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뉴올리언스와 자이온 (2)
개인적으로 지나간 시즌을 회상할때마다 주인공처럼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는데 19~20 시즌은 그게 자이온이 될 것 같습니다. 볼때마다 두근거리게 하는 선수인데 지금까지의 경기력, 최근 경기를 묶어서 정리해봅니다.
1. 자이온의 오펜스
가장 뛰어난 것은 파워, 항상 풀로 사용하는 점프력, 탁월한 마무리 능력인데 툴 자체가 최상급이기도 하지만 자이온을 정말 특별하게 만들어주는건 이런 능력들을 100%로 쓸 수 있게 하는 판단력이라고 봅니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서 볼을 잡기 전부터 다음 스텝을 미리 머리에 넣은 듯이 움직이는데 읽고 움직인다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움직임 하나하나가 반박자 빠르고 선제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read and react의 관점에서 근래 유망주들, 빅맨 중에 가장 천재성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운동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인게임에서 운동능력을 온전히 쓰려면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한데요. 가령 점프력과 스피드가 엄청나게 뛰어난 스윙맨이 원모션 슛폼과 방향전환이 없는 높은 드리블, 부실한 오프볼 감각을 가졌다면 이런 선수는 속공마무리 외에 운동능력을 풀로 사용하고 발휘할 기회가 없습니다. 운동능력을 풀로 쓰려면 도약하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능력을 갖추거나 (드리블, 풀업점퍼, 퍼스트스텝) 남이 만들어준 공간을 완벽한 타이밍에 찾아가야 (오프볼 컷) 점프력을 온전히 쓸 수 있죠.
상대적으로 후자의 찬스가 적기 때문에 보통 경기 내내 풍부한 운동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은 전자의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선수들입니다. 운동능력을 사용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선수들은 대부분 스타가 되죠.
빅맨이 하프코트에서 운동능력을 사용하는 상황은 대부분 롤맨으로 플레이할때인데 (다른 선수가 만들어준 공간을 찾아가는 상황) 자이온은 롤맨으로도 뛰어나지만 본인의 강점을 이용해 풀 점프를 시도할 기회를 계속 만들어내는 선수입니다. 상대 수비가 본인에게 기대 있을때 갑자기 뒤로 돌면서 뜨는 앨리웁 (샤크가 자주 보여주던 블랙 토네이도), 페이스업에서 수비가 왼쪽을 막을때 오른쪽 원드리블 후에 뛰는 두발점프, 볼을 받으러 앞으로 나가면서 상대 중심을 뺏고 펼치는 베이스라인 무브, 포스트업에서 보여주는 배면점프 등 온볼/오프볼 가리지 않고 4~5가지 타이밍에서 상황을 구별해서 덩크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점프하기 때문에 슛이 없는 상황에서도 웬만한 에이스 이상의 공격창출을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이 자이온의 가장 유니크한 강점이라고 봅니다.
운동능력과 파워, 캐칭능력, 골밑터치를 다 갖춘 선수가 볼을 받기 전부터 상황을 읽고 선제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하구요. 몇가지 옵션은 대학시절엔 굳이 쓸 필요도 없었고 보여줄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요새 보면 프로에서 오히려 공격옵션이 더 다양해진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초반에는 드리블 턴오버가 많아서 돌파력이 덜 살았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매치핏이 개선되면서 계속 좋아질 영역같구요. 점진적으로 일대일 옵션을 늘리면서 하프코트에서의 앨리웁 시도는 지금보다 자제했으면 합니다. 볼이나 할러데이가 캐치와 점프력을 믿고 트래픽에서도 거침없이 올려대는데 한번 크게 다칠까봐 겁나네요.
결론적으로 저는 짧은 시간 내에 이정도로 본인의 강점과 스타성을 다 뿜어내면서 기술적인 완성도, 판단력까지 처음부터 훌륭한 빅맨은 못 본것 같습니다. 요새는 볼잡기 전부터 그림이 기대가 될 정도네요.
(패스 캐치 직후에 첫스텝을 빠르게 놓으면서 타이밍을 뻇고 점프)
(페이스업=>오프핸드 원드리블=>두발점프 덩크)
(캐치앤 고)
(피벗을 한박자 빨리 가져가서 힘으로 버티는 수비를 벗겨냄 )
(체중을 바탕으로 유도한 상대 디나이 수비를 역이용한 앨리웁 찬스 창출 -블랙토네이도-)
(픽앤롤 롤링)
(페이스업 아이솔레이션)
(베이스라인 무브)
2. 자이온의 디펜스
대학시절 내내 센터로만 뛰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가로수비였습니다.
실제로 미스매치를 온볼수비에 노출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보스턴이나 휴스턴은 자이언을 퍼리미터로 끌어내서 괴롭혔고 여기서 태생적인 한계로 인한 사이드스텝 약점을 어느정도 노출했는데요. 기록상으로도 픽앤롤 핸들러를 수비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고 (스크린 등으로 자이언쪽에서 미스매치를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죠) 이 상황에서의 결과도 매우 나쁘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제가 될 부분입니다. 체형상 어쩔수 없는 면이 있죠.
(스위치에서의 돌파수비 실패)
그렇다고 수비가 전 부문에 걸친 구멍까지는 아닌데요. 시너지 스포츠의 집계를 보면 전체 수비 상위 35%, 픽앤롤 핸들러 수비 하위 20%, 스팟업 수비 상위 11%, 픽앤롤 롤맨 수비 최상위권으로 잡히는데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발이 붙는 가로수비 상황은 문제가 되는 수비수지만 몸 앞에서 손을 쓰는 수비는 괜찮을 선수죠.
문제는 본인이 센터로 뛰어야 이런 디펜스에 집중하면서 약점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인데 최종수비로 쓰기에는 신장이 아쉽고 (다만 자이언이 센터로 뛸때의 리바마진은 좋은 편) 4번에서 뛰면 가로수비가 문제가 되서....수비에선 트위너일수밖에 없는 선수라 선수생활 내내 4,5번을 반쯤 분배해서 뛰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비리바운드 참여도가 낮은 것은 볼의 롱패스를 노리고 자이언을 스틸 시도 후에 반대쪽 코트로 미리 넘어가게 하는 전술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볼과 하트가 동포지션 최상급 리바운더라 더 그렇게 활용하죠.
3. 잉그램과 자이온
공격면에서 자이온과 가장 겹치는 (혹은 시너지가 안 날 수 있는) 선수는 잉그램인데요.
잉그램은 신장에 비해 기술은 다양하지만 픽앤롤에선 레이커스 시절 내내 리그 평균 아래의 효율을 보여왔던 선수고 뉴올리언스에선 4번으로 전향해서 스팟업 비율을 크게 늘리면서 효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라 다시 3번으로 돌아가야 하는 포지션 문제부터 자이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수밖에 없는 선수였습니다. 자이온과 같이 뛸때 위크사이드로 빠지거나 둘의 출장시간이 분리되는 그림이 어느정도는 예상이 됐었죠.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자이온이 끼는 2맨 조합 넷 레이팅을 보면 주전 중에서는 잉그램이 큰 차이로 최저 (페이버스 16.3, 론조볼 15.6 , 할러데이 15.1, 잉그램 7.3), 오펜스 레이팅도 마찬가지로 최저였는데 (할러데이 115, 페이버스 114, 론조볼 113, 잉그램 105) 벤치도 잉그램과 자이온을 경기당 13분 정도만 붙이면서 둘을 최대한 따로 기용했었습니다. 1,3쿼터 선발로 5~6분정도 뛰는 시간 외엔 둘이 같이 나오는 시간이 거의 없었죠.
자이온이 4가드 (하트를 포워드로 보면 3가드) 라인업과 뛸때에 비해 잉그램과는 직접적인 콤비네이션이 거의 없었는데 잉그램이 크게 부진하진 않았지만 둘이 팀의 코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4. 포틀랜드,골스전을 보고
포틀랜드전에선 잉그램과 자이온이 의식적으로 하이 픽앤롤을 가져가면서 좋은 장면을 여러차례 만들었고 (잉그램은 페이버스와도 초반에 픽앤롤을 시도했죠) 골스전에선 그 모습이 다시 사라졌습니다.
자이온이 5번을 겸하기 때문에 잉그램은 페이버스와도 경쟁관계인데 위에서 썼듯이 잉그램이 끼는 라인업이 딱히 강점이 없는 상황이라 잉그램의 최적화가 뉴올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가 될텐데요. 잉그램이 쓰리가드의 일원처럼 볼핸들러로써 짧은 터치를 가져가면서 적응할수 있을지가 팀의 실링을 결정할 것 같습니다.
기술은 분명 다양한데 가드처럼 빈 공간이 보일때 바로 틈을 파고들거나 좁은 공간에서 라이브 드리블을 유지하지 못하고 볼을 접으면서 템포를 늦추는게 볼핸들러 잉그램이 갖는 약점인데 시즌 중간에 롤이 바뀐 상황이라 본인도 적응이 안될 것 같습니다. 포틀전을 보고 혹시 했는데 골스전에서는 내용이 정말 안좋았죠.
어떻게든 둘을 조합시켜야 가진 전력을 다 뽑아낼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론 볼의 출장시간을 조금 줄이고 잉그램과 볼을 더 떨어뜨려서 자이온과 뛸때는 잉그램에게 볼과 같은 롤을 부여하는게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잉그램도 볼처럼 컷을 통해서 볼을 잡고 하이픽앤롤을 시작하면 생산성이 더 나올것 같습니다.
볼도 무빙하면서 볼을 잡고 시작하니까 하이픽앤롤이 약간 개선됐는데 아무래도 틈을 좀 만들고 시작하면 약점이 가려지는 면이 있으니까요. 일단은 되는데까지 붙여봤으면 합니다.
볼을 너무 심하게 굴리고 있기도 하고 볼도 자이온의 앨리웁을 트래픽에서까지 남용하고 있어서 (이건 할러데이도 마찬가지) 위험조짐이 보이는데 잉그램이 다른 옵션을 제공해주면 가장 좋은 그림일것 같네요.
데뷔 10경기만에 자이온의 팀으로 변모한 뉴올이 (20분 출전시간 제한은 진작에 깨졌고 최근 4경기 중 2경기는 30분 넘게 출장....백투백도 다 뛰게 될듯) 마지막 교통정리까지 성공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진짜 론조와 즈루가 너무 억지로 앨리웁은 안줬으면 좋겠네요.. 부상당할까봐 걱정입니다.. 트래픽 상황이여도 공은 잘 잡아내서 보내는거겠지만 확실할때만 주면 더 좋겠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