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와 달착륙 - 운동선수와 역사
흠, 좀 어려운 걸 쓰려는 것일수도 있고 괜히 들쑤시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는데요.
밑에 어빙/납작한 지구 관련 글을 보고 드는 생각이 있어서 잛게 쓰게 되었네요.
일단 시작하기 전에 농구선수로서의 커리에게 전혀 악감정이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커리가 엄청난 농구선수이고 NBA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는데 많은 공로를 한것은 이의가 없죠.
잘 생겼고, 매너도 좋고, 가정적이고 인기가 좋은 선수인데요.
하지만 공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별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커리가 이번에 달착륙 음모설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재미있는 캐릭터', '하하, Trolling하는거군!',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이
https://twitter.com/timkawakami/status/1072588494478999552
호기심이 많은 마음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질문을 한다,
("Inquisitive minds ask inquisitive questions")
이야기를 해서 본인 스스로는 '극단적으로 의견차가 나올수 있는 문제'라고 지침했는데요.
이건... 그냥 농담이라고 할수가 없어요. 달착륙이나 지구가 둥근건 '의견차'가 나올수 있는 문제가 아니예요.
지구는 둥글고, 인류는 달에 착륙했습니다.
이를 부정한다는 건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호기심이 많은게 아니라 무식한거예요.
이건 흔히들 말하는 Anti-intellectualism (반-지성주의)또는 Anti-science (반-과학)이죠.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경/경제/외교) 전문가 같은 건 필요없어. 니들이 뭘 그렇게 많이 아는데?'라는 것과 상통하는거죠.
또한 과학적인 면을 제외하고라도 역사적인 사건을 이렇게 폄하하는 것은 '토론을 활성화'하는게 아니라 사실을 바꾸는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cFsKEKdVWpQ#t=10m57s
ESPN의 Michael Gambon이 이야기 한것처럼 "어, 그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노예제가 없었던거냐? 독립전쟁도 없었던거냐?"라고 물어볼수 도 있겠네요.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어, 난 이런 일은 없었다고 믿어'라고 말하는 건 역사왜곡이지, 유머스러운게 아니예요. 더 나가면 마치 유대인들에게 '난 홀로코스트가 없었다고 믿어,' 한국인에게 '난 위안부가 없었다고 믿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커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에 실망한건:
(1) 아이(사람?)들이 보고 배운다.
카이리-지구 사태를 보고 수많은 선생님들이 애들이 지구가 평면이라고 믿는다고 말을 해서, 카이리가 한수 뒤로 물러섰었죠? (카이리 본인은 아직도 '지구가 둥글다'라고 인정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커리가 '달에 사람이 착륙했다고 믿지 않는다'라는 것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봅니다. 단순하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업적을 폄하시키는 거죠.
(2) NBA선수들이 내는 의견들을 무력화시킨다.
이전에 폭스뉴스의 Ingraham이 '닥치고 드리블이나 해라'.했던 사건 기억하시죠? 르브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을 했는데 그것에 대한 비난이었죠.
그런데 만약에 커리가 미국의 교육정책 아니면 에너지 정책에 관해 비판을 한다면?
'음모론이나 믿는 인간이... 공부나 하고 와라'이런 말이 나오겠죠?
전 NBA 스타들이 본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사회적인 이슈에 관한 발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소외될수 있는 사건들을 되새겨주고, 커리가 어린 소녀팬의 트위트를 받고 언더아머와 상의를 했던 점등은 이런 발언대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토론'들은 선수들의 발언권을 약화시킬 것이라 봐서 걱정이 됩니다.
(3) 우주 탐사와 개발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에게 X먹인것이다.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고, 더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바쳐가는 분야입니다.
달탐사를 하기 위해 케네디 대통령이 했던 말이 있죠.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달탐사는 아폴로 계획으로 인해서 착오/희생이 있었지만 기어코 인류는 달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화성 탐사, 소행성 탐사를 앞두고 있고요. 이게 거저 나온게 아니고 수많은 시간과 열정에 의해 가능해진거죠.
NBA/농구팬으로서 커리 또한 농구를 위해 평생을 노력하고 희생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많은 옛 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커리의 업적 또한 희석되겠죠. 더 뛰어난 선수가 나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무도 커리가 존재했고 뛰어난 농구선수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겁니다.
왜 그런데 커리는 다른 분야의 업적을 없던 일 합니까? 심심해서?
본인의 업적이 대단한 걸 알았다면 버즈 알드린이나 닐 암스트롱이 이룬 업적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안되죠.
...
후우...
저 진짜 농구선수로서의 커리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런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틀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리 NBA매니아라도 타분야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여준다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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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커뮤니티라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커리도 좋아하고 달착륙을 알고 있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