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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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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28 22:37:13

 

먼저 르브론 팬임을 밝혀둡니다.

중요한 파이널을 앞두고 팬으로서 생각이 많아져 평소 하던 생각을 정리할 요량으로 글을 써봅니다.

 

르브론 딜레마,

선수 본인이 겪었던 딜레마이자 NBA 수많은 팬들이 공유하는 딜레마를 가리키는 나름의 표현입니다.

 

범인은 가늠해보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기대를 받으며 르브론은 리그에 입성했습니다. 비단 포스트 조던에 대한 설렘뿐만 아니라, 클리블랜드, 나아가 오하이오 주의 비극적인 숙명을 종결시켜줄 히어로에 대한 기대 또한 있었지요. 그러나 막 사춘기를 벗어난 청년에게 주어진 거대한 기대는 오직 출중한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근저에는 그의 불우한 인생사가 부른 공감대가 있는데요. 걔중 널리 알려진, 고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낸 스토리가 중요했습니다. 명문 고교의 스카웃을 거절, 함께하지 못 할뻔 한 친구들을 위해 제 실리를 마다하고 우정과 명분, 도전을 좇았다는 이야기말이죠. 일종의 영웅 서사의 도입부를 보듯 수많은 NBA팬들이 바로 그 정서에 크게 호응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매년 돋아나는 보통의 신인들과는 분명 차별되는 지점이었죠. 그게 그의 시작이었습니다. 다를 수밖에 없었고, 달라야 했고, 대망의 2017 파이널을 앞둔 지금, 수많은 전현직 선수들과 차별되게 그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갔습니다.

 

디시젼 쇼가 있기까지 수많은 패배를 겪으면서도 팬들은 그를 믿었습니다. 그가 과거 어떤 선택들을 해왔는지, 어떤 식으로 Believeland에 헌신해왔는지 봐왔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시카고의 한 유령으로부터, 리그 입성 전부터 좇기고 있었습니다. 막혀있는 샐러리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해보이는 시점에서 필연적인 선택이 강요되었죠. 네, 제 개인적인 생각에 그건 필연적이었습니다. 우승이 아니면 제 존재 가치를 리그에서 확인, 확장시키기 어렵다는 조바심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두 가치 중 하나를 택일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마이애미 행이었죠. NBA 역사와 조던의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럼에도 우승에의 압박이, 조던의 망령이 어려서부터 스스로에게 입증해온 자신의 역사를 덮쳐버렸습니다.

 

잠시 딴 길로 새어, 이 선수의 게임을 생각해봅니다. 조던이나 코비와 같이 스코어러로서의 자질은 충분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개발하고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득점이 필요할 때에는 거대한 흑암을 이끌고 림을 향해 돌진하고, 리바운드를 따내기 위해 몇 번이고 무릎을 튕기며, 구석구석에 위치한 게임 플레이어 모두를 위해 공을 던집니다.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올어라운드 하면서(상대적인 표현일뿐입니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농구를 실현해냅니다. 코비와 티맥이 함께 하고 싶은 선수 1순위로 꼽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타적인 자세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바로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이 삶에 대한 태도, 선수 본연의 성향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그러할진데 르브론은 딜레마에 빠졌죠. 고교 시절에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죽이되든 밥이되든 클리블랜드 1기를 이끌고 끝까지 갈 것인가. 챔피언이 되기 위해 이 수많은 가치와 기대를 뒤로 할 것인가.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능력과 가치판단이 히어로의 자질이라면 이때껏 보존해왔건만, 그것은 과연 훗날 자신이 역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유효한 판단일까. 어쩌면 그 자신은 과거의 시간들이 역경이었을지언정 해볼만 할때까지만 밀어붙여보아, 진정으로 고통 어린 고독의 길을 걸어보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여 다른 범인과 마찬가지로 이 길의 끝을 보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닌가. 그는 인간적으로 미숙함에도 끊임없이 다그치는 수많은 시선 탓에 원치 않는 선택과 부담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는 히어로가 갖추어야 할 비합리성과 제 커리어를 위한 실리, 두 갈래 앞에서 합리를 택했습니다. 분명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도, 또는 시간을 돌려보아도 제 개인적으로는 당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에겐 절대적인 위업(실리)를, 타이틀과 반지를 끊임없이 갈구하게 하는 영원한 동기부여이자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분이지요. 르브론 또한 사람이기에 모든 선택에 있어 감정을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 분의 존재는 아주 감정적인 모티베이션일 거라 사료됩니다. 왜냐하면 어제 오늘 그의 이름과 르브론의 이름이 함께 거론 되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르브론에게 있어 조던의 이름은 '대중'과 다름 아니었을 겁니다. 물론 비교는 숙명이지만 말이죠.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토록 하루를 마다않고 추궁하는 존재라니요. 지금의 자리까지, 아니 리그 입성만으로도 용하디 용한데,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습니까. 

 

딜레마는 선수 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지요. 팬들이 르브론에게 품었던 기대는 실리와 명분, 즉 프랜차이즈와 조던을 뛰어넘을 정도의 커리어 모두였습니다(물론 동시에 비판의 기준이고, 르브론 팬의 경우에 한해서). 그러나 그의 합리적인 선택은 도리어 그를 비합리적인 선택을 용감하게 감내해내지 못하는 '되다 만 히어로'로 힐난하는 명분이 되어주었지요. 본디 기대는 누구에게나 할 수 있으나, 그 크기가 얼마든 간에 원하는대로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개인은 그 기대에 대한 실망을 스스로 감내하고 통증하지요. 그러나 스포츠 스타로써의 지위는 자본의 세계에서 마치 합리적이라고 할만큼 어쩔 수 없이, 당연히 욕먹어야 하는 존재로 묘사되어, 소위 말해 눈 먼 비난조차 감당해야 하는 경우를 발생시켰습니다.


물론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조던 vs 르브론'의 공방이 모두 부당한 논리에서 진행되거나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팬으로서 르브론을 떠올릴 때면, 조던과의 비교 우위를 생각할 때 아쉬움이 드는 선택들도 없지 않지만, 그의 여러 선택들은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지켜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디시젼 쇼, 리얼월드 발언, 독감 조롱, 역주행의 경우도 모두 필설하며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해 못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이때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제 자신의 과오만 돌이켜보아도 수용 불가의 대단한 문제처럼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뭐, 무엇이 되었던 판단에는 팬 각자의 자유와 책임이 있겠지요.

 

돌이켜보면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꼭 같은 만큼 세월을 흘러보내며 여러차례 감정의 굴곡을 선사해준 선수에게 새삼스레 감사를 표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뜨겁습니다. 이 놈의 '조던 vs 르브론' 논쟁은 끊이질 않네요. 어느 매체 할 것 없이 연일 바쁘고, 팬들 또한 열을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아직 멀었다 란 입장이지만 논쟁 자체는 지켜보는데 재미가 쏠쏠해요.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는 때도 있긴 하지만, 내 페이보릿 선수에 대한 다른 팬분들의 찬사를 보며 홀로 흐믓해합니다. 특히 르브론을 좋아하지 않는데, 라며 입장을 밝히시고 애써 인정한다는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께 고맙지요. 훗훗

 

특별히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거나 의문을 제기하려고 쓴 글은 아니었습니다. 어제오늘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면서 르브론에 관한 글과 영상들을 탐독하다보니 괜스레 호기를 부리고 싶었습니다. 속이 좀 후련하네요.

 

생각지도 못하게 긴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이길이 남을 파이널이 되길 고대합니다.

Go CA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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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5-28 22:07:29

추천하고 싶은 글이네요.

WR
2017-05-28 22:38:47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5-28 22:18:11

신적 존재 앞에서 인간의 결핍과 한계가 곧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인거 같아요. 조던이 이룬 완전한 커리어 앞에서 르브론이 느꼈을 감정과 고난이 그것과 비슷했겠죠. 농구라는 영역에서 조던이 신이었다면 르브론은 신과 가장 가까웠던 인간일지도 몰라요.

WR
2017-05-28 22:40:32

동감하는 말씀입니다. 시험을 통해 성숙해가는 거겠지요.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보자고요. 아마 쉽게 지지는 않을 겁니다. 

2017-05-28 22:21:21

르브론이 은퇴하는 슬픈 상상을 가끔 합니다
레젼드의 경기를 볼수 있어 행복하네요

WR
2017-05-28 22:41:58

슬픈 상상은 뒤로 미루시고 곧 있을 파이널을 기다리며 함께 즐기시지요 

2017-05-28 22:59:19

'디시젼 쇼, 리얼월드 발언, 독감 조롱, 역주행의 경우도 모두 필설하며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해 못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부분에서 이해가 가신건가요? 저에겐 사실 이 사건들+볼보이 사건은 정말 이해가 안 가서요. 르브론이란 인간에 대해 실망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역주행은 오히려 그냥 철없던 행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WR
2017-05-29 01:12:28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인데요. 제가 같은 입장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받아내는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때때로 실수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사건들에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제 경우에도 살면서 미숙한 잘못들을 많이 했기에 인간적으로 팬으로서 수용 가능하다 정도의 입장을 적은 겁니다. 이 문제로 논쟁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 생각을 존중해달라고 설득하며 날을 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2017-05-29 01:19:34

논쟁을 하고싶다는게 아닙니다.
어떤 포인트에서 이해를 하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설명 감사해요!

WR
Updated at 2017-05-29 01:46:14

그런 입장이시라면 조금만 꺼내보겠습니다. 물론 팬으로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 탓에 저 역시 곡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디시젼 쇼의 경우, 프랜차이즈를 저버렸다는 점은 우승에 대한 강박 탓에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필 공개적으로 디시젼 '쇼'를 결정한 것은 방송을 통해 수익금을 거둬 기부를 하려는 이벤트에 그 기획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말 늘어놓아도 결과가 좋지 못했고, 과정에서의 미숙함이 드러난 것은 아쉽지요. 리얼월드는 악성 팬들에게 수모를 당하던 와중에 발생한 일이라 솔직히 저는 십분 이해가 됐고,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팬분들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어느 정도 그 입장이 이해가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라도 한 번 속 시원히 욕 하고 싶었을 것 같아서.. 다른 많은 선수들 또한 직관 온 관중들에게 손가락 욕을 하고 언쟁하는 걸 보면 부당하거나 심한 경우 말고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입장입니다.

독감 조롱은 유치하지요. 제겐 거기까지 입니다. 꿀밤 한 대 먹여주고 말 정도요. 저 또한 이십대 중반에 그런 못된 장난 안 친게 아니라 제가 거기에 대고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손가락질 하는 건 어불성설 같아서, 무엇보다 좀 별 거 아닌 걸로 보입니다, 제겐.

역주행은 법의 울타리를 넘은 사안이니 그 심각성이 차원이 다른데, 이건 옹호 안 되지요. 근데 제 동생도 일본 여행가서 렌트카로 역주행 하고 잘 살아 돌아왔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라는 수밖에요. 이건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 물론 사고가 있을 정도로 위험한 정도로는 안 했을 거라 멋대로 상상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하는 거지만, 호되게 욕 먹을만 했지요.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요? 내가 이걸 왜 쓴 거람.

다음 경기가 무척 고픈가 봅니다.

2017-05-28 23:13:41

스포츠 스타가 인격적으로 팬들이 포장하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간 여러 번 일으킨 사건들은 사건 그 자체로만 보는 게 맞지 굳이 내면을 깊게 이해하려 상상까지 해가면서 변명해줄 의미는 없다고 봐요. 역대급 선수이고 좋은 팀플레이어이자 이제는 숙련된 인터뷰 스킬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재의 모습이 과거를 덮어버릴 수는 없는 거죠. 

WR
2017-05-29 01:17:00

모든 건 개인이 판단하기 나름이죠. 제가 존중하는 바에 대해 Scirocco 님께서 판단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님의 가치를 폄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면까지 이해하려는 제 태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건 사람마다 살아가고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일반화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모습을 덮으려는 시도를 한 글도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판단이 그렇다고 밝힌 것이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논쟁을 하며 감정을 소모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댓글을 늦게 단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WR
2017-05-29 01:27:46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인격적으로 대단하다고 표현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영감과 자극을 많이 받는 팬으로서 애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여 그러한 입장에서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공개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는 게 마치 팬심을 공모하는 모양새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고요. 스포츠를 보는 데 있어 그 정도의 몰입은 별로 유난스럽지 않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TV 속 연예인을 보며 사랑에 빠지는 분들도 저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정서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고요. 

2017-05-29 08:03:15

글 잘 읽었읍니다
전 제임스 오래전 제임스 다큐를 보고 팬이되고 농구를 알아간 경우입니다 꽤 오랜시간이죠 제임스가 고등학생일때 나이키에서 허머차를 사주고 제임스가 그 차땜에 먹이감이되고 졸지에 지역법원인가 어디서 투표를하여 경기 출장금지란 조취까지 취하고 했지요 그는법에 어긋난짓을 한적이없어요 역주행도 경찰차의 에스코트아래한것이니 범법행위는 아니라봐요 하지만 제임스는 어려서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다니죠 돌이켜보면 미숙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요 미숙함 딱 어울리는 표현같아요
제발 파이널 이겨주라 브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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