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수비력은 진짜로 리그 탑5권인가?
근래 할 일이 좀 많아서 농구 보는 걸 좀 소홀히 했었는데, 시카고 수비에 대해서 흥미로운 떡밥이 있어서 그동안 안 본 시카고 경기들도 쭉 몰아보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저만의 의견 제시라기보다는 제가 눈팅하는 시카고 기자들(NBC, The Athletic 그리고 아마츄어쪽으론 불스불로거 필진들까지)에 트위터나 레딧 같은 팬페이지 의견에서 제가 주목할 것들을 종합한 거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시카고의 수비 실력은 리그 전체 4위?
일단 이건 오늘 밀워키와의 경기로써 '수치상으로도' 날아간 명제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밀워키 경기로 디펜시브 레이팅이 4위에서 6위 로 떨어졌거든요.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 논의된 내용들이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에도 충분히 적용될법한 이야기들이고, 또 현재 시카고 팀이 이번 시즌 어디까지 도달할지 팀의 실링(ceiling)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 진행해보겠습니다.
언론부터 팬들까지 엄청난 비난을 받던 보일런에 대해 호의적인 여론이 최근 레딧 등에서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시카고의 수비 퍼포먼스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리그 팀 스틸% 전체 1등이자 턴오버 창출 득점 최상위권인 시카고는 현재 여러 가지 디펜시브 레이팅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오늘 경기 전까지 공홈 기준으로 디펜시브 레이팅이 리그 전체에서 4위 였는데요.
재밌는 건 이렇게 숫자로 최상위권 기록이 나와도 시카고 수비에 대해 칭찬하기를 주저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시카고의 수비 실력은 리그에서 탑5안에 들기는커녕 탑10 안에 랭크되는 것도 간당간당하는 입장이지만, 막상 또 다른 사람들이 아주 핵심만 잘 정리해서 코멘트하는 걸 보니 사이다(?)더군요. 이들의 주요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 12월 디펜시브 레이팅이 리그 전체에서 탑3안에 들고, 시즌 전체 디펜시브 레이팅도 공홈이랑 클리닝더글래스 모두 6등으로 최상위권이지만 시즌은 82경기으로 길기에 아직도 더 두고 봐야 한다.
- 스케쥴 강도 통계를 여러 개 봐도 전부 엄청나게 쉬운 스케쥴을 소화했다고 나오기에 (어떤 계산 방법으로 봐도 쉬운 쪽으로 5위 근처입니다) 강팀한테도 수비가 통할지 역시 더 두고 봐야 한다.
- 시카고는 일반적으로 효율이 높다고 여겨지는 구역에서의 슛들(림어택/코너 3점) 허용이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상대팀의 이런 슛들과 오픈 3점이 안 들어간 건 운(luck) 때문이라는 통계가 있기에 시즌 더 치르면서 제자리를 찾아갈 거다.
또한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 자체를 볼 때 주의할 점은 일단 상위권 레벨에서는 수치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에 순위보다는 티어로 보는 게 맞다는 점과 더불어 평균값이라는 것도 유의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평균값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시카고의 수비와 상성이 잘 맞는 팀과 몇몇 하위권 팀들한테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는데, 이건 승패나 넷레이팅을 봐도 잘 나와요. 즉 특정 몇몇 팀들 상대로 수비가 잘 먹히면서 디펜시브 레이팅을 압도적으로 떨어뜨렸기에 그 부분에서 이득을 본 부분이 있기에 평균값을 다른 팀 상대할 때도 그리 나온다고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인데요. 평균 내는 건 사실 시카고 말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사항이지만, 시카고가 그들과 다른 점은 현재까지 스케쥴이 '엄청나게' 쉬웠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동안 재미로만 보고 분석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안 하는 커뮤니티인 레딧 시카고 포럼에서도 일침 댓글이 하나 나왔습니다. 현재 시카고 공격은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간주되는 영역인 림어택과 3점을 추구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카고가 수비할 때 그런 공격 시도들을 너무나도 많이 허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팀 차원에서 림어택과 3점이 효율적인 슛이기에 우리가 공격에서 써먹는다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수비 입장에서는 그걸 최대한 막아야 하는 건데 오히려 시카고 수비는 그 부분을 내주는 도박적인 수비를 하고 있다는 비판 입니다. 이건 뭐 내로남불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언행불일치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특히 오픈 3점을 내주는 빈도가 높은 게 3점이 약한 특정 선수를 버리는 개념이 아니라는 건 크나큰 문제입니다. 3점을 잘 넣든 못 넣든 그냥 아웃넘버 상황되면 오픈 찬스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수비법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듭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카고 수비 수치는 제자리를 찾아서 상위권에서 떨어질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로 플옵 진출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은 무리라고 보고요. 이번 시즌이야 어차피 보일런이고 존 팩슨이고 팀에서 나가는 계기가 되어 일종의 거름 시즌이 되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적극적인 더블팀 수비는 젊은 선수들한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특히 웬델 카터는 수비에서 몸빵과 블락 위주로 골밑에서의 수비 링커로 키워야 하는데, 괜히 밖으로 내몰아서 림어택은 림어택대로 내주고 원체 파울도 많은 걸 더 악화시키고 있고요. 라빈 같이 오프볼 수비가 최악인 선수한테 자체 판단을 많이 하게끔 강요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물론 작년에 꼴찌였던 수비 수치와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오른거지만, 작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그런 게 부상 선수도 더 많았고 애초에 선수 구성부터가 다릅니다).
2. 크리스 던의 수비 에너지와 미래
시즌 초 벤치 출장부터 해서 최근 선발 출전까지 크리스 던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특히 시간당 스틸 수치는 미친 수준이고 DRPM 4.2 DPIPM 2.96 으로 둘다 리그 전체에서 5위 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물론 실제 수비 위압감이나 실리가 이 정도인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합니다. 항상 강한 압박을 하기에 스틸도 많이 얻지만, 그만큼 파울도 많고 도박 수비하다가 상대한테 쉬운 기회 내주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던 계약이 올해 만기라는 점입니다. 올 시즌 끝나고 잡을 거 아니면 트레이드 하자는 의견이 자연스레 나올 법한 시기인데, 던의 에너지와 스틸/디플렉션 등 잘라먹는 수비와 안쪽에서 긴 팔로 견제하는 수비는 최고급이지만 저는 팔 수 있을 때 팔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아치디아카노와 재계약하고, 사토란스키 영입에 드래프트에서 화이트 픽까지 팀에 가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사토란스키는 보조 핸들러 역할에 3점 가능하고, 코비 화이트는 루키 스케일 계약이고, 아치디아카노는 막 재계약했고 트레이드 가치는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에 내년에 던까지 잡는 건 무리입니다. 저는 점프가 굼뜬 웬델 카터 주니어에게 랍패스를 가장 잘 띄워주는 시카고 선수는 던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역할 받아들이고 수비 에너지 쏟아 붇는 건 참 좋게 보지만 지금 부족한 공격에 대해 던이 기여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팔 수 있을 때 2라픽 한 장이라고 받고 파는 게 맞다고 봅니다(오늘 경기만 봐도 던한테 대놓고 새깅을 하는데, 웃기게도 이렇게 상대방이 일부러 쏘게끔 하는 3점들을 두고 보일런은 팀이 3점 찬스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더군요).
물론 재계약 안하더라도 올 시즌까지는 계속 팀에 두면서 수비수로 잘 써먹어도 되겠지만,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결국에는 시카고 수비 수치는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즉 수비로 조져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노려보겠다는 건 불가능하니 이런 생각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시카고가 상대 턴오버에서 뽑아먹는 득점이 리그 수위권인데도 전체 오펜시브 레이팅은 꼴찌급이라는 소리는 다시 말해서 하프코트 퍼포먼스가 엄청나게 끔찍하다는 말 밖에 안 되거든요. 여기에 수비 수치도 자연스레 내려가면 공격은 더더욱 정체될 것이기에 현재 팀의 실링은 낮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오랜만에 시카고 글 쓰는데 암울한 소리만 늘어놓아서 좀 죄송스럽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일런과 존 팩슨 둘 다 이 팀을 나가야만 건설적인 농구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 강해지는 시즌이네요. 소속팀 경기가 보기 꺼려질 때는 대학 농구로 넘어가야 하는데, 하필 이번 드래프트는 풀이 별로인 것도 그렇지만 부상으로 너무 많은 선수들이 빠져서 전체적으로 농구 자체를 적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답이없는' 만 쳐도 '답이없는 한화의 수비' 로 자동 완성되는 한화이글스 그 노답수비 전성기중 하나였던 2015년에 팀 수비 효율은 KBO 전체 2위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당시 한화수비가 효율2위일 정도로 좋았냐고 물으면 머리에 총맞았냐고 되물을 정도였는데.
여기서 하고싶은 얘기는 단순 스탯이 아닌 효율, 레이팅 지수는 종목불문하고 딱집어 수치화하기 어렵다는겁니다. 특히나 수비효율 같은경우는 더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