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와 마감독, 그리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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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1-14 02:49:34
다름이 아니고 이번시즌 변화한 코비의 플레이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시즌 마이크 브라운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코비는 사실상 NBA 커리어 3번째 감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루키 때부터 3시즌 동안은 델 해리스의 지도하에 있었고 그 다음은 전설의 명장 필잭슨이었습니다. 04-05시즌때 잠깐 톰자노비치 체제로 가다가 건강악화였나요, 43경기만에 사임하고 코치 체제로 가다가 그 다음 시즌 코비의 땡깡에 의해 다시 필 잭슨이 감독으로 선임되었죠. 코비가 주전으로 올라온 후 사실상 생애 첫번째 감독이 필잭슨이고 두번째 감독이 마이크 브라운 감독입니다. 코비는 필 잭슨의 트라이앵글과 11시즌을 같이 했습니다.
재미있는건 감독이 바뀐 올시즌 코비의 슛팅 메카니즘의 변화입니다.
(오늘 유타전 포함 X)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3점슛을 제외한 올시즌 코비의 슛팅은 굉장히 적중률이 높습니다. 3-9핏을 제외한 모든 존에서 야투율이 상승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되는 16-23핏, 롱레인지라고 불리우는 그 지역에선 슛팅갯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야투율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현재 리그에서 팀의 확고한 스타팅으로써 (30분 이상 출장), 10-15핏 미드레인지에서 2개 이상의 야투를 시도하는 선수 중 코비보다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는 선수는 없습니다. 또다른 미드레인지 마스터인 노비츠키가 42% - 2.1개 메이드를 기록중이고 바르냐니가 51.9% - 1.4개 메이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슛팅 괴물인 듀란트는 42.9%로 1.4개씩 메이드하고 있습니다.
16-23핏에서도 같은 조건(30분이상 출장 해당지역 야투 2개이상 시도)에서 비교를 해보자면, 코비보다 높은 확률로 공격 중인 선수는 노비츠키(62%, 2.6개) , 파우가솔(56%, 2.1개 -_-;;;) 둘 뿐이고 같은 확률(52%)로 공격하는 선수는 바르냐니, 칼데론, 커리 정도가 있습니다. 다른 주요 선수들과도 비교해보자면 레이 앨런이 1.0/2.4 41%, 르브론이 3.0/7.3개 41%, 멜로가 2.7/6.6 41%, 알드리지가 3.2/6.4 50%, 웨이드 2.3/6.3 36%, 듀란트 2.7/5.5 50%, 가넷 2.1/5.0 43%, 이 정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스팟에선 론도가 레이 앨런과 똑같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네요. (슛팅이 진짜 늘었나요;;;) 재미있는건 코비는 미드레인지와 롱레인지에서 각각 야투시도 2위,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최상위권에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슛팅 존에서의 정확도를 살펴봤는데 사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슛 성공률 옆에 있는 %As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나타내는건 성공한 슛팅이 얼마만큼의 비율로 어시스트에 의해 득점했는가입니다. 예를들면, 스팟업 슛터들의 %As 비율은 굉장히 높습니다. 대부분이 킥아웃, 볼무빙에 의한 오픈 3점이기 때문에 거의 다 어시스트로 기록되죠. (ex: 레이 앨런은 올시즌 3점 스팟에서 92.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 비율이 높을수록 슛팅 메카니즘이 간결하다, 팀플레이에 의해 득점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미드레인지는 코비가 포스트업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존이기 때문에 %As 비율이 높을수가 없습니다. 이곳은 코비가 개인기에 의해 득점을 풀어나가거나 아니면 오히려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주목해야할 곳은 롱레인지, 16-23핏이죠. 최고 38%, 낮게는 32% 정도 기록하던 수치가 이번 시즌 56%를 넘겼습니다. 골밑에서의 %As 수치도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51.9%를 기록했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코비는 롱레인지에서 볼을 잡으면 오픈 찬스가 나도 상대 수비수가 달라붙을 때까지 페이크를 쓰고 온갖 잡기술에 쓰잘데기 없는 화려함으로 무장한 선수였습니다. 허세왕이라는 별칭은 그런 그에게 아깝지 않은 별명이었죠. 마치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듯한 그의 양아치적인 플레이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반대로 팀 플레이를 정체시키기도 하고 이기적인 선수라는 욕도 먹게 했습니다. 비효율적인 플레이어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구요. 플레이 그 자체가 Love Me or Hate Me 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선수였던 코비가 56% 가 넘는 %As 수치를 기록한건 제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왜냐면 은퇴할 때까지 그냥 본인 방식을 고집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방식으로 5개의 링을 차지했고 2번의 파이널 MVP, 1번의 시즌 MVP를 거머쥔 코비는 이미 리빙 레전드이고 그런 그가 아직도 변화할 수 있다는건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현재 레이커스는 12경기를 치뤘고 지금의 기록은 분명 시즌 초반의 기록일 뿐입니다. 하지만 8개가 넘는 슛팅을 롱레인지에서 12경기 동안 시도하면서 저런 수치를 보여줬다는건 분명한 변화가 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코비는 굉장히 간결해지고 있고 볼소유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야투시도가 작년에 비해 3개 이상 늘었음에도 별로 무리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있을 정도고 오히려 오프볼무빙이 많이 늘었습니다. 가솔, 바이넘의 스크린을 받아 롱레인지로 이동해서 지체없이 슛팅을 쏘는 장면은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똑같이 스크린을 받아 같은 지역으로 이동해도 코비는 상대 수비수가 온 다음에 온갖 페이크를 넣고 공격을 시도했죠. 오죽하면 오픈샷보다 변태샷을 더 잘넣는 선수라는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롱레인지, 미드레인지에서의 간결한 점프슛팅, 슛팅 시도에 비해 적은 볼소유, 괜찮은 오프볼무빙, 엘보우에서부터 시작되는 포스트업 후 득점 혹은 패스를 통한 득점 기회 창출... 우리는 이런 선수를 이미 한명 알고 있습니다. 바로 마이클 조던이죠. 실력의 차이는 제껴두고 스타일만을 봤을 때 지금의 코비는 조던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비는 1년차 애송이 때부터 조던을 따라한다는 욕을 먹어왔고 자신이 조던의 플레이를 존경하고 비디오를 수차례 돌려보며 연구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 부분에서 조던의 플레이를 따라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조던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도 코비였다는건 모두 인정하실 겁니다. 그런 코비에게 15시즌이 지나도록 조던과 비슷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전 이 간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주장해왔고 이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코비의 팬분들, 혹은 다른 팬분들도 똑같이 느끼신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보다 간결하게 볼소유를 적게 가져가면서 조금 더 이지 찬스를 가져가는 것, 15시즌 동안 코비에게 필요했던 일입니다. 그런 그가 16시즌 째에 이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게 뭐냐면, 조던이 6회 우승을 할 때 옆에서 지대한 공헌을 세운 명감독 필잭슨이 코비 옆에 있을땐 그걸 통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런 차이를 코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지 뭔지는 몰라도 트라이앵글 시스템으로 조던에게 간결한 플레이와 적은 볼소유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옆에 있었음에도 왜 코비에게 지금의 플레이를 주문하지 않았는지 또 왜 그 장본인이 팀에서 나가자마자 변화를 하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이번 시즌 덴버 2연전에서 코비는 탑에서 장난질을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대삽을 펐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마감독과 함께 분석했다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그건 마치 강백호가 자신의 슛팅 장면을 본 것과 같은 충격이었을 겁니다. 그 후로 코비의 플레이 존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탑에서의 플레이를 자제하고 엘보우와 윙으로 이동했으며 탑에서는 오프볼무빙으로 스크린을 타며 쉬운 점프슛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엘보우에서 포스트업을 할 때는 확실한 클래스를 보여주며 높은 확률로 득점하면서 동시에 팀원들에게 오픈 찬스와 좋은 볼무빙을 선사했습니다. 올시즌 코비는 5.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고 이것은 04-05시즌 6개를 기록한 후 최고 성적입니다. 이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낸게 정말 덴버 2연전에서의 삽질이 맞다면, 그 초대형 삽질을 고마워해야할 정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측하기로는 이것은 코비 스스로의 변화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15시즌이나 해오던 플레이를 스스로의 생각으로 바꾸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볼 땐 이건 마감독의 주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프볼무브를 늘리고 조금 더 쉬운 찬스를 만드는 것, 자신의 힘이 극대화되는 존에서 플레이 할 것을 주문했고 코비가 거기에 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전술 변화라던지에 대해 마감독의 인터뷰를 들을 기회가 있을텐데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필잭슨 체제에서도 하지 못했던걸 바꿔준 마감독의 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도 르브론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전술과 라인업으로 리그 1위로 만들었던 감독이었고 지금도 레이커스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필잭슨이 신선노름을 하며 젠 마스터의 포스로 큰 판 짜기의 달인이라면 마감독은 즉각즉각 맘에 안드는 부분을 고쳐가는 꼰대 스타일로 보입니다. (아참, 포포비치 밑에 있었죠) 이런 면모는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맘에 드네요.
지금 코비의 비정상적인 미드레인지, 롱레인지 야투율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질게 확실합니다. 단축시즌이라 일정도 빡빡하고 체력문제도 있고, 사실 지금이 비정상적이죠. 하지만 %As에서 보이는 수치와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는 단순히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16시즌 째에도 두 말 없이 또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코비를 응원해주고 싶네요. 더불어 마감독님도 커리어 마지막에 레전드 감독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Go, Lak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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