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마진 스탯의 아웃라이어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
마진스탯은 극단적으로 결과론적인 스탯입니다.
코트에 나와 앞구르기를 하든 라면을 끓여먹든 팀 마진이 좋아지면 이걸 그 선수가 포함된 라인업의 능력이라 보고, 선형적으로 쪼개서 각각의 구성원에게 배분합니다.
이때문에 마진 스탯의 개념은 필연적으로 귀책을 따지기 어려운 수비를 측정하는데에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한 선수가 도박적 스틸 시도를 자주 해서 스틸 수가 높고, 실패시 헬프 수비수가 구멍을 메꾸다 실점하면 박스스코어 스탯 관점으로 스틸시도한 선수는 아무 손해가 없는 반면, 헬프 수비를 간 선수는 트랙킹 스탯으로 손해를 봅니다 (DIFF%...). 그저 부지런히 움직였을 뿐인데 말이죠.
물론 마진도 나빠지겠지만 적어도 이건 손해를 나눌 뿐더러, 도박적 시도를 꾸준히 하는 선수가 있는 라인업에서 특히 나타나므로 실제 문제 선수가 유독 손해를 보게 됩니다. 박스스코어 스탯, 트랙킹 스탯 어떤 방법으로도 알아내기 힘든 귀책을 그나마 가장 잘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죠.
이런 태생적 장점으로 인해 RPM (Real Plus/Minus)은 등장한 직후부터 현지 스탯쟁이들과 미디어의 사랑을 받았고, 현지에서도 여러 2차 스탯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다 2년 전쯤, PIPM (Player Impact Plus/Minus)라는 스탯이 새로 개발되었는데, 이 스탯은 수비수 개인이 상대팀의 3점슛 성공률과 자유투 성공률을 제어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이들을 상대팀의 평균 성공률로 치환시켜 "운"을 보정한 것이며, 윙스팬-에이징 커브 등의 경기 외 요소를 추가했다고 알려진 RPM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저도 그래서 더 좋아합니다.)
지난 5시즌 (2014-19) 동안의 PIPM 분포를 보면 이렇습니다
PIPM 중간값은 -0.48이며, 대체 선수 기준은 -2.0입니다.
붉은 점선이 대체 선수 기준이 되겠고, 검은 점선은 중간 정도의 선수 기준입니다.
(대략 0을 기준으로 대칭을 보이는 D-PIPM과 달리 O-PIPM은 다소 좌편향된 특성을 보입니다, O-PIPM이 높은 몇 명의 선수가 가끔 나타나고요)
저는 동일한 14-19시즌 동안 수비팀 투표결과를 수치화한 자료와 D-PIPM이 얼마나 상응하는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총점이 다를 경우는 normalization했습니다.)
1점이라도 받았던 선수들을 붉은 색으로 나타내보면, (1점 = 디펜시브 세컨팀 1표)
D-PIPM 0점.. 좀더 넓게 보면 대략 -0.5점? 정도를 기준으로 수비팀 점수를 받은 선수들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특히 D-PIPM 1.5가 넘어가면 거의 대부분 수비팀 표를 받습니다.
출전시간을 고려하면,
D-PIPM이 높으면서 경기당 출전시간도 높은 선수들은 상당히 높은 비율로 수비팀 표 (붉은 점)를 받았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수비 평판과 D-PIPM은 꽤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말입니다.
1점 이상 획득한 선수들을 포지션으로 나눠보면,
특히 D-PIPM은 키가 큰 포지션으로 갈수록 변별력이 좋습니다.
센터 포지션에서 D-PIPM이 0이하이면서 수비팀 표를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포워드-가드 포지션에서는 0즈음.. 혹은 약한 마이너스 수치에서도 수비팀 표를 받는 경우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실제 수비 평판과 수비 마진스탯과의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능성이라고 하자면,
1. 실제 수비 능력보다 고평가 받고 있다.
2. 수비 마진 스탯의 오차이다.
3. 수비 시 특히 운이 좋았다 or 라인업에서 손해를 봤다.
이정도라고 볼 수 있겠죠, 아쉽게도 각 선수마다 어떤 이유에서 저렇게 나오는지를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회귀분석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에러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아이 테스트와 수비마진 스탯의 괴리는 빅맨보단 스윙맨, 스윙맨보단 가드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점수 크기와도 상관성이 있는지를 보면
D-PIPM과 수비팀 점수와의 피어슨 상관계수는 0.44이며, p-values는 4.1x10^12에 달합니다.
매우 유의미하다 = D-PIPM은 "정량적"으로도 수비 평판을 잘 반영한다는 거죠.
근데 어떤 점들은 D-PIPM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도(D-PIPM<0.5), 수비팀 점수가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Point >=10). (붉은 점)
우연히 그 점에 해당하는 회귀분석 잔차가 커서 유독 값이 튀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저런 괴리가 "2시즌" 이상 보인 선수들, 즉, 낮은 D-PIPM에도 꾸준히 높은 수비 평판을 가진 선수들을 추렸습니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는 총 4명이었는데 (14-19, 5시즌 중)
에이버리 브래들리 3시즌 (14-15, 15-16, 16-17)
지미 버틀러 2시즌 (14-15, 15-16)
카와이 레너드 2시즌 (16-17, 18-19)
클레이 탐슨 4시즌 (14-15, 16-17, 17-18, 18-19)
이렇습니다. 재밌죠?
한 시즌이면 운이나 오차라고 해보겠지만 3-4시즌은...?
특히 클레이 탐슨 같은 경우는 가끔 쪽지도 받습니다.
D-PIPM이 너무 낮은데 정말 수비를 못하는거냐.. 스탯과의 괴리라는 측면에 있어서 대표격인 선수라고 볼 정도죠. AV도 마찬가지고요.
해당 선수들을 14-15시즌부터 18-19까지 따라가보면
카와이는 사실 14-15, 15-16시즌 백투백 수비왕을 받을때 D-PIPM이 3 근방에 위치한.. D-PIPM으로도 "엄청나게 좋은" 시즌이었습니다. (카와이의 경우 부상으로 인해 17-18시즌에 해당하는 점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당시 수비팀 점수는 저정도 나오는게 당연합니다만 이후 평득이 25+득점을 찍으면서 공격롤을 늘린 16-17 시즌부터는 D-PIPM은 0.5 즈음으로 뚜렷히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수비팀 점수는 16-17시즌 어느 정도 유지되고 1년 쉬고난 18-19 시즌에는 꽤 떨어지네요. (그래도 세컨팀에 선정됩니다)
관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중요한 순간에 보여주는 클러치 수비력, 1-on-1 수비력이 주는 체감 임팩트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틀러는 D-PIPM이 0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고 대개 0-1 사이의 값을 보였습니다.
반면 완전 가드 포지션인 브래들리와 클탐의 경우 저 5시즌동안은 크게 좋았던 시즌이 없다시피 합니다. 기껏해야 0 근처에서 머물고 있고, 18-19 시즌 첫 올디펜팀을 받은 클탐은 커리어 로우급 D-PIPM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이건 19플옵에서 특히 수비 마진을 엄청나게 까먹은 탓도 있습니다. 저 D-PIPM 기록은 플옵 포함이거든요, 하필? 결승까지 가서 유독 많이도 포함되었네요)
조금더 멀리서부터 훑어보면 어떨까 싶어 2011-12 시즌부터 보면,
AV는 확실히 보스턴에 있을 땐 2에 육박하는 가드 포지션에서 최상위급 D-PIPM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클탐의 D-PIPM은 높지 않네요.
이정도 데이터 만으로 이게 단순히 스탯의 오류다, 혹은 수비 과대평가다로 결론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독 이런 경향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고 그 선수들은 위와 같으며, 보시기에 따라 어떠한 공통점을 찾아내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는 1-3번을 주로 막는 가드 포지션, 퍼러미터 수비수들 중 유독 대인 수비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의 경우 상대 라인업에서도 특히 에이스를 막아야하면서 생기는 추가적인 마진 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면 평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이점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클러치 순간에 상대 아이솔레이션을 틀어막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도 분명 존재하기에 그런 평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부분이 실제 수비 마진으로 구한 스탯과 아이테스트간에 괴리에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보네요,
요점/생각 정리
1. 마진 스탯은 어쩔 수 없는 오차가 존재한다.
2. 그러나 일반적인 수비 평판과 D-PIPM 수치는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3. 아이테스트와 D-PIPM 사이의 괴리는 가드 포지션으로 갈수록 빈번하다.
4. 몇몇 훌륭한 퍼러미터 대인 수비수들의 경우 (레너드, 버틀러, 브래들리, 클탐) 반복적으로 수비마진 이상의 평가를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브래들리와 클탐이 두드러진다고 봅니다)
5. 수비 마진은 1-on-1 수비 스폐셜리스트들이 가지는 에이스 전담마크의 고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대인수비 스폐셜리스트는 D-PIPM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받아야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버틀러가 마진류 스탯이 잘 나오는 걸로 알고있었는데 D-PIPM은 잘 안나오는게 의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