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드래프트 후보 라멜로 볼 풀경기 감상평
개인적으로 저번 시즌부터 대학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대학 신입생들(혹은 해외리그 진출자들)의 고교 경기를 보면서 계속 관찰해볼 지점들을 찾고 있습니다. 내년 드래프트 탑3 후보인 앤써니 에드워즈와 콜 앤써니 위주로 보는 가운데, 예전부터 랭킹 대비 큰 관심을 받는 라멜로 볼 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Spire Academy 풀경기 4개에다 기타 하이라이트를 표본 삼아 항목별로 특징을 잡아봤습니다(이 시절 스탯은 아예 집계조차 안 된 경기들이 많기에 스탯 중심의 접근은 뺐습니다).
프리시즌 랭킹이 로터리 밖인 빅보드가 많음에도 라멜로에 대한 분석글들이 많은데요. 글을 다 써보고 찾아보니 제가 생각한 부분과 다르게 평가한 분석들도 꽤 되는지라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 선수이니만큼 당연히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열려있는 선수고요.
1. 트랜지션 어시스트
트랜지션 상황에서 건네는 패스의 품질은 상당히 좋습니다. 라멜로의 전체 플레이 중에서 트랜지션 공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한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EAxFq8BU2Vg
▲ 코트 끝에서 끝까지 던지는 아울렛 패스 감각도 뛰어나고, 자기가 공 몰고 가면서 피니셔한테 주는 패스와 3점 슈터한테 슈팅 기회 만들어주는 움직임 모두 좋습니다. 센스 있는 패스들도 종종 나오고요.
다만 이런 트랜지션 공격의 시작점은 수비 리바운드를 포함한 팀 수비의 성공일 텐데, 아래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라멜로는 팀 수비에 기여하는 바가 사실상 전무합니다. 박스아웃 같은 허슬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리바운드라도 잘 잡아야할 텐데, 최소 6'6"는 될 거라 추측되는 사이즈에 비해 잘 잡는 느낌이 아니었고요.
2. 하프코트 어시스트
트랜지션 상황과 더불어 하프코트에서도 좋은 패스를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픽앤롤/픽앤슬립 상황에서 롤맨한테 칼같이 던진 패스들도 꽤 있었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yjPmEdB8AbM
▲ 하이픽앤롤 할 때 대부분의 패스는 밖에서 안으로 롤맨들한테 건네지곤 했습니다. 신장에 비해 괜찮은 드리블 실력을 가졌고,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 틈을 잘 포착하는 모습이었고요. 기본적인 플레이들(살짝 들어가면서 수비 몰고 코너의 슈터한테 킥아웃 패스 혹은 패스 돌려서 팀 동료의 오픈 3점 만드는 패스)을 예상보다 더 잘 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림근처까지 깊숙이 돌파 들어가서 킥아웃&골밑 디쉬하는 장면들은 거의 없었는데요. 페인트존 들어갔을 때 림까지 더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일단 패스부터 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왔는데, 노룩 패스 같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드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일단 라멜로가 자기의 돌파 마무리에 큰 자신이 없어서 패스를 한다는 인상 도 받았습니다.
3. 온볼 공격과 3점 슈팅
프로와서 세컨핸들러라도 맡으려면 혼자서 득점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할겁니다. 일각에서는 라멜로의 온볼 공격을 꽤 높이 사기도 하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bKS1T9jvJAg
▲ 돌파 공격은 트랜지션 상황이 대다수인 가운데 가끔 하프코트 돌파 장면도 있었고요. 돌파 공격에 더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반대로 말하면 수비를 피해 3점 라인보다 더 멀리서 던지기에 비효율적이고 샷클락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공을 안 돌리고 던지기에 샷셀렉션 BQ가 의심받을 수 있는) 풀업 3점이 온볼 공격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요.
마치 투핸드슛 같이 밑에서부터 공을 쏘아 올리는 라멜로의 슛폼은 샷컨테스트에 취약한 구조이고, 자세잡고 슛을 올리는데 로딩 시간도 있기에 공 잡고 바로 슛 쏘는 게 안 됩니다. 라멜로의 슛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슛을 던질 때 몸을 뒤로 빼면서 페이더웨이성으로 던진다는 점입니다. 밸런스 유지가 쉽지 않은 페이더웨이성으로 던지는 상황에서 슛폼을 일정하게 가져가기는 당연히 힘들 거고, 착지 지점도 매번 다르고 슛궤적도 일정치 않을 여지가 있겠고요.
▼ 아래는 라멜로의 3점 장면을 추가로 모아놓은 영상인데, 위 영상에서 다룬 성공 장면들과 함께 3점슛 표본으로서 준비해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xanxgg_1hU
▲ 위 영상들에서 볼 수 있듯 드리블치다 던지는 풀업 롱3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요. 그런데 슛폼을 떠나서 저런 비효율적인 슈팅들은 NBA에서조차 웬만한 에이스급 핸들러들도 잘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로팀에서 라멜로에게 저런 슛을 던지라고 허용할 리는 만무하겠고요.
3점 능력을 프로에서 살린다면 움직이면서 공 잡자마자 쏘는 캐치앤슈터는 못 되더라도 스탠딩슈터로서 킥아웃 패스 받고 던지는 슈터 역할을 할 겁니다. 3점 라인에서 스팟업 3점/클로즈아웃 공략한 돌파 들어가면서 플레이 이어나가는 역할 맡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플레이스타일은 이와는 정반대라 이렇게 변할 수 있을지 가능 여부를 떠나서요.
4. 돌파 마무리 실패
라멜로의 슛폼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부분은 돌파 역량이었는데요. 좋게 평가하는 매체도 있었지만, 일단 제가 본 바로는 림어택이 꽤나 부실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TLYUy0gheE
▲ 하프코트 돌파를 림까지 도달하는 것과 마무리 이렇게 크게 2가지로 나누었을 때 라멜로는 둘 모두 좋지 못합니다. 먼저 림까지 들어가는 능력. 특유의 헤지테이션을 잘 이용하기도 하고, 신장에 비해 준수한 드리블을 가졌지만 직선돌파가 대부분인 라멜로는 림어택시에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너무 일찍 점프하는 특성 이 있습니다. 원체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데 도약 지점까지 림에서 멀다면 결과는 당연히 좋지 못할 거고요.
플로터 던지는 감각은 상당히 좋고 핑거롤도 잘 걸지만, 마무리에서 몇 가지 특이점/약점이 보였습니다. 일단 오픈 레이업도 몇 번 놓치는등 기본적으로 백보드 활용에 능숙치 못합니다. 점프하고 공중에 떴을 때 백보드 하단이나 림 아래에 맞히는 경우가 많고요. 슈팅핸드가 오른손임에도 왼손 마무리를 선호한다는 특징도 있었습니다.
수비수와의 충돌을 견디면서 앤드원 성공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충돌을 잘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 이었습니다.상대 선수와 부딪힐 때 슛 자세 유지하면서 백보드 제대로 사용하는 모습이 별로 없었고, 돌파 마무리 대부분이 아래에서 퍼올리는 스쿱 레이업 형식 이었습니다. 피지컬한 충돌을 싫어해서인지 힘으로 밀고 들어가기 보다는 살짝 빠져나와서 어떻게든 스쿱 레이업을 던지려는 모습이 많았고요. 몇 달 전의 고교 경기뿐만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드류리그 같은 친선경기들(위 돌파 영상에서 마지막 부분)에서도 위에서 말씀드린 안 좋은 습관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림어택 모습을 보면 공중에서의 밸런스 유지가 잘 안 되고 상하체와 더불어 허리도 상당히 약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피지컬이 안 좋은데 그리 빠르지도 않기에 쭉 밀고 들어가는 직선돌파는 약할 수밖에 없겠고요. 이러면 직선 돌파가 아니라 약간 곡선형으로 움직이면서 진입하는 스타일이 나을 텐데, 현재로서는 그런 스타일이 또 아닙니다.
5. 수비
수비는 제가 본 4경기 중 딱 1경기 빼면 존재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팀은 주로 존디펜스를 사용했는데, 뒷선에 머무는 라멜로는 자기 영역 내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이나 샷컨테스트 모두 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한 자리에 누가 묶어놓은 것 마냥 수비시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듯한 모습이었고요. 풀코트 압박시에도 당연히 상대 핸들러를 압박하는 역할이 아니었는데, 앞선에서 동료들이 활발히 움직이면 뒤에서 그걸 보면서 왔다갔다 커버치는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6. 공격 프로필 종합
트랜지션에서 페이스 끌어올리는 역량이 출중하고, 하프코트에서도 간간이 하는 픽앤롤시에 롤맨한테 좋은 패스를 건넬 줄 압니다. 돌파는 주로 트랜지션에서 들어갔는데, 하프코트 상황에서는 플로터 던지면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림어택 상황에서의 진입과 마무리 모두 별로이고요. 풀업3점도 사실 웬만큼 잘 넣지 않는 이상 정규 농구를 하는 팀들 모두 반기지 않을 샷셀렉션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라멜로의 온볼 공격을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많지 않은 수인 4경기를 바탕으로 한 평가고, 또 라멜로가 젊은 선수인만큼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관점으로 읽어주시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니 신기하게 공격시 장단점이 론조볼과 거의 흡사하네요. 감각적 패스, 드리블 상황에서 냅다 던지는 3점, 부실한 백보드 활용 및 골밑 마무리, 라바볼 교육의 스타일이 정확하게 나타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나마 론조는 UCLA까지 정상적인 길을 걸었고 대학 무대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점이 있는데, 일찍이 불규칙한 커리어를 시작해버린 라멜로가 프로에 빠른 적응이 될지 이것도 문제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