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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포지션 트렌드 조사 - 포인트 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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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4:26:21
심심할 때 종종 찾곤 하는 theringer.com에서 지난 2017년 여름 즈음에 현 NBA 트렌드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포지션의 개념? 의미?에 대한 칼럼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포인트 가드부터 센터에 이르는 5개 포지션에 대해 각각의 칼럼을 업로드했는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 한글로 옮겨봤습니다. 옮기는 순서는 칼럼 기고 순에 따라 포인트 가드, 슈팅 가드, 스몰 포워드, 파워 포워드, 센터의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언제나 그렇듯 편의를 위한 의역과 미천한 영어 실력 탓에 생겨나는 오역이 상당할 듯합니다.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본문 말미의 원문 링크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덧붙여, 원문은 설명하는 내용을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gif 이미지와 영상을 활용되었습니다. 저 역시 원문을 옮기는 과정에서 해당 이미지와 영상을 함께 옮겨왔습니다.


원문 : The NBA Positional Census: Point Guard (theringer.com By Jonathan Tjarks)
* 원문은 현지 시각 기준 2017년 8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NBA에서는 포지션 구분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리그의 코칭 스탭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포지션으로 채워진 라인업을 고집하지 않으며, 수비 상황에서 스위치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트에는 다섯 명의 선수가 들어서고, 각 선수들은 다섯 개의 포지션 중 한자리를 차지하며 경기에 임한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라인업에서는 어떤 한 선수가 수행하는(혹은 수행하지 않는) 역할들이 남은 네 명의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요즘이다. 보다 탄력적으로 포지션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보다 다양한 타입의 선수들을 각 포지션에 기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이번 시리즈(*The NBA Positional Census)에서는 현 NBA에서 포지션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각 포지션마다 서로 다른 스킬을 가진 세 명의 스타팅 플레이어를 예로 들어 알아보려 한다.

 

현대 NBA에서는 포지션 구분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리그의 코칭 스탭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포지션으로 채워진 라인업을 고집하지 않으며, 수비 상황에서 스위치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등장했던 최고의 선수들은 언제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갖고 있는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었을 뿐이다. 제임스 하든과 야니스 안테토쿰보가 지난 시즌 성공시킨 득점들을 보라. 케빈 듀란트와 르브론 제임스는 NBA 파이널 무대에서 코트를 넓게 활용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각자 센터 포지션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 포지션 구분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선수들의 신체 조건을 기반으로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팀에서 가장 큰 선수라는 이유로 골밑을 지킨다거나 가장 작은 선수라고 해서 빠르게 내달리며 공격에 임하는 시대가 끝이 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농구는 여전히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게 되고, 여전히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농구는 개인전이 아니다. 농구는 양 팀 10명의 선수들이 코트를 내달리며 다이나믹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작동하는 시스템의 스포츠다. 5명으로 구성된 라인업은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한 롤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고, 그래서 어떤 한 선수가 수행하는(혹은 수행하지 않는) 모든 역할들은 나머지 네 명의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만약 어떤 포인트 가드가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를 뿌리는 등의)전통적인 역할이 아닌 팀의 주득점원 역할을 수행한다면, 포인트 포워드를 함께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페인트 존 밖에서 플레이하기를 즐기는 7풋 빅맨을 보유 중이라면, 페인트 존에서 궂은 역할을 담당해줄 선수가 필요할 것이다. 코칭 스탭들은 팀에 속한 선수들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고 다양한 조합을 완성시킴으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때문에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이슈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보다 탄력적으로 포지션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보다 다양한 타입의 선수들을 각 포지션에 기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만약 포인트 가드가 없는 라인업을 구상한다면, 어떤 타입의 선수들로 포지션을 채워야 할까? 우리는 본 시리즈를 통해 해당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각 NBA 포지션의 새로운 트렌드와 닿아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려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플레이어는 잊어버리자. 우리는 리그 평균 혹은 평균보다 조금 나은 스타팅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소속 팀이 해당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적절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선수가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발휘하고 팀에 공헌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 포지션 당 세 명의 각기 다른 스킬을 가진 선수들을 선정하여 그들이 지난 시즌 어떻게 경기에 임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1. 말콤 브록던 


지난 시즌 말콤 브록던은 NBA 역사상 최초의 2라운드 출신 신인왕이 되었다. 플레이오프가 다가오면서 브록던은 밀워키 벅스의 주전 포인트 가드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벅스 관계자들조차 매튜 델라노바의 백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브록던의 재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실히 준비를 마치고 NBA에 입성한 24살의 브록던은 마치 오랜 시간 NBA에서 플레이한 베테랑처럼 경기에 임하는 선수다. 그가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 스카우트들은 나이가 많고 탁월한 운동 능력을 갖추지 못해 성장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는 이유로 그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수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유는 브록던을 포인트 가드로 기용하려는 시도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6-5의 신장과 215 파운드의 체중, 6-10의 윙스팬을 가진 브록던은 포지션 대비 훌륭한 사이즈를 갖춘 덕분에 사이즈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벅스의 팀 컬러와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제이슨 키드(*당시 벅스 감독)는 야니스 안테토쿰보와 크리스 미들턴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여 브록던을 전통적 개념을 벗어난 포인트 가드로 기용했다. 브록던은 현재 NBA에서 가장 거대한 포인트 가드 중 한 명이고, 훌륭한 윙스팬을 활용해 벅스의 수비에 기여함으로서 팀의 수비 전술에 엄청난 다양성을 선사했다. 벅스는 자신보다 전력도 좋고 경험도 많은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流의 라인업을 선보였다. 벅스는 퍼리미터를 포함한 코트 전방위의 수비가 가능한 7풋 빅맨인 쏜 메이커를 주축으로 4명의 윙맨을 기용하며 랩터스를 몰아붙였다. 


브록던은 루키 시즌 준수한 성적(경기당 평균 10.2득점, 4.2어시스트, 2.8리바운드)을 기록하긴 했지만, 팀의 공격에 있어 타 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들보다 훨씬 적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 시즌 브록던의 USG%는 18.5였는데, 이는 최소 2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장한 가드들 중 52번째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또한 그는 경기당 평균 57.4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제임스 하든이나 러셀 웨스트브룩 같은 선수들의 수치와 비교할 경우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경험이 적은 보통의 선수들과 달리 그만이 갖고 있었던 독특한 능력 덕분이었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높은 공격 효율(경기당 평균 야투율 45.7% , 3점 슛 성공률 40.4%)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실수가 적다(경기당 평균 턴오버 1.5개)는 점이었다. 브록던은 벅스의 공격 포제션에서 굉장히 제한적인 기회만을 부여받았음에도, 이를 훌륭하게 성공시키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서브 볼 핸들러로 경기에 임하며 수많은 오픈 슈팅을 성공시켰고, 드라이브 인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으며, 멋진 엑스트라 패스들을 성공시켰다. 


 

 

브록던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그의 수비력 덕분이다. NCAA에서 가장 수비를 중요시 여기는 감독(토니 베넷)의 지도를 받으며 두 차례나 "ACC 컨퍼런스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되었던 브록던은 리그 데뷔 당시부터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고, 공이 있고 없고를 떠나 모든 순간 책임감 있는 수비를 선보였다.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하는지, 스트롱 사이드에서 사이즈의 이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선수였다. Synergy Sports의 트래킹 자료에 의하면 브록던은 픽앤롤 수비 시 리그 상위 11% (*89th percentile), 아이솔레이션 수비 시 리그 상위 37% (*63rd percentile), 핸즈 오프 수비 시 리그 상위 20% (*80th percentile)에 해당하는 선수였다. 더마 드로잔의 풀업 점퍼를 몸으로 견디며 수비할 수 있는 포인트 가드는 그리 많지 않다.

 

 

브록던은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30.5분의 플레잉 타임을 기록했다. 이는 정규 시즌의 그것보다 4분이 더 늘어난 수치였다. NBA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그에겐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질 것이다. off the ball 상황에서 스팟업 슈팅을 성공시키고, 다양한 포지션의 상대를 수비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제이슨 키드가 원하는 그 어떤 라인업에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재능이다. 브록던이 델라노바나 곧 40세가 되는 제이슨 테리보다 더 많은 출장 시간을 부여받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벅스는 안테토쿰보나 미들턴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브록던에게 더 많은 공격 역할을 부여하는 실험을 진행할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브록던은 픽앤롤을 통한 공격 생산 측면에서 리그 상위 12% (*78th percentile)에 위치한 선수였다. 브록던은 자신과 매치업 되는 대부분의 선수를 상대로 사이즈의 이점을 살려 공격할 수 있는 선수이며, 표본은 작으나 포스트 업을 통해 공격에 임하는 모습도 선보인 바 있다. 브록던은 자신 보다 작은 수비수 머리 위로 슈팅을 던지는 슈터인 동시에 사이즈와 힘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물론 브록던의 성공에는 다재다능한 쿤보와 그를 중심으로 독특한 라인업을 가동하는 벅스의 팀 컬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사이즈와 슈팅 능력을 앞세워 자신이 NBA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지만, 벅스가 아닌 다른 팀에 지명되었다면 신인왕 트로피 근처에도 접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브록던보다 큰 사이즈의 선수가 메인 핸들러로 활약하는 팀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나 휴스턴 로케츠 정도가 고작이다. 


벅스, 캐벌리어스, 로케츠는 큰 사이즈의 메인 볼 핸들러를 기용하는 팀이 포인트 가드 포지션에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해답을 내놓았다. 로케츠는 특급 수비수(패트릭 베벌리)를, 캐벌리어스는 역대급 득점 창출 능력을 갖춘 공격수(카이리 어빙)를, 벅스는 다재다능한 스윙맨(브록던)을 각각 제시한 것이다. 더 큰 사이즈를 갖추고도 직접 볼을 쥐고 플레이하기를 즐기는 선수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많은 팀들이 각자의 해답을 내놓을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6-8의 포인트 포워드 루카 돈치치나 2019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의 유력 후보인 6-6의 리딩가드 RJ 배럿을 영입한 팀이라면, 그들의 파트너로 기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브록던을 찾으려 할 것이다. 




2. 리키 루비오


리그에서 가장 극명하게 평가가 길리는 선수 중 한 명인 리키 루비오는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6번의 시즌을 보낸 뒤, 묘한 강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팀을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로 이끌지 못했던 리키 루비오를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 시켰다. 고든 헤이워드가 FA로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재즈는 치열한 서부 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 티켓 쟁탈전을 펼칠만한 역량을 갖춘 팀이고 루비오를 통해 헤이우드와 조지 힐의 빈자리를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26세의 루비오에게는 계약 만료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만약 루비오가 재즈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NBA에서의 커리어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루비오의 강점은 명확하다. 그는 트래픽 상황에서 오픈 찬스를 잡은 동료를 발견하고, 화려한 패스를 성공시키며, 본능적으로 패싱 루트를 찾아내는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다. 루비오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패스 1st 마인드의 포인트 가드이며 지난 시즌 경기당 9.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당 2.6개의 턴오버를 기록했을 뿐이다. 루비오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경기당 66.9개) 패스를 성공시켰고, 경기당 83.6회의 볼 터치를 기록하면서도 USG%에서 17.4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누구든 루비오와 플레이하는 것을 즐길 수밖에 없다. 루비오는 언제나 비어 있는 동료를 찾아낼 테니 말이다. 동시에 루비오는 6-4의 신장과 190파운드의 신체 조건에 준수한 스피드를 갖추고 있어 멀티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고 볼을 빼앗아 오는 빠른 손까지 갖춘 엘리트 수비수다. 상대의 패싱 레인을 예측하는 등 높은 수준의 BQ를 갖춘 선수이기도 하다. 포지션 대비 평균 이상의 리바운드, 스틸 수치를 감안한다면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속공을 전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포인트 가드라는 가치도 갖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동시에 루비오의 약점 역시 명확하다. 루비오는 커리어 내내 슈팅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했고, 상대팀은 그의 공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시즌 루비오는 평균 40.2%의 야투율(최소 2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장한 가드들 중 66위)을 기록했으며, 30.6%의 3점 슛 성공률(최소 2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장한 가드들 중 67위)을 기록했다. 림 어택 성공률 역시 46.7%에 그쳤다. 득점력이 뛰어난 포인트 가드들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 루비오는 자신의 공격 생산력을 오롯이 패스에 기대고 있다. 그는 트랜지션 득점 부문 리그 하위 6% (*6th percentile), 하프 코트 득점 부문 리그 하위 29% (*29th percentile)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패스를 통한 공격 기회 창출에서는 리그 상위 27% (*73rd percentile), 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횟수에서는 리그 상위 2% (*98th percentile)에 해당하는 엄청난 선수다. 


루비오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가 전통파 포인트 가드로서 많은 팀 메이트들과 함께 플레이하며 팀의 공격을 훌륭히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4년간 팀버울브스가 오펜시브 레이팅 부문 리그 12위 밖으로 밀려났던 것은 루비오가 부상으로 단 22경기 플레이하는데 그친 2014-15시즌뿐이었다. 이외의 시즌들에서는 모두 12위 이상의 순위를 기록했다. 루비오는 팀에서 가장 훌륭한 넷 레이팅 수치(*오펜시브/디펜시브 레이팅 마진)를 기록한 선수 중 한 명이었고, 때문에 그의 부족한 득점력이 팀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루비오 지지자들이 펼치는 주장의 근거다. 실제로 팀버울브스는 케빈 가넷이나 케빈 러브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전성기를 보내던 기간 중에도 꾸준히 실패를 계속했다. 때문에 루비오를 지지하는 이들은 팀버울브스가 1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현 리그에서 최장기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팀이 된 이유는 지난 십여 년간 수많은 잘못들이 쌓이고 쌓인 탓이지 루비오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한다.


반대로 루비오를 비판하는 이들은 상대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는 루비오 탓에 팀버울브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하프코트 오펜스 시 상대팀이 루비오가 뭘 하든 내버려 두고 볼에만 집중하며 수비를 펼치는 바람에 매 포제션마다 4:5 상황에 놓이며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고 말한다. 만약 루비오가 오픈 찬스만이라도 꾸준히 성공시켜줬더라면 상대가 그런 식으로 수비를 펼칠 수 있었겠느냐고 말이다. 특히 4쿼터에서의 공격력은 오랜 시간 팀버울브스의 숙제와도 같은 약점이었다. 루비오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 문제가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수행하는 루비오의 슈팅 능력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한다. 루비오는 지난 시즌 슛 클락 종료와 함께 시도한 슈팅 성공률 부문에서 리그 하위 19% (*19th percentile)에 그쳤다.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off the ball 상황에서의 루비오를 수비할 필요가 없어지고 아래와 같은 장면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재즈에서 플레이하게 된 것은 루비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루비오는 업템포 시스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빠른 페이스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동안에는 슈팅 능력의 부재라는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퀸 스나이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재즈가 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느린 템포로 경기에 임하는 팀이라는 사실이다. 재즈는 15피트 이상의 미들레인지에서는 슈팅이 불가능한 루디 고베어와 데릭 페이버스를 위해 지공 상황에서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하기를 선호하는 팀이다. 루비오는 더 이상 칼 앤써니 타운스나 케빈 러브 같은 스트레치 타입 빅맨들과 함께 플레이하며 얻었던 혜택(*공간 확보)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재즈에서의 루비오는 높은 효율의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예전보다 작고 빡빡한 틈새를 공략해야만 한다.


루비오에게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든든한 수비수들을 등 뒤에 두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리그 최고의 림 프로텍터인 고베어와 함께 플레이한다면 루비오는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수비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루비오가 상대를 압박하며 나쁜 슈팅을 유도하고 실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루비오가 주도하는 트랜지션 게임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면 타이트한 수비를 기반으로 최소한의 포제션을 통해 고효율 득점 사냥이 가능해지는 재즈만의 승리 방정식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즈에는 로드니 후드, 조 잉글스, 알렉 벅스, 조 존슨, 단테 엑섬 그리고 로터리 픽 루키인 도너반 미첼에 이르기까지, 루비오의 패스를 받아 new-look Jazz offense를 만들어 갈 수많은 재능들이 포진되어 있다. 루비오는 동료들을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NBA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에서 플레이하며 훌륭한 팀의 스타팅 포인트 가드로서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3. 레지 잭슨


만약 레지 잭슨이 전국구 인기팀에서 플레이했다면, 그의 드라마틱했던 지난 시즌 활약상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을지 모른다. 트레이닝캠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의 첫 21경기를 결장하는 동안,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보다 많은 선수들이 볼에 관여하며 공격을 풀어갈 수 있도록 공격 전술 조정에 나섰다. 잭슨이 부상에서 복귀했을 때, 그는 모든 포제션에서 수차례 픽앤롤을 반복하며 볼을 독점했다. 문제는 그런 플레이를 반복하면서도 전혀 폭발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팀 미팅을 소집해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패스 퍼스트 마인드의 이쉬 스미스가 공격을 이끌 때 팀의 공격 효율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즌이 끝날 무렵, 피스톤즈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잭슨을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았다. 한 때 팀의 미래로 손꼽히던 잭슨은 어느덧 수많은 의구심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피스톤즈는 그들이 지난 2015년에 5년 $80m의 거대 계약을 선사했던 그 시절의 잭슨을 필요로 하고 있다. 피스톤즈는 이번 시즌 새로운 경기장을 선보일 예정이며, 팀 페이롤은 $116m에 육박한다. 지난 시즌 겨우 37승을 거두는데 그쳤던 팀이라고 하기엔 신축 경기장도 팀 페이롤도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피스톤즈는 켄타비우스 칼드웰 포프를 트레이드 시키며 만기 계약을 앞둔 에이브리 브래들리를 영입했다. 수많은 탱킹팀으로 가득한 동부 컨퍼런스임을 떠올려보면 피스톤즈를 위한 플레이오프 티켓 한 장쯤 마련되어 있을 것이고, 피스톤즈 역시 사력을 다해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스탠 밴 건디는 현 리그에서 유일하게 감독과 단장을 겸하고 있는데, 그는 여전히 팀의 스타팅 포인트 가드로 잭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피스톤즈의 로스터에는 잭슨을 대체할 만한 만한 선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가 꾸준히 건강을 유지한다 가정하더라도, 잭슨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잭슨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뛰쳐나온 이유는 그가 팀의 공격을 직접 이끌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는 러셀 웨스트브룩처럼 볼을 소유하고 슈팅을 시도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개성 강한 잭슨을 지도하며 규칙과 질서를 이끌어내던 그의 멘토(*보스턴 칼리지 시절 은사였던 스티브 도나휴)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없었고, 잭슨은 아무런 것도 해낼 수 없었다. 웨스트브룩의 백업 가드로 NBA에 데뷔한다는 것은, 마치 브렛 파브의 백업 쿼터백으로 NFL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웨스트브룩의 백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잭슨에게 결코 호재가 되지 못했다. 웨스트브룩의 손에 있는 볼을 공유한다는 것은 극히 제한된 선수들에게만 허용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케빈 듀란트가 웨스트브룩보다 더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문제로 팀을 떠난 것이라면, 팀의 모든 선수들이 고루 볼에 관여하며 플레이하는 잡화점 같은 팀으로 이적했을 리 없다(*듀란트마저 볼 소유 욕심이 없어 웨스트브룩을 제어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 커리어 동안 TS% 51.9, USG% 24.6을 기록 중인 선수를 축으로 좋은 스쿼드를 꾸린 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잭슨은 지난 시즌 최소 50경기 이상 출장하는 동시에 USG% 26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 TS% 부문 39위에 랭크되었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선수는 총 41명). 아래 장면처럼 잭슨의 공격을 하염없이 바라봐야 했던 동료들 입장에서는 피로함을 토로했을 법도 하다.

 

 

잭슨은 볼을 분배하는 재능을 타고난 선수가 아니다. 그는 보스턴 칼리지 시절 3년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경기당 평균 3.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콤보 가드다. 또한 그는 NBA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기당 평균 6.2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2014-15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피스톤즈에 합류한 이후, 피스톤즈 소속으로 경기했던 27경기 동안은 경기당 평균 9.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바 있긴 하다). 잭슨은 전형적인 scoring 1 타입의 선수다. 하지만 동시에 픽앤롤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패스를 성공시키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 Synergy Sports의 자료에 의하면 잭슨은 NBA 선수들 중 투맨게임을 통한 직접 공격 창출 부문에서 리그 상위 29% (*71st percentile)에 해당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직접 공격이 아닌 패스를 통해 투맨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그의 위치는 53% (*53rd percentile)로 평균 이하까지 뚝 떨어진다.


건강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잭슨의 자유투 성공률은 이전 시즌 보다 7%나 떨어졌는데, 이는 선수의 공격 효율 측면에서 커다란 감점 요소다. 또한 2년 전 잭슨은 상위 21% (*79th percentile)에 해당하는 픽앤롤 패서였지만 수비수들에게 그의 패싱 레인이 읽히기 시작하면서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만약 수비수가 잭슨을 앞에 두고 그를 강하게 압박하며 돌파를 막고 점프슛을 유도하는 수비를 펼칠 경우 잭슨은 전혀 효율적인 공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높은 시즌 3점 슛 성공률은 경기당 3.5개의 3점 슛을 시도하며 기록한 35.9%였다. 나름 준수한 수치일 수 있겠으나 여전히 잭슨이 자신의 위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사이즈(6-3의 신장과 208파운드의 몸무게, 7-0의 윙스팬)와 운동 능력을 활용해 림으로 돌격하는 것이다.

 

 

비록 잭슨이 훌륭한 수비수로 평가 받고 있진 않으나, 축복받은 운동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그러하듯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칼드웰 포프가 브래들리로 교체된 것은 잭슨에게 그리 큰 변화가 되진 않을 것이다. 잭슨은 여전히 상대의 볼 핸들러가 아닌, 상대팀에서 가장 공격력이 떨어지는 or 공이 없는 선수를 수비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밴 건디는 피스톤즈의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수비에 임하길 원하고 있다. 볼을 독점하며 무리한 슈팅을 난발하는 선수는 라커룸에서 동료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잭슨에겐 팀을 위해 리더쉽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는 27살의 맥시멈 계약 선수다. 피스톤즈는 잭슨의 팀이고, 실패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 잭슨 같은 타입의 선수가 팀의 중심이 되었을 때, 그 팀이 어떻게 좋은 팀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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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8-02-20 14:51:32

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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