이슈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더 많이 움직였으므로 더 힘들다는 이야기의 반대 논거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
글쓰기 |
사실 동농에서도 핸들러가 젤루 힘든데... 물론 그 핸들러 수비가 1타로 빡세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