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해진 SG, 그 미래는?
10
11373
Updated at 2012-02-08 11:46:31
(평어체 양해바랍니다)
다음은 ESPN에서 선정한 상위 25명의 스타들이다. 이를 포지션 별로 정리해보았다.
PG
크리스 폴
크리스 폴
데릭 로즈
라존 론도
데런 윌리엄스
라존 론도
데런 윌리엄스
스티브 내쉬
러셀 웨스트브룩
SG
코비 브라이언트
러셀 웨스트브룩
SG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마누 지노빌리
SF
르브론 제임스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카멜로 앤써니
폴 피어스
PF
덕 노비츠키
팀 던컨
케빈 가넷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블레이크 그리핀
케빈 러브
자크 랜돌프
크리스 보쉬
라마커스 알드리지
파우 가솔
C
드와이트 하워드
드와이트 하워드
알 호포드
이로부터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일단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된 파워포워드의 강세는 변하지 않았다. 팀 던컨과 케빈 가넷이 노쇠화했고 엘튼 브랜드가 부상 후유증으로 예전의 기량을 잃었지만 그들과 함께한 덕 노비츠키는 아직 건재하고 자크 랜돌프는 이제 엘리트 파워포워드로 진화했으며 파우 가솔 역시 한 단계 성장하여 리그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크리스 보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나타났고 이들의 뒤를 블레이크 그리핀과 케빈 러브,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내년 드래프트 상위픽이 거의 확실시되는 앤써니 데이비스나 자레드 설린저, 그리고 또 한 명의 고교 괴물 안드레 드러먼드 역시 4번이다. 센터의 공격 롤을 파워포워드들이 상당 부분 가져가는 패턴은 여전하며 앞으로도 4번이 공격하고 5번이 수비하는 시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포인트가드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른바 듀얼가드라고 하는데 나는 이들을 슈퍼 가드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 싶다. 이들은 공격의 전권을 쥐고 있는 동시에 승부처의 득점을 담당하며 팀의 리딩 스코어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라존 론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5명은 경기당 20점 이상 넣을 수 있는 득점력과 공격 패턴을 지녔고 클러치 상황을 주도하는 가드들이며 팀 공격의 중심이다. 리딩도 하면서 공격도 하는 콤보 가드는 이제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포인트가드가 리딩에만 주력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득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저들 외에도 존 월이나 토니 파커, 브랜든 제닝스, 스테판 커리, 즈루 할러데이, 타이릭 에반스(개인적으로는 1번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같은 듀얼 1번들이 리그에 넘쳐난다. 올해 드래프트 1순위 카이리 어빙도 듀얼 1번이 아니던가? 이처럼 가드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가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바로 슈팅가드 기근 현상이다. 보통 현재의 NBA를 생각하면 센터 기근을 떠올린다. 그래서 NBA에 빅맨이 모자라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잘못된 생각이라 생각한다. '센터'는 분명 많지 않다. 하지만 '빅맨'은 많다고 본다. 다만 예전에는 5번이 공격하고 4번이 수비를 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NBA가 근본적으로 빅맨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장 저 리스트에 올라온 드와이트 하워드와 알 호포드는 올스타 단골이며 젊다. 그리고 저들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주는 센터들도 더러 있다. 타이슨 챈들러나 조아킴 노아처럼 스탯은 화려하지 않지만 골밑에서 적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그 위력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슈팅가드는 다르다. 지금 저기에 있는 명단을 보자. 코비와 웨이드, 마누 이렇게 3명이다.(애틀랜타의 이름없는 그 분은 32위로 명단에 없다. 물론 있어도 못 알아봤겠지만) 물론 현세 최고의 스윙맨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코비도 어느덧 33세이고 지노빌리는 그보다 1살이 더 많다. 현세 최고라는 웨이드도 벌써 29세, 한국 나이로는 서른이다. 셋 다 성장기는 이미 지났고 꼭대기에 있거나 꼭대기에서 내려갈 일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지겠다. 이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슈팅가드는 누구인가?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확실한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포틀랜드의 브랜든 로이도 저 자리에 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로이는 대학 때부터 발목을 잡아온 무릎 부상이 끝내 그의 커리어를 망쳐 놓았다. 설사 회복되더라도 예전의 위력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양쪽 무릎의 반월판이 다 닳아있기 때문에 그의 무릎뼈는 뛸 때마다 서로 부딪혀 통증을 만든다. 그러니 이전처럼 뛸 수 없다. 그래서 로이는 빠지게 되었고 그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갈텐데 그 자리를 점령한 이가 없다.
대체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답은 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듀얼가드 때문이다. 득점력을 겸비한 가드들이 모두 1번 포지션에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들이 돌파, 패스, 슈팅을 모두 도맡으니 자연히 슈팅가드들의 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현재 상당수의 슈팅가드들이 하는 일은 빈 공간을 찾아가 외곽슛을 쏘거나 베이스라인을 타고 들어가 피니쉬를 하는 것 정도 뿐이다. 공을 좀 다룰 줄 안다면 포인트가드의 리딩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 추가될 수 있겠다.
동시에 스몰포워드의 강세 역시 빼놓기 힘들다. 위 리스트에 등록된 르브론, 듀란트, 카멜로를 제외하고도 루디 게이, 제럴드 월러스, 대니 그레인저, 캐런 버틀러, 안드레 이궈달라처럼 유능한 3번들이 리그에 여럿 있다. 현대농구의 스몰포워드들은 대체적으로 외곽지향적인 플레이를 보이고 있는데 그러면서 이들의 득점 패턴이 슈팅가드들과 겹치는 현상이 일어났다. 여기서 사이즈가 더 좋은 3번들이 득점의 역할을 맡으면서, 혹은 공격의 중심이 되면서 2번들의 롤이 그야말로 없다시피하게 되었다. 압축적으로 말하서 공격을 주도하는 건 1번, 공격을 마무리하는 건 3번이다. 그러니 2번들이 공격에서 할 게 없어진 시대가 온 것이다. 만일 팀에 공격력 좋은 빅맨까지 있다면 슈팅가드들에게는 재앙 아닌 재앙이다. 팀이 강해져서 좋지만 정작 자신은 할 게 없어져 딱히 도움될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공격력이 뛰어난 4번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공격의 중심이 1번과 3번으로 옮겨지니 2번들이 잉여가 된 것이다. 그나마 5번 포지션의 선수들은 사이즈를 기반으로 골밑에서 몸싸움이라도 할 수 있지만 2번 포지션의 선수들이 팀 디펜스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마이클 조던이나 게리 페이튼같은 극강의 수비수가 아닌 이상 2번들이 팀 수비를 주도하기는 힘들다. 수비의 마지막이 리바운드임을 생각하면 수비의 중추는 여전히 빅맨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격력이 없어도 수비가 좋은 빅맨들이 계속 코치들의 각광을 받는 것도 이와 관계가 깊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최근 유망주의 씨앗도 슈팅가드 쪽에서는 거의 말라버린 상태다. 내년 상위픽이 유력한 해리슨 반즈나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는 3번에 가까운 선수이며 퀸시 밀러는 더 볼 것도 없이 3번이다. 올해 지명된 가드 유망주 중에 싹이 보이는 가드는 대부분 1번이다.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스틴 리버스는 1번에 가깝다. 내년 상위픽 후보들 중 2번으로 정착할 상위픽 후보는 제레미 램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차세대 2번 유망주가 희박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희망을 버리기는 그렇다. 왜냐면 극악의 슈팅가드 기근 현상 속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2번들은 리그에 분명 있기 때문이다. ESPN에서 선정한 Top 500 중 Top 150에 들어간 슈팅가드들을 추려보았다.(물론 위 리스트의 3명은 제외한다)
에릭 고든(39위)
몬타 엘리스(41위)
케빈 마틴(42위)
타이릭 에반스(47위)
제임스 하든(58위)
브랜든 로이(59위)
애런 아프랄로(78위)
O.J. 메요(93위)
웨슬리 매튜스(100위)
더마 데로잔(101위)
벤 고든(111위)
랜드리 필즈(128위)
타보 세폴로샤(134위)
마커스 쏜튼(136위)
J.J. 레딕(143위)
닉 영(146위)
몬타 엘리스(41위)
케빈 마틴(42위)
타이릭 에반스(47위)
제임스 하든(58위)
브랜든 로이(59위)
애런 아프랄로(78위)
O.J. 메요(93위)
웨슬리 매튜스(100위)
더마 데로잔(101위)
벤 고든(111위)
랜드리 필즈(128위)
타보 세폴로샤(134위)
마커스 쏜튼(136위)
J.J. 레딕(143위)
닉 영(146위)
150위 안에 슈팅가드가 19명. 확실히 적지만 그래도 이름값을 할 만한 싹들은 존재하지 않나 싶다. 이들 중 한계가 뚜렷한 이들(메요, 아프랄로, 쏜튼, 영, B.고든 등) 혹은 로이처럼 부상으로 추락한 경우를 제외하면 차세대 2번이 될 재목은 그래도 보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에릭 고든, 몬타 엘리스, 제임스 하든 이 세 명을 꼽고 싶다.(에반스는 1번이라고 보기에 제외했다) 고든과 엘리스는 언더사이즈이고 하든은 벤치 멤버이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지난 시즌 상당했다고 본다. 고든은 그리핀 이상의 팀내 비중을 보여줬고 엘리스는 안팎으로 혼란스런 워리어스를 도깨비팀으로 이끌며 득점 랭킹 상위권에 올랐으며 하든은 제2의 마누가 될 만한 가능성을 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었다. 코비와 마누가 떠날 자리는 분명 이들의 경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뽑다보니 모두 서부인데 동부에서 한 명 뽑는다면 데로잔을 꼽고 싶다. 매년 적지 않은 성장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들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제한적인 롤을 수행해서 생존을 할 수도 있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해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라면 공수 모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재목은 위에서 언급한 4명이라고 생각된다.
현 시점에서 슈팅가드는 지극히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 군대에서 박태민이 옛날 빌드, 그것도 뮤탈리스크를 배제한 선 러커 빌드로 전태양과 이재호를 물량으로 제압한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를 보니 '빌드도 돌고 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의 트렌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남은 SG 유망주들이 뭔가를 보여준다면 SG 전성시대가 다시 오지 말란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2011-10-16 12:28:08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50
Comments
6성 슈가의 전성기가 엇그제 같은 데 이제 그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는 코비 단 한명뿐이네요.. 웨이드가 앞으로 2~3년 더 버텨주겠지만.. 스윙맨의 역할은 앞으로 스포가 맡아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