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재즈는 탱킹이 최선일까요?
유타 재즈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모두 전반기에 달리다 후반기에 급브레이크를 밟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운전하는 사람이야 자기 생각대로 차가 가다 서다 하니 별 상관 없겠지만, 동승자들은 죽어날 것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속을 썩이게 됩니다. 그렇다고 에인지가 "우리 탱킹할 거니까 안전벨트 잘 매세요~"라고 할 리는 없고(누군들 하겠습니까), 다음 시즌에는 그냥 연료(마카넨/섹스턴 등등)를 빼고 서 있든, 아니면 연료는 넣었지만 시동을 안 걸든... 확실하게 멈춰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요. 아 그러기 싫으면 그냥 똑바로 운전을 하라고!
유타는 고베어-미첼-콘리 등으로 이루어진 나름대로 오래 공들여 키워온 로스터를 완전히 해체했지만, 그 댓가로 받아온 마카넨, 섹스턴, 케슬러 등의 새 로스터가 탱킹에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약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플인 경쟁에 뛰어들 레벨은 되었고, 올리닉과 아바지 등을 보낸 지금도 오프시즌에 손발을 맞추면 다시금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헨드릭스는 이미 아바지와 폰테키오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고, 센사바는 3점과 패싱 센스를 놓고 보면 올리닉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샷 크리에이팅 측면에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BQ 측면에선 아직 차이가 많습니다만). 오프시즌에 좀 더 갈고닦으면 이미 나름 궤도에 오른 키욘테와 더불어 기존의 베테랑들과 힘을 합쳐 팀의 전력을 상승시킬 겁니다.
이게 좋은 거긴 한데, 탱킹을 하려는 팀 입장에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경쟁력이 있는 팀에게 시즌 총 승수를 20승 이하로 억제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마카넨은 이번 시즌 후반에 몇 경기 뛰지도 않았고 섹스턴도 시즌 말미에는 안 나왔지만, 시즌 초반부터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선수 입장에선 커리어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잖아요. 유타 팀 입장에선 25년 드래프트의 풀이 워낙 좋다고 하고 그 정점에 있는 쿠퍼 플래그는 매우 높은 수준의 루키가 될 것이라 하니, 적어도 다음 시즌에는 탱킹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뭐, 그렇게 따지자면 지난 시즌에 웸반야마를 노리지 않은 건 참(그럴 거면 제대로 달리기라도 하던가)... 결국 그러려면 마카넨과 섹스턴은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희생을 강요할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애매합니다. 마카넨과 섹스턴이 MVP 급은 물론 아니고, 아직 올느바팀에도 못 들어가 봤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레벨의 선수들을 구하는 것이 쉽냐면 그건 절대 아니죠. 1라픽이 많다고 해서 그게 좋은 선수가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애시당초, 마카넨을 원하는 팀은 우승 컨텐더들인데, 그 팀들의 픽을 많이 받아도 그게 상위픽은 아니겠죠. 로터리 픽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유타가 탱킹을 매우 오래 할 것이 아닌 이상, 유타가 리빌딩을 끝내고 났을 때 분명 이 둘이 아쉬워지는 순간이 올 것 같아요. 막말로, 유타가 다음 시즌에 마카넨과 섹스턴 다 팔고 전체 꼴지가 되었는데,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쿠퍼 플래그는 커녕 한 4픽 정도(유타 운이 항상 뭐 그랬듯이) 받게 되면... 이건 장기적인 불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키욘테/헨드릭스/센사보 3인방이 셋 다 올스타 레벨로 성장하지 않는 이상, 유타는 이전보다 전력이 강해지기 무척 힘들 거에요.
다행히 마카넨과 섹스턴이 언해피를 띄운 상황은 아니고, 케슬러의 기량도 여전히 좋습니다. 신인 3인방은 아직 더 성장해야 하지만, 각자의 자리는 잡은 상태고 던과 콜린스, 클락슨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차라리 자산들을 활용해서 빅 네임 핸들러를 영입하고, 24-25 시즌에 달리는 것은 어떨까요? OKC는 아직도 더 성장할 여력이 있고, 샌안토니오 또한 로스터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골든스테이트는 주축이 되는 레전드 선수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예전에 비해서는 전력이 내려온 상황입니다. 게다가 기존의 하위팀들은 '쿠퍼 플래그도 있고 하니 한 시즌만 기다렸다가 달려야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그 때야말로 풀악셀을 밟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우승할 확률이 딱히 높진 않을 겁니다. 제대로 우승을 노리려면 올느바 선수가 둘 정도는 있어야 싶네요. 하지만 유타가 지금을 버리고 미래를 택했을 때, 지금보다 가능성이 높을까요? OKC의 영건들이 더 성장하고 거기에 마카넨이나 그에 준하는 윙이 붙으면 유타가 7경기 중 4경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웸반야마가 경험을 쌓고 그를 보좌할 올스타 핸들러가 가세한 샌안토니오는 자칫 새로운 왕조를 결성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넘어야 하죠? 지금의 덴버는 향후 3시즌 정도는 충분히 전력을 유지(또는 보강)할 것이고, 미네소타도 샐러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몇 시즌 동안 위세를 보일 겁니다. 자칫 어설프게 탱킹을 하다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플옵 냄새도 못 맡을까 두렵습니다.
솔직히, 리빌딩을 못 했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웸반야마는 못 얻었지만, 그래도 팀 전력이 이만큼은 되는데 픽을 잔뜩 얻어 놓은 상태잖아요. 하지만 앞날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마카넨과 섹스턴은 지난 시즌 데드라인부터 지금까지 보냈던 선수들(콘리/NAW/아바지/올리닉/폰테키오 등)과는 결이 다른, 나이와 기량 모두를 갖춘 선수들이죠. 이들을 보낼지 여부는 향후 팀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빼기냐, 더하기냐... 개인적으로는 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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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상황에 해줄 1옵션이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