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포 같은 선수가 MVP를 못받은 건 딱 한번 있었습니다
이제 밀워키가 리그 전체 1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NBA 역사를 돌이켜볼 때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리그 1위 팀에서 안테토쿤포 급의 활약을 보인 선수는 다른 팀의 선수들이 어떤 스탯을 가졌는가와 상관없이 무난히 MVP에 올랐습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 안테토쿤포도 다른 선수들의 활약 여부와 무관하게 MVP에 선정될 거 같습니다.
제가 말한 단 한 번의 예외는 1997년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입니다.
1980년의 래리 버드도 예외는 아닐지라도 특별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당시 래리 버드는 경기당 21득점 10.4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보스턴을 61승 21패로 리그 1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해 보스턴의 주전과 핵심 벤치멤버는 바로 전 시즌과 비교해서 래리 버드 한명만 바뀌었을 뿐인데 팀 성적은 29승에서 61승으로 급격히 향상되었습니다. 그런데 버드는 MVP 투표에서 4위에 머물렀고, 리그 2위 팀이자 서부컨퍼런스 1위 레이커스의 에이스인 카림 압둘자바가 MVP에 선정되었습니다. 카림의 성적은 경기당 24.8득점, 10.8리바운드에 4.5어시스트였습니다. 당시 레이커스의 성적은 60승 22패로 보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카림의 활약상이 래리 버드보다 대부분의 주요 카테고리에서 앞섰기에 그 해에 버드가 MVP를 받았어야 옳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버드가 MVP 투표에서 고작 4위에 오른 것을 불평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1997년 시카고 불스의 조던은 전혀 다른 케이스였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불스의 기록은 42승 5패로 전해에 거뒀던 72승에 도전할만한 페이스였습니다. 유타 재즈는 1996년 말에 15연승을 거두며 서부 1위를 달렸으나 시카고와는 큰 격차로 리그 2위였습니다. 그런데 1997년 3월에 SI의 기자인 재키 맥뮬런이 아래와 같은 칼럼을 썼습니다. 그 칼럼의 제목은 THE JAZZ MASTER이고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Jazz forward Karl Malone knows Michael Jordan will win the league MVP trophy again. He also concedes that the Bulls will win the NBA championship, unless, he says, "a team like us can play the way we did during that stretch when we won 15 in a row" from early November to December.
재키 맥뮬런의 기사가 나온 이후에 기자들 사이에서 칼 말론이 꾸준한 활약에도 지난 10년 동안 MVP 득표에서 3위보다 높은 순위를 받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말론이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기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여론의 차원을 넘어 담합의 차원으로 발전해서 칼 말론이 MVP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았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데니스 로드맨의 경기 집중도는 급격히 떨어져 코트 밖에서 연달아 사고를 일으켰고, 시즌 후반에 시카고 불스 스타급 선수들의 가벼운 부상이 빈번이 발생했습니다. 불스는 72승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을 포기하고 플레이오프를 바라보며 무리없이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1997년 불스는 마지막 네 경기에서 1승 3패를 거두며 시즌 69승 13패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유타는 시즌 64승을 올려 서부 최고, 프랜차이즈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 소문대로 기자들이 투표에서 칼 말론이 MVP에 올랐고, 시카고 불스의 팬들과 시카고 지역의 언론들은 역대 최고의 사기극이라며 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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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때는 정말 마이클의 mvp가 맞네요. 왜 그리 화냈는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