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휴식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강제휴식이 분명 달가운 일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체력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주전들은 꾸준히 경기에 나와주는게 모두가 바라는 일이겠죠. 하지만 강제휴식을 시키는 쪽의 주장은 '상황상 강제휴식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겁니다.
그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거죠. 물론 해결책이 간단하긴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토르의 망치를 들어올리는 일은 복잡한 일은 아닙니다. 간단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울 뿐이죠. 해결책을 모두가 알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느냐에는 매우 큰 의문부호가 붙는겁니다.
우선 이 문제의 핵심은 왜 소위 '강제 휴식'이 발생하느냐 입니다.
첫번째로 짧은 기간 동안 게임이 연달아 계속 있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그렇게 체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부상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셋째로 지친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어차피 경기를 뛰어봐야 그 경기의 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1,2경기가 있다고 해보죠. 1경기와 2경기는 이틀에 걸쳐 연속경기로 치러집니다. 첫 경기의 승률은 50%고, 두 번째 경기의 승률은 30%입니다. 그런데 첫 경기에서 주전을 빼고 휴식을 시켜서 두 번째 경기에 임하면 첫 경기의 승률이 35%가 되고 두 번째 경기의 승률이 60%가 된다면? 순전히 경제적 논리로 물론 첫 번째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이득일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두 번째 경기의 승률만 높여줄 뿐 아니라, 그 이후 일주일여간의 모든 경기가 더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면? 역으로 말하면 경기에 계속 출장함으로써 지친 선수들의 페이스가 다운돼 시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한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시즌 전체적으로도 오히려 승률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죠.
문제는 이런 부분이 팀 매니지먼트의 일환으로 치부될 수 있는것인가, 아니면 스포츠맨쉽을 망각한 행동인 것인가에 있을겁니다. 혹자는 프로라면 팬들을 위해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할테고, 혹자는 승리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할겁니다.
물론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옆동네 스포츠인 야구의 경우, 선수들의 선수생명과 경기 질을 위해 투수들이 긴 이닝을 혼자 던지는 시대에서 여러 선수들이 각자의 영역을 전문적으로 맡아 투구하는 분업화 시대로 변모했습니다. 물론 야구의 경우 경기의 질적인 면에서도 이득을 주었다는 점에서 농구에서 주전들을 다 빼버리는 것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대의 요구에 맞춰 운영이 변하고 있다는 면에서 비교해볼 수는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간단하다'고 말했던 강제휴식의 근본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경기 시간을 줄이는겁니다. 가령 국제경기 기준인 40분으로 줄인다면 16.7%의 경기시간 감소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경기 기록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올시즌 기준으로 러셀 웨스트브룩의 시즌 기록이 26-8-8이 됩니다. 득점 1위 역시 웨스트브룩의 기록대로 26점이 되는겁니다. NBA의 역사가 바뀌는 셈인데, 아마도 48분 시대와 40분 시대로 분리되겠죠. 아무도 이걸 원하진 않을겁니다.
둘째로 경기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수를 줄이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장벽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로 구단주 회의를 통과할 리 없습니다. 경기수를 줄이면 당장 입장 수익이 줄인 경기 수 만큼 줄어들겠죠. 구단주들이 굳이 거기에 동의해줄 리 없고, 구단주들이 동의한다고 해도 선수협이 용인할 리 없습니다. 82경기가 54경기가 되면 선수들의 샐러리도 54/82가 될게 뻔하기 때문이죠. 또한 방송사도 좋아할 리 없습니다. 경기수가 준다는건 그만큼 시청률이 높은 키매치업도 줄어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죠.
셋째로 시즌을 더 길게 끌고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의 두 방법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죠. 이미 애덤 실버가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새 CBA에서는 프리시즌 기간을 종전보다 줄이겠다고 한 바 있죠. 그게 시행된다면 시즌이 조금 더 빨리 시작하기 때문에 백투백 일정이 조금은 줄어들겁니다.
문제는 그 일정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겁니다. NBA에는 30개 구단이 있고 각자 다른 지역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홈구장은 농구 전용구장도 있지만 다목적 구장인 경우가 많죠.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오랜기간 다른 행사로 인해 홈구장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스퍼스의 로데오 트립, 레이커스의 그래미 트립, 불스의 서커스 트립 등이 해마다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 때문이죠. 아무리 일정을 잘 조정하려고 해도 1~2주 조정하는 것으로는 경기 간격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고 하기 어려울겁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여전히 올시즌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없죠.
또한 오프시즌이 짧아지는 부분을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일정을 너무 느슨하게 잡을 수도 없습니다. 지난 시즌의 경우 6월 19일에 시즌이 종료됐고 9월 23일에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했으니 3달의 오프시즌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 기간동안 휴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훈련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온전히 쉬는 시간은 훨씬 짧을겁니다. NBA도 직장이고 선수도 그 직장에 다니는 직원인 만큼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겁니다. 자칫 경기 내의 피로도 때문에 시즌이 길어질 경우 재충전의 기간이 짧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NBA Office를 비난하는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NBA가 82경기 체제를 확립한 68년 이래 일정 문제는 변한게 없습니다. 예전부터 소화해오던 일정이고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렉 파파비치가 스퍼스 주전 4명을 원정길에 아예 동행시키지 않은 2012년 이전까지는요.
지금까지 NBA Office는 일정 문제로 주전들에게 적절하게 휴식을 주는 것에 대해서 간섭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이례적으로 2012년에 팝이 주전 4명을 샌안토니오로 가는 비행기에 태워 원정 경기에서 아예 배제하는 선택을 했을 때에만 25만달러의 징계를 줬습니다. 징계 사유는 'NBA Office에 미리 선수들의 결장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이었고요.
지금도 여전히 미리 NBA Office와 방송사 등에 결장사실을 통보하면 절차상으로 주전 선수들이 통채로 빠진다고 해도 문제될건 없습니다. 다만 애덤 실버의 말은 과연 그러한 것이 리그의 평판에 도움이 되는것인지 다음에 있을 구단주 회의에서 최우선과제로 삼아 회의하겠다는 것이었죠.
제목은 해결책이 간단하다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NBA는 철저한 비지니스이지만, 또 비지니스가 아니기도 하거든요.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 티켓을 사거나, 상품 등을 구매하는데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그것은 비지니스가 아니라 철저히 '애정'에 기반한겁니다. 만약 팬들의 마음이 그러한 '비지니스적 선택'때문에 돌아선다면 오히려 비지니스적 선택이 비지니스를 망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과거 스퍼스나 며칠 전의 클리블랜드처럼 주전을 대거 빼는(물론 클리블랜드 구단의 설명으로는 두 선수는 부상 때문에 빠진 것이고 르브런 제임스만이 일부러 쉬게 한 유일한 선수였다고는 하지만) 일이 일상적인 풍경이 된다면 리그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체력 관리를 하고 싶다면 그러한 극단적 방법 보다는 조금 더 장기간에 걸친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각 구단들이 어느쪽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구단주회의를 통해 잘 판단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강제적으로 주전 여러 명을 한꺼번에 쉬게하는 방법 보다는 애초에 시즌 시작부터 선수들의 체력을 잘 매니지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사태를 막는 큰 틀에서의 합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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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시즌이 길어지고 백투백이 없어진다고 해도 일정 이상의 승수를 쌓은 팀은 시청자나 팬들 신경쓰지 않고 의도적으로 선수를 쉬게 할 수 있다는거죠. 상황이 어떻든간에 휴식을 많이 한팀이 플옵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중계권에 대해서 시즌 말에 의도적으로 선수들의 휴식을 준 경기들에 대해서는 해당 구단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단주끼리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짰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