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드래프트 포워드 데니 아브디야 감상평
작년 여름에 있던 FIBA 유럽 U20 경기들 이후로 거의 못 보다가, 데니 아브디야가 프로/성인 레벨에서 뛴 이번 시즌 플레이들을 최근에 찾아보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신장 6'8"의 포워드 아브디야의 현재 드랲 랭킹은 탑5 정도이고(ESPN 5픽 The Athletic 5픽 SI 3픽 BR 5픽) 아래 링크는 작년 여름에 쓴 글 링크인데, 참고 삼아 써둡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PAzGTz0mck
일단 경기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포스트업/컷인 후 골밑 득점 비중이 꽤나 높다 는 점이었습니다. 포스트에서 공 잡으면 피벗 플레이나 슛페이크 이후 백보드 맞히고 넣는 경우가 많이 나왔는데요. 힘이 장사라든가 순간적인 폭발력&반사 신경이 특별한 쪽은 아니라서 NBA 레벨에서는 적응기가 필요할 수 있겠고요. 포스트업에서 시야 유지하면서 슈터/커터한테 패스 빼주는 게 빈도 자체가 많지 않았지만 여전히 좋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M2muYg5OBE
본인도 ESPN 마이크 슈미츠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트업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아브디야 본인의 능력이나 최근 리그 트렌드를 고려하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간간이 미스매치 나왔을 때 등(그렇다고 얼리 덕인 밀어줄 피지컬은 아니고요) 포스트업을 섞어서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플러스라고 봅니다. 포스트업 카테고리의 자체 득점 효율(ppp)은 낮을지 몰라도, 포스트업에서 파생되는 패스들 - 슈터/커터한테 나가는 패스에 인한 득점 효율 은 여전히 괜찮으니깐요.
다만 골밑 플레이에서도 백보드 좌우 말고 골대 중앙에서 공격할 때 손목으로 공을 올리고 부드럽게 슈팅을 던지는 느낌이 좀 부족하긴 합니다. 이왕 슈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어가자면 드리블 돌파에서 나오는 러너/플로터도 포물선이 낮으면서 거리도 짧고, (시도 자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통산 자유투 성공률 또한 60% 이하라는 건 마음에 걸리고요. 무빙 슈터 유형은 아니지만 슛폼 자체가 기복이 심하되 결코 나쁘지는 않고, 표면적인 3점(혹은 코너3점) 성공률도 시즌 도중에 올랐기에 발전 가능성을 믿고 싶긴 합니다.
트랜지션에서 나가는 패스는 빈도는 좀 적어도 여전히 창의적인데, 리바 잡고 바로 길게 보내는 아울렛 패스라든가 본인이 공 잡고 뛰면서 이후에 알맞게 배분되는 패스들도 좋습니다. 포스트업과 트랜지션 플레이 말고 아브디야에게 기대할 만한 요소는 NBA에서 유타 재즈의 모션 오펜스에서 활약하는 윙맨들 역할 과 겹치는 면이 많습니다. 저번 시즌 영상이긴 하지만 특징을 잘 잡아준다는 면에서 유튜버 Coach Daniel 영상을 첨부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zTJnrZg_U
(위에서 다룬 슈팅 등 본인 공격 자체가 들어가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아브디야가 유타 윙맨들처럼 부지런히 움직여주면서 슈터&커터에 핸들러 역할 까지 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데요. 아브디야는 본인 슈팅을 위해서 공 받기 위해 가는 위치 선정 뿐만 아니라, 동료들 돌파를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서 스페이싱 벌려주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컷인 센스 자체도 좋습니다.
▼ 기본적인 패스 주고받기 플레이긴 하지만, 스팟업 3점이라도 어느정도 넣어준다면 이렇게 이타적인 패스와 활발한 움직임은 팀에 도움이 될 거고요.
▼ 링커로서 패스 받을 곳 찾아서 가고 짧게 터치한 이후에 바로 다시 패스 주는 영리함도 보입니다.
여기에 잉글스처럼 간간이 핸들러로서 아이솔/픽앤롤 돌파를 들어가서 패스를 뽑아내는 그림도 떠오르고요. 신장을 살려서 픽앤롤에서 수비수 머리 위로 패스를 노릴 수가 있겠는데, 슈터한테 킥아웃 주거나 림컷 타이밍 맞게 주는 패스도 괜찮습니다. 다만 NBA 오자마자 돌파 공격이 본인이 처음부터 공 잡고 쭈욱 드리블 치면서 공격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먼저 다른 핸들러가 (1차적으로 탑이나 반대쪽 45도에서 한번 흔들어주고) 패스한 걸 받아서 2차적으로 들어가는 역할 부터 맡는 게 좋아 보입니다. 3점 라인에서 공 받고 상대 클로즈아웃 수비 공략해서 들어가는 스팟업 돌파도 포함해서요.
왜냐하면 단독 핸들러로 쓰기에는 볼킵이나 핸들링이 불안정한 면이 있고, 또 3점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페인트존에서 미드레인지 풀업과 플로터 위협이 약해서 쉽게 막힐 수가 있습니다. 페인트존 들어갔을 때 잉글스도 똑같이 미들 풀업 옵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공 잡고 멈춰서도 그 후에 컷인하는 걸 맞춰서 공 빼줄 능력이 있는데, 아브디야는 나이나 사이즈에 비해 패스 능력이 뛰어난 건 맞지만 아직 아래 움짤같은 잉글스 정도의 침착함은 없고요.
돌파 들어가서 마무리 성공하는 능력 자체도 좀 부족한데, 림 끝까지 밀고 들어가지 못하고 너무 일찍 떠버리거나 오른손 마무리 고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래도 U20때에 비해선 왼손 마무리 빈도가 더 늘어났더군요). 보폭을 크게 집어넣는 모습도 잘 안 나오고, 너무 일찍 점프하면서 슛을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빠르고 긴 수비를 맞이하는 NBA에 왔을 때 어떨지 염려되는 요소입니다. 핸들링이 어느 정도 되고 사이즈가 6’8”정도 되는 장점을 현재로서는 골밑 마무리까지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느낌이고요.
수비는 U20에서 대부분 코너에 위치하여 뒷선에서 헬프 수비를 담당하던 거에 비해서 핸들러 수비하는 장면들도 꽤 나왔는데, 일단 빠른 유형의 1/2번을 따라가기에는 가로 스텝 속도가 우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빠르지 않은 2번부터 4번 상대로는 (순간 점프력이 최상급은 아니긴 하지만) 몸빵으로 막는 각도 선정 자체나 수비 BQ는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로테이션/도움 수비수로서 NBA에서도 활약하는 게 기대됩니다.
프로필을 종합하자면 유타식 모션오펜스에서 핸들러×슈터×커터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고 수비도 평균 이상 해줄 수 있는 윙맨(+ 어느 정도의 포스트업 기능)인데요. 본인 득점력에서 부족한 부분들(슛감/돌파력/마무리 등등)이 NBA에서 발현될 필요가 있겠지만, 이게 어느 정도라도 된다면 높은 활용도와 BQ가 빛을 발할 특급 보조형 유망주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패스도 타이밍 맞게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 에서부터 적응해서 나머지 아이솔 공격도 차차 발전해야 한다고 보기에 유타 같이 시스템이 우수한 팀에 뽑힐 행운 이 있어야 하겠고요(물론 모든 유망주가 팀을 잘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문장은 밑에 온라인님이 쓰신 글과 비슷하네요.
시스템이 좋은 곳에서 뛰어야 진가가 발휘되는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