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의 3점슛과 죽은볼 3점
농구에서 메이드확률이 제일 높은 중장거리는 살아 있는 볼을 바로 연결하는 슛이죠.
살아있는 볼이라는건 드리블이나 여타의 동작 없이 그대로 슈팅에 연결할수 있는 패스를 말합니다. 가드가 아웃넘버 속공을 전개하다 3점라인 양쪽으로 벌어진 동료에게 갈라주는 패스라든지 센터가 더블팀을 받아서 밖으로 빼준 볼이라든지 (이 경우는 바로 쏘지 않더라도 옆으로 몇번 돌려서 3점 찬스를 보죠) 모두 패스를 받는 슈터가 바로 슈팅을 올라갈수 있는 볼입니다.
해밀턴이나 레지밀러가 볼없이 스크린 끼고 돌아나올때 탑의 포가가 오픈을 확인하고 주는 패스 역시 살아있는 볼이죠. 살아 있는 볼을 받아 바로 쏘는 슈팅이 캐치 앤 슛이고 성공률 높은 3점슈터들은 당연하게도 대부분 이런 타입입니다.
반면 죽은 볼은 바로 슈팅에 연결할수 없기에 죽은 볼을 받은 선수는 볼을 갖고 수비를 따돌리면서 슈팅리듬도 만들어내야 되는데 그래서 사용되는 것이 드리블로 이동하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 쏘는 슛, 소위 풀업 점퍼죠. 그런데 이 풀업점퍼는 드리블하다 스탑하면서 자신의 신체리듬도 어느정도 깨지고 공없이 점프하는 것에 비해 뜰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는데다 수비수를 처음부터 달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땜에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기습적으로 올라가는 성격을 띄게 됩니다.
그래서 비거리가 캐치앤 샷처럼 3점라인까지 가기도 어렵고 2점도 큰 선수가 대놓고 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스크린의 (하이스크린 앤 롤) 도움을 조금 받아서 만들죠.
이런 얘길 한 이유는 3점을 패스 없이 혹은 죽은볼에서 쏜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데 와이프오픈에서 훼이크를 몇번 넣다 다시 슛을 올라간다거나 아니면 험블을 했다가 다시 잡아 급하게 쐈다거나 등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대충 연상이 될것 같네요. 최상급의 캐치앤 슈터라도 준비동작 혹은 리듬이 없거나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쏘면 림도 맞추기 힘들죠.
근데 죽은볼 3점을 쏠줄 아는 선수들이 가끔 있는데 이걸 바꿔말하면 이들은 정해진 패턴이나 패스 없이도 3점을 던질수 있다는 뜻이 되고 발전시키면 클러치타임에도 수비가 강해진것에 상관없이 터질수 있다는 뜻도 되죠. 로테이션이 아무리 정확하게 이뤄져도 수비수가 예상못한 타이밍에 (다른선수면 당연히 안들어갈 타이밍에) 던져버리는것까지 막을수는 없으므로...
갠적으론 코비,피어스, kbl에선 용병으로 있던 찰스 민랜드 정도가 죽은볼 3점을 무기로 쓸 정도로 익숙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코비는 훼이크 없이 올라가는 슛이 거의 없어보일 정도니까 말 다했고 피어스도 요샌 거의 만들어준걸 쏘지만 처음 컨파올라가던 시절엔 시리즈마다 성공률이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황당한 난이도의 슛을 쐈었고 (3점을 스텝백으로 참 많이 쐈었죠) 민랜드란 선수는 아예 이마위에서 훼이크넣다 다시 올라가는 3점이 오픈보다 더 정확해보일 정도로 희귀한 슛터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돌파를 가진 선수가 3점라인에서 안쏘고 훼이크하면 수비는 3점은 리듬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스텝넣기 전의 예비동작이라고 판단하고) 돌파만 견제하기 마련인데 거기서 다시 올라가 던지니까 이것까지 못던지게 막을 방법이 없는거죠.
그래서 이런 선수들은 기복이 있을지언정 클러치에도 강합니다. 프레스가 강해질수록 자연스레 죽은볼이 늘어나므로 패턴에 의한 오픈찬스 메이킹은 더욱 어려워지는 반면 평소에 어려운 슛을 쏘는 선수들은 강한 수비 앞에서도 어려움이 덜한 거죠.
이런 감각을 갖지 못한 선수가 죽은볼을 3점으로 쏘려면 풀업점퍼를 3점에서 쏴야 하는데....오늘 넬슨의 3점 두개는 전부 3점라인 밖에서의 드리블 스탑 점퍼였고 웬만한 배짱으로는 메이드가 어려운 슛들이었습니다. 첫번째 슛이 보드맞고 들어간것에서 보듯이 평소 슛이 정확한 선수라도 풀업점퍼 3점을 확신갖고 쏘는 선수는 거의 없거든요.
지난번에 루이스가 터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썼지만 패스로 만들어진 슛을 쏘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슛을 만들고 메이드시키는게 훨씬 어려우면서 클러치타임에 필요한 능력인데...오늘 넬슨이 한경기 해줬습니다.
올랜도에서 카터와 넬슨이 유이하게 이런 능력을 가졌다고 보는데 오늘같은 클러치타임엔 스크리너를 두명 세워서라도 넬슨에게 몰아주는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강한 수비앞에 박빙에서 공격창출이 가능한 선수는 올랜도에 넬슨밖에 없는것 같거든요.
p/s 시애틀 시절의 레이앨런은 드리블과 팀의 볼게임을 완전히 주도하면서 스팟업슛 없이 거의 풀업점퍼만으로 3점을 쐈는데 이적 마지막 시즌엔 수비를 앞에두고 위닝샷으로 렉스루 중간에 3점을 던지는 등 신기에 가까운 죽은볼 3점들을 넣었었습니다. 테리나 카셀,데런 등이 던지는 미드레인지가 거리만 3점까지 길어진 그런 형태의 슛들이었죠.
이러던 시절에도 낮은 노출도 때문인지 앨런 하면 스팟업 슈터로 인식하던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 보스턴에서 줄창 스윙해서 캐치앤슛 던지는 모습 때문에 후에 정말 받아먹는 슈터로 평가될까봐 팬으로써 조금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