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The Man, 그리고 락커룸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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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22:46:48
-The Man
어떤 스포츠에서건 팀에서 소위 The Man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고 이 선수는 팀내에서 매우 특수한 위상을 누리죠.
팀스포츠라고 할지라도 위기의 순간에 흐름을 바꾸는 무언갈 해주는 선수(플레이메이킹이건, 득점이건, 홈런이건, 완봉승이건, 클러치슛이건..)는 정해져있고 이는 꼭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혹은 어떤 프레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팀내에서 자연스럽게 동료들 사이에서 묵시적인 인정, 혹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보는게 자연스럽겠죠.
이를테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기적이라는 말도 있고 그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하여 혼자우두니 비판도 많지만 동료들은 이를 묵인하죠. 박지성은 '호날두의 훈련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열심이다'라고 그의 자세를 인정한 바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 실력+훈련태도 등을 종합하여 '저 친구가 우리 중에는 최고'라는 암묵적인 묵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The Man'의 롤을 맡게 된다고 봅니다.
그 갈락틱코라는 레알마드리드에서도 자연스레 지단이 최고로 인정받으면서 중심이 되었다고 알고 있고..
말하자면 남자들 사이에서의 암묵적인 서열 경쟁 같은 느낌이고 그 와중에서 자연스레 '저 친구가 우리 중에서는 실력에서 No.1'이라는 합의가 형성이 된 선수, 그런 선수가 바로 The Man이라고 할 수 있죠.
-해결사
The Man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특히 농구에서는 클러치 상황에서 마지막 슛을 던지는 선수, 소위 해결사가 매우 강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필잭슨이 초보 감독 시절 클러치 상황에서 패턴을 지시할 때 그 팀의 스타 선수 A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바로 그 선수'를 (자기 자신을 지칭)쓰실거죠?라고 건방을 떨어서 재수없는 나머지 다른 선수 B를 활용하는 패턴을 활용했다고 고백한바 있죠(결과적으로 실패하고 그 스타선수 A는 '아시겠죠? 클러치 상황에서는 언제나 바로 그선수가 던지는 겁니다라고 건방을 떤..)
비슷한 예로 플레이오프 종료 직전 클러치 상황에서 피펜이 쿠코치에게 패스를 주고 쿠코치가 클러치슛을 쏘는 패턴을 지시받자 격분한 피펜이 '저 재수없는 녀석이 바로 '그 선수'가 된단 말인가'라고 항명하고 아예 출전을 거부한 적이 있죠. 전례없는 항명행위였는데 그만큼 '그 선수'의 상징적 위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죠. The Man은 엄연히 피펜이었지만, 혹은 피펜이었음에도 '그 선수'가 자신이 싫어하는 쿠코치가 된다는 것에 격분한거죠. 좌절감을 느낄정도로..
-그선수와 the Man, 그리고 조던과 피펜
물론 '그 선수'가 언제나 'The man'이란 보장은 없죠..샤크와 코비처럼 the man은 분명히 샤크였지만 그가 가진 자유투의 한계로 클러치 타임에는 결국 '그 선수'는 코비가 하는 경우도 있었고(불화의 씨앗) '그선수'가 결정력 뛰어난 빅맨이나 포워드지만(자바, 워디, 말론), '그 선수'를 조종하는 포인트가드의 위상이 그에 필적할, 혹은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지기도 하고(매직, 스탁튼)..혹은 '그 선수'의 역할은 이미 신진기예가 물려받았지만 상징적 위상 때문에 the man은 여전히 옛 프랜차이즈가 지키기도 하고(마누지노빌리와 던컨) 이처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각의 락커룸 상황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시카고 불스의 경우, 해결사도, 락커룸 리더도, The Man도..모두 조던이었고, 이는 다름 아닌 피펜을 포함한 시카고 팀원들 모두가 수긍하고 인정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어쩌면 둘의 팀내 기여도는 동일했을 지도 모르고 관점에 따라서는 피펜이 더 좋은 선수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래리 브라운은 수비력을 이유로 피펜을 더 높이 평가기도 했죠) 저도 피펜의 플레이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어쨌든 6번의 우승반지를 차지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던>피펜일 수 밖에 없는 것은..결국 피펜이 조던을 해결사이자 The Man으로 언제나 인정하였고, 그의 스타일에 자신을 철저히 맞추었기 때문이죠. 서열 1, 2위의 관계는..다름 아닌 조던과 피펜, 두 남자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였다..라고 생각합니다. 피펜이 정말로 그걸 견딜수가 없었다면, 코비-샤크처럼 불화와 파탄으로 이어졌겠죠. 아니면 호레이스 그랜트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거나..(필잭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랜트는 자신을 고참 대우해주는 팀을 원해서 신생팀 올랜도로 갔다고 하죠. 한마디로 그도 일종의 리더가 되고 싶었던 거죠)
스타일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사실 너무 포괄적인 작업이고, 거창하게 프레임을 논하는 것도 능력 밖이지만..적어도 제가 접한 정보만을 토대로 생각해본다면..조던과 피펜의 위상 차이는 팬들이나 언론, 혹은 특정 프레임의 영향이라기보다는..시카고라는 팀 내의 역학관계가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 역학관계를 수용한 피펜, 바로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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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도 이 글이 정답에 근접하였다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