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디트로이트, 무엇이 바뀌었나?
시즌 초반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와 각종 가설들을 쏟아내기 좋은 시기입니다. 팀 별로 많은 샘플이 쌓이지 않아 '평소와 다른' 일들이 속출하는 탓입니다. 올 시즌 초반 가장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디트로이트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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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시즌 현재, 디트로이트는 11경기서 8승 3패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워싱턴, 필라델피아, LAL에 3패를 허용한 가운데, 골든스테이트, LAC, 밀워키, 미네소타를 포함한 8팀에 승리를 따냈습니다. 뭔가 도깨비팀의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실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 몇 시즌 간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1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몇 가지 주목되는 변화를 언급해보겠습니다.
1. 토바이어스 해리스의 스텝업? 각성?
가장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변화의 포인트는 단연 해리스의 대각성입니다. 특히 3점 라인 밖에서 보여주고 있는 생산력은 놀라운 수준인데, 경기당 6.4개를 시도해서 3개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성공률 .471) 물론 샘플이 얼마되지 않아 언제든 평년 수준인 .340으로 수렴할 가능성은 있는데, 3점 시도 횟수가 지난 2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측면에서는 3점 생산력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FG%는 데뷔 이후 최고치인 .563에 달하며, 평균 득점은 디트 이적 후 기준 4점 정도 올랐습니다. 워낙에 감각이 좋다보니 많은 시도를 가져가고 있긴 합니다.
컨테스트가 오든 말든 일단 샷
해리스는 기본적으로 아이솔레이션 옵션이 준수한 편에 속하는 윙 자원이었습니다만 공격 옵션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점 생산력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주무기로 사용하며 상대에게 외곽 수비 부담을 지어주는 수준(커리어 평균 .340)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전 해리스의 주요 득점 루트는 컷인 돌파 내지는 아이솔레이션을 통한 미드레인지 공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3점을 많이 던지면서도 매우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거리별 슈팅 점유율 변화
0-3
3-10
10-16
16<3
3P
2016/17
.207
.220
.169
.108
.295
2017/18
.203
.181
.165
.066
.385
0-3 | 3-10 | 10-16 | 16<3 | 3P | |
2016/17 | .705 | .474 | .444 | .487 | .347 |
2017/18 | .649 | .364 | .367 | .500 | .471 |
위 표를 보시면 2점 야투의 효율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구사비율을 큰 폭으로 늘린 3점 라인에서의 효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또 하나 엿볼 수 있는 사실은 시즌 초반의 해리스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공격 레퍼토리에 변화를 가했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이를 생소하게 느낀 수비가 허를 찔린 탓에 시즌 초반 한정으로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지난 2-3시즌 간 디트로이트는 밴건디 감독 체제에서 다소 수동적으로 3점을 구사하는 팀이었다고 봅니다. 레지 잭슨이든 KCP든 3점 능력이 있는 선수이었지만, 상대에게 부담을 느낄만 한 수준의 주도적인 3점 구사가 가능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해리스가 보여준 모습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해리스의 이러한 기세가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이와 비슷한 수준의 효율을 이어간다면 디트가 생각 외로 오랫동안 순항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겁니다.
2. KCP → 브래들리
지난 오프시즌에서 디트로이트는 많은 변화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주목할 만한 무브가 있긴 했는데, KCP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한편, 재계약 시점을 한 해 남겨둔 브래들리를 영입한 일입니다. 디트서 나름 많은 기회를 얻으며 발전을 이루는 한편, 팬들과 동료의 지지를 받던 KCP와는 당연히 재계약을 하리라 봤는데, 팀은 그대신 비슷한 유형의 브래들리를 택했습니다.
슈팅의 효율 측면에서는 브래들리가 보여준 게 더 많은 자원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옆그레이드 정도로 여겼던 무브였습니다. 디트 입단 후 가장 높은 PER 수치(12.8)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의 KCP는 평균 13.8득점 2.5어시스트 3.3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eFG%는 .481. 새로운 디트맨 브래들리는 현재 13.2의 PER에 .506의 eFG%와 경기 당 16.1득점 1.9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 중입니다. 스탯 상으로 보여지는 차이는 좀 더 좋은 슈팅 효율을 보이면서 평균 3점 정도를 더해주는 정도로 보이는데, 이는 어찌보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할 수 있는 차이로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 내용을 보면 3점 라인에서의 효율이 좋은 브래들리의가세가 예상 외로 많은 파생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실패를 하긴 했습니다만...
대표적 파생효과는 메인 볼핸들러 레지 잭슨과 팀의 중심 드러먼드가 펼치는 픽앤롤의 다양화입니다. 요즘 트렌드 상 1번과 5번의 픽앤롤 무브가 시작되면 나머지 선수들은 3점 라인 부근으로 넓게 퍼지면서 공간을 벌려주기 마련인데, 브래들리는 KCP보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선택지를 강요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순환 효과로 픽앤롤 효율이 개선되었으며, 상대 수비는 3점 라인 방어와 골밑 방어를 두고 조금은 더 망설이게 됐다고 봅니다. 이는 공간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 중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약간의 상위 호환 자원의 가세가 예상보다 큰 기여를 한다... 정도의 느낌입니다.
3. 드러먼드, 자유투 개선보다 더욱 극적인 변화 진행 중?
현 디트의 중심은 두말할 나위없이 드러먼드인데, 그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강력한 리바운드 능력에 비해 부족한 공격 능력과 세로 수비 능력으로 인해 S-A급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데뷔 이래 보여준 공격 옵션은 다소 뻣뻣한 포스트업과 풋백 그리고 픽앤롤 정도이며, 자유투 능력은 리그 내 최하위권이죠.
올 시즌 초반 디트의 순항과 함께 드러먼드가 자유투라인에서 엄청난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만큼의 혁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저는 자유투 라인에서의 늠름함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의 변화가 디트의 성적 상승에 더욱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의 기본 패턴
부족한 개인 공격 전술과는 별개로 드러먼드는 나름 적극적으로 스크린에 나서는 유형의 빅맨입니다. 2년 전 레지 잭슨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낼 때에, 드러먼드가 함께 보여준 픽앤롤 무브는 효과적이었고, 지난 시즌 기록한 경기 당 스크린 어시스트 수치 4.3개(리그 전체 7위, 1위 마르친 고탓/루디 고베어 6.2)도 이 사실을 뒷받침 해줍니다. 농구 센스가 좋다는 느낌보다는 타고난 피지컬을 잘 활용하는 느낌의 굿 스크리너랄까요?
그런데 올 시즌에는 스크린 효율성이 더 증가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드러먼드는 경기당 5개의 스크린 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 시즌 1, 2위를 차지했던 선수의 바로 뒤에 해당하는 3위에 해당합니다(고탓 5.8, 고베어 5.1). 흥미로운 점은 픽앤롤 플레이에 대한 전 구단의 대처능력이 향상된 징후가 보이는 와중에 드러먼드는 상승폭을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그 전체 스크린 어시스트 수치는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샘플이 적어서 확실하게 말하진 않을게요...)
이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드러먼드의 플레이 방식 변화입니다. 올 시즌 디트로이트 경기를 찾아보시면, 드러먼드가 전에 비해 탑이나 하이포스트 지역에서 많은 터치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포스트 지역을 점유하다 공을 받고 핸즈오프로 이어가거나, 탑에서 시작하는 유사 패턴을 시도 횟수가 늘어난 것이죠.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스탯의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per game | ELBOW TOUCHES | POST UPS | PAINT TOUCHES | ASSIST |
2016/17 | 2.5 | 7.8 | 7.0 | 1.1 |
2017/18 | 6.1 | 2.4 | 10.9 | 2.8 |
위 사실을 나타내는 다른 스탯도 있겠습니다만, 위 네 가지 항목만 보아도 드러먼드의 게임 방식이 꽤나 큰 폭으로 변화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하워드 다음으로 포스트업 의존도가 높았던 빅맨이 하이포스트로 올라와 패싱 게임을 시작한 겁니다!?! (올 시즌 드러먼드와 가장 유사한 터치/포스트업 비율을 보이는 선수가 고탓(엘보 터치 6.2회, 포스트업 2.5회, 페인트 터치 8.1회)인데, 드러먼드는 고탓보다 더 1개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며 리바운드는 7개 가량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탑에서 시작하는 핸즈오프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위와 같은 드러먼드의 하이포스트 지역 핸즈오프 무브는 꽤나 강력한 무기처럼 보입니다. 워낙 힘이 좋고 몸이 두꺼운 드러먼드는 핸즈오프-스크린 상황을 활용해 공을 건내받은 선수에게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슬립을 하는 경우에도 림어택, 공격 리바운드 참여 등 다양한 파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요즘 NBA에선 넓은 공간=높은 성공률을 실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드러먼드의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 변화는 1, 2번 항목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변화가 디트 상승세의 불씨 역할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4. 마치며...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벤치에서 쏠쏠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 이쉬 스미스-갤러웨이 듀오, 전체 팀 차원의 야투 효율성 증가, 레지 잭슨/드러먼드의 %USG 하락 등이 디트 농구가 달라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에 열거한 내용은 제 개인적인 주장에 해당하며, 언제든 저런 부분이 공략당하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동부 팀들의 분전을 기대하는데, 디트의 경쟁력 상승이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리그 판도에 새 바람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자료 출처 : http://www.basketball-reference.com | http://www.nba.com
드러먼드의 포스트 플레이가 드디어 많이 줄고, 잭슨이 페이스를 끌어올릴때가 확실히 많아 진거 같습니다. 선수들도 엄청 의욕적으로 컷하고요. 이대로라면 플옵은 가볍게 갈거 같네요