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사이드 도움수비의 원리와 휴스턴의 수비 컨셉
도움수비의 일반적 개념들에 대해 보면서 휴스턴 로케츠의 수비 컨셉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언급되는 수비 개념들은 매우 제한적이고, 전체 수비의 극히 일부분만을 담고 있습니다. ‘블리츠’, ‘헤지 앤 리커버리’, ‘아이스’ 등의 픽앤롤 수비 개념이 그러한데, 이 개념들은 볼핸들러를 둘러싼 투멘 게임의 매우 제한적 움직임만을 포함하고 있죠. 볼핸들러를 압박하는 순간, 스크리너의 후속 동작을 제어할 2선 도움수비를 설명할 개념도 필요하며, 픽앤롤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트를 화면 상하로 나뉠 때, 볼이 있는 구간을 볼사이드(혹은 스트롱사이드), 없는 구간을 헬프사이드(혹은 위크사이드)라고 합니다. 수비의 전체적 흐름을 알기 위해 헬프사이드의 일반적인 도움수비 움직임와 그 개념들에 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폴 조지의 도움수비 동선을 보겠습니다.
(자유투라인의 수비거점인 ‘네일’)
SBNation이라는 사이트에서 도움수비의 핵심 거점인 ‘Nail’을 설명하는 이미지입니다. 네일은 한국말로 ‘손톱’이라는 뜻이고, 자유투 라인의 모양의 손톱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것 같네요(정확치는 않습니다). 이미지 속 문구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폴 조지는 자신의 마크맨이 르브론임에도 불구하고 네일로 가고 있다.” 르브론이 화면 상단 45도에 위치해 있죠. 이 장면은 르브론에 대한 ‘세깅’ 디펜스가 아닙니다.
폴 조지는 네일, 즉 자유투라인 쪽으로 발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폴 조지 뒤편 페인트존 인근에서 또 다른 빅맨이 조지처럼 수비동선을 볼이 있는 쪽으로 더 가져가고 있죠. 이 빅맨의 위치는 페인트존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게 되어, 흥미롭게도 ‘투-나인’이라 불립니다. 투 나인, 즉 페인트존에 2.9초 이상을 버틸 수 없다는 뜻으로, 도움수비를 위해 제한구역 인근에서 3초룰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도움수비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헬프사이드 디펜스는 이처럼 기본적으로 볼이 있는 쪽을 향해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Trap the Box: 참고로, x표시가 붙은 쪽이 수비 측)
이 이미지에서 4번 수비수가 네일 포지션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5번 수비수의 동선을 ‘트랩 더 박스’라고 하는데, 드라이브인하는 가드를 덫에 담 듯 에워싼다는 뜻이죠. ‘트랩 더 박스’가 수비의 움직임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5번 수비수의 거점을 지칭하는 개념이 ‘투나인’입니다. 5번 수비수는 페인트존에 오래 머무를 수 없기에, 때로는 볼사이드(화면 오른편)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아직 왼편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아래 영상에서 하든의 위치가 투나인으로, 하든은 볼사이드 쪽으로 넘어오는 동선을 유지하고 있네요.
위 수비수들의 동선을 도식화하면 어떨까요? 아래 이미지는 이를 도식화한 것입니다.
(Sink & Fill)
깁슨 쪽으로 붙어서 베이스라인 쪽 공격수 둘을 커버하러 가는 카펠라의 움직임이 이른바 ‘Sink’입니다(용어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그냥 움직임의 취지에만 주목해도 충분합니다). 카펠라의 이러한 위치선점은 하든의 도움수비 가담으로 화면 상단의 매치업 붕괴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앞서도 언급했듯, 폴의 움직임에는 미세한 아쉬움이 있는데, 위 이미지상에서 폴의 움직임은 ‘Fill’로 간주됩니다. 공간을 채워서 패싱레인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첫 의미라 볼 수 있겠죠.
휴스턴 로케츠의 수비 컨셉
헬프사이드 도움수비 동선의 디테일을 더 보기 위해, 먼저 휴스턴의 기본 수비 기조에 대해 간략히 보고자 합니다. 올시즌 휴스턴의 수비는 리그에서도 가장 예외적이고 유니크한 성격을 갖습니다. 스위치 디펜스가 일정한 추세라고는 하나, 아무 때나 무조건적으로 스위치를 하는 이른바 ‘무한 스위치’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한 팀만 예외). 수비의 추세가 스위치라면, 공격의 추세는 역으로 그 스위치를 공략하는 이른바 미스매치 공격이죠. 리그 내 전반적인 추세는 다음의 두 가지로 분류되지 않을까 합니다.
1) 미스매치가 될 수 있는 매치업 수비수를 보호하는 수비를 하고, 디그린, 쿤보 등의 수비가용범위가 넓은 키플레이어들을 스위치의 주요옵션으로 활용한다. 미스매치가 될 것 같으면 빠르게 재스위치하거나 도움수비를 가지만, 그 전에 먼저 미스매치 발생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
2) 미스매치의 리스크를 그대로 감수하여 제한없이 거의 스위치한다. 이를 통해 외곽에서는 오픈 공간 창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곽에서는 리스크 억제를 위해 도움수비를 극대화한다.
리그 내 대부분 팀들은 1번의 경향을 강하게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휴스턴은 단연 2번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죠. 모든 트래킹 지수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비시 이동량이 가장 적습니다. 수비수가 매치업 공격수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고, 중간에 스크린과 함께 매치업 변경(스위치)을 해버리기 때문이죠. 허슬이 적은 것이 아니라 매치업 변동의 빈도가 높아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스크린이 걸릴 때 바로 스위치가 일어남으로써 모든 상황은 또 다른 형태의 일대일 아이솔레이션 농구로 전환됩니다. 자연스레 수비 시 픽앤롤 빈도가 가장 적고, 반대로 아이솔레이션 빈도는 (2위 그룹과도 큰 차이로) 압도적일 만큼 높습니다. 리그에서 스위치 수비가 유행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 오프볼 스크린에 대한 대처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3점 능력들이 좋아지면서 외곽에서 오프스크린 한번에 바로 고효율 점퍼가 가능해졌죠. 스위치 수비는 수비수가 스크린을 피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바로 매치업을 교대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오프스크린의 오픈 공간 창출 자체를 제어하는 경향을 갖습니다. (2년 전 서부컨파에서 OKC가 스위치 빈도를 정규시즌 대비 2배 가량 늘리면서 큰 화제를 몰고 온 바 있습니다. 골스의 오프볼 무브들은 죽고, 커리는 외곽에서 상대 빅맨들과 주구장창 일대일 게임을 해야 했죠).
상대에게 오프스크린과 2대2, 3대3 게임의 협력 농구를 최대한 아이솔레이션 농구로 쪼갠다는 것이 스위치 디펜스의 핵심 기조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스위치 수비가 많은 경우 미스매치로 귀결된다는 점이겠죠. 앞서 언급했듯, 수비의 추세가 스위치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격의 추세는 스위치 강제입니다(미스매치).
휴스턴에게도 스위치 수비는 미스매치의 리스크를 그대로 수반합니다. 그래서 이 리스크를 보완하는 것이 공격적인 내곽 도움수비 동선입니다. 예컨대, 수비 기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크린에는 스위치로 대처하면서 모든 공격을 아이솔레이션으로 쪼개고, 내곽에서는 공격적인 도움수비로 미스매치 위험을 최소화한다.’
주지하다시피, 휴스턴을 상대로 거의 모든 팀들이 포스트업 공격을 높은 빈도로 사용합니다. 미네소타는 플옵 기간 동안 상당한 빈도의 포스트업을 진행하고 있죠(샌안에 미세하게 적어서 2위 빈도지만, 3위 이하와는 큰 차이를 보임). 정규시즌에서도 휴스턴은 수비 시 포스트업 빈도가 2위 그룹과 큰 차이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포스트업으로 직접 마무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공격의 시발점 자체는 포스트업으로 잡는 추세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봤던 수비 개념들을 기반으로, 휴스턴 포스트업 도움수비의 동선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수비의 움직임이 공격적인 팀을 상대할 때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 해법 중 하나는, 도움수비 동선을 한쪽 윙으로 모아놓고 패스경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포스트업은 그 한 사례가 되겠고, 포스트업이 아니더라도 측면몰이 후 후속패스 경로만 찾아낸다면, 유의미한 공격이 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패스경로의 확보인데,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리스크가 큰 경우가 되겠죠.
아무튼 오프 시즌 터커와 음바무테의 영입은 확실한 컨셉에 기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움직임의 폭이 넓고 허슬이 좋은 두 수비수는 휴스턴의 공격적 도움수비 기조를 뒷받침하는 플레이어들이자 그 자체로 휴스턴 수비의 컨셉이라 판단됩니다.
전체적으로 휴스턴의 수비를 보며 제가 내리는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비 자체가 유니크하다. 극단적이면서도 나름의 성공 경로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오프시즌 수비수 영입의 기조가 명확했고, 무엇보다 오프스크린 대처가 좋다는 것, 모든 상황을 아이솔레이션 상태로 쪼갠다는 기조가 획기적이다. 3) 그럼에도 아직 헬프사이드 수비 로테이션의 불안감은 존재하고, 이것이 정규시즌 수비레이팅 상승을 억제하는 요소로 일부 작용했으리라 본다. 4) 무엇보다 코너 3점 수비가 승부의 포인트다.
진짜 휴스턴수비를 이해하기 좋게 풀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