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OKC에서 타임머신을 발견한 CP3
오랜만에 번역글입니다. 1/9일자 Chris Herring의 Fivethityeight 칼럼입니다. 시점은 해당 일자 기준입니다.
시간을 지난 7월 둘째 주로 되돌려보자. 오클라호마 시티에선 유별난 의자뺏기 게임(game of musical chairs)이 벌어졌고, 그 결과 리그의 판도가 매우 크게 요동쳤다.
두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패배의 쓴 잔을 든 폴 조지는 급작스레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카와이드라마의 클라이막스 장면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OKC는 이 과정에서 여러 자원과 픽을 얻었지만, 다시금 홀로 남게 된 러셀 웨스트브룩은 이 상황을 반기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웨스트브룩은 크리스 폴과 트레이드되어 팀을 떠났다.
폴의 OKC 입성과 함께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그가 즉시 팀을 떠나게 될 거란 전망이었다. 무관의 제왕은 반지원정대에 합류하고, 썬더가 또 다른 미래 자산을 확보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그림이 가장 유력한 예상 결과였다. 하지만 의자뺏기 게임이 막을 내린 시점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썬더는 마지못해 막대한 계약을 남겨둔 34세 베테랑과 함께 하게 된 모양새였다. 당시로선, 썬더가 전성기 크리스 폴의 모습을 이끌어내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리그 최고의 클러치 승부사가 돌아와 썬더를 이끄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다가올 목요일, 오클라호마는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웨스트브룩이 홈구장을 누비는 일을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그리 우울해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부활한 폴이 이끄는 썬더는 12월 이후 12경기서 10승을 따냈을 만큼 여전히 뛰어난 팀으로 남아 있다(리그 2위에 해당). 2년 차에 불과한 섀이 길저스-알렉산더(이하 SGA)는 경기당 20점에 가까운 득점을 기록 중이며, 그 뒤에서는 식스맨 슈뢰더와 포워드 갈리나리가 각각 평균 18점의 지원 사격을 보내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아담스는 늘 그래왔듯 꾸준히 더블-더블을 적립해내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자원들의 조합은 OKC가 매일밤 경쟁력있는 모습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OKC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클러치 상황(경기 막판 5분, 5점 이내 점수 차)을 연출한 팀이었다. 그리고 OKC가 이 순간에 이르면, 늘 영웅이 나타났다. 그 이름하여 CP3.
먼저, 지난 화요일 브루클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날로 돌아가보자. 폴은 첫 3쿼터 동안 고작 8득점을 적립하는 데 그쳤지만, 4쿼터와 연장전에 걸쳐 20점이 넘는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달 불스를 상대로는 어땠나? 4쿼터에만 19점을 득점하며, 26점이나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냈다. 지난 해 마지막 날엔, 돈치치의 매버릭스를 상대로 4쿼터에만 13점을 퍼부으며 역전을 이끌어냈다.
폴이 올 시즌 클러치 상황에서 기록한 103점은 2위와는 20점이 넘게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지난 시즌 폴이 이 기준에서 47위, 2016/17시즌에는 65위에 그쳤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는 2011-12시즌 이래 클러치 득점 부문에서 5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그랬던 그가 34세의 나이에 리그 최고 수준의 클러치 해결사로 돌아온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지난 시즌 휴스턴에서 기량하락의 징조를 여럿 노출한 상황에서 말이다 (특히 폴의 1대1 득점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음).
폴의 부활을 이끌어낸 특별한 비기가 하나 있다면, 문자그대로 접전 상황에서 '두 배'로 증가하는 저돌성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폴의 클러치 USG%는 32%에 이르는데, 1쿼터엔 겨우 16%의 USG%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특기할 만한 사항임이 분명하다. 사실 이런 양상은 폴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그의 고유한 '게임의 법칙'이었다.
이 스타일은 썬더에게 아주 신선한 변화의 바람임에 틀림이 없다. 팀을 떠난 직후 꽃을 피운 올라디포를 보았고, 역대급의 볼 소유를 보였던 웨스트브룩을 만들어낸 팀이 바로 썬더였다. 지금은 한 발짝 물러서 동료들의 성장을 돕는 코트의 사령관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올 해 OKC의 여러 경기들은 마치 '마법사의 제자'(https://www.youtube.com/watch?v=2DX2yVucz24&feature=youtu.be&t=23)를 떠올리는 흐름이었다. 결국 일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선 아직 도움이 필요한 젊은 선수들, 이들을 돕는 베테랑의 모습이란…
폴과 함께 스텝업 시즌을 보내고 있는 SGA는 특히나 페인트 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세컨드 스펙트럼에 따르면 그는 이미 지난 시즌 전체에 걸쳐 기록한 것보다 많은 플로터 득점을 만들어낸 상태다. 여기에 앤드원 역시 더 많이 연출해냈다. 경기 막판에 이르러 폴에게 경기 주도권을 넘겨준 후에는 75%의 TS를 기록 중이다. (20개 이상 슈팅을 시도한 선수 중 1위)
올 시즌 OKC의 필살기는 폴-SGA-슈뢰더가 함께 코트 위에 나서는 라인업이다. 이 트리오의 조합은 100포제션 당 +27.6의 스코어링 마진을 기록 중이다.(3인 라인업 기준 리그 2위, 150분 이상) 팀의 수비는 전체로보면 리그 13위로 그리 뛰어나지 않아 보이나, 4쿼터에 이르러선 리그 2위 수준으로 크게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림을 단단히 걸어잠그는 모양새다.
다만, 폴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별로 과장할 내용이 없다. 현재 그는 지난 시즌엔 좀처럼 슈팅을 시도하지 않던 구역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는데(미드레인지), 단지 수비수들이 그를 막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컨드 스펙트럼의 qSI(슈터가 슛을 시도한 지점 기준, 얼마나 평균 대비 좋은 성과를 보였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보면, 폴은 4쿼터나 연장전에서 무려 15%나 나은 효율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음, 그러니까 리그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 중이란 거다. 폴이 예전만큼 림어택을 노리지 않는다는 건 수비수들도 잘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저 수치는 더더욱 대단해 보인다. 놀라움에 놀라움이 더해지는 느낌이랄까. (올 시즌 폴의 림어택 비중은 커리어 로우에 해당하는 5.3%)
폴은 어느 팀에 가든 플옵에 올려 놓을 선수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늙어서 볼륨은 떨어졌지만 클러치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이름 값을 보여주는 폴
클러치 지배자의 모습을 지금 나이에도 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