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과 필라델피아 개막전 리뷰
오늘 경기 초반의 특이점은 식서스의 수비 매치업 방식에 있었다. 브라운 감독은 시몬스를 호포드 수비에 매치시켰는데, 호포드 압박을 통해 셀틱스의 패스 줄기를 끊어보려 했던 듯하다. 상식을 넘어선 수비 매치업의 결과는 엠비드가 테이텀을 수비하게 되었다는 점. 이 미스매치는 스크린으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브렛 브라운 감독의 매치업 전략으로 선택된 것이었다. 엠비드는 내곽에 있을 때 빛나는 수비수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매치업임에는 분명하다.
그리하여 모두가 알고 있듯, 테이텀이 벤치로 가기 전 첫 5분 사이에만 무려 9득점을 일대일 게임으로 올린다. 이 중 7점은 상대 센터(엠비드와 아미르 존슨)을 상대로 올린 것이었으니, 브라운 감독의 전략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테이텀의 벤치행은 경기 시작 5분 정도만에 이루어진다. 테이텀의 벤치행과 더불어 식서스의 수비매치업은 센터가 센터에 매치업되는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온다. 이제 바턴을 받은 이는 제일런 브라운. 셀틱스의 주전 5명은 모두가 일대일 공격이 가능하기에 매치업의 우위가 발견되는 곳을 해당 공격수가 집중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브라운은 레딕을 상대로 다시 일대일 경기를 펼치며 득점에 성공한다.
일대일 비중이 증가할 때 미들 점퍼 비중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미들슛을 버리는 리그 추세는 흥미롭게도 소수의 아이솔레이션 머신들을 통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역전되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르브론과 듀란트였다(르브론은 전년도 대비 10피트 이상의 미들슛 빈도가 두 배가량 증가, 듀란트는 커리어하이급으로 증가).
마찬가지로 테이텀과 로지어가 오늘 그러했다. 헤이워드는 스크린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며 풀업점퍼를 성공시키기도 한다. 아래는 로지어, 테이텀, 헤이워드의 이날 샷차트인데, 미들슛 비중이 리그 추세에 역행하듯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식서스는 리그에서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팀 중 하나다. 고투가이형 스코어러가 없는 대신, 정확한 슈터들이 볼없는움직임으로 수비진을 교란하고, 슈터들의 수비견인력으로 림(혹은 포스트)가 헐거워지는 틈으로 시몬스 등이 돌파해 가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자연스레, 오프볼무브가 좋은 슈터 벨리넬리가 적응하기 좋은 팀이었고, 일야소바의 스페이싱이 또한 일정한 기여를 했다. 벨리넬리를 영입한 지난 시즌 후반기에 팀은 수직상승을 경험한다.
문제는 펄츠인데, 오프시즌 동안 롱점퍼 훈련(슛폼 교정)에 올인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해 보일 정도로 펄츠는 프리시즌에도 3점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개막전인 오늘 경기에서는 시도수 자체가 없었다.
자연스레, 슈터 기반의 스페이싱 및 플레이메이킹 효과가 위축되었고, 레딕을 제외하면 세트오펜스상에서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는 움직임 자체가 잘 발견되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시몬스와 엠비드의 플레이를 돌아보자. 19득점 8어시스트를 한 시몬스를 오늘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43분 출장). 시몬스가 미들점퍼를 던지는 경우의 다수는 사실 안정된 슛 자세에서 던지는 경우이기보다 대체로 무게중심이 불안한 런닝 턴어라운드 점퍼일 때가 많다. 돌파를 하다 막힐 때, 측면 스텝을 밟으며 턴어라운드 슛을 시도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인데, 결과적으로 세트오펜스에서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관건은 속공일 텐데, 문제는 셀틱스 빅맨들의 속공 수비가 탁월하다는 점이다. 아래 영상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속공 시 수비의 최후방으로 내려온 선수 두 명이 가드가 아니라 모두 빅맨이라는 점이다.
도움수비의 장벽은 대체로 자유투라인 인근의 중앙이고, 점퍼가 없는 시몬스는 원하는 속공을 충분히 완수할 수 없게 된다(물론 그럼에도 시몬스의 속공은 나름의 일정한 생산성은 보여주었다).
한편, 엠비드의 포스트업 공격 역시 주목을 요하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피지컬에 나쁘지 않은 점퍼를 가진 엠비드이지만, 유독 보스턴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보기에 문제의 핵심은 스핀무브 후 불필요한 동작이 추가된다는 점, 움직임이 간결하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영상 하나를 보자.
https://twitter.com/NBAonTNT/status/1052350675189825536
앞서의 장면과 거의 비슷한데, 이 장면을 보면 호포드가 엠비드의 샷 타이밍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림 인근에서 드리블이 길다는 점, 스핀무브 후 바로 마무리가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로지어의 샷블락 장면 역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https://www.instagram.com/p/BpA79VLgDpH/?utm_source=ig_embed
한편, 셀틱스는 엠비드의 수비를 교란하기 위해 매치업 센터들의 3점 능력을 잘 활용해 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호포드와 베인즈의 3점 능력은 엠비드의 골밑 수비를 어렵게 했고(베인즈의 컷인 패스 등), 수비 대처에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이 중 베인즈의 코너 3점을 활용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래와 같은 핀다운 옵션이었다. 전체 오펜스 세팅으로는 엘보우에서 45도로 빠져나오는 모리스의 움직임에 주목해 ‘Stack Ou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상에서는, 스택 아웃 동작 이후 어빙이 베인즈의 스크린을 받고 돌아나오며 수비를 견인하는데, 이를 통해 공격수들이 베인즈를 제외하고 모두 화면 하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베인즈가 코너로 빠지며 3점을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30개 구단은 서로 비슷비슷한 전술들을 활용한다. 웬만한 것들은 선수들도 코치들도 다 아는 것이기에, 온전한 의미의 새로운 전술은 거의 없는 법이다(다만 보는 이의 눈에 그 전술들이 안 보여서 새로울 뿐). 관건은 기존의 것들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가, 얼마나 자기화할 수 있는가인데, 다섯 명이 모두 아이솔레이션이 되고, 빅맨들은 외곽 공격능력을 갖춰 상대 빅맨 수비를 교란할 수 있었다는 점은 셀틱스의 농구에서 다시 한번 높게 평가할 만하다.
반대로 필라델피아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왜 브라운 감독은 경기 초반 엠비드를 미스매치 일대일이 좋은 테이텀에게 매치시켰을까. 엠비드처럼 골밑에서 수비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가능하면 스크린에 대해서도 스위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고베어가 그러한 경우로,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OKC도 휴스턴도 모두 고베어를 외곽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고전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엠비드의 수비위치 역시 어느 정도 팀플랜으로 보호해줘야 하지 않을까.
펄츠의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3점을 시도해야 뭔가를 조정하든 할 수 있을 테니까.
지난 플옵에서는 시몬스를 꽁꽁 묶더니, 이번에는 엠비드의 공격 패턴을 완전히 읽은 듯한 보스턴 수비수들(특히 호포드) 가 정말 무섭더군요. 필리 입장에서는 3점 슈터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팀이라 보는데 오늘 사리치, 코빙턴, 레딕 모두 3점이 잘 안들어간건 정말 아쉬워요. 그래서 펄츠가 외곽에서 공 잡으면 3점을 던져주길 바랐는데 자신감이 없어졌는지 안 던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