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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스 vs 산왕 허접 후기 (Game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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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9 18:19:28


저(와 전 세계 닉스 팬들)의 예상대로, 이번 시즌 뉴욕 닉스의 최다 연패 기록이 3에서 4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죠. 원정 바보 + 백투백 + 2연승 중이던 산왕이라는 조합을 넘어서기엔 뉴욕 닉스의 힘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최근 컴백 후 다시금 휴식기를 갖는 중인 스퍼스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가 닉스와의 경기에서도 결장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는데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레너드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스퍼스가 닉스보다 더 좋은 팀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요. 경기의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적 측면에서도 좋은 팀이 부족한 팀을 꺾었다 정도로 심플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프랑스산 포인트 가드 대결

 

이번 경기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토니 파커와 프랭크 닐리키나의 매치업이었습니다. 프랑스 농구 역사에 길이 남을 살아있는 전설 토니 파커, 그리고 프랑스의 미래를 책임질(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 닐리키나의 대결. 포인트 가드(볼 핸들러)를 좋아하는 제겐 꿀잼 매치업이었죠. 그 의미 자체만으로 말이죠.


지금의 파커는 나이도 많고, 큰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전성기 플레이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파커 정도 되는 레벨의 베테랑들이 짬에서 뿜어내는 바이브는 결코 무시할 수 없죠. 실제로 닉스는 1쿼터부터 속수무책으로 파커의 공격을 허용했구요.


결국 닉스 코칭 스탭들은 닐리키나를 파커의 매치업 상대로 코트 위에 들여보냈습니다. 이후 닐리키나는 모국의 살아있는 전설을 상대로 멋진 수비를 선보이며 파커의 공격을 제대로 틀어막아 버렸죠. 아마 파커도 닐리키나를 보며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실제로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통해 서로에 대한 기대/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5살만 젊었어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전설적인 선배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 이번 경기에서 닐리키나가 보여준 활약은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파커의 공격을 제대로 봉쇄했구요 (파커가 기록한 득점의 대부분은 잭을 상대로 성공시킨 것들이었습니다). 단순히 파커에 대한 대인 방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1선 압박은 물론이고, 위크 사이드에서의 센스 있는 포지셔닝과 디나이를 통해 스퍼스의 공격을 저지해갔습니다. 수비는 진짜 진퉁이네요.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 1득점이 모자라 더블더블에는 실패했지만,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1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불스와의 경기에서 가드진들의 공격적이지 못한 모습(특히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 엔트리 패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번 경기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상대 수비를 푸쉬하고 동료 빅맨에게 엔트리 패스를 꽂아 넣어준 선수가 바로 닐리키나였죠.


시즌 후반부 들어 서서히 잭을 대신해 닐리키나를 선발 출장 시키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 시점이 제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경기만 해도 31분이 넘는 플레잉 타임을 기록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사실상 주전급 선수 수준의 플레잉 타임이죠.


단점은 여전히 명확하지만, 장점으로 기대했던 부분들 역시나 명확한(그 와중에 기대 이상으로 그 장점들이 리그에서 먹혀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점점 더 출장 시간도 늘어나고,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성장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닐리키나 덕분에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2> 또다시 탈탈 털린 빅맨들

 

라우리 마카넨/로빈 로페즈 듀오와 힘겨운 싸움을 펼쳤던 닉스의 빅맨들은 백투백 경기에서 파우 가솔/라마커스 알드리지 듀오를 맞아 그야말로 한 수 제대로 배움을 당했습니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는 알드리지를 막기 위해 애를 쓰다 결국 시즌 처음으로 파울 아웃을 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포르징기스와 함께 번갈아가며 알드리지를 막아섰던 (막판에는 더블팀으로 함께 덤벼들었던) 카일 오퀸도 4개의 파울을 범했죠. 알드리지는 참 좋은 빅맨입니다.


포르징기스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울콜이 좀 짜지 않았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경기 중 포르징기스의 팔이 스크래치로 화려하게 장식되던 와중에 파울 콜은 그다지 많이 불리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파울콜에 문제가 있었다는 둥, 이거 아니었으면 몰랐다는 둥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터프한 수비에 고전하기도 했고, 상대 공격수를 막아서는 것도 힘들어 보였고, 백투백이고, 원정이고... 여러모로 포르징기스(를 포함한 닉스 선수들)에게 힘든 싸움이었죠. 그래서인지 슈팅 컨디션 자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르징기스와 함께 닉스의 골밑을 지키는 에네스 칸터 역시 힘없이 물러나버린 경기였습니다. 알드리지/가솔 모두 코트 전방위를 활용하는 동시에 높은 BQ를 기반으로 공격에 임하다 보니 칸터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겠다 싶습니다.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했던 것 같구요.


이래저래 강한 상대를 만나 탈탈 털린 빅맨 진영이었습니다. 다만 시카고 불스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네요. 불스와의 경기에서는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스퍼스와의 경기는 보는 내내 그냥 짠했습니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




3> 잡설들

 

- 종종 카일 오퀸이 하이포스트에서의 피딩으로 멋진 모습을 연출하는 날이면 "오늘은 드레이먼드 그린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좋아하곤 했는데, 가솔의 하이포스트 플레이를 보니 제가 얼마나 경솔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격이 다르네요.


-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스퍼스 선수는 역시나 카일 앤더슨이었습니다. 레너드가 결장하면 뭐 합니까. 슬로모라는 별명도 별명이지만, 유심히 보면 그냥 느린 정도가 아니라 스텝부터 상체까지 온몸이 코트 바닥에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까지 드는 선수죠. 근데 넘나 잘하는 것. 똑똑한 선수라는 티가 공수 양면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맨투맨 era 혹은 스윙맨 전성시대에 등장했다면 지금만큼 주목을 받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역으로 현 리그의 트렌드에서는 여러모로 쓸모 있는 유닛이네요.


- 닉스의 전천후 공격 무기, 마이클 비즐리는 오늘도 외로이 아이솔레이션을 후벼파며 득점을 쌓아올렸습니다. 공격 재능이야 이미 충분히 검증된 선수죠. 재미있는 건 요즘 들어 수비 쪽에서도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아, 물론 그 기준이 '과거의 비즐리'에 맞춰져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지금에도 뭔가 개선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본인 스스로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 덕 맥더맛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습니다. 터지는 날도, 침묵하는 날도 계산이 서는 느낌이네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본인의 리듬과 컨디션만 좋다면 팀이 기대하는 만큼의 활약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는 역시나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보는 사람까지 숨찰 만큼 뛰댕기는 off the ball 무브먼트에 플레이의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겠죠.


- 현재 리그에서 총 득점 대비 2점 슛의 비율이 가장 높은 팀, 바로 뉴욕 닉스입니다. 3점 슛 활용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트렌드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죠. 아쉽네요. 좀 더 코트를 넓게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시즌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더 떨어지겠죠...


- 시즌 최다인 4연패의 수렁에 빠진 뉴욕 닉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뉴올리언스로 날아가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불안한 것은 펠리칸스 역시 닉스의 빅맨들을 탈탈 털어버리기 좋은 조합이라는 점... 지난 브루클린 네츠와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로만 살짝 봤는데, 갈매기랑 부기가 아주 그냥.... 과연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 5로 업데이트 될지, 4에서 끊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저는 5로 업데이트 된다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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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2-29 18:38:55

요즘 바빠서 경기 잘 못 보고 있는데 포인트가드님 덕분에 시청한 기분입니다 ;) 곧 다시 저도 후기로 돌아와야겠습니다!

WR
2018-01-03 10:28:03

컴백하셨군요 ^^

2017-12-29 20:21:26

후기 잘 읽었습니다

WR
2018-01-03 10:28:18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7-12-29 23:30:58

닐리키나가 라이브 드리블 유지 능력이 여전히
덜 여물었지만 쥐고 죽은볼을 만들지 않고 바운드패스나 턴해서 볼흐름 안 죽이게 빼주는 감이 확실히 있습니다.닉스 오펜스 특성상 돌파로 죽 찢고 들어갈 필요가 적다보니 이 부분이
약한 닐리키나가 약점을 덜 공략당하며 적응 잘 하고 있다 보여집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요,최고의 시리즈입니다.

WR
2018-01-03 10:30:20

과찬이십니다 ㅠㅠ

 

말씀대로 드리블 키핑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볼을 죽이지 않고 공격을 풀어갈 수 있다는게 좋아 보이네요. 본인의 장점과 팀이 요구하는 미션이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 해서 돌파로 죽 찢는 모습 보다는 외곽슛 능력이 좀 아쉽네요. 3점 슛만 안정적으로 꽂아주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얼마 전에 심심해서 팀 스탯을 뒤져봤는데 닉스의 3점 슛이 너무 적더라구요;;

2017-12-29 23:59:14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더웨이만 돌아와도 50%+는 찍을 것 같습니다. 비즐리는 요즘 진짜 무섭네요.

WR
2018-01-03 10:30:38

네, 말씀대로 비즐리 컨디션이 참 좋네요 ^^

Updated at 2017-12-30 00:05:47

후기 정말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뉴욕이 예상을 깨고 뉴올을 잡아버리면 좋겠네요!

WR
2018-01-03 10:31:04

댓글이 너무 늦었군욤... 예상을 깨고 아슬아슬 잡아내는데 성공해쓰요 !!

2017-12-30 00:08:42

닉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 글이네요. 추천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덕분에 닉스에 대해 많이 알아갑니다

WR
2018-01-03 10:31:55

감사합니다 ^^

2017-12-30 00:44:49
WR
2018-01-03 10: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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