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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야구의 포지션도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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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8-29 22:11:59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baseball-positions-are-starting-to-lose-their-meaning/ 를 번역한 글입니다. 'Baseball Positions Are Starting To Lose Their Meaning' by Travis Sawchick

 

 

때는 지난 8월 3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맞춰 볼티모어를 떠나 밀워키 유니폼을 입게 된 조나단 스콥은 밀러파크 내야에서 익숙치 않은 위치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6년 동안 이어진 커리어 통산 3번째로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그였다.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이는 또 있었다. 스콥의 새 동료 트래비스 쇼는 커리어 통산 네 번째로 2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이 자리는 쇼가 올 시즌 이전에는 나선 적이 없었던 위치였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부터 밀워키의 코너 내야수 자리에는 잉여자원이 넘쳐났는데, 브루어스는 여기에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끼얹었다. 현재 밀워키에는 주전으로 경기에 나설 만한 역량을 가진 내야수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건 사실 플레이오프 자리를 향한 밀워키의 대단한 실험의 일환이다: 공격을 위해 수비를 희생하고, 내야 자리에 펀치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밀어넣는 것이다.

 

다른 메이저 스포츠에서는 포지션 명칭은 상당부분 그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인데, 야구라고 그게 안 되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요즘 NBA에서는 센터와 파워포워드들도 공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심심찮게 3점 슈팅을 시도하고 있으며, 수비에서의 다재다능함, 스위치 능력 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흐름이다. NFL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는데, 패트리어츠 같은 팀은 멀티포지션 소화능력(Positional Versatility)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야구에서도 이런 류의 포지션 딱지 떼기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선수 육성 담당 부사장 직을 수행하는 체임 블룸은 FiveThirtyEight과의 인터뷰에서 "구단들은 의지를 가지고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그래야만 한다'라고 규정되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있으며, '가능한 일'의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걸 지금 지켜보고 있는 거구요."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최근 야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포지션 개념 파괴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진아웃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으며:올 시즌의 경우 타석의 22.1%를 차지하며, 이 추세대로면 역사 상 가장 많은 삼진이 나온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0.5%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인데, 대략 800개가 넘는 공이 아웃카운트로 반환된 것과 같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에는 새로운 홈런 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물론 올 시즌엔 그 빈도가 매우 낮아져서 겨우 5000개를 넘는 홈런이 기록되긴 할테지만 말이다.

 

분명한 사실은, 홈런과 삼진은 인플레이되는 타구의 비율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 1980년과 비교해 지난 시즌의 인플레이 타구는 14.5%가량 감소했다. 30개 팀으로 구단이 확장된 1998년에 비해선 8.8% 낮은 수치였고, 2008년과 비교해선 7.8%가 낮았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현상은 개인의 수비 능력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7년 유격수가 기록한 어시스트와 put out(플라이볼 포구, 태그, 포스아웃 등을 포함) 합산 수치는 21495개였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대략 19000개의 아웃카운트가 유격수로부터 만들어질 전망이다. 2루수는 어떤가. 지난 2007년 23704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낸 이들은 지난해 21057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2007년에 12829개의 플라이볼을 처리했던 중견수는 지난해 11437개의 공을 잡았을 뿐이었다.

 

수비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면, 구단들은 득점을 만들어내는 쪽이 수비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발사각도, 쥬스 볼(반발력이 좋은 공: 홈런 갯수 증가의 원인에 관한 다양한 가설 중 하나) 그리고 작은 경기장이 이슈가 되는 시대에서라면 말이다.

 

올 시즌에는 68명의 선수가 그들의 '첫번째' 포지션을 변경했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이 소화한 수비 위치와 다른 곳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우다. 이중 30명의 선수는 기존 수비 위치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되는 위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수비 변경과 '어려운 위치로의 수비 변경' 모두 지난 5년 대비 가장 높은 빈도로 이뤄졌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에 머무르던 시절, 3루수에서 유격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고,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한동안 유격수를 소화했다. 컵스는 지난 2015, 2016, 2017년에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종종 중견수로 기용하곤 했다. 레즈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그들의 최고 유망주인 닉 센젤의 포지션을 3루수에서 유격수로 옮기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구단 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인디언스는 지난 정규시즌 말미와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2루수 제이슨 킵니스가 중견수를 소화하도록 하기도 했다. - 킵니스는 애리조나 주립대를 졸업한 이래 중견수 포지션을 제대로 소화한 적이 없었다.

 

인디언스는 또한 지난 2년 간 로니 치즌홀과 브랜든 가이어에게 중견수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블룸은 "공격과 수비 간에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성립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둘 모두를 면밀히 파악하고, 환경까지 고려해서 옳은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라며 공격력 상승과 수비력 하락 간의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 감소가 전통적인 포지션 역할 경계를 허무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분업화 흐름(era of specialization) 역시 포지션 경계 허물기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각 투수들은 점점 적은 이닝을 소화하는 추세다.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레이스는 올 시즌 초 '오프너'의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경기의 첫 1-2이닝을 책임지는 불펜 투수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몇년 동안 레이스는 그들의 선발 투수들이 같은 타자를 3번 이상 상대하는 것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난 해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는 15명에 불과했다(2016년에도 그랬다.). 이에 발맞춰 더욱 많은 불펜 투수들이 이닝 소화 및 유리한 대결 구도를 위해 로스터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플래툰 유행에 따라 야수 로스터가 늘어난 탓이다.

 

올 봄 킵니스는 "구단들이 플래툰 구사 빈도와 수비 교체 빈도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를 미리 투입하고 리드를 잡은 이후 수비력이 좋은 선수로 교체하는 식입니다. 대타가 경기 말미에 나오던 흐름이 거꾸로 뒤바뀐 겁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컵스의 벤 조브리스트는 다재다능한 수비 능력으로 대표되는 21세기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사실 조브리스트는 커리어 초창기에 수비 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단순한 유틸리티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스타 레벨의 타격 능력에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 능력을 겸비한 선수였다.

 

블룸은 조브리스트에 관해 "벤의 성공을 이끈 것은 어느 포지션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했던 의지력과 이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그의 다른 많은 선수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셈이죠."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올 시즌은 수많은 조브리스트들이 등장한 해라고 볼 수 있겠다. 여섯 명의 선수들이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최소 한 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마윈 곤살레스, 엔리케 에르난데스, 야디엘 리베라, 션 로드리게스, 앤드류 로마인, 에르난 페레스

 

지난 해에는 총 25명의 선수가 좌익수, 우익수, 중견수를 각각 10경기 이상씩 소화한 바 있었다. 이 역시 MLB 기록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2루수, 3루수 그리고 유격수를 각각 1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의 숫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6년에는 20명의 선수가 이 일을 해냈다. 내야 3 포지션 소화 빈도를 시즌 단위로 정렬해보면, 상위 12번의 시즌이 지난 2000년 이후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에는 27명의 선수가 3루와 유격수 포지션에서 1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2017년에는 24명이 이 두 포지션에서 1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오클랜드 내야수 제드 라우리는 프로 경력을 시작한 이래 모든 내야 포지션을 경험했고, 올 시즌에는 2루와 3루를 담당했다. 라우리는 "당신들은 여전히 최고의 수비수들이 내야 중앙에 있기를 바랄테고, 실제로 아직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은 구단 관점에서 여러모로 다양한 편리성을 제공합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전통적인 포지션으로부터의 탈피는 배치의 변화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수비 시프트의 유행은 2루수와 유격수에 관한 전통적인 개념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브루어스와 레이스가 정기적으로 시프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제 시프트는 보편적인 작전의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오른쪽에 붙고, 2루수가 얕은 외야 오른쪽을 커버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2루수와 유격수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배치 변화는 점점 더 극단적이고 때로는 창의적이며, 공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지난 4월, 카노는 홈플레이트로부터 221피트나 떨어진 지점에 서서 타구를 대비했는데, 이는 스탯캐스트 시대가 열린 이래 가장 먼 내야수의 수비 위치였다. 상대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슬러거 조이 갈로였다. (2루수의 평균 수비 위치는 홈플레이트로부터 151피트 떨어져 있다.)

 

지난 2015년, MLB 구단이 외야에 네 명의 수비수를 배치한 것은 17회였다. 2016년에는 9번이었고, 그 전 해에는 7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럼 올 해에는 어땠을까? 놀라지 마시라. 총 194회나 이 일이 일어났다. 로키스, 컵스, 트윈스, 다저스, 오리올스, 매리너스 그리고 애스트로스가 이 전략을 시험해 봤다.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수비 포지션 파괴 및 멀티 포지션 소화에 관해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러셀 칼튼은 이달 초, 이런 류의 포지션 파괴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포지션 별로 요구되는 스킬 셋이 다를 뿐더러, 더욱 어려운 포지션으로 수비 위치를 옮길 경우, 더욱 큰 어려움이 따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모든 포지션에는 요구되는 동작들이 따로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포지션 간에는 그 차이가 적지 않다."

칼튼은 수비 위치를 유격수로 변경한 선수들로 인해 구단 별로 26실점을 추가로 헌납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 일반적으로 이 수비 위치 변경으로 인한 손해는 20점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특정 포지션에 특정한 스킬과 신체 조건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2루수와 유격수는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민첩함과 핸드 스킬, 110마일 이상의 속도로 날아드는 라인 드라이브와 땅볼을 처리할 수 있는 반응력이 요구되는 법이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유격수에게는 3유간의 깊은 위치에서 1루로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뿌릴 수 있는 강한 어깨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삼진과 구장 효과, 그리고 강한 타격이 뒷받침될 경우, 수비 위치 변경에 따른 리스크는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을 이득을 창출할 수 있다.

 

블룸은 "엘리트 레벨의 스킬셋과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들을 과소평가할 날은 사실 오지 않을 겁니다. 저런 선수들을 향한 구단의 니즈는 영원히 지속될 거구요."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저런 선수들이 뛰는 환경과 우리가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계속해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팀들은 끊임없이 적응을 시도할 것이다. 이 게임에 처음으로 수비 시프트를 도입했던 브루어스가 지금은 포지션 파괴라는 반대선상의 시도를 주도하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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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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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9 22:30:06

흠...

개인적으로 이번 무브 정말 맘에 들지 않습니다만 이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발점이라고 한다고 하면 어느정도 참작은 되네요.

이미 nba는 포지션 파괴가 되었고 센터가 3점쏘고 포가가 리바운드하는게 당연해진만큼 mlb라고 더이상 한 포지션에 머무는건 옛날 야구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더 이상 멀티가 되지않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발붙이기 쉽지 않을겁니다.

(가만 생각하니 저희 귀염둥이 헤수스 아귈라도 3루수로 뛰었었습니다!)

WR
2018-08-30 09:09:40

드물게 알려진 편이긴 하지만, 밀워키는 대체로 유행을 선도하는 구단이기도 하고... 단장의 성향도 성향이니만큼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인 것 같기는 합니다. 투수 쪽에서도 뭔가 원하는 바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인데... 시즌 말미 들어 잘 풀리진 않는 듯하여 안타까운 심정이네요 

2018-08-30 11:42:34

인디언스는 그냥 외야수 뎁스가 얄팍하고, 연달아 부상에 성적부진까지 이어져서 생긴 일이죠.

수비를 버리고 공격을 취한다와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그냥 고육지책, 땜빵이죠.

WR
2018-08-31 00:59:22

맞는 말씀이십니다. 다만 치즌홀 가이어의 경우, 원래 중견을 보던 적이 없는 선수를 중견에 기용하는 형태를 강조한 부분인 듯 합니다. 치즌홀은 원래 3루수 출신이었고, 가이어는 코너 외야가 주포지션으로 알려져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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