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랩터스가 커리를 막아낸 비결
https://www.theringer.com/2019/6/8/18657848/toronto-raptors-steph-curry-defense 번역 글입니다.
토론토의 (이미 대단했던) 수비는 포스트 시즌에서 그야말로 '다른 레벨'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이다. - 벤 시몬스, 조엘 엠비드, 야니스가 허둥대던 모습을 떠올려보자. 파이널 무대에서 랩터스의 발톱에 걸려든 건 스테프 커리다. 수 차례 필름 룸과 연습장에서 공을 들여 만들어낸 게임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내내 조던 로이드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로이드를 무대나 스크린에서 볼 수는 없다. 장차 배우가 될 몸도 아니다; 사실 그는 농구선수다. 로이드는 토론토 산하 G리그 팀인 랩터스 905 소속으로, 플레이오프 시즌 내내 랩터스의 연습 멤버로 뛰고 있다. 그의 역할은 각기 다른 상대팀 선수들을 모사하며 연습 경기를 치르는 일이다. 로이드의 배역은 2라운드에서는 벤 시몬스, 이번 파이널에선 스테프 커리였다. 그보다 커리에게 대한 랩터스 수비의 흉포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로선 공을 잡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로이드는 랩터스가 105-92로 승리를 따낸 4차전 경기 이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커리에겐 어떤 느낌일지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이 상황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지난 금요일, 우리 모두가 목격한 바 그대로다. 그야말로 지옥. 커리는 랩터스가 그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조치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 같았다. 종종 얼굴을 찡그렷고, 고개를 떨궜다. 때로는 슈팅을 주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번 파이널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상대 수비의 압박 수준은 2016년 파이널의 캡스, 2018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휴스턴이 선보인 것과 유사하다. 워리어스는 늘 이를 뚫어낼 방법을 마련해냈었다. 다만 올해는 달라보인다. 랩터스는 워리어스를 무너트리기 직전까지 왔다.
NBA 파이널에선 그동안 수많은 업셋들이 있어왔다 - 그 중 둘을 꼽자면, 댈러스가 히트를 꺾은 2011년과 알 애틀스가 이끌었던 1975년의 워리어스가 불리츠를 무너트린 일을 들겠다. 모든 파이널 업셋이 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지금 토론토의 상황에는 두 개의 닮은 꼴이 있었다: 코비-샤크의 레이커스를 5경기 만에 무너트린 피스톤스의 2004년 파이널과 2014년 스퍼스가 히트를 5차전 만에 꺾은 2014년 파이널이다.
위 두 케이스에서 언더독들은 로스터 해체를 앞둔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론토도 이와 유사하게, 듀란트 에라를 끝내게 될지도 모를 워리어스를 꺾기 직전에 있다. 더불어 피스톤스와 스퍼스의 우승 원동력은 수비에 있었다: 두 팀 모두 정규 시즌 동안 리그 5위권 이내의 수비력을 보여줬으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그 위력이 더해졌었다. 그리고 이 점 또한 정확히 올 플레이오프에서 랩터스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랩터스는 2위의 디펜시브 레이팅으로 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 무대에선 엠비드, 시몬스, 야니스와 같은 스타 선수들을 막아내는 수비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은 커리를 상대로 그 일을 해내고 있다. 토론토는 파이널 무대에서 커리가 코트 위에 있을 때 기준 100포제션 당 106.6점을 실점했는데, 이는 워리어스가 2016년 파이널에서 3-1리드를 날렸을 때 이후 기록한 최악의 기록이다(당시 106.4점). 그 때 캐벌리어스는 커리의 모든 오프볼 무브를 마크했으며, 그가 스크린을 타고 뛸 때면 잡아당기고 밀며 그를 수비했다. 랩터스는 여기에 한 술 더 뜬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박스앤 원을 가동한 것이 대표적이고, 하프코트 상황에서 커리에게 가하는 압박 정도도 엄청나다.
커리를 막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중 커리의 무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2타임 MVP는 로고 부근에서도 풀업을 시도할 수 있으며, 발레를 하듯 페인트에서도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커리는 공을 쥐지 않았을 때도 절대 멈춰서 있는 법이 없고, 여기서 파생되는 Relocation 3-pointer(온볼에서 오프볼 후 캐치앤샷)는 워리어스 공격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랩터스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카운터를 날리고 있다. 그들은 1차전 시작 이후 항상 커리를 압박하며, 굉장히 이른 시점부터 듀란트의 부재를 뼈저리게 실감케 했다. 심지어 지난 4차전에서 토론토는 커리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코트 전 공간에 걸쳐 커리를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더욱 타이트한 오프볼 로테이션과 스위치를 동반했다.
랩터스는 이런 수비의 결과가 무엇일지 알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직접 해봤기 때문이다. 커리의 슈팅 부진(9/22 필드골, 2/9 3점)은 단지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랩터스의 게임 플랜이 이런 결과를 의도했기 때문에 그렇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물론 스카우트 팀까지 함께 이 계획을 준비했다. 랩터스의 리저브 포워드 말콤 밀러에 따르면, 그들의 훈련과 필름 세션은 모두 커리를 따라잡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Pick-up points): 이를테면 커리가 하프코트를 넘어서는 순간이나, 3점 라인 부근에서 오프볼 캐치를 하는 지점 등을 체크해 공간을 미리 선점하는 것이었다.
닉 널스 감독은 스카우트 팀의 도움을 받아 로이드가 커리를 따라하도록 주문했다. 로이드는 끊임없이 커리의 필름을 보면서 그의 작은 습관까지 따라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오프볼 무브는 물론, 스크린 셋업 시 나타나는 경향까지 모든 면을 모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실제 경기 상황에서도 꽤나 큰 도움이 된 듯하다. 라우리는 "G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로이드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입니다. 그리고 그의 도움은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 지금부터 랩터스가 커리에 대해 어떤 준비가 되어있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커리가 공격을 시작할 경우, 밴블릿이 자리를 지키고 팀원이 주변으로 숨어들 시간을 마련한다. 4차전 막바지, 워리어스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스크린을 통해 커리의 풀업 3점이나 드라이브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문제는 이게 큰 도움이 안 됐다는 점이다. 커리가 스크린을 타고 너무도 익숙한 그 무브들을 시도하려 할 때면, 두 명의 랩터스 수비수들이 경로에 서서 트랩을 시전했다.
더불어 토론토는 지난 경기들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커리-탐슨을 제외한 나머지 부족한 선수들의 슈팅을 유도했다. 커리를 3점 라인으로부터 페인트존으로 끌어들이고 평균 이하의 슈터들에게 패스를 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페인트존에는 정말 많은 수비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위 클립에서 밴블릿의 수비를 벗겨낸 커리는 이내 근처 지역을 점유하던 레너드를 마주쳤고, 림 아래에선 가솔과 시아캄을 맞닥뜨렸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사실 자명하다. 커리는 비어있는 드레이먼드에게 킥아웃 패스를 전달했는데, 이는 확실히 옳은 플레이였다. 그린은 지체없이 공을 던졌고, 공은 백보드 측면을 맞추고 말았다. 종종 커리를 막기 위해선 6명의 수비수가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랩터스는 5명으로도 충분히 이 일을 해낼 수가 있었다. 랩터스가 이미 파워플레이 상황을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슈팅 능력의 부재로 인해 워리어스는 3-4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르는 듯 느껴졌다.
랩터스를 상대하는 커리는 귀신을 상대하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수비수가 근처에 없을 때에도 커리는 그들의 존재를 느낄 지경이다. 그런데 누가 커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게 바로 토론토가 해내고 있으며, 또 의도한 일이다. 가솔과 이바카는 픽앤롤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팔을 높이 들어 패싱 레인을 막는 수비를 펼쳤다.
랩터스는 커리가 스크린을 향해 달릴 때면 그를 밀쳐내곤 했는데, 이는 복서가 상대 선수의 바디를 공략하여 체력을 갉아먹으려는 듯했다. 상대의 정신이 영향을 받을 때까지 말이다. 체력적인 손실은 멘탈의 피로도 유발하는 법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밴블릿은 이날 또 다시 빼어난 수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프코트에서 커리의 풀업 3점을 미리 방지했으며, 상대의 모든 오프볼 무브를 체크하며 공간을 커버해냈다.
이번 시리즈는 NBA 감독이 박스앤원 수비를 들고 나와 활용한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다. 중학교에서나 등장하는 이 수비는 커리를 붙잡기 위해 NBA 무대에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토론토는 커 감독이 커리와 퀸 쿡, 그리고 위협적이지 않은 슈터 3명을 기용한 4차전 3쿼터 막판에 다시 이 수비를 가동했다. 커 감독은 별 수 없이 그가 기용할 수 있는 유일한 슈터인 탐슨을 투입해 상대 수비에 대응해야 했다.
커 감독은 현재로선 별 다른 대응 카드가 없는 입장이다. 이는 물론 닳아버린 로스터의 영향이다. 이미 파훼된 보것, 운동능력이 떨어진 커즌스, 큰 부상을 안고 있는 케본 루니는 모두 조던 벨, 대미안 존스, 예렙코보다 나은 옵션인 상황이다. 지금처럼 네 명의 슈퍼스타가 엄청난 샐러리를 차지한 가운데, 뛰어난 1라운드 후반 픽 선수나 '반지원정대'에 속하는 베테랑 선수를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워리어스는 이미 샐러리를 소진한 상태에서 듀란트를 기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라는 건 늘 상대적인 법이다. 골든스테이트도 반대의 상황에 놓인 적이 분명 있었다.
몇 가지 비틀만한 요소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 커리-탐슨-이궈달라-맥키니-드레이먼드로 구성된 라인업을 보지 못했다. 이 조합은 어떨까? 스페이싱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를테지만, 커 감독은 이 조합을 플레이오프 돌입 이후 선보인 적이 없었다. 적어도 크게 사이즈가 밀리는 슈터도 없으며, 유연한 수비 대처도 가능한 조합으로 보인다. 사실 이는 이궈달라나 맥키니 대신 리빙스턴이 투입된 라인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현재로선, 커리가 로스터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결국 워리어스는 커리의 야투 시도를 늘리는 쪽으로 경기 플랜을 짜야한다고 본다. 과연 그 중요했던 4차전에서 커리가 시도한 22번의 야투와 9번의 3점 시도가 충분한 수준이었을까? 랩터스는 그의 손에서 공을 떼놓는데에 혈안이 되어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커리와 탐슨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3점 성공률은 26.6%에 불과하다. 듀란트가 없는 상황이라면, 커리가 3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재현하는 쪽이 그나마 시리즈를 연장시킬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야투 31회 시도, 47득점)
랩터스의 엄청난 수비 탓에 절박한 순간에 몰려버린 워리어스다. 랩터스는 매직을 부수고, 시몬스와 엠비드를 틀어막았으며, 야니스를 필멸자로 만들며 이 자리에 올랐다. 이제 그 압박은 커리를 향하고 있다. 랩터스는 이제 홈으로 돌아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이널 결과이자, 역사상 최고의 이변 중 하나를 완성시키려 하고 있다. 레너드, 가솔, 널스, 라우리 그리고 팀의 설계자 마사이 유지리가 대부분의 찬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절대 로이드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직접 그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기여한 부분이 없는 게 아니니까.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결국 로스터의 '네임 밸류' 보다 '밸런스' 문제에요
본문에서 '닳고 닳은 로스터'
'커리가 로스터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이런 문장에 주목됩니다.
이게 지금 골스 로스터의 문제였죠. 슈퍼스타와 올스타 군단이지만 두명 말고는
공격에서 수행할 수 있는 롤이 제한적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벤치들은 노쇠하거나 약한...
근데 그 두명 중에 한명이 빠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