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쿼터만으로 살펴보는 시카고 수비의 문제점(어제 경기)
개막전부터 3점 폭탄을 맞으며 심각한 수비를 선보인 시카고가 오늘 토론토와의 홈 오프닝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시즌 2패째를 기록했습니다. 공격에서도 팀 차원의 문제부터 개개인의 선수들 약점도 여전히 보이기에 문제가 크지만, 특히 수비 쪽이 심각하게 염려되는 상황인데요. 마크맨의 빠른 골밑 득점부터 오픈 3점을 내주는 맥 빠지는 트랜지션 수비부터 집중력 없는 오프볼 수비, 그리고 선수 개별로도 수비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들도 큰 문제지만 현재 시카고가 픽앤롤 수비 기조로 삼고 있는 더블팀 전술에서 파생되는 나쁜 결과들 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 경기는 아니고 하루 지난 멤피스와의 경기로 2쿼터에서 선수 구성이 달라져도 계속해서 약점을 보였기에 이를 집중해서 봤는데요.
▲ 멤피스의 빅맨 발렌슈나스가 스크린 서는 척 하다가 그대로 골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카고는 핸들러 타이어스 존스를 기존의 마크맨에 더해 빅맨 코넷이 더블팀하는 수비를 취합니다. 일단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풀업 3점 위협이 사실상 전무상 타이어스에게 왜 2명이나 붙는지 입니다만, 그걸 떠나서 더블팀 효용이 하나도 없다 는 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2명이나 붙었으면 턴오버를 유발하거나 적어도 패스 각도를 막아서 시간을 끌어야하건만 오히려 기댓값이 가장 높은 코너로 패스가 가게 됩니다.
▲ 원래 코너쪽을 마크하던 선수는 당연히 발렌슈나스를 태그할 수밖에 없는데, 아래에서도 나오겠지만 만약에 존스가 발렌슈나스에게 패스를 주었어도 골밑에서 바로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셈인거죠.
▼ 좀 이따 바로 나온 아래의 장면도 구도는 좀 다르지만 근원적인 문제점은 같습니다. 코넷이 올라오는 걸 보면 이번에도 존스를 더블팀하려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하드헷지를 하기에 좋은 지점을 선점하지 못했기에 존스가 빠져나갔고 윙에서 존스의 패스를 받은 선수는 다시 스킵패스로 반대쪽 사이드에서 오픈 3점 찬스를 만들어줍니다.
▼ 3번째 장면에서도 똑같이 코넷은 스크리너인 발렌슈나스를 의식하면서도 높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멤피스의 핸들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취합니다. 그런데 멤피스의 핸들러를 수비하는 던이 압박을 너무 세게 하다가 코넷이 있는 반대쪽(핸들러 기준 오른쪽)으로 돌파하는 경로를 열어주고 맙니다.
▲ 위 장면처럼 코넷이 있는 반대쪽으로 돌파를 가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되기에 던은 스틸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오른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만은 막았어야 합니다. 팀 차원에서 더블팀을 준비했다면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확실히 했어야 하는 건데, 던 개인의 무리한 플레이였던 건지는 몰라도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 다음으로 더블팀을 갔는데 역시나 패스 각도를 차단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3점 찬스가 아니라 발렌슈나스에게 패스가 건네지는데요. 이를 골밑에서 막아야하는 선수가 가드 사이즈인 이상 이 수비는 득점 유무를 떠나서 실패한 수비가 됩니다.
이 장면 이후에 코넷은 교체 아웃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혹시나 제가 이 글에서 코넷 개인의 수비를 비판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닌가 오해하실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아쉬운 수비 장면들을 연출하기 때문인데요.
▼ 결과적으로 모랜트가 파울을 얻어냈지만, 어쨌든 바로 위 장면처럼 골밑 공짜 득점이 나온 건 아니기에 괜찮으리라 볼 수도 있습니다. (골밑에서 막을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라빈도 발렌슈나스를 막고자 잘 이동했고요. 하지만 저 상황에서 마카넨은 코너쪽과 3점 옵션이 있는 빅맨 JJJ 이 둘을 동시에 상대하게 됩니다.
▲ 코너에 오픈 3점 찬스가 나는 걸 염려하는 건 알겠는데, JJJ한테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만약에 모랜트가 JJJ에게 패스를 제대로 던져주었다면 이는 3점이나 클로즈 아웃 공략하는 기회가 되었을 겁니다.
아래 장면은 스크리너가 발렌슈나스에서 JJJ로 바뀌었습니다. JJJ는 발렌슈나스에게 없는 3점 옵션이 있기에 당연히 픽앤팝을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그냥 가볍게 짚고 넘어가기만 하겠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바로 마카넨과 테디어스 영의 수비 조합 인데요. 마카넨이 기본적으로 팔이 짧고 골밑에서 헬프 들어오는 감각과 블락 능력 모두 떨어지기에 차라리 밖으로 내보내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때 림을 보호해야 하는 수비수가 테디어스 영이 되는 것이 과연 좋은 현상인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영은 스틸과 디플렉션, 그리고 공격자 파울 유도까지 최상위권 선수로서 이 부문에서는 대단히 뛰어난 수비수이지만, 세로 수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데요.
▲ 위 장면에서 JJJ의 슛을 컨테스트하긴 하지만 결국 성공시키고, 또 결과를 떠나서 과연 이런 상황을 자주 연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팀 차원에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카넨이 더블팀을 했으면 적어도 패스 각도는 확실하게 차단해야 하는데, 몸빵도 안 되고 팔 동작도 패스를 방지하기에는 형편없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 아래에서도 더블팀을 붙으나 역시나 패스 각도를 막기는커녕 상대가 패스 돌리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고요. 턴오버로 공격이 끝나긴 했으나, 역시 위험했던 장면이었습니다.
▼ 또 한번 림대쉬하는 빅맨 클락에게 패스가 아주 간단히 전달되고, 골밑에서 라빈을 맞이한 클락은 아주 손쉽게 득점을 합니다.
제목에서는 한 쿼터만으로 살펴본다고 썼기에 적은 장면을 예상하셨을 수도 있겠는데, 놀랍게도 이 모든 장면들이 어제 멤피스와의 경기 2쿼터에서 나온 것들입니다(분량상 몇 개 뺀게 이정도입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시카고 선수 개개인들의 형편없는 수비 실행력도 있지만, 멤피스가 이를 능숙하게 공략하면서 대량 실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더블팀 수비 에 있습니다.
애초에 마카넨 같은 선수들이 수비 재능이 떨어지기에 일단 수비 전술을 하나밖에 연습하지 않았고, 아직 시즌 초반이니만큼 실험 단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에라도 팀 차원에서 준비한 수비 전술이 저런 더블팀 하나라면 그것 자체도 실망스러운 일이고, 드랍백 같은 전술을 따로 연습했는데 본경기에서 안 쓴거라면 2쿼터 내내 저리 농락당하는데 이를 시도해보지도 않은 건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근데 드랍백으로 돌려도 잘할 것 같지는 않아요 ).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니만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진들에게 이것저것 준비하고 경기에서 보여줄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시즌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저렇게 똑같이 공략 당하는데 아무런 변화 없이 간다면 올해도 팀 성적은 암울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다크호스로 점쳐지던 시카고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