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츠 전을 통해 드러난 몇가지 변화들(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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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05 03:58:07
- 들어가며
필리가 시몬스를 시즌 처음으로 4번으로 썼습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뺏은 후 시몬스를 철저히 롤맨으로 활용했죠.
시즌 처음으로 4번으로 썼는데도 이 장면이 낯설지는 않았던 건 이미 버틀러 1번일 때 시몬스가 4번 정착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시즌 중 처음으로 롤맨으로 활용했는데도 롤 타이밍 잡는 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롤맨으로 상당히 미숙했었는데, 플옵 기점으로 롤맨으로써도 많이 성장했었고 그 변화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진 것 같습니다.
롤맨으로 쓰면서 공격 부담을 덜어서인지 수비는 더욱 대단했어요. 공수 모두 오늘은 드러난 기록만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합니다(다소 약했던 시너지 효과와는 별개로).
허나 필리는 시몬스가 10 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고도 졌죠. 오늘 경기 전까지 시몬스가 9 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을 때 필리는 12승 3패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허나 오늘 패배로 이 기록도 12승 4패가 되었네요.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지금 필리 로스터에 필요한 건 시몬스의 드라이브 앤 킥이지 포스트업 킥아웃이나 롤 그래비티는 사실 아니니까요.
지금 로스터는 철저히 시몬스 1번, 그리고 그의 드라이브 앤 킥을 전제로 만들어진 로스터이기 때문에 시몬스 4번은 그리 효율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당장 시몬스가 4번이 되면 로스터가 조쉬-토비-호포드-시몬스-엠비드 순으로 조정되는데, 조쉬-토비-호포드 모두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보통 장신 선수를 1번이 아닌 포인트 포워드로 쓰는 이유는 수비 미스매치 커버가 안되서인데, 시몬스는 공격 문제때문에 4번으로 가게 되었네요. 참 특이한 경우이긴 합니다.
그렇다보니 수비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공격에선 토비와 호포드의 롤이 매우 어색해졌죠.
그럼에도 필리는 시몬스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해본 것이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왔다 생각합니다. 물론 이 효과가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요(어쩌면 패배는 당연한 겁니다).
오늘 경기는 시몬스가 야투 20 개 이상을 기록한 시즌 첫 경기였습니다. 역시나 우려했던 것처럼 지금 시몬스에게는 1번이란 자리는 부담스러웠는 지도 모르겠어요.
아예 4번으로 쓰고 돌파 및 슈팅 부담을 줄여주니 바로 시즌 최고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오늘 시몬스가 기록한 25-10-10 트리플더블은 지난 시즌에도 단 한번 밖에 못했었던 기록입니다. 오늘 시몬스는 29득점-13 리바운드(6 공격)-11 어시스트-3 스틸-4 블락을 기록했죠. 시몬스의 단일경기 퍼포먼스 중에선 단연코 top 3 내에 들어가는 기록이었습니다.
시몬스 본인이 그동안 1번 자리를 강하게 고집했었고 팀도 이 고집에 힘을 실어줬는데, 처음으로 시몬스가 서브 볼 핸들러로 물러나 4번으로 뛰는 경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시몬스가 시즌 최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것이 필리에겐 큰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일단 시몬스는 오늘 활약에 준하는 모습을 최소 5 경기는 연속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팀이 변화를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테니까요.
지난 시즌 시몬스의 림 그래비티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시몬스는 1번과 4번을 거의 50 : 50의 비중으로 오가며 활약했고, 덕분에 림 그래비티가 빛날 수 있었죠.
허나 1번으로 활약한 이번 시즌 시몬스의 림 그래비티는 지난 시즌 대비 현격히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4번으로 뛴 로켓츠 전에서 시몬스의 림 그래비티를 주목할 필요가 있었죠.
이 경기에서 시몬스는 준수한 림 그래비티, 보다 정확히는 롤 그래비티를 보여줬습니다. 볼 핸들러 부담을 내려놓고 간결한 터치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는데 이 또한 훌륭했어요.
이 경기에서 시몬스는 총 131회 볼터치, 99회의 패스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시몬스의 평균 볼터치(92.6회)와 패스(73.1회)를 아득히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스크리너-롤맨 시몬스는 메인 볼 핸들러-아이솔 옵션 시몬스보다 더욱 활발한 공격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건데요. 어쩌면 포인트 포워드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활약이 다른 경기에서도 유지가능하다면 필리는 아마 앞으로의 노선을 바꿀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시몬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꾸준함, 그리고 적극성이니까요.
롤맨 시몬스가 꾸준함과 적극성을 보장해준다면 필리는 어떤 변화든 주저하지 않고 시도할 거에요. 그만큼 필리에게 시몬스는 중요한 선수이니까요.
허나 롤맨 시몬스를 씀으로써 필리는 당장 몇 가지 문제가 도드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문제들은 앞으로의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것들인데요. 무슨 문제들이 도드라졌는 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로스터 불균형이 생김
지금 로스터는 1번 시몬스가 있어야 밸런스가 맞는 로스터에요. 오늘은 에니스가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덜했지만, 시몬스가 4번으로 가는 건 현재 로스터 활용에는 그리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특히 주전 라인업은 토비가 2번, 호포드가 3번을 수행하게 되는 데 절대로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만약 시몬스를 계속 롤맨으로 쓰게 된다면 필리에게 트레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거에요. 그리고 그 대상은 토비와 호포드 둘 중 하나가(혹은 둘 다)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둘을 절대 보내기 싫은 제 입장에선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2) 사이즈 우위가 사라짐
시몬스가 1번이 아니게 된다는 건 팀의 모토인 사이즈 우위를 포기한다는 걸 뜻합니다. 실제로 로켓츠 전에서도 사이즈 우위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죠.
허나 최근 필리는 벅스 전 외에는 사이즈 우위를 살렸던 경기가 거의 없었어요. 모두가 1번 시몬스의 약점(새깅)을 적극 공략했고, 존 디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사이즈 우위가 사라진다는 건 필리의 시즌 컨셉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겁니다.
3) 플레이메이커가 없음. 정확히는 픽 앤 롤 볼 핸들러가 없음
오늘은 조쉬 리차드슨이 1번 롤을 수행했죠. 조쉬는 드라이브만 10회를 시도했고, PnR 볼 핸들러로써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기본적으로 엘리트 PnR 볼 핸들러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림어택이 위력적인 아이솔 옵션이 아니라서 PnR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조쉬는 PnR보다는 사실 DHO에 능한 선수죠. 그리고 아이솔레이션보다는 슈팅이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롤맨 시몬스의 PnR 파트너로는 적합치 않다 보는데요(메인 파트너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선수지만요). 그럼에도 현 주전 라인업에선 조쉬 외에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게 큰 문제가 될 겁니다(토비가 간간히 가능).
결국 롤맨 시몬스 활용을 위해선 PnR 볼 핸들러 영입이 필수가 될 겁니다.
4) 팀 차원의 드라이브 앤 킥이 약해짐 -> 스페이싱 문제 발생
팀 차원의 드라이브 앤 킥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로켓츠 전에선 시몬스가 롤링(+ 숏롤)에 집중하면서 드라이브 인을 토비와 조쉬가 대신 수행하는 장면이 나왔는데요(토비 14회, 조쉬 10회).
이 경기 두 선수의 드라이브 어시스트는 2회에 불과했습니다. 드라이브 패스도 총 10회에 불과했죠(토비는 어시스트 0회).
당연한 것이 두 선수는 드라이브가 아니라 캐치 슈팅이 메인 옵션이 되어야 하는 선수들입니다. 로스터 구성 자체가 시몬스의 드라이브 앤 킥과 엠비드의 포스트 업을 전제로 주위에 캐치 슈터를 깔아놓았는데, 캐치 슈터 역할을 해줘야할 선수들이 드라이브 인을 하고 있으니 슈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캐치 슈터들은 드라이브 인을 도맡고, 시몬스는 롤링을 하니 코트 활용이 너무 좁아지고 스페이싱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죠.
지금 구성에서 최고는 슈팅없는 시몬스가 드라이브 앤 킥을 도맡고, 캐치 슈터들은 외곽 라인에 퍼져주면서 스페이싱을 살리는 겁니다.
허나 롤맨 시몬스는 이 구성을 깨버리기 때문에 팀 공격은 굉장히 좁은 코트 활용밖에 못하게 되죠.
로켓츠 전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하게 도드라졌고, 팀 슈팅력이 안 좋았던 것에도(3점 성공률 22.2%, 27회 시도 6회 성공) 이 문제가 영향을 안줬다 볼 순 없을 겁니다.
현재 구성에선 롤맨 시몬스는 스페이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5) 짜내기 득점이 사라짐
필리는 안 그래도 짜내기 연속 득점이 가능한 옵션이 적은 팀이죠. 그나마 기대되는 선수가 엠비드와 토비 뿐인데, 롤맨 시몬스 + 볼 핸들러 토비 조합은 코트를 극도로 뻑뻑하게 만들었고, 이는 엠비드에게 큰 부담을 주고 말았습니다.
토비도 메인 볼 핸들러가 빠진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되었죠. 메인 볼 핸들러였던 조쉬는 말할 것도 없을 거구요.
이리 되니 롤맨 시몬스는 볼 핸들링 부담을 벗어던지고 살아났지만, 정작 엠비드-토비-조쉬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너무 커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엠비드가 빡빡해진 코트에서 고생했는데, 이 게 결국 짜내기 연속 득점이 더욱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짜내기 득점을 도맡던 엠비드-토비-조쉬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가뜩이나 약하던 짜내기 옵션이 더욱 약해진 문제는 오늘 추격전의 마지막 스퍼트가 안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반면 로켓츠는 하든이 짜내기 연속 득점으로 달아나는 면모를 보여주면서 두 팀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말았죠.
이 문제는 지금 로스터에서는 롤맨 시몬스를 쓰게 될 때 피할수 없는 문제로 자리매김할 것 같습니다.
6) 로테이션을 새로 짜야함
오늘 필리 로테이션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띄었죠. 당연한 겁니다. 핵심 선수의 롤이 완전히 변했으니까요. 선수 구성과 전술 활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동안 익숙했던 로테이션을 버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건 에니스-타이불이 돌아오면 더 큰 문제가 될 거에요. 시몬스가 옮긴 포지션이 넓게 보면 에니스-타이불의 포지션이니까요.
필리는 가뜩이나 가드진(볼 핸들러)가 약하고 윙어가 강한 팀인데, 롤맨 시몬스는 윙어 뎁스는 강화시키고 볼 핸들러 문제는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겁니다.
이는 로스터 활용에도 큰 악영향을 줄 거에요. 약점인 가드진 뎁스 문제가 더욱 도드라지는 건 필리로써는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일겁니다.
- 마치며...
롤맨 시몬스가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시몬스는 4번으로 전향하게 될까요? 시몬스가 롤맨으로써 로켓츠 전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만약 팀이 시몬스의 4번 전향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면, 팀은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반드시 트레이드해야만 합니다.
이미 오늘자 ESPN 소스를 통해 필리가 퍼리미터 슈터와 플레이메이커! 영입을 원한다는 루머가 떴죠. 어쩌면 플레이메이커 영입, 나아가 PnR 볼 핸들러를 원한다는 건 시몬스를 롤맨으로 쓰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지도 모릅니다.
물론 결정된 건 아니겠죠. 허나 만약 시몬스가 롤맨으로써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필리는 반드시 로스터 구성에 변화를 주게 될 겁니다.
지금 로스터 구성에서 롤맨 시몬스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스페이싱을 죽여서 엠비드-토비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니까요.
최소한 4번 시몬스를 단순 롤맨을 넘어 포인트 포워드로 쓰려면 엘리트 볼 핸들러(PnR 볼 핸들러) 영입은 필수에요. 그리고 그 선수가 슈팅 공헌도 되는 게 좋겠죠(아니면 캐치 슈터가 아닌 엘리트 슈터를 함께 영입하거나).
슈팅 공헌이 되는 PnR 볼 핸들러 영입이 되어야 스페이싱이 살아나면서 시몬스의 롤 그래비티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엠비드도 편하게 공격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겠죠.
과연 시몬스가 롤맨으로 성공할 수 있을 지(아직 많이 미숙해요. 특히 마무리 스킬이 부족하죠), 만약 롤맨 시몬스가 성공하면 로스터는 어찌 변화할 지 정말 궁금하네요.
어찌되든 로스터는 변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누군가는 떠날 겁니다(핵심 선수이든, 벤치 멤버이든 누군가는 떠나겠죠).
이미 필리의 최초 팀컨셉은 실패했으니까요.
또한 시몬스의 4번 전향이 성공하려면 코너 3점, 러너(플로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몬스는 이미 러닝 플로팅 뱅크샷을 요상한 형태로 구사하는데, 이 슈팅의 빈도가 늘어나야해요. 그리고 반드시 코너 3점 공헌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된다면 정말 시몬스의 4번 전향은 해볼만한 도박이 될거에요.
허나 이게 안되면 4번 전향도 신중히 결정해야합니다. 결국 이 또한 시몬스의 적극성과 도전정신에 따라 갈릴 거에요.
4연패를 당한 필리가 부진을 떨쳐내길 기원하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0-01-05 09:06:31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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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 풀경기보면서 저도 들었던 생각이
시몬스가 4번으로 잘해버리면 그것도 곤란한데
였네요.
오늘 같은 경기력이 이어진다면,
필라도 무조건 로스터 구성된거 다 뜯어고쳐야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시몬스가 경기력에서 어느 정도의 꾸준함이라는게 있어야(스탯 이외에것들도 포함해서요)
필라에서도 확실하게 방향을 정할 것 같은데
어리다면 어리지만 올스타도 찍었던 선수가
경기력 자체가 너무 기복이 심한 것 같네요.
결국 돌고돌아 아예 없는 슛팅이 그 원인이라
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