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스 vs 그리즐리스 보고 나서 끄적끄적

부상으로 결장했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복귀했습니다. 포르징기스의 복귀와 함께 제프 호너섹은 랜스 토마스를 스타팅 멤버에 포함시켰습니다. 에이스가 복귀했으니, 공격적인 측면보다는 수비적 측면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뉴욕 닉스는 훌륭한 수비를 선보였습니다. 고질적인 1쿼터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 초반에 많은 실점을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2쿼터 들어서면서 수비가 안정되기 시작하며 추격을 시작했고 전반전을 49:49 동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3쿼터 시작을 알리는 포르징기스의 3점 슛을 시작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까지 리드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3점 슛 관련 카테고리에서 리그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번 경기 전까지 100 포제션 당 28.0개의 3점 슛을 시도하며 해당 부문 리그 18위, 9.5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키며 해당 부문 리그 20위, 33.8%의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 리그 28위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1선 수비에 힘겨워하는 뉴욕 닉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전력 차와 무관하게 상성상 좋은 경기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끔 했던 상대입니다. 마이크 콘리가 결장한다면 더더욱 그렇죠. 

스탯지만 놓고 보면 그리즐리스는 이번 경기에서 그들의 시즌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42.9%의 고감도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시킨 전체 야투(29개) 중 41%에 해당하는 12개의 야투가 3점 슛이었죠. 

때문에 이번 경기만큼은 닉스의 수비 문제로 인해 외곽슛을 무더기로 허용했다기보다는, 전술적인 선택에 의해 외곽슛을 버려두는 선택을 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2쿼터 무렵부터는 거의 지역방어에 가까운 모습으로 (위크사이드의 슈터를 견제하기보다는 최대한 스트롱 사이드로 많은 선수들을 투입하며) 페인트 존 사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리즐리스의 공격이 최대한 페인트 존에서부터 먼 곳에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결과 그리즐리스가 시도한 전체 야투(70개) 중 40%(28개)가 3점 슛으로 시도되었고,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42:27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1> 베테랑의 품격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 출장했던 세 명의 베테랑들이 나란히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먼저 서두에 언급했듯 스타팅 멤버로 코트에 들어선 랜스 토마스는 전반적인 팀 디펜스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포르징기스가 컴백했기에 그동안 선발 출장했던 데미언 닷슨이나 마이클 비즐리가 아닌 토마스를 선발 출장 시킨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공격이 아닌 수비적인 측면에서의 공헌을 요청한 것이고, 토마스는 경기 내내 수비 상황에서 좋은 디렉션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리즐리스가 퍼리미터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스크린 플레이를 저지하면서 포지셔닝 싸움에서도 열정적으로 수비에 임했습니다.

요 며칠 동안 가장 '완소'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코트니 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1쿼터에 큰 점수를 허용하며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는 상황에서, 2쿼터 들어 리가 펄펄 날아다니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24득점 중 12점이 2쿼터에서 쏟아졌죠. 자칫 이른 시간에 결판나버릴 위기에 있던 경기를 뒤집어버린 환상적인 퍼포먼스였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필 잭슨이 물러났고, 제프 호너섹 역시 모가지가 달랑달랑 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었죠. 시즌 시작과 함께 상큼한 3연패로 위기설에 더 무게가 실릴 즈음, 호너섹은 라몬 세션스를 내리고 재럿 잭을 스타팅 포인트 가드로 기용하는 변화를 줬습니다. 그리고 잭은 호너섹 감독을 실직으로부터 지켜냈죠. 이번 경기에서는 적극적인 돌파와 드라이브 앤 킥 형태로 좋은 찬스를 양산해냈습니다. 10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 트리플 더블 한 번 가나 싶을 만큼 다방면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2> 유니콘 복귀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는 발목 부상과 함께 컨디션 난조로 지난 며칠 동안 훈련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뒤늦게 소식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다 무슨 상관입니까. 복귀했는데요.

확실히 포르징기스를 제대로 에이스 대우해주는 듯합니다. 이제는 견제가 심해졌네, 피지컬하게 밀어붙이네 하는 이야기를 덧붙일 필요가 없겠네요. 디폴트 값이니까요. 그리즐리스 역시 포르징기스가 볼을 받기 전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포스트 플레이가 많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싶었는데, 시즌이 진행되며 체력이 떨어지고 잔부상이 들러붙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포스트 플레이의 성공률이 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자주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스스로 이겨내야죠.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부분이고, 좋은 수업 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컬하며 받아 던지는 슈팅은 나쁘지 않은 감도를 보였고, 확실히 수비적인 측면에 있어서 포르징기스가 존재하니 페인트 존 장악(높이 싸움)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3쿼터 들어 성공시킨 3점 슛으로 리드를 뺏어왔고, 4쿼터 90-82로 묘한 점수 차가 유지될 때 연속 5득점, 그리고 경기를 마무리 짓는 앨리웁 덩크까지. 좋은 복귀전이었습니다.

3> 잡설들

- 서두에 잠시 언급했듯이 리바운드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며 페인트 존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닉스였죠. 하지만 에네스 칸터는 또다시 힘든 상대를 만나 고생했습니다. 니콜라 부세비치가 그랬듯, 마크 가솔 역시 에네스 칸터의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는 로우 포스트 플레이어인 동시에 퍼리미터까지 칸터를 끌어낼 수 있는 상대죠. 하지만 매치업 상대 간의 득실 마진이나 리바운드 수치 등을 놓고 생각해보면 되레 지난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에서 부세비치에게 고생했던 것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 카일 오퀸의 페이스 다운이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완소 모드를 수차례 선보였는데, 요 며칠 동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드네요. 오늘 경기에서도 16분을 플레이하는 동안 공격포인트라고는 2개의 어시스트가 전부. 그 와중에 턴오버는 3개를 기록했고, 파울 4개 잡아먹으며 경기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쉽습니다. 윌리랑 오퀸이랑 쌍으로 이래버리면 백업 센터 문제가... (...조아킴 노아?)

- 프랭크 닐리키나가 무려 8개의 자유투를 얻어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자유투 시도! 3개의 스틸은 이제 놀랍지도 않군요. 후후후...

- 사무실에서 몰래 생중계로 시청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는데, 유달리 킥 볼이 많았던 경기 아니었나요? 모니터로 눈을 돌릴 때마다 공을 발로 차던데;;;

- 타임아웃으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마이클 비즐리와 론 베이커가 '고요 속의 외침(헤드폰 쓰고 입 모양/몸동작만 보고 정답 맞히기)'식의 퀴즈를 풀어가는 영상이 보여졌는데요. 엄청 잘 하더라구요. 환상의 콤비였습니다. 비록 베이커는 이번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지만, 비즐리는 17분 동안 14점을 몰아넣는 활약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네요.

- 지난 4일 동안 3경기를 치른 뉴욕 닉스는 이틀간의 휴식 뒤 시카고 원정길에 오르게 됩니다. 제가 처음 NBA를 접하던 무렵의 닉스 vs 불스는 정말 불꽃 튀는 혈전의 연속이었는데... 갑자기 아련해지면서 나이 많이 먹었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