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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스 vs 불스 허접 후기 (Game.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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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15:31:22

뉴욕 닉스 앞에 놓인 지옥의 일정, 그 시작을 알리는 시카고 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답답한 플레이를 연신 선보이며 87-92로 패배했습니다. 이번 경기의 결과로 시즌 세 번째 3연패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18 시즌 닉스의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기도 합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아마도 이번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 3에서 4로 곧 갱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시즌 처음으로 덕 맥더맛이 스타팅 멤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스타팅 멤버로 활약했던 랜스 토마스는 최대한 니콜라 미로티치와 함께 코트 위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최근 계속해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팀의 공격력 보완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이것이 잘 맞아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리그에서 손꼽히게 느린 공격을 진행 중인 (이번 경기 이전까지 Pace 98.50으로 리그 19위, 속공 득점 비율 5.7%로 리그 29위) 닉스 답지 않게 빠른 페이스로 득점 사냥에 나섰습니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의 컨디션도 좋아 보였고, 코트니 리의 공격 가담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볼의 흐름도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는 모양새였죠.


하지만 2쿼터 중반을 즈음하여 서서히 공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기의 향방을 가른 4쿼터에 들어서는 거의 침묵에 가까운 공격력을 보였습니다. 볼의 흐름도 뻑뻑하고,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슈팅 컨디션도 엉망이었구요. 수비적 측면에서는 나름 불스의 원투 '펀치'를 잘 막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만, 공격에서 너무나 부진했던 탓에 도망가야 할 타이밍마다 번번이 자멸에 가까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3쿼터 중반을 지날 무렵부터는 "한 번이라도 역전 당하면 그대로 경기 끝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어찌어찌 마지막 순간까지 리드를 지켜내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경기 종료 3분을 남긴 시점에 동점을 허용했고, 경기 종료 40초를 남겨두고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1쿼터 종료 3분 즈음을 남긴 시점에 17-15로 리드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불스에게 리드를 빼앗기는 장면이었습니다. 


불스와의 첫 번째 만남이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였노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네요.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는 불스와의 두 번째 만남인 듯합니다.




1> 이래도 되나 싶었던 공격


아주 형편없는 모습이었습니다. 2쿼터 초반까지는 빠른 속공도 종종 선보이며 재미있게 경기를 풀어가나 했습니다만, 이후로는 아무것도 없었네요.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퍼리미터에서 공을 쥐고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공격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직접 돌파를 시도하며 득점을 성공시키거나 자유투를 얻어낼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전반적인 팀 오펜스가 굉장히 둔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닉스의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줄 두 명의 빅 맨(포르징기스/칸터)들이 본인들과 유사한 유닛들(라우리 마카넨/로빈 로페즈)을 상대하며 이렇다 할 경쟁 우위를 확실히 점하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웠습니다. 포르징기스는 23득점 6리바운드로 어느 정도 제 몫을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스탯을 기록했지만, 기록에 속기 좋은 전형적인 경기 아니었나 싶네요. 중요한 순간 팀의 에이스로서 공격을 풀어주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할 때, 단 한 번도 상대 수비수를 시원하게 밀고 들어가거나 자신의 높이를 활용해 손쉬운 슈팅 시도까지 이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네요. on the ball 상황에서도 부진했지만, off the ball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절망에 가까웠습니다. 대쉬해야 하는 타이밍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서 쓸데없이 힘만 빼는 움직임의 연속이었죠. 본인은 나름 열심히 움직인다고 움직이는 상황인데 상대 수비수는 전혀 부담 없이 포르징기스의 동선은 물론 엔트리 패스의 레인까지 손쉽게 체크했습니다. 칸터 역시 로페즈를 상대로 나름 고군분투했으나 특유의 공격 리바운드 장악이라거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로우 포스트 공략이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시도조차 하기 버거운 모습이었죠.


이는 두 선수의 부진이라는 측면도 있겠으나, 다시 상기 언급했던 내용으로 돌아가 퍼리미터에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공격수가 부재했기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 측면도 큽니다. 팀 하더웨이 주니어가 결장하면서 코트니 리의 공격 롤을 확대하는 모습인데, 포르징기스-팀하주-칸터에 이은 네 번째 공격수로 팀에 쏠쏠한 도움을 주던 때와는 상황이 너무 달라져버렸죠. 이제는 거의 포르징기스와 원투펀치스러운 모습으로 공격에 임하고 있는데, 리가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공격 상황에서 이 정도 역할까지 소화하기엔 함량 미달인 게 사실이죠. 이번 경기에서도 4쿼터 막판 중요한 포제션들에서 연신 실책을 저지르며 팀의 패배에 크게 한몫했습니다.


프랭크 닐리키나가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나름 공격적으로 1선에서 흐름을 풀어보려 했지만 결과론적으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재럿 잭 역시 스탯상으로는 좋은 기록을 남겼으나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공격을 조립하고, 볼의 줄기를 풀어주는)에는 실패했습니다. 


닉스의 1선을 책임지는 가드들의 패스도 질 나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가는 순간, 포르징기스가 크리스 던과 미스 매치되어 손을 흔들고 있는데도 볼을 투입시켜주지 못했죠. 던을 시원하게 밀어젖히지 못하는 포르징기스도 답답했지만, 좀 더 공격적으로 볼을 투입하고 상대 수비를 푸쉬하지 못했던 닉스 가드진 역시 답답하긴 매한가지였습니다.


개인 전술도 실망이었지만, 팀 전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죠. 서로의 부담을 줄여주는 모습이 제로에 수렴했습니다.


그렇다고 코칭 스탭들이 준비한 패턴 플레이들이 재미를 보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 스탭들의 플랜과 경기 중 피드백/디렉션 측면에서도 상당히 불만스러운 내용을 보였습니다.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이렇다 할 돌파구를 제시해주지도 못했고, 타임아웃 직후의 포제션들도 도대체 벤치에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은 건가 싶은 모습의 연속이었습니다. 절정은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87-90으로 리드를 허용한 상황에서 타임아웃 이후 진행한 공격 포제션이었죠.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데 도대체 무슨 패턴을 주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나름 이리저리 뛰댕기는데 스크린에 걸리는 상대는 한 명도 없고, 닉스 선수들은 발에 땀나게 뛰는 것 같은데 불스 선수들은 편안하게 포지셔닝 하며 길이란 길은 다 틀어막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결국 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클러치 슈팅은 탑에서 볼을 받은 에네스 칸터의 3점 슛으로 귀결되었구요. 결과는 당연히 실패... 아니, 그보다 인바운드 패스를 왜 마이클 비즐리에게 지시한 거죠? 여차하면 받아서 막슛이라도 던져야 할 유닛이 비즐리 아닌가요?


그 이전의 플레이들도 선수/코칭 스탭 모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은 장면들이었습니다. 예컨대 경기 종료 1분 전, 86-86 상황에서 닉스가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탑에서 볼을 잡은 닐리키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 시간의 절반을 흘려보냈고, 엘보우에 있던 포르징기스에게 패스가 도착했을 때 샷 클락은 7초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후 포르징기스는 핸즈오프를 통해 리와 픽앤롤을 시도했고, 미스 매치 찬스를 잡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그러면 뭐 합니까. 샷 클락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결국 찬스를 잡고도 패스를 전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리의 막슛으로 소중한 공격 포제션을 하나 날려버렸습니다. 공격 제한 시간이 35초 정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요? 선수들도 문제지만 코칭 스탭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닦달했어야죠, 빨리 들어가라고. 아니면 시간을 줄줄 흘려버리라는 코칭 스탭들의 지시가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것대로 문제인 듯 합니다. 아, 이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무기력하게 속공을 허용했습니다. 마카넨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스코어는 86-88. 서두에 언급한, 종료 40초를 남기고 허용한 역전이 이 타이밍에 나왔죠.


이 바로 직후에 있었던 공격 포제션도 한숨이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닐리키나로부터 맥더맛 → 리로 이어지는 두 차례의 핸즈오프를 통해 공간을 열어보려 시도했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핸즈오프를 하는데 너무나 광활한 공간을 두고 달려버리니 상대 수비수의 스위치를 강제하는 것은커녕 단순 범핑을 통해 속도를 늦추는 결과조차 내지 못했죠. 그리고 탑에서 두 번의 핸즈오프가 일어나는 동안 하이포스트에는 포르징기스와 마카넨이 매치업 중이었습니다. 본디 의도대로 였다면 핸즈오프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 균열이 생기고, 하이포스트의 마카넨이 헬프를 고민하는 찰나 (직접 몸을 움직이든, 시선이 돌아가든, 그냥 혼자 움찔하며 선택 장애를 일으키든) 포르징기스에게 볼을 투입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핸즈오프 과정도 엉망이었고, 포르징기스의 포지셔닝도 어정쩡하다 보니 마카넨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죠. 결국 또 한 번 리가 포르징기스와 픽앤롤 하듯 돌파를 시도했지만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며 스위칭한 마카넨에게 가로막혔고, 허무한 드리블 미스를 통해 공격권을 헌납했습니다. 아, 이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무기력하게 속공을 허용했습니다(2). 이 과정에서 득점을 저지하던 닐리키나는 6파울 아웃.


이외에도 열천불 나는 장면들이 많은데... 손가락이 아파서 더 타이핑 못하겠네요...




2> 잡설들


- 랜스 토마스는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하면서까지 미로티치의 수비를 맡겼는데, 좋은 성과를 거뒀죠. 물론 장면 장면 놓고 보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쨌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으니까요.


- 카일 오퀸도 나름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습니다. 1쿼터 중 잠시 공수 흐름이 꼬여버리자 닐리키나와 함께 코트에 투입되었는데, 금세 흐름을 되찾아 올 수 있도록 활약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4쿼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오퀸을 기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긴 이런 경기에선 누굴 어떻게 기용하든 슬픈 결말로 귀결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요. 중요한 순간 벤치에 있었기에 싫은 소리 할 건덕지가 적은 케이스일지도 모릅니다 -_-


- 공격에 대해 아쉬움이 컸던 경기입니다만, 수비적인 측면에서 정줄 놓은 장면들이 많이 연출된 경기였습니다. 다만 손가락이 아파서 더 타이핑 못하겠네요...(2)


- 지난 불스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카넨은 참 좋은 선수 같습니다. 포르징기스와 유사한 타입인데, 피지컬적으로는 루키 시즌의 포르징기스에 비해 더 많이 준비가 된 모습이네요. 미국 물 좀 먹어본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일까요. 순간순간 풋내기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진득하게 시간을 투자해볼 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토마스가 미로티치를 잘 막은 것인지, 의도적으로 미로티치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 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합니다. 한 방 먹은 것 같아서요 (워낙 엉망이었던 경기라 별에 별 생각이 다 드네요).


- 서두에 언급했지만, 이로써 시즌 최다 연패와 동률인 3연패를 기록하게 된 닉스입니다 (시즌 세 번째 3연패). 그리고 아마도 다음 경기를 통해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 4로 업데이트 될 것 같네요. 원정 바보 + 백투백 + 2연승 중인 산왕이라니...


- 말 나온 김에... 이번 경기를 포함해 닉스는 2017-18 시즌 홈경기 15승 6패(승률 71.4%, 리그 9위), 원정경기 2승 11패(승률 15.4%, 리그 29위)를 기록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홈경기부터 확실히 잡아주는 팀을 더 선호하기에 (일단 잡아야 하는 경기부터 확실히 잡아놓고, 그 담에 힘든 경기들을 얼마나 이겨내는지가 팀의 강함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닉스의 홈/원정 성적에 대해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불만은 없습니다. 그저 남은 일정을 생각하니 안타까울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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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2-29 07:09:30

 너무도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저 또한 요즘 닉스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

포르징기스를 좋아하고 , 믿기에 잘 되기를 빌고 있는데..

 

닉스 안에서 요즘 선수들끼리 불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팀워크가 안 맞다는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WR
2017-12-29 11:27:29

허접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 플랜 자체를 너무 심플하게 잡고 있다 보니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네요. 냉정히 말해 닉스라는 팀의 수준이 아직 이 정도구나~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습니다만 팬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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