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제가 생각하는, 커리가 호불호 나뉘는 이유.jpg
뭐랄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왜 커리는 뭐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도 안티가 많을까...
(뭐, 그냥 제일 눈에 거슬리는 건 마우스피스 질겅질겅 하는 거죠...
사실 이래저래 커리가 훌륭한 인격을 가진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니죠. 좀더 정확히 말해서, 왜 제가 커리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존재하는지 확실치 않은 주제에 대한 섀도 복싱을 해볼까 합니다. 아직 오프시즌이니까요.
1. 농구팬 롤모델의 문제... 슈가? 스포?
사실 국내 농구의 인기에는 전 이 만화가 아주 지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만화에서 에이스 = 스몰포워드였죠.(설마, 이노우에가 미래를 꿰뚫어봤던 걸까요?
심지어 서태웅 모델이 조던이었는데도 서태웅은 SG가 아닌 SF였죠)
경기력이 아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이 스몰포워드란 포지션은 참 오묘합니다.
5명의 메인 포지션 중에서, 가장 중간적인 3번째의 키를 갖고 있습니다.
너무 커서 뭔가 무식해 보이지도 않고(고릴라 취급 당하지 않고), 너무 작아 꼬마 취급 안 당하죠.
그렇다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3번째냐...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에이스 롤을 수행합니다. 위 이미지의, 윤대협-서태웅처럼요.
(세계관 최강자 정우성 역시 스몰포워드입니다. 스포 전성시대를 이노우에가 예감했던 걸까요...)
얼굴도 다른 캐릭터보다 잘생긴 걸로도 부족해... 둘은 똑같이 스몰포워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둘 다 각자 팀에서 에이스 롤을 수행하고 있었죠... 이런 버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전전여친님이 윤대협을 그리 좋아했었고, 전 윤대협 트라우마에 걸릴 뻔...)
현재 NBA에서도 깨지지 않은 SF의 이미지는, 키가 충분히 커서
영상에서 몸매가 주는 시각적인 간지는 잃지 않은 채, 기술력은 최고치인 모습입니다.
이러니 어지간해선 스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팬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2. 가드는 뭐 하는 역할... 정대만? 조던?
그렇게 SF중심적이었던 제 슬램덩크 최애캐는 정대만입니다.
불꽃남자니까요. 스스로 선택한 쓰라린 굴곡이 있었으나, 나락에서 돌아온 탕자 캐릭터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흔들림 없는 모범생의 인생이 아닌...
항상 방황하다 힘들게 복귀하는 걸 반복했던 제 개인 인생상,
정대만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생 한 방”입니다.
아주 강렬하죠. 그의 주무기인 3점슛이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도 그렇구요.
아마 이때 정대만 이미지만 유일했더라면,
저 역시 슈가에 대한 근본적인 불호 감정은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너무나 강력한, 제가 슬램덩크로 생각했던 슈가 롤을
아주 처음부터 새롭게 재정립한 분이 계셨죠.
뭐,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이 분이죠.
슈가는 그냥 공 죽었을 때 던지는 3점쟁이다...라는 제 편견을 뿌리째 뒤흔든 분...
아... 오직 3쟁이 정대만-신준섭 같은 스타일만이 슈가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셨죠.
슈가에 대한 개념이 혼돈스러웠던 그런 순간들에...
제 기억에 대충 2003년쯤부터 유행했던 이 3대3 게임...
(지금도 서비스 중인 정말로 장수 게임입니다. 게임 원하시는 분들 말씀 주세요)
형식은 3대3이지만, 제 생각에 각 포지션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강화에
장수 게임으로서 아마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 게임에서, 슈가는 진짜 그냥 팀플 따위 개나 줘...
그냥 내 능력으로 드리블 쳐서 내가 3점 넣어 이긴다.
빅은 립이나 하고 포가는 내게 그냥 패스나 해...라는 포지션입니다.
반면에 스포는 미들 중심으로... 어쨌든 포가의 패스 퀄리티가 매우 중요하고,
안정적인 슛 성공률과 이를 보완하는 빅의 백업 플레이가 중요한 포지션이었죠.
지금은 안해서 모르겠는데, 많은 기간 대체로 슈가는 그냥 무개념 플레이어,
스포는 훨씬 더 선호받는 포지션, 그들의 1) 미들 안정성과 2) 여러 백업 플레이가 중요시됐습니다.
마치... 슈가는 키도 작으면서 자존심은 겁니 세고, 혼자 독단적으로 플레이하고,
뭘 해도 욕은 바가지로 먹으면서 팀 캐미엔 도움이 안 되는 역할이었다면...
스포는, 안정적인 2점 플레이로 언제나 환영받는 포지션으로서,
팀원들을 두루두루 활용하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 듯한 포지션이었죠.
저는 스포만 했지만, 때로 “귀족 스포”라는 말까지 들었던 반면에,
슈가 분들은 언제나 강퇴당함을 반복하며 살아남았죠...
뭐랄까, 이 게임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슬램덩크 영향이었는지,
혹은 조던의 영향이었는지... 언제나 제가 농구를, 실농 뛰든 중계를 보든 비슷했습니다.
슈가가 3점 넣으면 “와, 운 좋네...[심지어, 때로 “와, 더럽네...”]”라고 하죠.
반면 스포가 3점 넣으면 “와, 어떻게 3점까지?”라고 하며, 오로지 찬양만 할 뿐이죠.
사실 뭐 저 역시 프리에서는 스포만 해왔고,
실농에서도 가드 역할은 하기 싫어 스포 역할만 자처해와서...
이런 경향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냥 하나의 경향이라고만 생각해요.
어쨌든... 키 작은 가드들의 기묘한 3점 능력,
이건 키 작은 동양권이라고 무조건 호감 요소라 생각되진 않는 게
현재 동양권에서 커리의 인기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SF매니아인 저만 해도 사실 그닥 뭐 좀 그렇거든요... 매력적이진 않음.
어빙-버틀러-폴조지 (+ 카와이)는 좋은데, 커리는 영... 그냥 3만 잘 쏘는 슈터일 뿐.
(물론 커리가 슈가는 아니고 포가입니다. 근데도 제 이미지에 커리는 슈가에서 크게 안 벗어나네요.
수비가 뛰어나다면 버틀러 급 이미지를 가질 텐데...ㅠㅜ 죄송해요. 3 말고는 위협적인 게 없어요)
글 쓸 때는 뭔가 느낌이 와서 시작했는데,
말미에 오니 좀 이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긴 하네요.
어쨌든 “왜 한국엔 커리 팬 숫자에 비해서,
커리 안티가 이리 많은가? 커리가 뭘 잘못했다고?”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될 수는 없으나 조금 실마리가 될 수 있지는 않나 싶어 던져보는 글입니다.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글쓰기 |
전 하루빨리 이 슬램덩크, 마지막 승부 이쪽 농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통 포인트가드의 허울, 각 포지션은 이래야 해! 하는 고정관념이 이상하리만치 한국에서는 심해요. 그 원인중 하나가 바로 슬램덩크의 송태섭, 이상민 김승현 등의 십수년전 포인트가드 유형에 대한 환상이구요. 더이상 게임 리딩(역시 허울뿐인 개념이죠)만 전담으로 하는 까드(!)는 세계 농구 추세상 환영받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경쟁력 없을거에요. 그래도 한국 엘리트 농구하는 감독들은 아직까지 60년대 바둑알 농구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동호회도 마찬가지 무조건 패스 패스 패스... 한국 농구의 갈라파고스화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본인 포지션 롤만 수행해야하고 개인의 창의성이나 개인기는 경시된채 무조건 패스 수비 패턴플레이.. 엘리트 농구가 이러니 당연히 보고 따라하는 동호회 동농 마찬가지.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지나 농구도 바뀌는데 언제까지 까드 까드 들어야만 할까요.. 결국 결과는 평생 농구만 해온 프로선수들이 삼대삼 아시안 대회에 나가서 공무원과 학생들에게 져버리는 참담한 실정까지 왔죠. 하루빨리 이런 인식부터 버리고 시작해야합니다. 송태섭 정대만은 이미 십년전부터 도태되어 사라져가고 있는 유형의 선수지, 결코 이상향이고 지향해야하는 유형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커리같은, 그야말로 상식을 파괴하는 스타일이 nba 탑 티어에 인기도 최고이니, 당연히 안티가 있을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