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츠-필리 1차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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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4-18 03:02:05
2019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리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필리 팬 입장에서 작성한 필리 위주의 리뷰라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경기 보시는 데 참고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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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준비성의 넷츠 + 컨디션이 나빴던 식서스의 콜라보
1차전에서 넷츠의 경기력은 훌륭했습니다. 넷츠가 얼마나 철저하게 필리 전을 준비했는 지 경기 곳곳에서 드러났는데요.
가장 훌륭했던 건 레딕을 퇴장시킨 넷츠의 노림수였고, 경기가 안 풀릴 때 로테이션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도 대단했습니다.
넷츠의 경기력이 1차전 수준을 유지한다면 필리는 시리즈 내내 크게 고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넷츠의 경기력과 대응방식은 훌륭했습니다.
제가 프리뷰에서 이번 시리즈는 누가 더 약점 공략을 잘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었는데요. 넷츠는 필리의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했던 반면, 필리는 넷츠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충돌한다 볼 수 있는데요.
1. 백코트 vs. 프론트코트의 힘겨루기
2. 벤치 vs. 주전의 힘겨루기
가 그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1차전 넷츠의 백코트는 훌륭했고 벤치 로테이션도 완벽했던 반면, 필리는 주전 경쟁력이 형편없었고 프론트코트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도 못했습니다.
딘위디는 역시 딘위디였습니다. 평소 필리 경기만큼의 위력이 아니었다 해도 딘위디는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딘위디와 르버트의 분전은 경기 초반 디러셀의 부진을 커버해주었습니다. 두 선수의 분전이 넷츠 백코트의 초반 경기력을 유지시켜준 원동력이었죠.
반면, 필리는 경기초반 엠비드의 부진을 시몬스가 충분히 커버해주지 못하면서 프론트코트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버틀러가 분전했지만 프론트코트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었죠.
즉, 약점 공략에서 넷츠가 필리를 완벽히 앞섰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이미 승부가 갈렸다 봐도 무방할 겁니다.
- 무릎 부상이 심각해보인 엠비드의 부진
엠비드는 원래 출전이 불가능하다 예상되었었지만, 본인의 의지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크게 부진했죠. 전반전 야투율 11.1%는 평소의 엠비드를 생각하면 믿기힘든 성적이었습니다. 현재 정밀 검진에도 무릎에 딱히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엠비드 본인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 하는데요.
그래서 구단은 엠비드에게 출전 권한을 위임했고, 1차전은 출전했으나 크게 부진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내내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움직임이 나빴는데(약간 절뚝거리는 경향을 보였죠), 2차전에는 통증을 안고 출전할 지 궁금하네요. 이 또한 출전 여부는 엠비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엄청난 존재감을 보이며 앨런을 파울 트러블로 몰아넣고, 전반전에만 자유투 11개를 얻었던 엠비드가 정상이었다면 경기는 한번 해볼만 했을 겁니다. 그래서 엠비드의 부진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엠비드가 부진한 빈 자리를 시몬스가 메워주길 바랬으나, 시몬스의 부진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전반전 20% 야투율을 기록했고, 결국 9득점에 그쳤습니다. 특히 자유투를 5개 던져 1개만 성공시킨 것이 뼈아팠죠.
엠비드가 부진할 때 시몬스가 동반 부진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기에서는 시몬스의 분전이 승리의 필수요소였기에 더욱 아쉬웠어요.
2차전에는 시몬스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 빛바랬으나 희망을 준 버틀러의 분전
엠비드가 부진할 때, 필리는 전술 방향을 버틀러-시몬스 위주로 변화시키곤 하는데 버틀러 볼 핸들러 + 시몬스 포스트 공략 중 시몬스의 포스트 공략이 무너졌음에도 버틀러의 분전은 놀라웠습니다.
36 득점을 폭발시키면서 팀을 계속 이끌어주었는데요. 특히 자유투를 무려 15개나 얻었다는 점에서 버틀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엠비드만 멀쩡했다면 버틀러-엠비드 2 : 2 게임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을 거라 봐서 아쉽긴 한데요. 엠비드가 무릎통증에 시달리는 현 시점에는 버틀러만 믿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버틀러의 활약이 반짝이 아닌 상수가 되어주길 기원해 봅니다.
- 레딕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넷츠의 성공
제 기억으로 레딕이 필리 합류한 이후 퇴장당한 것이 이번 경기가 처음일 겁니다(제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한 건 아닙니다). 그만큼 레딕이 퇴장당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그걸 넷츠가 무려 플레이오프에서 해냈습니다.
레딕 공략이야 정규시즌에도 숱하게 나온 것이라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파울 트러블 + 퇴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필리 로테이션의 핵심이자 엠비드가 부진할 때 그의 가장 뛰어난 파트너가 되어주는 레딕의 빈 자리는 경기 내내 정말 크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레딕이 파울트러블에 걸려서 로테이션이 꼬인 순간 경기의 무게추는 이미 심각하게 기울었다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레딕을 노린 넷츠의 노림수는 훌륭했습니다.
레딕은 단순히 슈터라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3 : 3 전술을 구성하는 핵심 구성원으로써 그 가치가 큰 선수입니다. 그래서 코트에 꼭 있어줘야 해요. 레딕이라는 가드 스크리너가 없으면 필리 전술은 그 완성도가 평상시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그만큼 레딕의 오프 더 볼 무브와 오프 볼 스크린은 필리 전술에 중요한데요.
그렇기에 많은 팀들이 시도했으나 성공못한 레딕의 파울 트러블을 넷츠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넷츠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누구 한 명이 레딕을 노린 게 아니라 해리스, 캐롤, 딘위디, 르버트, 디러셀이 돌아가면서 레딕을 괴롭혔고, 숱하게 미스매치가 나오면서 레딕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가장 무서웠던 건 딘위디였죠).
다만, 레딕은 원래 숱하게 공략당하면서도 파울은 거의 하지 않는 선수인만큼 이 노림수가 2 차전에도 통하진 않길 바랍니다.
레딕이 무너진 와중에 필리는 심각한 3점 부진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부진의 이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레딕의 퇴장이었지만, 다른 슈터들도 하나같이 부진에 시달리고 말았죠.
특히 해리스와 스캇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두 선수 합계 3점 성공률 10%(10개 시도), 8 득점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는데요.
해리스는 근래 계속 부진했으니 그렇다 쳐도 핵심 식스맨인 스캇까지 부진하면 필리는 답이 없습니다. 볼든이 부상 여파로 출장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었기에 스캇의 부진은 더욱 아쉬웠는데요(볼든 5분 출전). 두 선수의 부진은 시몬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며, 엠비드의 부담은 더욱 가중시킵니다.
실제로 The_Feeling님 말씀에 따르면, 필리가 이 경기에서 기록한 12%의 3점성공률은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35년만의 역대급 기록이라 하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죠.
사실 오늘 경기는 정규 시즌에 간간히 나온 필리가 가비지 패배할 때의 전형적인 패턴이 나온 경기였습니다.
부진한 엠비드 + 최악의 3점 성공률이 더해졌을 때 필리는 대체로 큰 점수차로 패하곤 했는데요. 실제로 26% 이하의 3점 성공률을 기록한 경기에서 필리 승률은 10% (1승 9패)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넷츠의 노림수 + 팀 자체 슬럼프로 인해 나왔다는 점인데요. 레딕이 2차전에 파울 트러블에서 벗어난다면 1차전보다는 나아질테지만 4번 라인업의 슈팅 부진이 2차전에도 이어진다면 필패할 겁니다.
2차전에는 해리스-스캇-볼든이 슈팅 부진에서 벗어나길 기원해 봅니다.
- 리그 최상위 백코트의 힘. 넷츠 백코트의 위력
넷츠 백코트는 정규시즌 리그 5위의 득점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그만큼 뛰어난 백코트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인데요. 이 경기에서도 디러셀 26 득점, 딘위디 18 득점, 르버트 23 득점, 해리스, 13 득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득점력을 보여준 넷츠 백코트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특히 디러셀이 부진했던 전반전은 르버트와 딘위디가 버텨주다 후반전에 디러셀이 폭발하면서 경기를 접수하는 이상적인 면모까지 보여주면서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조직력의 힘을 충분히 보여줬죠.
급조된 팀인 필리와 가장 대비되는 팀인 넷츠 특유의 조직력의 힘을 1차전부터 충분히 보여준 건데요.
3쿼터 초반 필리에게도 승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프타임에 휴식을 취한 엠비드가 어느정도 슛감을 되찾으면서 공수 모두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내고, 버틀러가 함께 날뛰어준 덕분에 17-3 run을 하면서 넷츠를 3쿼터 초반 2점차까지 따라붙었었죠. 허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이 시점에 알렌의 파울 트러블 빈자리를 완벽히 메워준 에드 데이비스의 분전이 놀라웠는데(12 득점, 16 리바운드), 데이비스가 엠비드를 공수에서 상당히 괴롭혀줬습니다. 게다가 부진하던 디러셀이 이 때부터 부활하면서 필리는 역전의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죠. 결국 필리는 부상을 달고있던 엠비드가 벤치로 간 사이에 다시금 점수를 잃었고, 다시는 추격하지 못했습니다.
필리의 픽 앤 롤 수비 문제는 이 경기에서도 심각하게 드러났는데요. 넷츠 백코트에게 어마어마한 점수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레딕의 퇴장까지 만들고 만 필리 백코트 수비는 2차전에서도 심각하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2차전에는 자이어 스미스의 중용을 간절히 바라는 데요. 공격때문에 대신 출장한 조나단이 공격에서도 제 몫을 못해줘서 정말 아쉬웠구요. 2차전에는 자이어가 중용받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마치며...
사실 오랜기간 휴식을 취한 컨텐더 팀들이 1차전에 부진한 건 흔한 일입니다. 이 날 치러진 4 경기 중 3 경기가 업셋이었다는 점도 이 사실을 반증하는데요.
허나 필리 프론트코트가 고장난 현 상황에 넷츠 백코트는 제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이번 시리즈는 단순히 오래 쉰 여파를 넘어서는 불안요소를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엠비드는 여전히 극심한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현재로써는 슈팅 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슈팅 어라운드에서도 연습 중에 슈팅을 거의 성공시키지 못했죠. 엠비드의 부진이 확정적인 상황이라면 현 시점에선 가장 중요한 선수가 레딕과 시몬스라 생각하는데요. 레딕이 파울트러블에서 벗어나고, 시몬스가 평상시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만 필리가 해볼만 할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2차전에는 필리에게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19-04-15 17:58:46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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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는 경기 내내 펄츠만 제대로 터졌더라면 .. 이 생각만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