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기] 레이커스 vs 킹스 (레이커스 입장에서)
시즌초반 연패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킹스를 만났습니다. AV가 부상으로 인해 결장했지만 킹스도 팍스가 출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레이커스에게 살짝 더 상황이 좋았습니다. 전 레이커스 감독이었던 월튼(좋지 못하게 헤어진)이 처음으로 스테이플스 센터를 방문했는데 사실 월튼이 이끌던 레이커스와 지금 레이커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라 월튼이 전 감독의 노하우를 활용하거나 할 여지는 별로 없었네요.
1. 역전의 발판 수비
1쿼터 초반에는 뭔가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공격에서는 맥기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들고 있다가 포스트업 후 괴상한 풋워크를 보여줬는데, 이건 맥기가 무리했다기 보다는 선수들의 문제죠. 어짜피 맥기가 컨트롤 타워를 할 정도의 패스력이 없는걸 모두 아는 상황에서 맥기에게 가서 패스를 ‘받아줘야’ 하는데, 선수들의 움직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맥기 쉐이크가 나왔습니다. 수비에서도 연거푸 3점을 얻어 맞앗는데, 킹스의 슛감이 좋은것도 있었지만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레이커스가 편하게 3점이나 롤러를 허용하는 날은 수비 정말 안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2쿼터에서 수비가 다시 정돈되었는데, 그 중심엔 르브론이 있었습니다. 르브론은 상대방 메인 공격수를 1선으로 수비하기 보다는, 2선 헬프 수비 및 위크사이드 커버를 주로 하는데 르브론의 수비 에너지가 올라오고 적극적으로 수비 지시를 하면서 킹스가 1쿼터같이 편안한 공격을 하지 못햇습니다. 때마침 쿠즈마의 연이은 득점으로 점수차를 좁힐 수 있었고, 킹스의 물오른 슛감과 레이커스의 3점 슛난조에도 불구하고 역전할 수 있었습니다.
2. 계속되는 볼핸들러 문제
경기 초반 볼 핸들러 프레싱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르브론의 볼핸들링을 디나이하거나 압박해서 KCP나 그린에 핸들링을 강제했고, KCP는 나쁜 디시전 메이킹으로, 그린은 하프코트 넘어오는데만 10초 이상을 소모하는 것으로 룩 월튼 전략에 보답(?) 했습니다. 물론 이 전략은 체력 소모가 커서 경기 내내 지속할 순 없겠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상대 팀들이 핸들러가 부족한 레이커스를 공략할 때 얼마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걸 보여줍니다.
4쿼터에는 데이비스가 나와서 스크린을 걸어준다든지, 카루소가 일부 볼 핸들링을 나눠서 한다든지 하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만…카루소, AV, 그린 모두 나쁜 볼 핸들러는 아니지만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원하는 지점으로 볼을 원만하게 운반할만한 선수들은 아닙니다. 선수들이 앞선으로 나와 볼을 받아주면 공격 세팅 문제도 발생하고 스틸 위험도 있기에 계속해서 이점에 대한 고민은 안고 가야 할것 같습니다.
3. 당분간 이어질 AV의 결장, 대체 가드는?
KCP는 AV가 다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주전으로 출장했고, 한번의 공격 실수(실패가 아니라 실수!)와 두번의 수비 실책으로 3분만에 카루소와 교체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연거푸 점퍼와 속공을 성공시키며 12점을 몰아 넣었습니다. 이 선수는 존재 자체가 기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 멘탈 문제라는게 더 맞겠네요. 본인이 플레이가 되니까 수비 집중력도 올라가고 스위칭 시점에도 빠르게 잘 따라가더군요. 왜 자꾸 괴상막칙한 플레이에 슛난조까지 겹쳐도 이 선수를 레이커스가 포기하지 못하는지 이해는 갑니다. 이 선수는 출장 전 엑소시즘을 하던지, 경기날 팬들이 기도를 드리는게 제일 해결책이 될것 같네요.
지난 워리어스전에 결장했지만 오늘 론도가 돌아왔고, 론도가 공을 잡자 스테이플스 센터에 환호가 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론도-카루소-KCP-쿠즈마-AD 라인업의 수비는 너무 별로네요. 3쿼터를 이렇게 마무리 했는데 킹스의 3점이 안 들어가서 망정이지 대량 실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론도의 대인 수비가 너무 안 좋더군요. 보스턴 시절부터 봐온 저로서는 (게다가 결승에서 레이커스를 괴롭혔던) 거의 충격이엇습니다. 대인 수비도 안되고 스크린을 벗어나는 것도 너무 느리니 수비 로테이션으로 커버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4쿼터 초반 론도가 KCP로 바뀌자 수비 로테이션이 더 안정되는 것을 보고, 왜 론도 복귀에 많은 팬분들이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하셨는지 이해가 갑니다. 훈련때 제이슨 키드 코치와 3점 내기도 하던데, 외곽슛도 전혀 들어가지 않았구요.
KCP가 삽질을 하면서 카루소가 1번을 뛰었는데 확실히 여러모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로 수비에 약점을 보여주며 드라이브 레인을 내주었습니다. 확실히 수비 리커버나 패싱레인 차단에는 기가 막힌 선수입니다만 (버티는 힘도 괜찮고요) 가로 수비는 살짝 아쉽기에 많은 팬분들 말씀대로 대인 방어보다는 팀수비수로서 후보 출전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아보입니다.
쿡은 KCP 다음으로 멘탈 문제가 있는것 같은데, 혼자서 너무 업되는 경향이 보입니다. 시즌 초 플레이메이커 롤을 받아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가 캐친 앤 슈터로서 폼이 올라왔죠. 그러다 지난 번 골스전에서 신나게 리딩을 했는데(라고 쓰고 하고 싶은대로 한다라고 읽는다) 그건 워리어스 수비가 그 정도로 나빠서 가능했던거고, 그 와중에서도 무리한 플레이로 포제션들을 날렸죠. 그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오늘도 혼자서 신나게 무리한 플레이를 했고, 결과적으로 4분만 뛰고 다시 코트위로 올라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AV의 최상의 대체 자원은 신내림 받은 KCP입니다. 하지만 오랜 레이커스 팬 분들은 아시다시피 KCP의 최대 스킬이 희망고문이기 때문에 과연….
4. 르브론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토전부터 르브론과 AD가 공을 잡으면 바로 더블팀으로 압박하고 3점의 리스크를 가져가는 수비로 재미를 봤는데 오늘 세크라멘토도 이러한 전략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레이커스가 3점 기복이 심하고, 제임스가 가속이 붙은채로 하이포스트에 진입하면 랍이나 오펜스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를 허용하는게 더 크다고 판단한것 같고 카루소가 연거푸 3점을 놓치면서 어느정도 통하는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쿠즈마를 필두로 레이커스의 3점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3쿼터에 르브론에 더블팀을 붙였다가 카루소의 컷인에 연거푸 당하자 4쿼터에는 과감하게 더블팀을 바로 붙이지 않고 제2의 수비수가 헬프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러자 혼자서 연거푸 8점을 몰아넣으면서 왜 르브론이 슈퍼스타인지 보여줬네요. 2쿼터에 터진 하이라이트 덩크도 멋졌지만 이런 확률을 뛰어넘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야 말로 최고 레벨의 선수이며, 이런 득점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시스트가 10개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룩 월튼도 더 이상 안되겟다고 판단했는지 바로 더블팀을 붙이는 형태로 전환했고 연거푸 두 번 수비성공을 하면서 재미를 봤습니다. 현재 레이커스가 르브론이 PG롤을 하고 있고, 르브론이 위험지역으로 들어오기 전에 압박하는 전술(+ 지역방어)는 앞으로도 종종 나올것 같습니다. 오늘도 르브론의 2-7을 제외할 경우 KCP를(3-5)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3점 기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5. 4쿼터 마지막 99-97에서의 세트 플레이
막판에 킹스의 전략은 너무 좋았네요. 레이커스 선수 시절부터 양복에 클립보드를 들고 그림을 그린 감독출신 답게(…) 월튼이 센스는 확실히 있습니다.
보그다노비치가 인바운등 패스를 하고 반스가 핸드오프를 줄것 처럼 움직였습니다. 통상 슈터가 인바운딩을 하는 전략이 많고 오늘 보그다도비치의 감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저 조차도 1차적으론 보그다도비치가 쏘고, 안 되면 반대쪽의 힐드가 찬스를 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반대쪽에서 홈스의 스크린을 받아 힐드가 코너에서 자리를 잡았죠. 르브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 반스의 수비수인 카루소와 스위칭 상태에서 보그다노비치를 따라 갔는데 그 틈을 타 기습적으로 반스가 돌파를 했습니다.
중간에 핸들링이 살짝 불안하긴 했는데, 레이커스 선수진이 당황한게 보일정도로 무주공산으로 레이업을 올려놓는 듯 했으나…AD의 멋진 블록에 막혀버렸습니다. 대단한게 AD가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곳 반대에서 홈스와 힐드의 2:2가 이루어지는 과정이었기에 시야를 뺏길뻔 했는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파울도 하지 않는 최상급 플레이를 했죠.
킹스가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아슬아슬하게 파울을 해 볼수도 있었을텐데(1초 이내로 남을 수 있고 레이커스 자유투 감이 좋았음에도), 레이커스도 킹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당황한것 같네요. 오늘 공격에서는 상대의 적극적 더블팀에 부진했습니다만 전방위 수비에 외곽까지 나가는 적극적인 컨테스트로 스탯에 보이지 않는 활약을 했는데 마지막 수비 두번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네요.
역시 젊은 팀은 무섭네요. 탤런트나 피지컬에서 앞섬에도 불구하고 젊은 팀의 에너지와 활동량으로 서부 1위 레이커스를 몰아 부쳤습니다. 3점을 만드는 플레이도 괜찮고 페렐과 보그다노비치라는 벤치자원도 있으니 폭스가 돌아오면 플레이오프를 노려볼만한 팀일것 같네요.
이겼음에도 아쉬운건 (항상 아쉽긴 한데) 르브론의 플레잉 타임입니다. 오늘 양팀 합쳐서 가장 많은 시간인 39분을 뛰었습니다. 2쿼터 몬스터 덩크에 마지막 클러치 자유투까지 17년차 선수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활약했지만, 경기가 접전 상태에서 론도가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쿠즈마가 수비에서 계속 공략당하면서 코트위에 오래 서 있었습니다. 만약 KCP의 깜짝 활약이 없었다면 40분 이상이었을지도…하여튼 레이커스는 12월까지 계속해서 이궈달라 루머와 연결될것 같네요.
피닉스를 2.5게임으로 따돌리면서 서부 1위를 굳혔습니다. 하루 쉬고 2년차라고는 믿기지 않는 트레이 영이 버티는 에틀랜타와 붙습니다. 그럼 저는 KCP 기원제를 드리러 이만~
Go Lakers!
그 기원제 같이 드리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