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든을 왜 못막을까?
하든이 말도 안되게 힘 좋은 선수는 아니고(물론 좋은 편입니다) 스피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도 아니며 커리같은 슈터도 아닌데다 어빙같은 드리블러도 아니죠.
그런데 원온원으로는 하든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 '키'는 수비수와의 '간격'에 있습니다.
그 스페이스를 하든이 지배하거든요.
세 발짝 떨어져 있으면 스텝 백 해서 점프샷, 한 두발짝 떨어져 있으면 파고들어서 돌파, 딱 붙어있으면 파울 유도...
어딜 가도 두 가지 이상의 파생 공격이 등장하기 때문에 수비수로서는 어느 거리에 있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든이 멈칫하면 슈팅을 의식해서 몸이 먼저 뜨게되고 슛이 안들어가도 자유투를 헌납하게 되죠. 그렇다고 몸이 안나가면 하든은 유유히 스텝 백으로 수비와 3-4발짝 벌려서 와이드 오픈샷을 쏩니다.
그렇게 완전히 원온원 상황에서도 불안한데 스크린까지 등장하면 OMG...
거기다 수비자가 접근해 있을 때, 하든은 바디 밸런스가 좋아서(힘에서 비롯된) 후속 동작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렇게 수비를 붙여놓고 외곽에 킥아웃 해버리면 거기서 또 와이드 오픈 찬스가 나죠.
하든이 고생하는 패턴이 있는데, 슛감이 안좋아서 스텝백으로 오픈을 만들어놓고도 점수를 따내지 못할 때와 파울콜이 박해져서 웬만한 접촉은 그냥 넘어갈 때입니다.
레귤러 시즌때는 슛감이 다소 안좋은 날에도 엄청난 공격력의 두 가지 패턴(바싹 붙으면 파울 유도, 한 두발짝 떨어지면 돌파)이 존재하기 때문에 슛 안들어가는게 커버되죠.
그런데 플레이오프때 파울콜이 레귤러시즌보다 하드해지면 슛감이 그렇게 좋지 않은 날에는 '안들어갈 것같은 슛'과 '돌파' 두 가지 패턴만 남게 됩니다. 상대는 당연히 돌파를 주로 막게 되고 슛이 안들어가면 하든의 위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든의 드리블을 유심히 보면 전진/후진 움직임이 거의 대부분인데 제자리에서 크로스오버를 통해 수비수의 중심을 뺏으면서 수비의 중심이 자신 쪽으로 쏠리면 돌파해버리고 중심이 뒤로 가면 스텝백을 해서 거리를 확 벌립니다. (순간적으로 수비와의 거리가 2-3미터 벌어지는거 보면 입이 벌어지죠) 수비가 그다지 반응이 없으면 rip through를 해버리거나 괴상한 모션으로 접촉해 파울을 유도합니다.
파울콜이 소프트하면 하든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요. 수비가 어떻게 한다고 막아지는게 아니라 수비가 최상의 움직임을 해도, 하든의 공격 자체가 '카운터 무브'이기 때문에 수비의 모든 움직임에 대응하는 수를 쓰면 그만입니다. 보통은 공격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고 수비가 '카운터 무브'를 하기 마련인데 하든은 달라요. 낚싯대 드리우고 고기가 무나 안무나 감시하다가(제자리에서 사이즈업 드리블 할 때) 물었다 싶으면 그때부터 하든의 쇼가 시작되는거죠.
따라서 하든이 그나마 막아지려면 앞에서 그나마 '완전히 낚이는' 빈도가 적은 수비가 앞에 서고 뒤에는 AD, 고베어 같은 미친 블라커들이 같이 포진하고 있어야 제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현행 리그 룰이 낳은 괴물이라고 봅니다. 하든이 비슷한 패턴으로 리그 탑으로 올라선지 두 세시즌 째인데, 점점 기술 완성도가 높아져서 이제는 레귤러시즌에는 슛감조차 경기력에 거의 영향을 못주는 레벨까지 왔습니다. 그만큼 기술 완숙도가 거의 완성에 다다른 느낌이고요.
다시 한번 적지만, 골밑에 말도 안되는 샷블라커와 아주 참을성있는 심판의 조합이 아니면 하든을 막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얘는 과거의 최고 스코어러들과 달리 그냥 포인트가드로 시작하니까 볼을 못잡게 디나이하는게 먹히는 것도 아니라 진짜 골 아픈 선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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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룰이 낳은 괴물...
저는 중의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