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성공적이었던 바이넘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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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1-12 10:22:17
이번 시즌 수비가 너무 눈에 띄게 좋아져서 강팀인 레이커스를 상대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됐었습니다.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더군요. 레이커스가 자랑하는 높이를 상대로는 기대 이상으로 잘 막았지만 코비한테는 엄청나게 당했습니다.
그리고 강팀과 약팀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해결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어차피 이 전력으로 레이커스를 이기기엔 무리였기에 상대 바이넘을 꽤나 잘 막은 것에서 선즈는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워낙 바이넘이 덩치와 높이를 앞세워서 상대를 압박했었기에 이 친구의 위력을 떨어 뜨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바이넘을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최대한 골밑 밖, 페인트 존 밖으로 밀어내서 볼을 잡게 만든다. 바이넘이 포스트업을 할 때 힘으로 버텨 골밑으로 밀리지 않는다.
이 두 가지만 이뤄줘도 바이넘의 공격패턴은 단순하기 때문에 공격력을 확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간단한 방법을 해줄 빅맨을 요즘 시대에 찾기가 힘들다는 거죠. 그 만큼 바이넘의 높이와 덩치, 팔길이 등이 압도적입니다. 그게 바로 막강한 바이넘의 경쟁력이고요.
휴스턴의 달렘베어, 덴버의 네네와 같은 친구들도 속절없이 밀리는 힘을 바탕으로 득점하기 쉬운 위치나 자신이 좋아하는 곳까지 밀고 들어가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키와 팔길이를 이용한 덩크나 훅슛. 정말 축복받은 신체조건이죠.
하지만 이번에 선즈가 바이넘에게 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이넘의 힘과 높이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즈에는 7풋의 센터 두 명이 있죠. 고탓과 로빈 로페즈. 고탓은 요즘 6-11로 나와 있긴 하지만 드래프트 당시에 신체측정에서 신발 신고 7-0으로 나왔었던 친구여서 높이가 있는 센터이고, 로빈 로페즈는 그냥 딱 보기에도 7풋으로 느껴질 정도의 거구죠.
물론, 바이넘보다는 작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7풋의 센터 두 명이서 번갈아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른 팀에게는 쉽게 보기 힘든 장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둘은 키만 큰 게 아니라 힘이 굉장히 좋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탓도 힘이 좋고, 로빈은 그보다 더 힘이 좋으면서 지독하게 비비고 박스아웃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둘이서 센터로 48분을 나오면서 바이넘을 밀어 내니 바이넘의 장점이 많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죠.
거기다가 선즈는 적절히 더블팀까지 섞어 주면서 바이넘에게 혼란을 안겨 주었습니다.
최대한 바이넘이 쉬운 득점을 하지 못하는 위치로 바이넘을 몰아낸 후 바이넘이 볼을 잡았을 때 바로 더블팀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바이넘이 포스트업 상황에서 1~2번 정도 드리블을 친 다음에 슛을 던지려는 타이밍에 엘보우 쪽에서 더블팀이 들어 왔습니다. 그러면 바이넘은 자연스럽게 베이스라인을 향해서 돌 수 밖에 없고, 그 쪽으로 훅슛을 던진다는 것을 고탓과 로페즈가 예상해서 그들의 긴 팔로 방해하는 플레이가 좋았습니다.
사실 빅맨이 잡자마자 바로 더블팀이 들어오면 수비 입장에서는 나머지 수비수들이 공간을 커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공격 입장에서도 바로 더블팀이 온다는 걸 알고 빅맨이 공격수들을 찾으면서 킥아웃을 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타이밍을 조금 늦춰서 상대빅맨이 공격하게끔 유도한 다음에 한쪽 라인을 봉쇄하면서 더블팀을 들어오면 공격하는 빅맨입장에서는 리듬을 잃기가 쉽습니다. 무리하거나 실수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거기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득점을 하거나 킥아웃을 해줄 수 있는 빅맨은 정말 기술이 좋고, 경험이 많은 빅맨입니다.
어쨌든 바이넘이 볼을 잡자마자 즉시 더블팀을 들어가야 하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버티면서 대인수비를 해줄 수 있는 두 빅맨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죠.
지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게 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센터포지션만큼은 주전 고탓, 백업 로빈 로페즈, 이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빌딩 과정 속에서도 이 둘이 지키는 센터진은 팀에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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