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조지 이적에 대한 생각: 이익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일단 인디애나 팬들 입장에서는 폴 조지가 대놓고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고 속이 뒤집어질 지경입니다. 레지 밀러 이후 최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이 팀에는 더 볼일 없다는데 이것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레이커스에서 코비가 나 FA로 이적할거임~ 이라고 선언했을 때 레이커스 팬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를 상상해보면 대충 감이 잡히실 겁니다.
*어떻게 폴 조지를 코비와 비교하냐? 라고 물으실 분도 계실텐데, 당연히 폴 조지가 코비급 선수라는 얘기는 아니지요. 하지만 인디애나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폴 조지가 차지하는 위상은 레이커스 역사에서 코비가 차지하는 위치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인디애나는 레이커스처럼 명예의 전당급 스타들이 즐비했던 팀도 아니고, 스타급 선수들이 FA 되자마자 가겠다며 우르르 모여드는 곳도 아닙니다. (레이커스가 알드리지에게 무시당하고 듀란트와는 미팅도 못 잡았다지만, 인디애나는 레이커스와 달리 애초에 FA 썰도 안 나옵니다. 샐러리가 있든 없든.) 실제로 인디애나의 역대 레전드 플레이어 순위를 매기면 폴 조지는 반드시 5위 안에 들어갑니다. 로저 브라운이나 멜 다니엘스같은 1960년대 스타들을 제외하면 인디애나 역사에서 폴 조지보다 앞선 선수는 레지 밀러밖에 없어요.
인디애나에게 폴 조지는 정말로 코비급 레전드입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그냥 나가겠다네요? (페이서스가 얼마나 스타에 목마른 팀이냐면, 저메인 오닐이 팀 역대 레전드 6~7위쯤 됩니다. 저메인 오닐은 물론 좋은 선수지만, 만약 저메인 오닐이 레이커스에서 평생 뛰었다면 레전드 몇위쯤 했을지 상상해 봅시다.)
*폴 조지가 FA 되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뭐 속은 상하지만 그건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가 이 팀에 있기 싫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그런데 인디애나 팬들이 지금 미칠 지경인 것은, 폴 조지가 그냥 나가겠다고 한 것에 더해서 레이커스만 가겠다고 콕 찝어버리는 바람에 트레이드 가치까지 바닥으로 떨어뜨려줬다는 것입니다.
폴 조지는 인디애나의 오프시즌 계획을 도울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레이커스 선언이 없었다면 모를까 애초에 말을 마는 것이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는데, 대체 어떻게 도와줄 생각이었는지 물어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트레이드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도 어떻게든 참을 수 있습니다. 뭐 그거야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으니.....하지만 그 이상으로 화가 나는 것은 지금 폴 조지의 행보는 얘가 도대체 어느 팀 소속인지가 헷갈리게 만들 정도라는 것입니다. FA가 되면 레이커스로 이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디애나가 획득할 수 있는 트레이드가치는 떨어트리는 와중에, 레이커스에게 샐러리 비워놓고 기다리라는 신호까지 줘버렸네요. 도대체 폴 조지는 페이서스 편입니까 레이커스 편입니까?
*거기까지도 뭐 그렇다고 칩시다. 인디애나 입장에서는 그냥 폴 조지에 대한 속상함을 안고 살아가면 될 일이지요. 애초에 컨텐더도 아니니까 리빌딩하다보면 기회가 또 올 수도 있고.......아참, 리빌딩하려면 폴 조지를 트레이드해서 유망주나 픽을 가져와야 되는데 이미 트레이드 가치가 폭락해버렸네? 고마워 폴 조지!!
그 와중에 더 속이 터지는 일은, 다른 팀들은 폴 조지의 트레이드 가치가 떨어진 것을 기회로 웬 말도 안되는 트레이드 패키지를 제안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커스는 랜들 클락슨 27픽쯤이었던가요. 심지어 이 패키지에서조차 샐러리만 맞추면 되지 픽은 뭐하러 얹어주냐는 얘기까지 봤습니다. 세상에.
*다른 팀들이 그런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은 전혀 잘못도 아니고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팀들이 딱히 인디애나에 좋은 일 해줄 이유도 없고, 실제로 폴 조지의 트레이드가치는 폭락한 상황이니까요. 다시 한번 고맙다 폴 조지!!
*인디애나 입장에서는 여기까지만 해도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속이 터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속상할 일을 더 추가해보죠. 바로 "이렇게 된 것은 인디애나의 자업자득"이라는 시선입니다. "인디애나가 진작에 폴 조지를 팔았으면 됐을 거 아니냐?" "인디애나가 폴 조지가 전력강화 요구할 때 들어줬어야지." "이 지경이 된 것은 팀을 잘못 운영한 래리 버드 잘못" 등등 여러 얘기를 듣게 되는데,
.....1) 여기서 이 글의 서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폴 조지는 인디애나에서 레이커스에서의 코비급 레전드입니다. 그런 선수를 팀에서 왜 알아서 팝니까? "넷츠픽에 크라우더에 AV 등등 좋은 패키지 있었는데 왜 트레이드 안했냐? 이건 인디애나가 자초한 일이다."라는 평가는 정말 겉만 보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를 받아오건 간에 폴 조지를 파는 순간 인디애나는 그냥 리빌딩 정도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역사의 리셋에 들어갑니다.
지금의 인디애나는 레지 밀러 시대에 이은 폴 조지 시대를 살아가는 팀입니다. 팀의 정체성 자체를 뒤엎을까 말까 하는 분기점에서 얘 팔면 누구 데려올까 하면서 주판알 튕기기만 하는 것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레이커스라면 1라운드픽을 한 트럭으로 얻은들 은퇴 직전의 코비와 트레이드했겠습니까.
2) 전력강화 요구 좋죠. 그런데 전력을 무슨 수로 강화합니까? 여기서도 서문 얘기를 다시 하게 되는데, 인디애나는 선수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곳이 아닙니다. 있는 선수 지키기도 힘든 팀이죠. 그 와중에 래리 버드는 드래프트를 뒤지고, MLE로라도 올 선수들을 추려내고, 저평가된 선수들을 육성해내며 뼈빠지게 팀을 운영해서 컨파 진출할 정도의 강호를 만들어 냈습니다. 우승컵이 와르르 쏟아져들어오는 팀들에겐 영 감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래리 버드의 경영과 폴 조지 로이 히버트로 컨파에 진출한 인디애나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강의 팀 중 하나입니다. 하필 르브론을 만나는 바람에 매번 컨파에서 굴러떨어졌지만, 그때의 팀은 정말로 프랜차이즈의 모든 여력을 끌어모은 팀이었어요.
폴 조지의 전력강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폴 조지가 열받아서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요? 인디애나같은 스몰마켓 팀이 그 상황에서 유의미하게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폴 조지를 팔아버리리는 것이지요. 폴 조지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강화하려면 폴 조지를 팔아야 한다니, 인디애나 입장에서 대체 뭘 어떡하란 말입니까......
3) 그리고 래리 버드 잘못이라고 까이는 것에서 인디애나 팬들의 속은 더 터져나갑니다. 여기서 래리 버드란 인물이 인디애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돌이켜보죠. 래리 버드는 셀틱스에게도 레전드지만 인디애나에게도 레전드입니다. 유일한 파이널 진출을 일궈낸 감독이고 팀의 최전성기를 만들어낸 단장입니다.
그래요, 래리 버드 잘못이라 칩시다. 버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폴 조지의 인디애나에 대한 충성심을 과신했거나, 레이커스팬 폴 조지를 평생 인디애나맨으로 만들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거나, 폴 조지가 나가는 순간 인디애나가 굴러떨어질 것을 알았기에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또 거부해가며 어떻게든 폴 조지를 내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겠네요. 하여간 바보같은 래리 버드. 이렇게 멍청한 단장이 올해의 GM상은 어떻게 수상했나 모르겠어요.
팀을 버리고 나가는 선수를 변호하기 위해 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단장이 까이는 것을 보면, 우는 얼굴에 빰 때려준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낍니다.
*종합하자면, 인디애나는 지금 불타고 있는 초가삼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레지 밀러 이후 간신히 일궈낸 체제가 산산히 무너져내리고 있어요. 그것도 그 체제의 중심이었던 선수의 선언으로 촉발된 불로 말입니다. 그 불길을 바라보는 인디애나 팬들은 정말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랜들+클락슨+27픽 이상의 패키지는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그거라도 받아라. 공짜로 FA 내주느니 뭐라도 건지는게 낫지 등등의 글을 보면, 제발 다른 팀 팬의 속마음도 이해해달라고 간청하게 됩니다. 집이 잿더미로 변하기 일보직전인데, 그 와중에 젓가락 하나 챙겨나오나 두개 챙겨나오나가 신경이나 쓰이겠습니까. 지금이라도 폴 조지 트레이드하면 누굴 건질 수 있을까, 진작 트레이드했으면 훨씬 좋은 패키지 데려올 수 있었는데 아이구 아깝네, 망할놈의 래리 버드 그러니까 진작 폴 조지 팔았으면 좋았잖아. 이런 생각하는 인디애나 팬이 있기나 할지 의문입니다.
이 와중에 "괜히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싼 값에라도 팔아라."란 훈계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느냐면, 불타오르는 집 앞에서 멍해진 집주인에게 "어차피 10분 뒤면 잿더미가 될 테니까 그 전에 헐값에라도 땅을 파시죠."라는 얘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뭐 말이야 맞는 말일지도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꼭 지금 해야 합니까?
*마음만 같아서는 폴 조지를 1년동안 인디애나에 묶어두고, FA가 되면 레이커스를 가든 화성을 가든 맘대로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폴 조지가 1년동안 뛰면서 자신이 떠날 경기장과 팬들을 똑똑히 보고 기억했으면 하네요.
만약 인디애나 구단이 폴 조지를 트레이드하겠다면, 그 대가의 경중을 너무 신경쓰지 말고 프랜차이즈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트레이드를 이끌어줬으면 합니다. 꼭 비싼 패키지를 받아내려고 노력할 것도 없어요. 다만, 인디애나 페이서스라는 팀에게 최대한의 존중을 보여주는 팀에게 폴 조지를 넘겼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인디애나의 팬들도 납득할 겁니다.
글쓰기 |
좋은 글이네요 위로드립니다
구단이 빡치면 1년벤치박고 썩힐수도있죠
라커룸 엉망되고 팬들이 떠나가고 이런부작용을 1년뒤 뒷수습할수있는 배짱이 있다면 가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