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rick Rose - Being a legend.
18
3050
Updated at 2014-11-04 15:40:21
마이애미 히트와의 동부 파이널에서 5차전 마지막 슛이 르브론에게 블락당하며 데릭 로즈의 2010-11 시즌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 블락슛은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로즈에게 르브론이 마치 아직은 우리의 시대다,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며, 꼭 르브론이 지난 수 년간 스퍼스나 보스턴 등에게 무릎을 끓었던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결국 로즈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지만, 올 시즌 그가 이룬 것들은 정말 대단한 것들이었습니다.
데릭 로즈는 2011년 5월 3일 MVP 발표 시점에 22세 211일로 공식적인 최연소 MVP 가 되었습니다.
데뷔 후 이제 겨우 세 시즌을 소화한 그는 밥 쿠지, 오스카 로벗슨, 매직 존슨, 스티브 내쉬 네 명밖에 없었던 포인트가드 포지션 MVP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마이클 조던의 뒤를 이어 시카고 불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MVP 를 수상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또한 데뷔 3년만에 MVP 를 수상한 것은 74-75 시즌 밥 맥아두 이후 최초인 기록입니다.
시즌 성적
81경기 평균 37.4분 출장
평균 25.0 득점 4.1 리바운드 7.7 어시스트 1.0 스틸 0.6 블락 3.4 턴오버
.445 필드골 성공률 .332 3점슛 성공률 .858 자유투 성공률
공격형 포인트가드로써 시카고 불스를 이끈 그는 팀의 1옵션이면서 팀의 유일한 리딩가드로써 불스의 거의 모든 공격은 그의 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티보두 감독의 수비 중심 전술에서 로즈가 갖는 공격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였으며, 실제로 그의 평균득점은 리그 7위의 기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농구에 있어서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득점을 많이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농구는 바스켓에 공을 넣는 경기이고, 지속적으로 한 포제션씩 번갈아가면서 많은 득점을 하는 쪽이 이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확률' 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은 골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낮아지게 마련이죠.
키가 작은 선수들이 높이에서의 불리함 때문에 골밑에서 활약하지 않고 대신 키가 작기에 유리할 수 있는 드리블링과 볼 배급을 맡게 되면서 생긴 포지션이 포인트가드 포지션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득점보다는 더 잘 넣을 수 있는 선수에게 양질의 패스를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가드의 덕목이었죠.
이런 점에서 포인트가드 포지션 중에서 공격력이 특히 뛰어난 선수들은 태생적으로 모순되는 두 가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NBA 초창기보다는 포지션 파괴가 본격화된 최근 농구에서 특히나 이런 공격형 포인트가드는 많이 생겨나고 있고, 대표적으로 90년대의 케빈 존슨이나 팀 하더웨이, 00년대의 스테판 마버리나 토니 파커, 길버트 아레나스 같은 선수들이 이들입니다. 그 중에는 포인트가드로 데뷔했음에도 아예 슛팅가드로 커리어를 보낸 앨런 아이버슨 같은 선수들도 있었죠. 이런 선수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잘 풀릴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항상 선패스 마인드의 문제, 리딩 능력의 결여, 볼호그라는 비판 등을 들어야 했습니다.
데릭 로즈 또한 이들 선배들과 비슷한 비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공격형 포인트가드들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 즉 공격 효율에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골대 가까이에서 득점을 올리는 효율이 타 포지션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볼 배급을 담당하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공격을 시도할 경우, 나머지 포지션의 선수들은 공격기회를 받지 못하거나 공조차 만져보지 못하고 포제션 체인지가 되어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타 포지션에 비해 '혼자 한다' 는 인상을 받기가 더 쉽기도 합니다.
로즈의 올시즌 경기당 필드골 시도는 19.7 개였으며, 성공률은 .445 였습니다. 슛시도는 팀의 1옵션으로 눈에 띄게 많다고 하긴 힘든 수치고, 성공률 또한 포지션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더군다나 올시즌 장착하기 시작한 3점슛 시도가 상당히 많다는 점(385 개로 리그 9위) 을 감안한다면 공격 효율 자체는 많이 떨어진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공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TS% 와 eFG% 역시 .550, .485 로 전 시즌들에 비해 슛시도가 상당히 많아졌음에도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코비 등 스윙맨 에이스들과도 별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올 시즌 로즈의 성적이 급상승하게 된 원동력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슛레인지의 향상이라고 봅니다. 미드레인지 점퍼와 3점을 구사하기 시작하며 작년까지는 '막기 어려운 선수' 였다면 올시즌은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자유투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난 시즌에 비해 시도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858 이라는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공격 옵션이 늘어나면서 공격시에 좀 더 원활하게 스페이싱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팀원에게 나는 오픈찬스 또한 늘어났습니다. 로즈가 데뷔 때부터 들었던 칭찬 중 하나가 공격형 가드임에도 선패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런 점은 탑 스코어러가 된 올시즌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로즈는 분명 공격형 포인트 가드이지만 퓨어 포인트 가드의 마인드가 있으며 이러한 점이 그가 최근에 많은 뛰어난 공격형 포인트 가드, 혹은 듀얼 가드들 중에서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의 공격 전체를 조율하면서 동시에 누구도 막기 힘든 공격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로즈는, 공격형 포인트 가드가 가지는 태생적인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며, 포지션 구분이 불명확해지고 있는 최근의 농구 트렌드에 있어서 포인트 가드 포지션이 나아갈 방향 중 한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플레이오프
팀의 정규시즌 1위, 본인의 시즌 MVP 수상으로 위대한 시즌을 보낸 로즈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시즌 MVP 의 이름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16경기, 평균 40.6분 출장
27.1 득점 4.3 리바운드 7.7 어시스트 1.38 스틸 0.7 블락 3.7 턴오버
.396 필드골 성공률 .248 3점슛 성공률 .828 자유투 성공률
로즈는 팀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이끌었으며, 본인도 정규 시즌의 스탯을 이어갔습니다. 인디애나와 애틀란타를 각각 4-1, 4-2 로 물리쳤으며, 거의 매 경기 기복없는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동부 컨파에서 만난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좋은 모습으로 1승을 따냈으나 나머지 경기를 모두 내주며 무너지게 됩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셋이 모인 마이애미의 위력을 보여준 경기였으며, 로즈는 이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경기들에서도 로즈는 그가 왜 MVP 인지를 끊임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마이애미의 강력한 수비에 성공률은 좋지 못하였고, 팀의 공격 자체가 매끄럽게 가지 못하면서 스탯은 많이 떨어졌지만, 매 경기 중요한 상황에서 발휘되었던 그의 클러치 능력과 공격 능력은 마이애미의 에이스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로즈의 미래
아직 마이애미와 댈러스의 파이널이 남았지만, 이제 로즈의 10-11 시즌은 끝이 났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다음 시즌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것인지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가 로즈입니다. 지난 3년간의 발전 속도를 본다면 다음 시즌 역시 올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즈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그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인드가 아닐까 합니다. 미드레인지 점퍼를 장착하고 3점과 자유투를 개선하였으며, 수비 또한 리그 최고 수비팀의 일원으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에 개선되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올 시즌의 활약을 놓고 본다면 이제 로즈는 거의 흠잡을 만 한 곳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의 발전처럼 눈에 띄는 발전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공격 효율이 떨어지고, 슛 성공률은 더 개선해야 할 것이며,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부족하긴 합니다. 또한 팀의 2옵션인 부저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투맨게임을 더 연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을 잘 준비해 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한가지 간과되기 쉬운 로즈의 강점 중 하나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단 5경기만을 결장한 그의 내구성일 것입니다. 아직 3년밖에 뛰지 않았지만 부상 위험도가 높은 플레이를 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을 감안한다면 그가 가지는 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꾸준히 경기에 뛰어줄 수 있다는 점은 슈퍼스타이기 위해서 가장 갖추어야 할 점이기도 하죠.
시카고 불스의 수비 전술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본다면 공격 전술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티보두 감독이 올 시즌의 한계를 보고 좀 더 발전시킨다면 아마 그 방법은 로즈 이외의 다른 선수들을 더 활용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중에 노아와 부저가 함께 괜찮은 활약을 했을 때, 로즈의 득점은 줄고 어시스트는 늘어났었습니다. 그 시기를 생각한다면 로즈가 직접 공격의 시작과 끝 모두를 담당하기보다는 부저나 뎅 같은 선수의 피니쉬를 더 늘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저와의 투맨게임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다른 선수들을 위한 공격 전술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로즈 본인의 공격 능력과 클러치의 향상도 있어야 하겠지요.
로즈의 나이가 아직 22세, 다음 시즌이 되어도 23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현재의 르브론 제임스가 그렇듯이 우리는 NBA 의 역사에 이름을 굵게 새길 레전드의 현재를 리얼타임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3년만에 정규시즌 MVP 까지 수상해버린 데릭 로즈가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지, 한번 지켜보고 싶네요.
2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